①편에 이어... 

[루키=최기창 기자] 신지현은 지난 시즌까지 베테랑 염윤아와 방을 썼다. 하지만 이번 비시즌부터 룸메이트가 바뀌었다. FA 자격을 얻은 염윤아가 KB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염윤아와 같은 방 생활에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내던 신지현으로서는 아쉬웠을 일. 염윤아의 빈 자리는 곧바로 채워졌다. 삼성생명에서 이적한 고아라였다. 둘은 이렇게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동생에게 배우는 언니, 긍정적으로 변하는 동생
신지현은 고아라를 룸메이트로 만나며 자신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그러고는 고아라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신지현(이하 ‘지현’): 아라 언니를 만나기 전과 비교해보면, 제가 가장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저는 재활할 때 참 우울한 아이였어요. 그래서 항상 (김)정은 언니(우리은행)가 저한테 “넌 얼굴에 항상 우환이 있다”고 항상 놀렸어요. 사실 그때는 정말 웃을 일이 없었어요. 비시즌에 몸도 안 올라왔고, 재활과 운동은 힘들었고요. 그런데 언니를 만나면서 제가 정말 많이 밝아졌어요. 아무래도 언니와 장난을 치면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고마운 일은 또 있었다. 최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진행한 대표팀과의 연습경기 때였다. 신지현은 당시를 떠올리며 고아라의 눈빛에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지현: 대표팀과의 연습 게임 때 초반에 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라 언니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언니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불타고 있더라고요. 그때 제가 언니 눈빛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됐죠. 보고 배워야 할 점이에요.

고아라(이하 ‘아라’): 사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초반에 연습만큼의 실력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움에 눈빛이 저도 모르게 변했나 봐요.
지현: 언니는 농구 자체에 관심이 정말 많아요. 항상 농구를 옆에 끼고 살아요. 쉴 때도 유명 선수들의 농구 영상을 봐요. 저는 잘 모르거든요. 이 부분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고아라도 후배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아라: 지현이 정말 예쁘잖아요. 그런데 이런 애가 예쁜 척을 안 해요. 허당기(?)도 있고요. 제가 웬만하면 핸드폰에 사람 이름으로 저장을 하거든요. 그런데 얘는 특별히 별명으로 해뒀어요.

그가 밝힌 신지현의 별명은 ‘빙구’였다.  

아라: 지현이가 저번에 치료를 받으러 치료실에 왔어요.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바지를 거꾸로 입고 나타났더라고요. 앞에 있어야 할 번호가 뒤에 있더라고요. 그런 일이 꽤 자주 있어요. 

지현: 사실 제가 그런 것에 신경을 크게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운동이 힘들어서 그런 거죠. 제가 바보는 아니에요! 

물론 고아라도 신지현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아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지현이는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해요. 만약 다른 선수들이 100%를 쏟는다면, 지현이는 120% 이상을 쏟는 느낌이에요. 얘도 코트에 들어가면 눈빛이 변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저도 그걸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요. 지금은 오히려 제가 지현이한테 배우는 입장이죠. 팀에 녹아들어야 하니까요. 

“함께 좋은 성적 거두고파”
두 선수는 닮은 부분도 있다.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다. 2007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4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고아라는 2007겨울리그를 거쳐 2007-200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28경기에 나와 평균 13분 55초를 뛰며 우리은행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에도 삼성생명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각각 32경기와 34경기 등을 소화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지현도 마찬가지다. 2014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 선수가 됐다. 이후 데뷔 시즌에 28경기를 소화했고, 2014-2015시즌에는 34경기에 나와 평균 25분 13초를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아 신인상을 수상했다. 

두 선수는 신입생 시절을 떠올리며 서로의 기억을 함께 공유했다. 당시의 어려웠던 점을 서로 공감하며 부쩍 가까워졌다. 어쩌면 함께 방을 쓸 운명은 이미 그때부터 정해져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 당시에 저는 ‘어린데 게임을 뛴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그만큼의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는 그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힘든데 말을 터놓을 사람도 없었어요. 지현이는 어릴 때부터 저보다 더 많이 주목을 받았잖아요.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지현: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가진 실력에 비해 게임 출장을 많이 했다고 느꼈거든요. 주목도 덩달아 받았고요. 언니의 말을 들으니까 서로 비슷한 점이 많네요. 

둘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선배인 고아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라: 지현이가 이번 시즌에 부상 없이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현이가 잘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 또 우리 지현이가 FA거든요. (웃음) 정말 잘해야 해요!

신지현도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지현: 언니가 항상 저한테 ‘우리 정말 잘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해요. 언니가 바로 옆에서 응원을 해주는 셈이죠. 정말 힘이 많이 돼요. 언니는 새로운 팀에 왔고, 저는 부상에서 복귀했어요. 아마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같을 거예요. 개막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어요. 서로 잘 맞춰서 올 시즌에는 꼭 좋은 성적을 함께 거뒀으면 좋겠어요.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신지현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