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신지현은 지난 시즌까지 베테랑 염윤아와 방을 썼다. 하지만 이번 비시즌부터 룸메이트가 바뀌었다. FA 자격을 얻은 염윤아가 KB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염윤아와 같은 방 생활에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내던 신지현으로서는 아쉬웠을 일. 염윤아의 빈 자리는 곧바로 채워졌다. 삼성생명에서 이적한 고아라였다. 둘은 이렇게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하나은행의 現 7번 고아라, 前 7번 신지현
두 선수의 인연은 또 있다. 지난 시즌까지 신지현이 사용했던 등 번호 7번은 선배 고아라의 몫이 됐다. 반면 신지현은 전 룸메이트였던 염윤아가 쓰던 1번을 사용하게 됐다. 결국 하나은행의 전 7번과 현 7번이 함께 방을 쓰는 셈이다. 또한 어떻게 보면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의 번호를 가져간 모습일 수도 있다.

루키 더 바스켓(이하 ‘루더바'): 그러니까 팀을 옮기자마자 후배의 번호를 빼앗은 거죠?

고아라(이하 ‘아라’): 빼앗은 거라뇨! 그게 아니라 (신)지현이가 준거죠! 제가 나이도 많고 그러니까요. 그리고 전 금방 은퇴하니까 7번은 지현이의 몫이 될 거에요. 은퇴하면 평생 지현이가 7번을 달 거예요.

신지현(이하 ‘지현’): 안 그래도 나중에 (고)아라 언니가 은퇴하면, 저한테 7번 다시 주기로 했어요. 만약 1번이 비어있지 않았다면, 되게 우울했을 거예요. 다행히 1번이 남아있었어요. 전 괜찮아요. 1번 좋아해요. 

아라: 제가 삼성에서 7번이었잖아요. 지현이가 원래 몇 번을 달고 있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유니폼 번호 정할 때 자연스럽게 7번을 말했다가 제가 7번이 됐어요. 

지현: 근데 저 정말 괜찮아요. (웃음)

장난으로 가득 찬 우정
하나은행은 WKBL 6개 구단 중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가장 어린 팀이다. 하나은행이 매 시즌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만큼 역동적이며 발랄하다. 선후배 관계도 다른 구단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 일부에서 고아라가 이적할 당시 어느덧 베테랑에 속하는 그의 팀 적응이 힘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녹아들었다. 비결은 ‘장난’이었다. 그는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놀았다. 한때 하나은행 선수들의 SNS에서는 고아라의 사진과 동영상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화장실, 방, 코트, 복도 등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당황하는 고아라의 모습과 후배들의 웃음소리가 항상 함께 등장하고는 했다.

아라: 처음에는 ‘나를 어려워하면 어떡하나’하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더라고요. 오히려 후배들이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던데요. 처음에는 (장)유영이나 (최)민주같은 애들은 저를 조금 어려워했거든요.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다른 애들은 처음부터 저를 어려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게 더 편해요. 예전부터 이런 분위기를 더 원하기도 했고요.

물론 단점도 있다고 했다. 후배들이 언제 어떤 장난을 칠지, 그리고 어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릴지 몰라서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자 신지현이 발끈했다. 

지현: 에이~ 아라 언니가 더 심해요. 저는 아라 언니의 장난기가 이렇게 심한 줄 몰랐어요. 언니가 처음 팀에 왔을 때 바퀴벌레 모형을 가지고 다녔어요. 그것 가지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그랬어요. 

아라: 그러니까 제가 한 뒤로 그만하면 되잖아요. 지현이는 더 심해요. 그걸 일본까지 들고 가서 다른 선수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더라고요. 물론 코치님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그러면서 저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변했다고 핑계를 대더라고요. 

고아라는 룸메이트 신지현의 첫 이미지가 현재와는 달랐다고 털어놨다. 

아라: 처음 봤을 때는 지현이가 말도 별로 없을 것 같고, 조용할 줄 알았어요. 코트 위에서는 나름 아이돌이잖아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별명을 다시 지어줬어요. 코트 위의 ‘돌아이’라고요. 

지현: 근데 언니가 먼저 이렇게 다가와 주니까 저도 함께 장난을 치는 거죠. 이게 다 언니 덕분이에요.

이후 선수단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인터뷰하던 도중이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팀 동료 박찬양이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고아라에게 장난을 치려고 들어온 것이었다.

불쑥 찾아온 박찬양은 인터뷰 중인 방을 보더니 “방이 굉장히 깨끗하네요”라며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여기 모델 하우스 아니죠”라는 명언을 남기며 두 명의 방 주인을 당황스럽게 했다. 

박찬양이 떠난 뒤, 고아라와 신지현의 적극적인 해명도 이어졌다.

지현: 원래 깨끗해요. 인터뷰하니까 살짝 정리를 하긴 했는데, 그야말로 정리만 조금한 거예요.

아라: “(박)찬양이 옆방이거든요. (백)지은 언니랑 같이 쓰는 데, 그 방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 정말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황이에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신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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