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청주, 박진호 기자] 4일의 휴식이 독이 됐을까? 개막 이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B가 시즌 첫 2연패를 당했다. 패배보다 치욕적인 것은 내용이었다.

우리은행과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공동 선두로 도약했던 KB는 지난 12일 하나은행에게 덜미를 잡혔다. 우리은행과의 경기 후 이틀의 시간이 있었지만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듯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고 상대에게 12개나 많은 자유투를 내주며 패했다.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KB는 17일, 안방으로 삼성생명을 불러들였다. 삼성생명은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는 있었지만 신한은행과의 접전 승부를 펼치고 하루밖에 쉬지 못한 상태. 여러 모로 KB가 불리할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60-46 삼성생명의 완승. KB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경기를 내줬다.

결과보다 내용이 더 문제였다. 

1쿼터를 18-13으로 앞선 KB는 2쿼터 중반 이후 답답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지수가 상대 선수의 발을 밟고 발목이 돌아가 코트 밖으로 나가자 정체는 더 심해졌다. 2쿼터 득점은 단 4점. 그나마도 2점은 자유투였다. 그러나 삼성생명 역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점수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KB의 경기력은 더욱 곤두박질쳤다. 코트 안에서 농구를 하는 선수는 박지수 한 명 뿐, 의미 없는 공격과 생각 없는 플레이가 반복됐다. 찬스를 만드는 움직임도 없었고, 상황에 맞지 않는 공격으로 흐름을 내줬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스스로 밥상을 엎었다.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할 때도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막내 박지수 뿐이었다. 강아정의 결장으로 혼란을 수습하는 구심점도 없었다.

박지수를 제외하면 리바운드에 대한 적극성도 부족했다. 김보미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는 삼성생명 선수들의 투지보다 항상 한 발 뒤쳐졌다. 4쿼터에 삼성생명은 김한별과 배혜윤 모두 파울 트러블에 빠졌지만 이들을 주춤하게 만드는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떨어진 집중력은 난사로 이어졌다. KB는 1쿼터 종료 2분 27초 전 심성영의 3점슛 이후 17개의 3점슛을 연달아 놓쳤다. 또 한 개의 3점슛을 추가하는데 31분이 필요했다. 3점슛 8.7%(2/23), 2점슛 34.9%(15/43), 자유투 62.5%(10/16)의 야투율로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어이없는 턴오버는 덤이었다.

2쿼터에 한 번 잃어버린 흐름을 끝까지 찾아오지 못한 KB가 코트에서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자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은 여유 있게 KB를 유린했고, 경기는 KB의 14점차의 완패로 종료됐다.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14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한 박지수의 분전이 안쓰러울 만큼 이날 KB의 경기력은 우승후보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았다. 

KB가 2연패를 당하는 동안,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뛰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2연승을 기록했다. 1위 우리은행과 KB의 승차는 2경기. 반면 2위와 3위의 차이는 1경기로 좁혀졌다.

개막 이전 독보적인 우승 후보에서, 시즌 개막 후 우리은행과 양강 체제로 한발 물러섰던 KB는 이제 선두 싸움보다 2위 수성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졸전 끝에 뜻밖의 완패를 당한 KB는 또 4일의 휴식을 갖는다. 이후에는 8일간 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시즌 첫 연패를 가장 좋지 않은 내용으로 맞이한 KB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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