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농구에는 무수히 많은 스크린이 있다. 그리고 각 스크린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2대2 게임을 위해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위해 걸어주는 스크린은 ‘볼 스크린(ball screen, 혹은 온-더-볼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이때 볼을 가진 선수가 탑의 3점슛 라인 바깥에 있다면 이 스크린을 ‘하이 스크린(high scree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탑 부근의 3점슛 라인 바깥에서 스티븐 아담스와 픽앤롤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이때 아담스가 거는 스크린은 볼을 가지고 있는 웨스트브룩을 위해 걸어주는 ‘볼 스크린’인 동시에 3점슛 라인 바깥의 정면 높은 곳에서 거는 ‘하이 스크린’이다.

▲ 볼 스크린 & 하이 스크린 예시 그림

 

페인트존 근처의 빅맨이 볼을 받기 용이하도록 돕는 스크린도 있다. 이 스크린은 ‘크로스 스크린(cross screen)’이라고 부른다.

NBA에서는 필라델피아가 조엘 엠비드나 벤 시몬스의 포스트업 공격을 살려주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크로스 스크린을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엠비드가 볼이 없는 사이드(위크 사이드)에 있다가 포스트업 공격을 위해 볼이 있는 사이드(스트롱 사이드)로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때 엠비드는 자연스럽게 베이스라인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크로스 스크린은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수가 엠비드를 위해 사이드라인을 바라보며 걸어주는 스크린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엠비드는 보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포지션에서 볼을 받을 수 있고 이후에 포스트업 공격을 전개하기 수월해진다.

▲ 크로스 스크린 예시 그림

 

드리블러를 위한 스크린(볼 스크린)과 빅맨을 위한 스크린(크로스 스크린)이 존재한다면 혹시 슈터를 위한 스크린도 존재하지 않을까?

당연히 존재한다. 사실 현대농구의 많은 스크린이 슈터를 살리기 위해 활용된다. 스페이싱과 슈터의 역할이 함께 중요해진 요즘이다. 슈터를 살리는 스크린도 더더욱 발달하고 있다.

슈터를 위한 스크린도 그 위치와 방향, 그리고 구체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가장 쉽고 대표적인 것 하나를 설명하려고 한다.

바로 ‘핀다운 스크린(pin down screen)’이다.

핀다운 스크린은 기본적으로 다운 스크린(down screen)의 한 종류다.

그렇다면 다운 스크린은 도대체 무엇일까?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다운(down)’은 ‘아래로’ 혹은 ‘아래로 향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프코트에서 하프라인 근처를 위쪽 지역, 베이스라인 근처를 아래쪽 지역으로 상정해보자. 이때 다운 스크린(down screen)은 아래쪽 지역, 즉 베이스라인 방향을 스크리너가 바라보면서 거는 스크린을 의미한다. 결국 ‘다운’은 결국 스크리너가 바라보는 방향을 뜻하는 셈이다.

▲ 다운 스크린 예시 그림

 

그리고 '핀다운 스크린(pin down screen)'은 다운 스크린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스크린이다.

스크리너가 베이스라인 방향을 바라본다는 특징은 다운 스크린과 동일하다. 다만 핀다운 스크린을 거는 스크리너는 최대한 수비수를 꼼짝 못하게(pin) 막는 데 집중함으로써 동료 슈터가 자신의 수비수를 떨어뜨리고 미드레인지 구역, 3점슛 라인에서 슛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슈터가 스크린을 받아 바깥으로 빠져나왔을 때 자신의 수비수를 어느 정도 떨궈냈다면, 그 핀다운 스크린은 성공한 것이 된다.

 

실제 경기 장면을 통해 살펴보자. 탑에서 포인트가드가 볼을 가지고 있고 자유투 라인 서클 근처에 있는 빅맨 28번은 코너에 있는 동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때 28번의 목적은 확실하다. 바로 핀다운 스크린을 거는 것이다.

 

28번의 핀다운 스크린이 세워졌다. 스크린의 위치는 45도 근방의 3점슛 라인 바로 안쪽 부근이다. 이때 28번은 베이스라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며 동료의 수비수인 16번의 길목을 막기 위해 벽을 세우고 있다.

코너에 있던 슈터는 28번의 핀다운 스크린 타이밍에 맞춰 45도로 이동하면서 가속을 붙인다. 이때 핀다운 스크린의 타이밍과 슈터가 가속을 하는 타이밍은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슈터가 가속을 하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거나 늦으면 안 된다. 핀다운 스크린의 위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슈터는 스크리너가 핀다운 스크린을 확실히 세울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크리너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핀다운 스크린을 세팅하기 전에 미리 움직여버리면 스크리너가 공격자 파울을 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핀다운 스크린을 거는 빅맨과 핀다운 스크린을 이용하는 슈터의 합이 결국 관건이다.

 

슈터가 핀다운 스크린을 받아 45도로 올라오고 있다. 이때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빅맨과 핀다운 스크린을 받는 슈터의 간격은 서로의 몸이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가까울수록 좋다.

이처럼 스크린을 받는 선수와 걸어주는 선수가 서로의 간격을 좁게 가져가는 것에 대해 보통 ‘숄더-투-숄더(shoulder-to-shoulder)’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숄더-투-숄더’란 말 그대로 두 선수의 간격이 어깨와 어깨가 스칠 정도로 가깝다는 뜻이다. 핀다운 스크린을 받는 슈터는 자신을 막고 있는 수비수가 핀다운 스크린을 피하거나 스크린을 뚫고 쫓아올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없애 공격의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단 위 장면에서는 ‘솔더-투-숄더’의 원칙이 꽤 잘 지켜진 것으로 보인다. 슈터가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동료와의 공간을 최대한 좁혀서 45도로 올라오고 있고, 결국 수비수는 뒤에서 슈터를 쫓아가는 모습이다.

이때 스크리너의 수비수인 24번이 핀다운 스크린을 받고 올라오는 슈터 가까이 다가가 팔을 뻗어주는 식의 견제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이는 팀 수비 약속과 경기 상황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동작이다.

다만 핀다운 스크린을 받는 슈터가 매우 위협적인 선수이거나, 팀 수비 기조가 페인트존보다는 점프슛을 우선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라면 24번은 자신의 마크맨(스크리너)을 잠시 내버려두고 탑으로 올라오는 상대 슈터를 우선적으로 견제하는 동작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든 것은 해당 장면의 상황과 팀 수비의 기조와 약속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위 장면에서 24번은 그런 동작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만약 24번이 핀다운 스크린을 받고 위로 올라오는 슈터를 우선적으로 견제하는 동작을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48번이 이를 빠르게 알아채고 과감하게 골밑으로 돌진(dash)하는 선택을 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핀다운 스크린을 걸다가 갑자기 골밑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미끄러지듯 골밑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해서 ‘슬립(slip)’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핀다운 스크린을 받는 슈터와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스크리너는 수비수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대응 동작을 가져가며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데, 이 같은 공격을 아울러 ‘스플릿 액션(split 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스플릿 액션’은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상황에 국한되어 나오지는 않는다. 한쪽 사이드에서 2명의 선수가 림과 3점슛 라인 근처로 서로의 목적지를 나누어(split) 이동하는 부분 전술을 모두 아울러 스플릿 액션이라고 부른다. 슬립과 스플릿 액션에 대해서는 핀다운 스크린을 이용한 공격 방식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향후 칼럼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슈터가 탑 근처로 올라왔고, 볼을 가지고 있던 가드가 정확하게 슈터에게 볼을 패스했다. 슈터의 마크맨은 아예 뒤에서 슈터를 쫓는 중이다. 핀다운 스크린이 성공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슈터는 두 가지 선택을 내릴 수 있다. ①볼을 받는 그대로 점프해서 캐치앤슛(catch and shoot)을 던지거나 ②핀다운 스크린을 받으며 붙인 가속을 이용해 골밑으로 길게 돌파해버리는 것이다.

수비수의 위치, 볼을 받은 슈터의 성향에 따라 결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슈팅 능력이 뛰어난 카일 코버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지체 없이 점프해 캐치앤슛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선수가 돌파에 자신이 있거나 팀 내부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림을 공략하는 것이 약속돼 있었다면, 볼을 받은 슈터가 가속을 활용해 드리블을 가져가면서 페인트존으로 길게 돌파를 시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수비수의 반응에 따라 스크리너가 림으로 슬립하거나 핀다운 스크린 이후 볼을 받은 슈터가 돌파를 하는 등의 선택은 결국 그 팀의 약속에 맞춰서 이뤄지거나 혹은 상대 수비수의 반응을 읽고 행해짐을 알 수 있다. 이때 후자를 리드 앤 리액트(read and react)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수비수의 움직임을 읽고(read) 반응(react)하는 것이다. 리드 앤 리액트를 얼마나 잘해내느냐에 따라 그 공격수의 수준은 완전히 달라진다. 리드 앤 리액트 능력에 대해서도 추후 칼럼을 통해 알아가 보도록 하자. )

이때 만약 돌파가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페인트존에 미리 기다리고 있는 수비수가 림 근처에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그가 원래 막고 있던 반대편 코너의 3번이 오픈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핀다운 스크린은 그 스크린을 직접 받는 슈터의 1차적인 슈팅 기회만을 노리는 단순한 작전은 아니다. 향후 공격 전개에 따라 다른 선수들의 슈팅 기회까지 파생할 수 있는 굉장히 위협적인 전술이다.

 

슈터가 핀다운 스크린의 도움을 받아 득점을 올리는 장면은 경기 중에 수없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카일 코버(유타)는 물론이고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이상 골든스테이트), 잭 라빈, 지미 버틀러, 더마 드로잔 등 많은 스윙맨들이 핀다운 스크린을 이용해 공격을 전개한다. 과거에는 레이 알렌, 마이클 레드 등의 슈터도 핀다운 스크린 활용에 무척 능했다.

한편 슈터가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이후 움직이는 방법은 팝(pop), 컬(curl), 플레어(flare) 세 가지로 나뉜다.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2편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핀다운 스크린을 활용한 공격을 좀 더 알게 되면 농구를 보는 재미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사진 제공 = 펜타프레스
이미지 제작 = 이동환 기자
경기 화면 = 유로리그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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