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평균 점수차 14.4점. 지난 11일까지 33경기를 치른 2018-2019시즌의 평균 점수차는 거의 15점에 육박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박빙으로 이어진 5점차 이내의 승부는 단 10번. 오히려 10점 차 이상 승부는 그 두배인 20회였다. 20점차 이상으로 끝난 경기도 11번이나 있었다. 마지막까지 접전을 치르는 선수들과 벤치는 부담이 크겠지만, 그래도 5점차 이내 박빙의 승부가 더 자주 있어야 팬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치열한 1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우리은행과 KB스타즈는 3라운드까지 매 경기 5점차 이내의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많은 득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장 정상에 근접한 두 팀이 꾸준히 접전을 펼치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것은 올 시즌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9일 펼쳐진 KB와 우리은행의 경기를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60-59, KB의 승리.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패했던 KB가 처음으로 우리은행을 이기면서 두 팀이 9승 2패로 공동 1위가 됐다.

체력적인 열세에도 초반부터 오히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선을 제압했던 우리은행.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을 앞세워 역전승을 거둔 KB.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을 방불케 했던 열광적인 청주팬들까지, 모든 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승부였다.

1위 우리은행의 불안함과 2위 KB의 상대적 우위
시즌 초반인 현 시점에서 ‘체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특히 우리은행에게는 어색한 부분이지만, 이날 경기는 분명 이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9연승을 달리던 우리은행은 7일, 삼성생명에게 일격을 당했다. 시즌 초반의 빡빡한 일정 속에 오히려 4일간의 공백이라는 휴식기를 가졌던 우리은행의 몸놀림은 이전보다 무거웠고, 57-65로 시즌 첫 패를 당했다. 패인을 찾자면 여러 가지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양인영(12점 7리바운드), 이주연(12점 3스틸) 등 삼성생명의 어린 선수들이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친 부분도 우리은행을 당황스럽게 했다. 

우리은행은 리그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정확히 짜인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다. 시스템화 되어있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상대의 약점을 가장 예리하고 파고들며, 상대에 대한 맞춤 전술도 제일 집요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상대에서 예상 밖의 선수가 활약을 펼치면 오히려 탄탄한 조직력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 우리은행에게 양인영과 이주연의 활약은 계산 밖의 변수였을 것이다.

7일 경기 패배 후 우리은행은 하루 밖에 쉬지 못하고 경기를 치렀다. 하루 쉬고 경기를 치르는 이른 바 ‘퐁당게임’의 피로도는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치열한 체력전을 펼쳤더라도 경기를 이기면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그런 경기를 지고 난 후 충분치 못한 휴식 속에 다음 상대를 맞이하면 피로도와 심리적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은행은 시즌 초반, 가장 좋지 않은 여건과 분위기 속에 청주로 이동했다.

반면, KB는 우리은행보다 나은 상황이었다. 우리은행보다 이틀의 여유가 더 있어서 휴식은 물론, 상대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앞선 신한은행 전이 일찌감치 승부가 갈려 오히려 경기감각 유지를 우려할 정도. 체력 면에서는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다만 올 시즌 맞대결을 모두 패했다는 점에서의 압박은 상당했을 것이다.

임영희를 앞세운 우리은행의 초반 흐름
우리은행은 이날, 초반부터 2대2플레이를 적극적으로 가져갔다. 2대2는 우리은행을 대표하는 가장 확실한 공격방법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공격 옵션 중 마지막을 2대2로 가는 편인데, 이날은 이례적으로 초반부터 2대2 위주로 경기를 풀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니 다른 공격을 바라기보다 2대2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그간 우리은행은 KB와의 경기에서 임영희가 2대2를 시도할 때, 크리스탈 토마스가 느리다보니 박지수가 헷지 백을 할 때 좀처럼 공을 넣어주지 못했다. 이에 대한 준비를 했는지 우리은행은 이날 박지수가 헷지를 늦게 가도록 최은실이 토마스를 한 번 더 걸어줬다. 스크린 플레이를 많이 가져가며 박지수의 핼프를 지속적으로 견제했다. 

우리은행은 박지수가 임영희 쪽으로 핼프를 가지 못하게 하고, 길게 치고 들어가기보다 박지수의 헷지 전에 점프슛으로 경기를 풀었다. 자신들의 가장 자신 있는 공격 방법이었던 2대2 플레이를 방해하는 박지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서 나온 느낌이었다.

임영희는 꾸준히 2대2 플레이를 펼쳤고, 1쿼터에 상당히 많은 슛 시도를 통해 가장 많은 득점(9점)을 올리며 우리은행이 앞서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최은실의 활약도 좋았다. 득점도 해줬지만 공격리바운드는 물론, 공수에서 보이지 않는 역할을 잘 해줬던 것이 크다.

사실 최은실의 득점 루트는 상당히 단순하다. 자신을 맡은 수비가 핼프를 가서 오픈 찬스가 생겼을 때 득점을 하거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서 올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직접 드라이브인을 치거나 상황을 만들어 득점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량 문제라기보다 박혜진-임영희-김정은에 외국인 선수까지 있는 상황에서 최은실이 길게 볼을 잡고 있을 시간을 할애 받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KB가 우리은행을 이기기 위해서는 최은실을 빨리 코트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은행의 국내 선수 3인방이 평균은 해준다고 봤을 때, 결국 또 다른 주전 선수인 최은실을 최대한 빨리 코트에서 내쫓아야 조직력에 균열이 갈 수 있다. 

KB는 1라운드 맞대결 당시 김민정이 좋은 활약을 펼쳐 상대적으로 최은실이 오래 코트에 뛰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대신 들어온 김소니아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은행의 견고함과 안정감을 흔들기 위해서는 최은실을 저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최은실과 김소니아, 박다정에게 주어진 롤은 궂은일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그리고 상대 수비가 핼프를 가서 생긴 오픈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한정할 때, 수비 로테이션은 물론 상대에게 미스매치를 허용하지 않는 부분도 최은실이 있을 때 가장 유기적이다. 결국 이날 경기 초반은 이런 부분에서 최은실이 좋은 역할을 해줬다.

수비 미스가 많았던 KB의 2쿼터
높이에 장점이 있는 KB는 2쿼터 맞대결에서 충분히 우리은행에게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2쿼터에 수비 미스가 너무 많았다.

2쿼터에 정미란을 기용한 KB는 염윤아가 파울 3개를 범하자 심성영을 투입했다. 상대가 심성영을 상대로 포스트업에 나설 것을 대비해 KB는 존디펜스를 섰는데, 정미란과 심성영의 간격에서 미스가 생기며 박다정에게 연달아 3점슛을 맞았다. 수비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박혜진에게 3점슛을 더 내주며, 3점슛만 3개를 연속으로 허용한 KB는 순식간에 23-34로 리드를 허용했다.

분위기를 더 내줄 수도 있었지만 KB로서는 1쿼터에 득점이 없었던 박지수가 적극적으로 득점을 가져가면서(2쿼터 8득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강아정이 2대2 플레이를 통해 박지수의 플레이를 도왔다. 

아쉬움도 있다. 박지수가 김소니아를 상대로 충분히 포스트업을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만큼 골밑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2라운드 맞대결에서 김소니아한테 당했던 기억 때문인지 더 좋은 플레이를 보이고자 하는 의지가 표정으로도 나타났는데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전반을 보면서는 우리은행이 2라운드처럼 KB를 제압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1점차로 벌어진 점수도 이유였지만, 체력에서 여유가 있어야 할 KB가 우리은행보다 더 뛰어다니지를 못했던 부분 때문이기도 했다. 

박지수가 리바운드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공수에서 들어오는 속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인터뷰에서 박지수가 “초반에 숨통이 터지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던데, 본인이 느끼는 것만큼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왜 이렇게 달리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볼을 잡으면 무조건 제치고 달려 나가던 쏜튼도 그런 모습이 없었다. 그래서 전반을 마쳤을 때는 솔직히 KB의 역전은 힘들 것 같았다. 

속공이 살자 KB가 살았다
결국 KB가 경기를 풀었던 것은 3쿼터에 속공이 이루어지면서 부터였다고 본다. 전반 내내 KB의 속공은 2개를 시도해 김민정이 성공한 1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3쿼터에 쏜튼이 속공으로만 6점을 득점하면서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경기 운도 KB쪽으로 향했다. 2라운드 맞대결 당시에는 KB보다는 우리은행 쪽으로 운이 따랐다. 최은실의 버저비터는 물론, 루즈볼이 돼서 흐르는 공도 우리은행 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반대였다. 

리그 득점 1위인 쏜튼은 이날 25점을 득점하며 자신의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행운의 슛도 많았다. 

쏜튼의 슛은 대부분 짧았다. 그런데 이 슛이 림 앞을 맞고 뒤로 밀려들어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림 앞쪽에 맞은 슛이 튕겨 나오지 않고 밀려서 들어가는 게 흔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 초반 쏜튼의 슛 폼이 평소에 올라오던 모습과 조금 달랐는데 이런 슛이 들어가자 특유의 흥이 나면서 자기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쏜튼은 39-44로 따라붙었던 3쿼터 종료 3분 19초 전, 단독 속공에 나섰던 김정은의 레이업을 뒤에서 뛰어올라 완벽한 블록슛을 해냈다. 이 블록슛도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쏜튼이 블록슛한 볼이 터치아웃이 돼서 우리은행의 소유가 됐다면 상황이 조금 달랐을 텐데, 공이 백보드를 맞고 뒤에서 달려오던 강아정 쪽으로 떨어지며 KB의 역습이 계속됐다.

꾸준히 쏜튼을 괴롭히던 김정은의 파울도 변수가 됐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3번째 파울을 범하자 쏜튼의 수비를 박혜진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 수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쏜튼은 박혜진을 상대로 골밑을 공략하며 득점을 올렸다. 4쿼터의 첫 역전도 쏜튼이 박혜진을 상대로 만들어 냈다.

박혜진은 WKBL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선수 중 한 명이다. 풋웍도 좋고 끈질기고 적극적인 수비를 펼친다. 상대를 질식시키는 우리은행 수비의 핵심이다. 상대의 주득점원과 에이스를 묶는 것도 박혜진의 몫이다. 아마 웬만한 국내 선수를 상대로는 인사이드에서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쏜튼은 분명 달랐다. 외국인 선수의 스피드와 탄력을 감당하기에는 박혜진이 힘에서 확실히 버거운 모습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포스트업을 적극적으로 수비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박혜진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결과론이지만 ‘김정은이 4번째 파울을 범하기 전까지 계속 쏜튼을 막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김정은이 수비를 하자 쏜튼의 포스트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때 KB의 플레이도 부드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확실히 쏜튼은 박혜진보다 김정은의 수비를 조금 더 버거워 하는 것 같았다. 매치업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플레이를 다르게 가져가야 했는데, 쏜튼은 뛰어난 운동능력에 비해 그러한 상황 판단력은 조금 부족하다.

KB는 경기 마지막 승부처에서 쏜튼에 대한 수비를 위해 토마스가 핼프를 갔을 때,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겟투 디펜스에서 김소니아가 강아정을 놓치자 이 기회를 강아정이 놓치지 않으며 3점슛으로 연결했다. 결국 이 한 방이 승부를 결정 지었다.  

우리은행, 토마스와 자유투 딜레마
우리은행은 후반 들어 토마스를 끝내 살리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우선은 3쿼터에 나온 턴오버 5개가 아쉬웠다. 임영희가 4개, 토마스가 1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는데, 이 중 4개의 턴오버는 임영희가 토마스에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우리은행의 올 시즌 경기를 보면 3쿼터에는 항상 토마스를 살리려고 하는 플레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토마스의 공격으로 3쿼터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박지수를 상대로 토마스를 활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전반에 다소 무거웠던 박지수의 몸놀림은 후반 들어 오히려 나아졌고, 공수에서 토마스가 상대하기 버거웠다. 

우리은행은 몇 년 째 안정적으로 가져가던 2대2 플레이가 되지 않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 타이밍에 자리를 잡기에는 스피드가 떨어지는 토마스에게 어떻게든 볼을 연결하려고 임영희는 바운드 패스까지 시도했지만 이 또한 이어지지 않았다. 삼성생명 전에서 부진했던 토마스는 박지수에게 막혀 두 경기 연속으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토마스가 흔들리자 베테랑인 임영희도 평소 같지 않게 자신 없어 보이는 패스가 반복됐다. 

우리은행의 주축 선수 중 2대2 플레이를 풀어가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임영희도 토마스를 살려내지 못하자 우리은행의 흐름은 답답해졌다. 여기에 3쿼터 들어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확실한 열세가 나타나며 우리은행이 주도하던 분위기는 KB쪽으로 넘어갔다. 

우리은행은 연패는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경기 초반, 높은 집중력과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오버페이스가 된 것 같다.

4쿼터에 우리은행도 반격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3쿼터부터 이미 흔들렸던 토마스가 찬스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지독히도 듣지 않고 있는 자유투가 이번에도 림을 외면했다. 임영희는 2개를 모두 성공했지만 토마스는 3개를 모두 못 넣었고, 경기 막판 동점 기회에서 박혜진도 자유투 1개를 놓쳤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이례적으로 자유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 자유투 성공률이 63.1%로 최하위. 주전 베스트5의 성공률은 더 낮다. 임영희가 43.8%(7/16), 최은실이 55.6%(5/9), 외국인 선수 토마스는 37.9%(11/29)다. 76.5%(26/34)의 성공률을 보이는 박혜진의 기록을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거의 매년 박혜진의 자유투 성공률이 90%에 육박했음을 감안하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한때 자유투에 트라우마가 있었던 김정은이 82.6%(19/23)로 가장 안정적이다.

삼성생명과의 7일 경기에서도 21개의 자유투 중 9개를 놓쳤던 우리은행은 결국 KB와의 경기에서도 갑작스러운 자유투 부진에 마지막 반격 기회를 놓쳤다.

자유투는 농구에서 가장 쉬운 슛이고, 가장 쉬운 득점 방법이다. 잘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못 넣는 것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을 지적하기는 힘들다. 체력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은 심리적인 요인과 분위기 영향이 크다. 

누군가가 자유투를 놓치면 그 분위기가 전염되 듯 퍼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는 물론이고 연습때도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은행은 이날도 토마스가 3쿼터에 첫 자유투를 실패한 후 3개를 모두 넣지 못했다. 3쿼터 시작 1분만에 첫 자유투를 얻었는데, 적어도 이중 하나만 넣었더라도, 전체적인 자유투 성공률과 토마스의 후반 이지슛 처리는 조금 달랐을 지 모른다.

확실한 자유투 정확도가 검증된 박혜진의 경우에는 결국 자신의 평균을 찾아가겠지만, 원래 자유투가 부정확했던 토마스를 비롯해 몇몇 선수들은 지금의 자유투 부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지수의 봉쇄 여부와 토마스의 기량 문제
KB가 3라운드에서 우리은행을 잡으며 양 팀은 동률이 됐다. 하지만 엄밀히는 상대 전적에서 1승 우위를 점한 우리은행이 조금은 앞서있다. 4라운드 맞대결부터는 두 팀이 더욱 치열하게 맞붙을 것 같다. 기본적인 전력 구성면에서 KB의 강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 운영 능력에서는 분명 우리은행이 한수 위다. 

결국 두 팀 대결의 열쇠는 박지수다. 

위성우 감독이 “KB와의 경기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박지수”라고 할 만큼 박지수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9일 경기에서도 쏜튼이 25점을 득점하며 후반 대역전을 이끌었지만 쏜튼의 이러한 활약은 박지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쏜튼은 다양한 득점 기술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고 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박지수가 있기에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공격에서도 쏜튼은 주로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를 상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박지수가 있기에 쏜튼이 누리는 혜택이다. 외국인 선수가 1명뿐인 상황에서 빅맨이 아닌 쏜튼을 쓸 수 있는 팀은 사실상 KB밖에 없다. 

득점력에 대한 아쉬움과 박지수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여전히 박지수가 부족하다고 성토하는 여론도 있지만, 박지수는 스탯 여부와 상관없이 코트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주는 선수다.

수비를 비롯해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강점은 비교의 대상이 없다. 장신 선수들이 자기 범위 안에서의 리바운드에 충실한 반면, 박지수는 중심을 잃은 상황에서도 팔을 뻗어 공을 잡아낸다. 올 시즌 WKBL에서 활약 중인 어떤 외국인 선수들도 박지수와 같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박지수가 미들에서 볼을 많이 잡으며 어시스트를 올리는 것보다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득점을 올리는 게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며, 더 큰 성장과 발전이 요구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미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9일 경기에서도 우리은행은 박지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원카운트 디펜스는 디나이 아니면, 내 마크맨과 거의 붙어있어야 한다”고 수비를 배웠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KB와의 경기에서 원카운트라도 상대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멀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붙지 않는다. 김민정이나 염윤아는 물론 외곽슛 능력이 뛰어난 강아정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떨어져있었다.

박지수에 대한 새깅 때문이다. 투카운트 상황이면 모든 선수들이 페인트존에 적어도 발 하나씩은 다 들어가 있을 만큼 박지수에 대한 수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점과 함께 23리바운드를 잡아낸 박지수의 활약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토마스의 활용법을 더 고민할 것 같다. 시즌 초반, 우려에 비해 좋은 활약을 보이던 토마스는 삼성생명 전에서 6점 16리바운드를, KB전에는 4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WNBA에서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운동량을 가져가야 해서 체력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현재의 토마스는 공격에서 스크린을 걸고 빠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임영희-박혜진-김정은이 롤링하면서 가져가는 우리은행 특유의 2대2 플레이 스피드를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사실 체력적인 문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이런 부분에서의 움직임은 올 시즌 내내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다른 팀을 상대로는 확실한 높이의 강점을 통해 움직임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박지수가 버티는 KB를 상대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교체할 수 있는 마땅한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 선수도 우리은행에 끝내 적응을 시켰던 위성우 감독이 어떤 처방전을 들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지도 기대가 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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