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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NBA노트] 19세 천재 소년, 루카 돈치치는 ‘진짜’였다

[루키=이동환 기자] 루카 돈치치라는 이름이 NBA 팬들 앞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불린 것은 지난 6월이었다.

뉴욕에서 열린 2018 NBA 드래프트에서 돈치치는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돈치치의 머리에 쓰인 모자의 로고가 호크(Hawk)에서 매버릭(Maverick)으로 바뀌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드래프트 당일 돈치치는 5순위 지명자이자 ‘넥스트 커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오클라호마사 대학의 트레이 영과 맞트레이드되어 댈러스 유니폼을 입는다. NBA 입성과 동시에 트레이드를 경험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반 년이 흘렀다. 이제 돈치치의 이름을 모르는 NBA 팬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어느 팀에 지명됐고 어떻게 댈러스 유니폼을 입게 됐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돈치치는 전세계 NBA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는 돈치치의 스텝 백 점프슛 영상에는 매일 같이 ‘라이크(Like)’가 눌린다. 조금 섣부른 말일 수도 있지만, NBA가 드디어 덕 노비츠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유러피언 아이콘을 맞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지금 돈치치가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강렬하다.

흔히들 농구를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스포츠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다. 농구는 기록이 전부인 스포츠가 아니다. 코트 위 플레이를 기록과 함께 봐야 그 선수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루카 돈치치는 기록만으로도 이미 신인의 범주를 넘어선 선수다. 그는 NBA 첫 23경기에서 평균 18.2점 6.5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2.3개의 3점슛을 38.4%의 확률로 터트리는 위력적인 슈터이기도 하다. 최근 잔부상 때문인지 슈팅에 기복이 생기며 시즌 야투율은 43.6%로 다소 내려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돈치치는 볼을 가진 상황에서 언제든 득점을 창출해낼 수 있는 위력적인 공격수다. 지금 돈치치는 댈러스의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이자 리더다.

9일(이하 한국시간) 있었던 댈러스 매버릭스와 휴스턴 로케츠의 경기에서 돈치치의 진가가 또 한 번 드러났다. 이날 돈치치는 21점 중 11점을 경기 막판 클러치 타임에 쏟아 붓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더 대단한 것은 그 11점이 경기의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연속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연속 11득점 퍼포먼스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그의 전매특허인 스텝 백 점프슛이었다. 돈치치는 스위치 수비로 자신을 막으러 나온 휴스턴의 빅맨 클린트 카펠라를 상대로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무게 중심을 무너뜨린 후 기막힌 스텝 백 3점슛을 꽂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남은 시간은 단 57초. 결국 댈러스는 이 리드를 지켜내며 텍사스 라이벌 휴스턴에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휴스턴전 루카 돈치치의 클러치 타임 활약상 (시간은 잔여 시간)*
2분 49초 3점슛 성공 (97-102)
2분 5초 스텝 백 3점슛 성공 (100-102)
1분 34초 돌파 후 플로터 점프슛 성공 (102-102)
0분 57초 스텝 백 3점슛 성공 (105-102)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돈치치가 아직도 10대에 불과한 선수라는 사실이다. 1999년 2월 28일생인 돈치치는 현재 만 19살이다. 내년 2월이 지나야 비로소 만 20살이 된다. 그런데 지금 돈치치의 플레이를 보노라면 절대 10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20대 선배들보다 노련하고 영리하며 30대 선배들보다 클러치 타임에 더 과감하다. 잘생기고 앳된 얼굴만 아니었다면 누구도 돈치치가 1999년생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댈러스의 35살 베테랑 가드 데빈 해리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치치에 대해 “절대 평범한 19살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치치는 자신의 부진을 빨리 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할 줄 아는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 경기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그것에 정신적으로 얽매이지 않는다. 프로선수는 부진에 대해서는 빨리 잊을 줄 아는 기억 상실 능력(quick amnesia)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돈치치는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리스의 말이다.

LA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댈러스전을 앞두고 돈치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리버스 감독은 “플레이가 도저히 루키 같지 않다”라며 돈치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돈치치는 정말 뛰어난 선수다. 대단한 재능을 가졌다. 오랫동안 리그에서 훌륭한 선수로 활약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지금은 호평과 찬양이 가득하지만, 유럽 유망주로 처음 NBA 팬들에게 이름이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돈치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선수였다.

지난 6월 드래프트를 앞두고 ESPN, 「드래프트 익스프레스」, 「NBA 드래프트넷」 등은 돈치치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분석한 리포트를 내놓았다. 그 리포트에 따르면 돈치치는 장점과 단점이 꽤나 명확한 선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돈치치가 가진 단점에 주목하며 그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했다. 다음은 드래프트 직전에 「NBA 드래프트넷」이 거론했던 돈치치의 주요 장단점이다.

*장점
- 코트 위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올어라운드형 선수
- 지난 몇 년 동안 등장한 유럽 유망주 중 가장 노련하고 무르익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
- 돈치치의 농구 IQ는 기록지에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
- 타고난 리더이며 압박감을 잘 견디면서 빅샷(big shots)을 터트릴 수 있는 강심장
- 15살 때부터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탓인지 큰 무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는 방법을 잘 안다
- 언젠가 돈치치는 포인트-포워드(point-foward)로 뛰게 될 것이다
- 매우 뛰어난 드리블러이며 훌륭한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스텝 백 점프슛 기술을 갖췄다

*단점
- NBA 기준에서 봤을 때 운동능력이 너무 평범할지도 모른다
- 돌파 시의 퍼스트 스텝이 유럽 선수 기준으로도 느린 편이다

- 한 발 점프가 약하고 높이 뛰려면 두 발 점프를 해야 하는 선수다
- 때로는 타고난 농구 센스에 너무 의존하는 플레이를 한다
-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운동능력과 긴 팔을 가진 수비수를 만나면 고전한다
- 3점슛이 불안하다
- 더 좋은 캐치앤슛(catch and shoot) 슈터가 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점으로 언급된 부분이다. 놀랍게도 돈치치는 불과 반 년만에 3점슛을 포함해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 중 몇 가지를 벌써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문제로 평가받았던 공격 시의 순발력 부족은 기술적인 대처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올시즌 돈치치는 자신의 돌파를 수비수가 안정적으로 따라붙는 상황에서 크게 두 가지의 해결책을 활용한다.

첫 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한 그의 전매특허 기술인 크로스오버 드리블이다. 퍼스트스텝이 수비수에 따라잡혔을 경우 갑자기 드리블로 방향을 전환해 돌파 길목을 새로 만든다. 이때 드리블은 다리 사이로 이뤄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다리 뒤로 이뤄지기도 한다. 여기서 수비수가 무게 중심을 잃으면 완전히 다른 길목으로 돌파를 이어가거나 아예 스텝 백 점퍼를 던져버린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부터 돈치치가 무척 잘 구사했으며 그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했던 기술이다.

두 번째는 갑작스러운 감속(deceleration)을 통해 수비수를 떨궈내는 것이다. 돈치치는 돌파를 할 때 자신의 몸에 가속(acceleration)을 붙이는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그의 퍼스트 스텝이 느리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그런데 재밌게도 돈치치는 돌파를 시도한 이후 자신의 돌파 속도를 줄이는 감속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올시즌 돈치치의 득점 장면을 보면 페인트존 한가운데에서 한 손 플로터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득점을 만들 때 돈치치는 탁월한 감속 능력을 적극 활용한다. 갑자기 돌파 속도를 늦추며 러닝 스텝을 밟거나, 아예 한 발씩 스텝을 밟으며 페인트존 안에 멈춰서기도 한다. 사이드스텝으로 재빨리 돈치치를 따라가던 수비수들은 갑작스러운 감속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미 멀리 나가떨어진 뒤다. 이후 돈치치는 큰 신장을 활용한 플로터 슛으로 손쉽게 득점을 올린다. NBA 입성 후 돈치치의 새로운 무기로 자리 잡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돈치치의 관건은 현재의 좋은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NBA 역사상 루키 시즌에 평균 18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돈치치 이전까지 단 9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 무려 7명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마이클 조던, 카림 압둘-자바, 오스카 로버트슨, 래리 버드, 매직 존슨, 엘진 베일러 등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이름들이 그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지금의 페이스만 잘 유지해도 돈치치는 NBA 역사에 남을 루키 시즌을 보내게 되는 셈이다.

과연 돈치치는 계속 환상적인 루키 시즌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 한 가지는 확실해보인다. 우리가 의심하고 걱정했던 유망주 루카 돈치치는 ‘진짜배기’라는 사실이다.

 

사진 = 펜타프레스 제공, 루카 돈치치 인스타그램

이동환 기자  ldh2305@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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