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왕의 귀환, 귀한 승리?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명화 『스타워즈』의 웅장한 배경음악이 LA 스테이플스 센터를 뒤덮었다. 이윽고 '제다이'가 소개 되자 온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코비 브라이언트(36, 198cm)의 복귀 장면이었다.
 
코비는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치명적 부상으로 인해 지난 8개월간 농구 코트를 밟지 못했다. 코비는 단순히 LA 레이커스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그의 복귀는 NBA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코비는 토론토 랩터스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코비는 화려한 점프 패스로 팀의 첫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코트 복귀를 신고했다. 하지만 오랜 만에 뛰는 탓에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몸은 무거웠고 점프는 더 낮아졌다. 스피드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고스란히 실책으로 이어졌고, 코비는 혼자 여덟 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 팀 공격 흐름을 망치기 일쑤였다.
 
수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코비는 있으나마나 한 자동문 수비로 상대의 득점을 도왔다. 코비의 매치업 상대였던 더마 드로잔은 26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2블록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이에 반해 코비는 9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드로잔에게 굴욕적인 블록슛을 당하는 등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토론토는 106-94로 낙승하며 코비의 복귀전 밥상에 재를 뿌렸다. 코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컨디션을 농구 경기를 하기에 적합하게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아쉬워하며 첫 경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틀 뒤 피닉스 선즈가 스테이플스 센터를 방문했다. 레이커스는 이번에도 패했다. 피닉스는 114-108로 3연승에 성공했다. 레이커스는 코비가 복귀한 이후 홈에서 두 번 연속으로 패했다.
 
그렇다면 '코비 효과'는 어땠을까. 현재까지는 도움은커녕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시즌 레이커스는 평균 103.5점을 실점, 이 부문 29위에 그치고 있는데, 코비 복귀 이후 두 경기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평균 110.0점을 내줬다.
 
이는 백코트 수비 로테이션 문제에서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코비와 레이커스 선수들의 외곽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토론토의 드로잔과 카일 라우리(23점, 8어시스트), 피닉스의 고란 드라기치(31점, 5어시스트)와 에릭 블렛소(18점, 9어시스트)에게 각각 49점씩이나 헌납했다. 코비의 느린 발이 야기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 역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그간 좋은 활약을 펼쳤던 스티브 블레이크와 웨슬리 존슨 등은 코비가 공을 잡으면 그냥 바라만 보는 일명 '코비바라기'로 돌변했다. 아직 코비 중심의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코비는 코비였다. 복귀 두 번째 경기만에 영점 조절에 성공했다. 시즌 첫 경기에서 야투 난조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 달리 두 번째 경기에서는 29분만 뛰고도 20점을 뽑아냈다. 돌파 후 원 핸드 덩크도 성공했다. 안정적인 득점원의 가세는 분명 팀 살림에 보탬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정규리그 후반기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투명했다. 코비는 당시 올스타 휴식기 이후 평균 28.5점, 6.1리바운드, 7.0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레이커스를 강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바 있다.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 현재 10승 11패를 기록, 서부 컨퍼런스 13위에 머물러 있다. 과연 제다이는 다시 한 번 제국을 구해낼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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