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하워드, 모 윌리엄스
[루키 염용근 기자] 피닉스 선즈가 승부수(?)를 던졌다. 포커스는 차기 시즌이 아닌 2014년 드래프트다.
 
피닉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베테랑 포워드 캐론 버틀러를 밀워키 벅스로 보내고, 이스마일 스미스와 슬라바 크라츠소브를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번 트레이드는 전력 보강보다는 팀 연봉 총액을 줄임과 동시에 유망주를 받는 움직임이었다.
 
피닉스의 올해 오프 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베테랑 선수들을 처분하면서 미래의 드래프트 픽 수집과 페이롤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움직임들을 살펴보면 우선 L.A. 클리퍼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에릭 블랫소와 캐론 버틀러를 영입했다. 베테랑 자레드 더들리가 매물로 사용되었지만 미래의 주전 포인트가드인 블랫소를 영입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기계약자였던 더들리를 처분한 것은 물론 버틀러까지 다시 트레이드 시켰기 때문에 페이롤 확보 측면에서도 목적을 달성했다.
 
2014-15시즌까지 계약이 남아 있었던 포워드 루이스 스콜라를 인디애나 페이서스로 트레이드 시킨 것도 비슷하 맥락이다. 인디애나로부터 받은 제럴드 그린과 말콤 리는 연봉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면적인 리빌딩을 원하는 팀 입장에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이로서 내년 시즌 팀내 600만불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마신 고탓, 고란 드라기치, 마이클 비즐리, 채닝 플라이 등 4명만 남았다. 2013년 드래프트에서 빅맨 알렉스 렌과 가드 아치 굿윈 등을 수급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고탓과 드라기치 역시 시즌 중 여건만 된다면 얼마든지 트레이드가 가능한 자원들이다.
 
차기 시즌 예상 로스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포인트 가드 - 고란 드라기치, 에릭 블랫소, 이스마일 스미스, 캔달 마샬
슈팅 가드 - 섀넌 브라운, 아치 굿윈, 말콤 리
스몰 포워드 -  마이크 비즐리, 제럴드 그린, 알렉스 오리아키
파워 포워드 - 채닝 프라이, 마커스 모리스, 마퀴프 모리스
센터 - 마신 고탓, 알렉스 렌
 
표면적으로 드러난 전력은 서부 컨퍼런스 최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적인 리빌딩을 선언하면서 딱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피닉스가 진행하고 있는 리빌딩의 최종 목표는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2014년 드래프트에서의 최상위 지명권이기 때문이다.
 
2014년 드래프트에는 전설적인 드래프트였던 1996년, 2003년 드래프트와 비교될 정도로 많은 특급 유망주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류 위긴스와 자비라 파커, 줄리어스 랜들, 해리슨 형제, 마커스 스마트 등 많은 미래의 슈퍼스타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닉스 등 많은 팀들이 노리고 있는 위긴스의 경우 르브론 제임스 이후 최고의 재능을 보유한 스몰 포워드로 각광받고 있다.
 
1996년, 2003년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들
 
1996년 - 앨런 아이버슨, 마커스 캠비, 샤립 압둘라힘, 스테판 마버리, 레이 알렌, 안트완 워커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내쉬, 페자 스토야코비치, 저메인 오닐, 지드루나스 일카스커스
2003년 -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써니, 크리스 보쉬,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케이먼
         데이비드 웨스트, 조쉬 하워드, 모 윌리엄스
 
그렇다면 왜 피닉스는 2013-14시즌을 포기하면서까지 전면적인 리빌딩(또는 탱킹)을 선택한 것일까? 물론 2014년 드래프트에서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선수를 지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드래프트 지명권만이 목적이 아니다. 정말 주목할 부분은 지난 몇 시즌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나갔던 팀의 진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제대로 된 리빌딩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피닉스는 이천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승권 팀이었다. 공격농구의 진수를 선보인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지휘하에 백투백 MVP를 수상한 야전 사령관 스티브 내쉬(現 L.A. 레이커스), 인사이드의 괴수 아마레 스타더마이어(現 뉴욕 닉스) 등을 중심으로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3번이나 진출했다.
 
그러나 결국 파이널에는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고,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와 FA 시장에서의 판단 미스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끝에 최근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한 약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댄토니 감독과 내쉬, 스타더마이어 등이 팀을 떠난 후에도 리빌딩이 아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어설픈 팀 운영을 했다는 점이다. 구단주인 로버트 사버가 팀 로스터 구성에 직접적으로 간섭하고, 감독 엔빈 젠트리가 단장 역할까지 맡는 등 프런트의 역할 분담 역시 엉망이었다. 어정쩡한 성적을 기록한 탓에 드래프트에서 최상위 지명권을 획득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작년 오프 시즌에 내쉬가 팀을 떠난 후 프라이와 비즐리, 드라기치, 스콜라 등과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로스터를 구성한 것이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결국 피닉스는 25승 57패라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신생 팀 신분이었던 1968-69시즌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최악의 성적이었다.
 
다행히 지난 시즌의 참담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시즌에는 전면적인 리빌딩이라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 신임 단장인 라이언 맥도너의 지휘 하에 리빌딩 팀에 어울리는 감독인 제프 호너섹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판을 짰다. 아울러 페이롤 구조 개선과 선수단 물갈이를 통해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기약하는 움직임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피닉스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과연 피닉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보자.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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