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경과 함께 국내 선수들로만 2쿼터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맞고 있는 WKBL의 개막 주간이 지났다. 두 팀의 1위 다툼과 다른 팀들의 3위 싸움이 치열했던 지난 시즌의 흐름이 초반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탄탄한 조직력과 KB의 전력적 우위가 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시즌 초반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모습들이 더 일반적이었다. 2018-19시즌, 첫 선을 보인 6팀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1승 2패)
vs KB 55-60 패
vs OK저축은행 86-71 승
vs 신한은행 63-68 패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개인적으로는 가장 실망스러웠던 팀이었다. 엘리사 토마스에 대한 의존이 심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던 시즌이었다.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4위라는 성적이 아쉬웠지만, 사실 경기력에 비해서는 오히려 이긴 경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지난 3경기에서 1승 2패. 하지만 지금까지는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플레이가 좋아진 것이 눈에 띈다. 임근배 감독이 “올 시즌에는 국내 선수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시즌 초반부터 이런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김한별이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가운데,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던 배혜윤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확실히 힘이 생겼다. 그런 가운데 유망주들도 잠재력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토마스가 볼을 잡으면 제대로 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고, 속공 역시 팀 플레이가 아니라 토마스 혼자 뛰는 모습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선수들의 움직임도 많아졌고, 함께 달리며 득점하는 속공도 많아졌다. 

비시즌에 정말 많은 활용도를 보여주며 시즌을 기대케 했던 최희진과 양인영이 개막 한 주를 앞두고 갑자기 부상을 당하면서 가용인원이 갑자기 두 명이나 줄어들어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

다만 기존에 선발한 외국인 선수인 티아나 하킨스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삼성생명은 국내 선수들이 좋아진 것과는 반대로 외국인 선수 부분에서는 현격한 차이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체 선수로 활약 중인 아이샤 서덜랜드는 확실히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견주어 기량 면에서 부족함이 보인다. 

삼성생명의 지난 3경기를 단순하게 보면, 서덜랜드가 외국인 선수다운 기록을 보여준 경기는 이겼고, 그렇지 않은 경기는 졌다. 골밑에서의 슛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고 속공 상황에서도 자신이 직접 해결 할 때와 패스를 해야 할 때의 구분이 잘 안 된다. 경기가 잘 안 풀릴때는 국내 선수와의 일대일도 버겁다.

사실 삼성생명이 이겼던 OK저축은행과의 경기도, 서덜랜드가 잘했다기보다는 상대가 수비에서 너무 풀어준 경기였다. 조금만 더 적극적인 수비가 들어왔으면 서덜랜드의 득점이 그만큼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서덜랜드는 기량 자체도 문제지만, 지난 시즌보다 빨라진 삼성생명의 농구 속에서 갈 길을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신한은행 전 패배는 생각할 부분이 많다. 다시 나와서는 안 되는 경기였다. 서덜랜드는 컨디션 여부를 떠나 평가하기 민망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는 삼성생명의 국내 선수들도 상대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부분 때문에 다소 안일하게 경기에 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OK저축은행 읏샷 (1승 2패)
vs 하나은행 89-85 승
vs 삼성생명 71-86 패
vs KB 43-63 패

첫 경기를 보고 ‘이 선수들이 이런 농구를 할 줄 아는 구나’라고 감탄을 했었다. 하나은행과의 개막전에서 양 팀 모두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지난 시즌 22연패를 당하고 비시즌을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준비했던 선수들이 자신감이 붙자 잠재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기가 너무 일찍 사그라졌다. 

삼성생명과의 경기 4쿼터 초반까지는 대등한 모습을 보였는데 경기에서 패하자 KB와의 다음 경기에서는 무기력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고자하는 강한 의욕을 보여줬던 OK저축은행이 경기를 패한 후 다시 지난해의 KDB생명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우선 수비의 약점이 눈에 두드러진다. 정상일 감독은 수비전술이 상당히 다양하고 이 부분에 강점이 있는 지도자다. 하지만 OK저축은행에는 수비 센스를 갖춘 선수들이 많지가 않다. 감독이 제시하는 수비 전술을 이해하고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경기 중 작전타임을 보면 정상일 감독도 준비한 것 중 쉽고 단순한 수비 패턴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경기에서 나타지지 않는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서덜랜드 수비에 아쉬움이 컸다. 오히려 골밑에서 마무리가 떨어지는 서덜랜드를 미들레인지에서 너무 자유롭게 풀어뒀다. 

확률이 떨어지는 선수에 대해 버리는 수비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이날 OK저축은행은 다미리스 단타스가 배혜윤 쪽으로 핼프를 많이 가줬다. 햇지 백을 많이 한 단타스가 그렇게 움직였을 때, 외곽 수비수들이 서덜랜드를 너무 방치했다. 서덜랜드가 슛을 시도할 때 핼프 가는 척만 한다거나, 팔을 움직이거나 발만 한번 굴러줬어도,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KB와의 경기에서는 존 디펜스를 서면서도 가운데를 너무 넓게 비워뒀다. 기본적으로 존 어택을 하는 팀들이 가운데로 볼이 들어갔다가 다시 측면으로 돌리면서 찬스를 보는데 이날 KB는 그냥 가운데서 볼을 잡은 뒤 거기서 해결하면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무조건 뺏으려는 수비를 하며 달려들다가 오히려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장면도 계속됐다.

앞선 두 경기에서 평균 85점 이상을 허용한 OK저축은행이 KB에게는 63점만 내줬는데, 초반에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면서 KB가 긴장감을 놓고 경기를 한 것이 큰 이유였을 뿐, 수비적인 성과가 컸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또한 OK저축은행은 우려했던 가드에서의 고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혜지가 개막전에 좋은 활약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몇 경기만에 세트 플레이에서의 약점이 너무 드러난 것 같다. 달리는 농구에서는 강점이 보이지만, 세트 오펜스에서는 의미 없는 드리블이 길고 다른 선수들도 함께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하니 단타스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 KB전처럼 단타스가 봉쇄를 당하면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팀의 중심이 젊은 선수 쪽으로 많이 내려왔다. 이전까지는 이경은(신한은행), 한채진, 조은주 등 선배들이 중심인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돕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젊은 선수들이 중심인 가운데 언니들이 돕는 상황이다. 

주축인 선수들의 경험이 적고 노련미가 떨어져서 벤치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패턴이나 전술을 제시하면 이행하기 힘들 수도 있다. 작전을 지시하는 것은 벤치지만 그걸 갖고 상황에 맞게 해결하는 것은 결국 선수들의 몫이다. 일반적인 파울보다 상대에게 자유투를 허용하는 파울이 많다는 것도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아직 경험 부족으로 인해 운영 면에서 다소 열세라는 것이 드러나는 증거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선수들이 달려줘야 한다. 세트오펜스에 약점이 있는 만큼 빠르게 해결하고, 연습에서 준비한 것들을 복잡하게 고민하기 전에 몸으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천 KEB하나은행 (1승 2패)
vs OK저축은행 85-89 패
vs 우리은행 60-71 패
vs 신한은행 82-43 승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대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지난 시즌, 성적은 아쉬웠지만 경기력 자체는 결과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 하나은행이다. 

국내 선수들의 변화가 소폭 있었지만 지난 시즌 자리를 잡은 선수들의 성장을 더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체 1순위로 선발한 샤이엔 파커의 가세도 확실한 전력 상승의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기대가 경기력으로 나타나지는 못하고 있다.

우선은 첫 경기를 내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첫 경기는 대부분 긴장이 되고 흔들림이 있기 때문에 비시즌 동안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승산이 높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놓치고 홈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을 만나면서 출발이 흔들렸다.

일단은 위축된 강이슬의 모습이 안타깝다. 지난 시즌 하나은행은 강이슬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백지은이 걸어주고, 염윤아(KB)가 패스를 주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그런 가운데 강이슬은 슛의 장점을 살리며, 한 시즌 3점슛 100개 돌파라는 기록도 보여줬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하나은행에서 강이슬을 살리는 플레이는 보기가 어렵다. 물론 에이스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게 맞다고 볼 수 있지만, 슈터인 강이슬 입장에서는 작년 보다 득점을 하기 위한 조건이 더 힘들어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플레이에서 스크린은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이슬은 올해도 지난 시즌처럼 스윙을 하며 뛰어 다니는데, 기회는 작년처럼 생기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염윤아의 이적도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비슷한 상황에서 찬스를 잡아도 더 높은 확률의 강이슬을 찾던 작년의 염윤아와 지금의 신지현, 김이슬은 스타일이 다르다. 이들은 오히려 찬스가 보이면 자기 공격을 가져간다. 본인들의 농구 스타일이고 강점이기 때문에 이를 지적할 수는 없다. 

염윤아의 부재는 공격보다 수비에서 더 나타난다. 지난 시즌 하나은행은 염윤아가 앞 선에서 상대 에이스를 맡아줬다. 1번에서 3번까지 구애받지 않고 염윤아가 수비를 해줬다. 하지만 이제는 강이슬이 득점력 있는 상대 3번을 막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강이슬은 수비에서도 부담이 지난 시즌보다 커진 상황이다. 

공격이 잘 안될 때, 수비에서부터 흐름을 잡아서 안정적으로 자기 흐름을 바꿨던 선수들도 있지만 강이슬은 일단 공격이 풀려야 수비에서도 좀 더 안정을 찾는 스타일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 부담일 수 있다. 신지현의 득점력이 높아졌고, 김단비가 공격에서 적극성을 더 끌어올린 부분들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강이슬의 활용도가 떨어진 부분은 아쉽다.

샤이엔 파커의 경우는 나쁘지는 않지만 아직 전체 1순위에 어울리는 위력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능력은 있는 선수지만 하나은행의 농구에 아직까지는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것 같다. 정통 5번이라기 보다는 4번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는데 걸고 빠지는 플레이에 서로 좀 더 다듬을 부분이 있어 보인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1승 3패)
vs 우리은행 45-70 패
vs KB 61-89 패
vs 삼성생명 68-83 승
vs 하나은행 43-82 패

신한은행은 고난의 초반을 보냈다. 힘든 가운데 하필 경기도 가장 많았다. 1승 3패라는 핸디캡을 안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다. 외국인 선수 쉐키나 스트릭렌의 부진이 치명적일만큼 아쉬웠다.

올 시즌 신한은행은 초반,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국내 선수 중 주축 선수인 이경은, 김단비, 곽주영이 비시즌에 재활을 오랫동안 진행해 몸 상태가 정상적으로 올라오는 데 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외국인 선수가 어느 정도 경기를 이끌어줘야 했는데, 스트릭렌은 기량을 떠나 자기 관리와 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 등 모든 면에서 프로에 어울리지 않는 실망스러움만 남겼다. 이런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차라리 일찍 교체된 것이 신한은행에게는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은 외국인 선수로 선발한 나탈리 어천와가 개인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승희가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스트릭렌의 부진과 부상으로 인한 중도하차까지, 신한은행에게는 악재만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김아름이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고, 박신자컵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연희가 1군 무대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기에 새롭게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잘 맞춰서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분전해야 한다. 신한은행에 대한 평가는 그때가 진짜일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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