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경과 함께 국내 선수들로만 2쿼터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맞고 있는 WKBL의 개막 주간이 지났다. 두 팀의 1위 다툼과 다른 팀들의 3위 싸움이 치열했던 지난 시즌의 흐름이 초반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탄탄한 조직력과 KB의 전력적 우위가 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시즌 초반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모습들이 더 일반적이었다. 2018-19시즌, 첫 선을 보인 6팀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청주 KB스타즈 (3승)
vs 삼성생명 60-55 승
vs 신한은행 89-61 승
vs OK저축은행 63-43 승

WNBA를 다녀온 박지수의 성장, 염윤아의 가세로 인한 시너지 효과 등, KB에게는 개막 이전부터 기대가 많았다.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모든 감독들이 경계대상 1호로 KB를 뽑을 만큼 KB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그러나 팀 개막전이었던 삼성생명과의 경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겉도는 모습이 연출되며 조직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카일라 쏜튼의 빠른 공격과 박지수의 높이 위력이 조화를 이루지 않고 그냥 따로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쏜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외곽지원도 부족했다. 삼성생명 전에 나타난 KB에 대한 평가는 ‘불안하다’가 적당할 것 같다. 

하지만 비교적 빠르게 추스르며 경기력이 나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 차출과 재활 등으로 인해 주력 선수들이 몸을 맞춘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과 지난 시즌 후 휴식 없이 비시즌을 시즌처럼 보낸 박지수의 체력 문제 등이 변수로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개막 후 실전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있다. 흐름을 완전히 놓치며 좋은 내용을 보이지 못했던 삼성생명과의 경기를 어쨌든 역전승으로 마친 것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된 것 같다.

KB는 워낙 높이가 좋다. 작년에도 이 부분이 강점이었는데 올 시즌은 더블포스트를 섰던 지난 해보다 높이의 비교 우위가 더욱 공고해졌다.

신한은행과의 경기 2쿼터에 투입했던 염윤아(177cm)-강아정(180cm)-김민정(182cm)-김수연(184cm)-박지수(196cm) 라인업의 평균 키가 184cm에 육박한다. 높이에서 장점이 있으니 상대에게 미스매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염윤아가 4번 수비까지 버텨줄 수 있으니 수비의 약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생명과의 경기를 보면, KB는 당초 국내 선수만 뛰는 2쿼터에 박지수를 쉬게 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경기부터 박지수를 2쿼터에 투입해 승부를 보는 느낌이다. 

좋은 분위기 속에 3연승을 달리며 계속 나아지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KB지만 개선할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초반 3경기는 쏜튼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유지하며 연승을 끌어갔다. 하지만 득점은 기복이 존재하고, 쏜튼은 지난 2시즌 동안 꾸준함과는 거리가 있었던 선수다.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때 슬럼프가 오래간다는 단점도 있다. KB는 항상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쏜튼이 터지지 않을 때의 플랜 B를 마련해둬야 할 것 같다.

쏜튼과 함께 눈에 띈 것은 염윤아의 활약이다. 공수 양면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염윤아는 가드가 좋은 센터를 만났을 때, 혹은 자신에게 맞는 팀을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는지 지난 3경기에서 증명했다. 

지난 시즌 KB는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인사이드로 들어가면 다른 선수들이 외곽에서 발을 맞추고 있다가 3점슛을 던지는 형태의 공격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염윤아가 순간적인 커트인으로 안쪽으로 잘라 들어오다 보니까 상대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2대2 플레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박지수와의 호흡도 좋다.

득점 선두로 올라선 쏜튼과 ‘시즌 초반 최고의 영입’이라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은 염윤아가 KB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는 있지만, 이들의 가세로 인해 기존의 KB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들의 역할만큼 강아정, 심성영 등 기존 선수들의 몫이 줄었다. 아직까지는 함께 연동한다기보다 역할을 대신해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하자면 3연승을 달린 지금보다도 더 나아질 부분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초반 2경기에서 부침이 있었던 박지수는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생각처럼 득점이 되지 않아 본인도 많이 부담을 갖는 것 같은데, 몸 상태가 떨어지거나 컨디션의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쏜튼도 부담이겠지만, 어쨌든 가장 강한 견제대상은 박지수가 아닐까?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이 되거나 수시로 더블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팀들은 박지수에 대한 수비를 더 적극적으로 강하게 들고 나온 반면, KB는 시즌 초반 박지수의 활용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지난 시즌과 유사한 패턴에서 스크린을 오니까 상대에게는 워낙 ‘보이는 스크린’이 되면서 오히려 준비하게 만들었고, 밖으로 나오는 패스도 완벽하게 빠지지 않으니 슈터들도 흔들린 느낌이다. 박지수에게는 힘은 힘대로 다 쓰고, 더블팀 올 때 공을 빼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 같다. 따라서 단순히 박지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전술적인 활용, 다른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더 중요할 것 같다.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더블팀 타이밍에 맞춰 다른 선수들이 적절하게 뛰어 들어가고 움직임을 가져가니 박지수의 패스가 바로 어시스트로 이어졌다. 물론 지난 두 경기를 의식했는지 박지수도 이전보다 공격에서 더 적극성을 가져가기도 했다. 

KB가 주력선수들의 호흡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박지수의 활용과 전체적인 조직력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 (2승)
vs 신한은행 70-45 승
vs 하나은행 71-60 승

매년 전력 누수가 있는 것도 맞고, “올 시즌에는 고민이 많다”는 위성우 감독의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홍보람과 이은혜가 에이스급 선수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은행의 빅3(임영희-김정은-박혜진)가 빛날 수 있도록 궂은일을 해내는 선수들이었다. 이들의 공백은 결코 작은 전력 누수가 아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크리스탈 토마스는 최하 순번에서 선발 됐으며, 개막 두 주 전에야 팀에 합류했다. 가장 안정적이라는 국내 주전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이중 박혜진, 임영희, 최은실은 3개월 정도 팀을 떠나 있었다.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두 번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2연패로 시작했던 우리은행이 더 큰 고민 속에 맞이한 이번 시즌은 2연승으로 출발했다. 위성우 감독은 국가대표를 다녀온 4명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비시즌 준비가 덜 됐다고 걱정했지만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

우선 박혜진은 예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은 확실히 무릎이 좋지 않은 것 같지만 고질적인 부상인 만큼,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몸상태가 100%라고 볼 수는 없지만, 수비에서는 몸싸움도 하면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원래 수비를 잘 하는 선수는 아니었는데 우리은행에 온 뒤로는 우리은행 특유의 수비적인 부분을 주문 받았고, 올 시즌에도 그런 것에 많이 신경을 쓰면서 열심히 해주고 있다.

임영희는 지난 시즌과 조금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인 포커페이스인 임영희가 경기 중에 표정에서 지친 기색이 보일 때가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됐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를 감안해야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우리나이로 불혹을 앞두고 있는 임영희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작년만큼 뛸 수 있겠냐”는 평가가 있었지만, 매년 그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로 인한 안배가 분명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게다가 비시즌에 국가대표로 두 대회를 소화한 만큼 이전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더 있을 것이다.

위성우 감독이 가장 독려하면서 주목한 선수는 최은실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지적을 많이 하기도 했다. 위 감독은 최은실이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사실상 경기는 거의 뛰지 않으며 시즌을 치를 준비가 전혀 안됐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지난 두 경기를 보면 최은실 때문에 우리은행의 조직적인 플레이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찾기는 힘들다. 특별한 문제없이 주전으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박혜진-임영희-김정은-최은실에 대한 ‘시즌을 치를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는 WKBL의 기준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체력과 몸상태를 요구하는 위성우 감독의 기준이라고 본다.

전력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위성우 감독의 ‘위기’라는 주장을 믿은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적어도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를 걱정할 팀은 결코 아니다. 그 걱정은 아마 세상에서 위성우 감독만 혼자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우리은행이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다. 기대가 가장 없었던 외국인 선수인 토마스에게 짧은 시간동안 ‘꼭 해야만 하는 역할’을 주입하며 장점을 부각시켰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다. 통합 6연패를 한 저력과 그렇게 다져진 조직력, 그리고 자신감은 전력이 예년 같지 않다 하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가운데서도 계속 이겨왔기에 더욱 끈끈한 경기력과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다.

물론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주전과 비주전 사이에 실력차는 물론 신장차이도 확연하다. 우리은행은 국내 선수 중 장신 자원이 가장 부족한 팀 중 하나다. 게다가 선수층도 두텁지 않다.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 기량 좋은 포워드가 있어도 어쨌든 센터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180cm가 넘는 선수가 국내 선수 중 2명뿐이다. 그래도 주전인 박혜진-임영희-김정은-최은실이 나설 때는 높이의 약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4명을 제외했을 때의 높이는 확연히 낮아진다. 백업 멤버 중 주전 4명보다 키가 큰 선수는 한명도 없다. 박혜진, 임영희와 키가 같은 김소니아(178cm)를 제외하면 우리은행의 선발 라인업은 키 순서라고 해도 될 정도. 

그래서 국내 선수만 뛰는 2쿼터 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농구를 가장 집요하게 잘하는 팀인데, 기본적으로 미스 매치 상황이 나올 수 없으니 각자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부분은 아마도 시즌 내내 고민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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