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지난 2-3년과 달리 올시즌은 팀 성적에 아주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요즘 라커룸에서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을 만날 때면 들었던 이야기다. 더불어서 그는 이런 이야기도 꺼냈었다.

“지난 시즌까지는 머릿속에 생각해둔 플랜과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갔어요. 그게 이기는 경기든, 지는 경기든 말이죠. 그런데 올시즌은 전혀 안 그래요. 이겨도 어떻게 이긴지 모르겠고, 져도 어떻게 진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정신없는 경기가 많습니다. 머리가 많이 아파요”

김승기 감독이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명백하다. 올시즌 KGC인삼공사의 로스터 상황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선수들의 공백이 크다. 이재도, 전성현이 동시에 상무에 입대하면서 백코트진은 갑자기 무주공산이 됐다. 박재한, 김윤태 등 대체 자원들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최근에는 박형철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밑도 마찬가지다. 대들보 데이비드 사이먼은 장신 외국선수 신장 제한 규정으로 인해 잔류하지 못했다. 2미터 신장 제한에 맞춰 새로 영입한 장신 외국선수 미카일 매킨토시는 일각에서 교체설이 떠돌 정도로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쩌면 팀이 개막 초반에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후 약 4주가 흐른 지금, KGC인삼공사는 놀랍게도 리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1라운드에서 5승 4패를 기록하며 5할 이상 승률로 2라운드를 맞이했고, 2라운드 첫 2경기도 모두 승리했다. 개막 2연패 이후 9경기에서 7승 2패. 최근 분위기가 가장 좋은 팀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 중심에는 ‘대들보 오세근과 양희종의 활약과 헌신이 있다.

김승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오세근은 현재 몸 상태가 100%는 아니라고 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오세근은 비시즌 내내 회복과 재활에 집중했다. 이로 인해 감독들이 자주 언급하는 ‘게임 체력’은 물론 경기 감각도 정상이 아닌 채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때문에 김승기 감독이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기자들 앞에서 걱정을 내비친 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현재 오세근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시즌 오세근의 평균 기록은 15.0점 8.1리바운드 1.3블록슛이다. 골밑에서 부담이 더 커졌지만 분전을 펼치며 팀을 이끄는 중이다. 8일 KT전에서 오세근은 25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네 번째 20-10이자, 두 번째 20-10-5였다.

 

양희종도 마찬가지다. 현재 양희종은 KGC인삼공사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하프라인 너머까지 볼을 운반하고, 탑과 45도를 오가며 오세근과 핸드오프(handoff)를 통한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돌파를 하다가 동료들에게 패스도 뿌려 게임 조립을 돕기도 한다. 수비에서는 늘 그렇듯 상대 에이스를 봉쇄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높이가 약해진 만큼 리바운드 가담도 필수적이다.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양희종 역시 묵묵하게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8일 KT전에서 그는 3점슛 5개 포함 15점 8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오세근과 함께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김승기 감독은 “양희종이 그동안 연습했던 것들을 실전에서 완성도 높게 보여줘서 기분이 좋다”라며 양희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오세근과 양희종은 KGC인삼공사를 어디까지 이끌 수 있을까. KGC인삼공사는 10일 SK 원정에서 시즌 8승에 도전한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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