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부천 KEB하나은행에게 지난 시즌은 잊고 싶은 시간이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선수 이사벨 해리슨은 국내선수와 다름없는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일관했고 자즈몬 과트미 역시 연신 흥분한 모습만 보일 뿐 제대로 팀에 기여한 부분이 없었다. 이런 부담은 백지은과 강이슬, 염윤아(KB스타즈) 등의 국내선수들에게 그대로 이어져 결국 정규리그 5위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신지현과 김이슬 등 부상 선수들이 모두 복귀했고 젊은 선수들만으로 치러진 2018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했기 때문. 여기에 1순위 외국인선수인 장신 센터 샤이엔 파커를 선발하면서 높이를 더욱 높였다. 기존의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과 터프한 몸싸움을 자랑하는 백지은까지. 이제 하나은행의 선수 구성은 결코 약한 전력이 아니다. 이제 이런 선수들이 힘을 하나로 뭉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

■ 2017-18 REVIEW 
① 믿었던 1순위 외국인선수 이사벨 해리슨의 부진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사벨 해리슨을 지명했다. 190㎝의 해리슨은 WNBA 샌안토니오 소속으로 2017-2017시즌 경기당 평균 10.6점 5.2리바운드 1.4어시스트 1블록 0.9스틸을 기록했다. 이환우 감독은 신장은 작지만 대학농구 무대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해리슨이 어린 하나은행의 선수들을 이끌고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일단 신장도 작고 정통 빅맨으로서 플레이를 해보지 않다보니 쉽사리 골밑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여기에 호리호리한 체격 탓인지 몸싸움도 별로인데다 부상 후유증까지 있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개인 기록상으로 해리슨은 정규리그 34경기에서 평균 15.74점(전체 6위)-11.21리바운드(전체 3위)-블록슛 1.06개(전체 4위)로 나쁘지 않았지만, 세대교체를 진행중인 하나은행의 젊은 선수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전 시즌의 카일라 쏜튼과 나탈리 어천와를 생각하면 그 차이가 명확히 나는 경기력이었던 셈. 2라운드 선발된 자즈몬 과트미 역시 그저 그런 활약을 보이는 데 그쳤고 그에 따른 하나은행의 최종 성적표는 5위, 플레이오프 탈락이었다. 

②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 승부처 극복 

하나은행은 신지현과 강이슬, 김이슬, 김지영 등 타팀과 비교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다. 팀에서 노장 축에 속하는 백지은이 타팀에서는 중간 정도의 연차에 속할 정도. 이런 젊은 팀의 특성은 한번 흐름을 타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를 타지만 반대로 한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는 데 있다. 즉 승부처에서 고비를 넘어설 수 있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올해 1월 15일 부천에서 가진 우리은행과 경기에서는 박혜진에게 3점슛을 5개나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고, 같은 달 19일 삼성생명과 경기에서도 또다시 역전패를 당해 삼성생명의 3연패 탈출의 제물이 됐다. 21일 열린 신한은행과 경기에서는 4쿼터 중반 역전을 허용해 신한은행의 6연승 제물이 되는 등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여럿 놓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져야 했다. 

이환우 감독은 "지난 시즌을 돌이켜 보면 아쉬운 장면이 너무 많았다. 적극성과 집중력을 끌어 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체력이 받침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아쉬움을 설명했다.

■ 2018-19 POINT 
① 1순위 외국인선수 샤이엔 파커에 거는 기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외국인선수 1순위 지명권을 얻게 된 이환우 감독은 주저없이 샤이엔 파커를 지명했다. 파커는 192cm의 센터로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시카고 스카이 소속으로 활약을 펼친 선수. 골밑에서 선보이는 힘이 장점인 그는 주로 백업 센터로 뛰었으나 지난 시즌 시카고의 주전 센터인 스테파니 돌슨이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커는 올 시즌 선발된 6개 구단의 외국인선수 중에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다. 일단 정통 빅맨답게 인사이드 플레이에 능하다. 신장을 이용한 포스트업 공격 능력이 좋아 골밑에서 잡으면 한 골이다. 또 장신 선수치고 슈팅 폼이 부드럽다. 하반신을 이용한 점프에서부터 슛을 던지는 손끝의 터치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본 전지훈련 기간 중에도 정확한 미드레인지 득점을 올리며 이환우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이환우 감독은 "일단 힘과 안정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리고 실제로 인사이드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렇듯 개인적인 능력은 문제가 없으나 국내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부분이 남아 있다. 공격에서 국내선수들이 파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또 인사이드에서 수비와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다고 본다. 아직 국내선수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단계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② 염윤아의 공백을 메울 선수는 누구?

하나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주축 선수 중 한 명인 염윤아가 FA로 팀을 떠났다. 멀티플레이어인 염윤아는 지난 시즌 팀의 주전가드로 활약하면서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려주면서 수비와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팀의 살림꾼 같은 역할을 했던 선수다. 이런 염윤아가 팀을 떠나게 되면서 그 공백이 적지 않은 상황.  

FA로 새로 가세한 고아라는 공격에서는 많은 부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속공 능력은 좋지만 기본적으로 슈팅 폼이 불안정해 안정적인 득점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전망. 이환우 감독은 “고아라는 공격보다는 수비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상대 주득점원을 막으면서 트랜지션 상황에서 속공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에서는 국가대표 슈터이자 팀의 주포인 강이슬이 많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5.9점을 올리며 에이스로 올라선 그는 올 시즌에는 더욱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선수 구성상 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 안정적인 득점력을 갖춘 국내선수가 사실상 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감독 역시 “대표팀에 다녀오면서 환경이 바뀌다보니 강이슬의 득점력이 연습경기에서 줄어든 감이 있지만 국내선수 가운데 강이슬이 공격에서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③ 승리의 필수 명제, ‘기복을 줄여야 이긴다!’

하나은행은 비시즌 열린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우승이라는 기쁨을 안았다. 부상에 시달리던 김이슬과 신지현이 100%의 컨디션으로 복귀했고 기존의 김지영까지 가세해 이른바 3가드 시스템으로 나머지 5개 구단을 압도했다. 하나은행의 가드들은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선보였고 이환우 감독이 추구하려는 빠른 트랜지션에 의한 속공 농구를 가장 잘 구현해냈다. 여기에 포스트에는 김단비와 이수연, 이하은, 박찬양 등이 젊은 센터진이 제공권 장악에 앞장서는 등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과 경험이 한 단계 느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안고 나머지 백지은과 강이슬, 고아라 등 주전들과 뛴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것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젊은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 이전까지 하나은행은 연습경기 때 잘하다가도 정작 시즌에 들어가면 예상 밖의 부진으로 무너진 경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연습경기와 실전에서의 기복을 줄이는 것은 올 시즌 하나은행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습경기 때의 자신감이 실전에서 경기력으로 이어진다면 하나은행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 Comments

이환우 감독 : 다른 구단과 비교해 준비를 일찍 시작했다. 국내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부분도 그렇고 전술 훈련에서도 외국인선수의 입국에 맞춰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1순위 외국인선수인 샤이엔 파커는 개인적인 능력은 믿어 의심치 않으나 아직 우리 팀만의 콘셉트와 템포에 100% 녹아들지는 못했다. 체력을 좀 키워야 하는 것도 있고 신체조건상 국내선수와 같은 스피드를 기대할 수 없으니 전술적으로 우리가 맞춰가야 할 부분도 있다. 비시즌 때 연습경기를 하다 보면 외국인선수가 안 뛰는 2쿼터에는 안정적인 흐름으로 가는데 나머지 1,3,4쿼터에 파커와 같이 뛰면 갑자기 가라앉는 경우가 나왔다. 파커가 인사이드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니 국내선수들이 그 특성을 파악해서 팀에 도움이 되게끔 하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또 우리 국내선수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까 실책이 많은 편인데 이 부분도 줄여야 할 것 같다. 

국내선수 중에 백지은은 2쿼터에 파커가 없을 때 거의 풀로 뛰어야 하는 상황인데 잘 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또 김단비가 내외곽이 가능하니 1쿼터나 승부처에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A로 영입한 고아라는 상대 주득점원들을 수비하면서 트랜지션 농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가드진에서는 김이슬이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방 진영을 헤집고 다니면서 빈곳의 동료에게 패스를 해줘야 하고 신지현과 강이슬은 득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인사이드에서는 다른 팀 외국인선수들보다 (파커가) 강점이 있으니까 상대팀에서 헬프 수비가가 들어왔을 때 킥아웃되는 볼들에 대한 오픈 찬스를 기대하고 있다. 

일단 올 시즌에 강팀들이라면 우리은행과 KB스타즈, 삼성생명이 선수 구성상 안정된 팀이라고 여겨진다. 이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1차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 가게 되면 그때부터 탄력을 받아서 젊고 빠른 트랜지션 농구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한번 승부를 내보고 싶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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