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라이벌 우리은행을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던 신한은행은 3라운드 들어 7연패의 늪에 빠지며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김아름과 유승희, 르샨다 그레이 등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 악재를 맞았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했던 나탈리 어천와의 합류가 불발됐고, 지난 시즌 큰 폭의 성장을 보였던 유승희가 박신자컵을 치르던 도중 무릎을 다쳐 시즌 아웃됐다. 

결국 현재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많은 상황이다. 만약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만 있다면, 의외의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 2017-18 REVIEW 
① 개막전 승리에 감춰져 있던 ‘김단비-쏜튼’ 공존

타이틀 스폰서로 시즌을 치렀던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개막전 상대로 라이벌 우리은행을 만났다. 시즌 전 디펜딩 챔피언인 우리은행의 우세가 점쳐진 경기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외국인선수 카일라 쏜튼과 르샨다 그레이가 우리은행을 맹폭하며 초반부터 차이를 벌렸다. 4쿼터 한때 60-42가 되는 등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후 상대 나탈리 어천와와 김정은에게 점수를 내줬지만, 쏜튼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개막전에서 66-59로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개막전 승리에 감춰진 것도 있었다. 국내 선수의 활약이 부진했다. 특히 에이스 김단비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단 4점에 그쳤다. 김단비와 쏜튼의 공존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볼 소유를 선호하는 두 선수의 스타일이 겹쳤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시즌 중반까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삐걱댔다. 결국 3라운드에서 전패를 한 것도 모자라 시즌 초반 7연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단비가 점차 바뀐 역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볼 소유를 줄이고 쏜튼의 공격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신한은행은 1월 4일 하나은행전부터 24일 삼성생명전까지 곧바로 7연승을 기록했다. 이로써 다시 플레이오프 경쟁에 뛰어들게 된 신한은행은 시즌 막판 쏜튼과 김단비를 앞세워 마침내 정규리그 3위를 확정했다. 

② 백업 선수들의 활약, 김아름-유승희-그레이

지난 시즌 신한은행은 성적과 미래를 동시에 잡은 시즌이기도 하다. 신기성 감독은 유승희와 김아름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식스맨으로 키워냈다.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선수는 김아름이다. 기전여고-전주비전대 출신인 김아름은 신 감독 부임 이후 서서히 기회를 잡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수비력과 공격력 모두 일취월장했다. 수비에서는 넘치는 파이팅으로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또 평균 득점은 3점에 그쳤지만, 3점슛 성공률은 38.3%(18/47)를 기록하는 등 한 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유승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수비력에서 좋은 성장세를 보이며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받았다. 김단비의 뒤를 받쳐주는 보조 리딩을 담당하는 모습도 있었다. 또한 김아름과 함께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며 주전 선수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두 번째 외국인선수인 르샨다 그레이의 분전도 있었다.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 평균 18점 9.5리바운드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던 그레이는 이후 다소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우려를 샀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2018년 1월 4일 하나은행전에서 17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한 뒤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1월 24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31점을 쓸어 담는 등 신한은행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 그는 후반기 27경기에서 평균 21분 52초 동안 14.8점 10.7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효율성 높은 플레이 보여줬다. 

■ 2018-19 POINT 
① 어천와 대신 선택한 스트릭렌, 김단비와 공존은?

우리은행은 지난 6월에 열린 2018-2019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나탈리 어천와를 선택했다. 어천와는 한국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미들슛과 골밑 모두에서 장점인 선수. 신한은행은 어천와 지명으로 단숨에 우승 후보가 됐다.

하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흘렀다. 어천와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합류하지 못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신한은행은 발 빠르게 대체 선수를 알아봤고, 고심 끝에 쉐키나 스트릭렌을 선발했다. 남은 선수 중 센터 자원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트릭렌은 폭발력 있는 슛이 장점인 선수다. 한국 농구도 이미 적응을 마쳤고,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고 뛴 적도 있다. 

다만 신한은행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일단 신한은행에는 곽주영 이외에 마땅한 센터 자원이 없다. 게다가 곽주영조차도 무릎 상태로 인해 20분 내외로 출장 시간 조절이 필요한 상황. 결국 스트릭렌이 상대 외국인 센터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카일라 쏜튼과 김단비의 공존에 애를 먹었다. 시즌 중반 이후 김단비의 희생으로 팀 경기력이 나아졌지만, 결국 이번 시즌에도 외국인선수와 김단비의 공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물론 모든 것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스트릭렌과 김단비가 이미 서로를 경험해봤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또 지난 시즌을 통해 그가 기존에 해보지 못한 역할을 배웠다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② 김연희-박혜미-한엄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국내 센터진이다. 일단 주전 곽주영의 무릎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 곽주영은 지난 비시즌 동안 대표팀에 소집돼 있다가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고질적인 통증이 있던 무릎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하며 올 시즌을 대비해왔다. 게다가 이번 시즌은 국내 선수에 대한 비중이 더욱 커졌다. 특히 2쿼터는 국내 선수로만 치러진다. 국내 센터진의 활약이 변수가 된 상황에서 곽주영의 무릎 상태는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은 유망주 김연희에 기대를 건다. 그는 이번 비시즌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선수 중 하나다. 올 시즌 활용을 위해 정선민 코치가 일대일로 붙어 꼼꼼하게 지도했다. 김연희는 지난 2018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25분 20초 동안 평균 11.8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기대치를 모았다. 물론 프로 통산 1군 경기 출장이 단 3경기에 그치지만, 국내 선수로만 플레이하는 2쿼터에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박혜미와 한엄지에게도 어느 정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둘은 앞선과 골밑 모두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박혜미와 한엄지를 투입할 때 신한은행은 스몰 라인업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역시 1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여전히 물음표인 부분이다. 만약 이 세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다면, 신한은행은 조금 더 쉬운 시즌 운영이 가능하다.

③ 강화된 앞선, 이경은·김규희의 가세

그러나 신한은행의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단 지난 시즌보다 앞선이 크게 강화됐다. 지난 시즌 윤미지 이외의 마땅한 가드진이 없었던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이경은을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이경은의 합류로 약점이었던 포인트가드진을 단숨에 강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는 김단비에게 쏠리는 볼 운반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한은행은 김단비 이외의 또 다른 확실한 공격 옵션을 갖추게 됐다.

그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김규희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무릎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는 꾸준히 재활을 소화했고, 마침내 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까지 몸 상태까지 끌어올렸다. 김규희의 장점은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하는 수비다. 지난 시즌 앞선 수비에 애를 먹었던 신한은행에 힘이 될 전망이다.

다만 우려할 점도 있다. 이경은의 경우 시즌 초반 행보가 불투명하다. 신기성 감독은 시즌 두 번째 경기인 홈 개막전에 맞춰 이경은의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선수단과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김규희 역시 마찬가지.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수들은 대부분 무릎 부상 이후 방향 전환이나 돌파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됐는지도 중요하다. 

■ Comments

신기성 감독 : 상황이 마냥 쉽지는 않다. 걱정이 많다. 일단 이경은의 경우 홈 개막전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무리시키지는 않으려고 한다. 김규희는 상태가 괜찮다. 2년 동안의 공백을 스스로가 얼마나 이겨내는지가 관건이다. 

외국인선수로 쉐키나 스트릭렌을 선발했다. 센터가 아니다. 결국 우리는 공수에서 상대보다 조금 더 빨라야 한다. 조직력도 상대보다 앞서야 이길 수 있다. 골밑에서는 김연희와 박혜미, 한엄지가 활약해줘야 한다. 외곽에서는 양지영이 조금 더 성장했으면 한다. 지난 시즌을 통해 식스맨으로 거듭난 김아름은 이번 시즌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라인업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상대의 움직임과 명단에 따라서 그때그때 맞는 선수를 투입할 계획이다. 

약점을 안고 시작하는 시즌이다. 다만 우리는 외곽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도 한다.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이끈다면, 의외의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은 작년보다는 높은 성적이 목표다. 

우리는 현재 물음표인 선수들이 많다. 결국 이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어야 한다. 물음표가 마침표로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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