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우승 도전이 어려우리라 예측됐다. 주전 센터 양지희가 은퇴했기 때문. FA였던 김정은을 영입했지만, 개막 전부터 외국인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등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시즌 초반까지도 완성되지 않은 조직력으로 좋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역시 우리은행이었다. 개막 이후에도 두 차례나 외국인선수를 바꿨음에도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안정적으로 시즌을 운영했다. 결국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통합 6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 2017-18 REVIEW 

① 여전히 쓸데없었던 지난 시즌 우리은행 걱정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즌으로 꼽힌다. 2016-2017시즌을 마친 뒤 주전 센터였던 양지희가 유니폼을 벗으며 페인트 존에서 공백이 생겼고, 개막 직전에는 외국인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해야 했다. 

일단 티아나 하킨스가 부상으로 입국을 늦추자 과감하게 나탈리 어천와로 교체했다. 이후 쉐키나 스트릭렌 역시 발목 통증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고, 급하게 아이샤 서덜랜드를 영입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다. 시즌 초반 위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짜임새 있는 조직력 농구’에 다소 균열이 생긴 이유였다. 

우리은행은 개막전에서 라이벌 신한은행에 59-66으로 패한 뒤 KB스타즈에도 65-70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두 경기를 통해 재정비를 마친 우리은행은 곧바로 5연승을 달리며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서덜랜드를 데스티니 윌리엄스로 바꾼 것이다. 우리은행은 윌리엄스 합류 이후 23승 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KB와의 제공권 다툼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도 다시 악재가 터졌다. 윌리엄스가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쳤다. 우리은행은 부랴부랴 앰버 해리스를 데려왔다. 해리스는 다소 둔한 움직임으로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높이에서는 분명히 큰 보탬이 됐다. 결국 우리은행은 박지수 단타스 앞세운 상대 트윈타워에 밀리지 않았고, 마침내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② ‘신의 한 수’였던 FA 김정은 영입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김정은을 하나은행에서 데려왔다. 우려가 컸다. 김정은이 앞선 두 시즌 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지희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포워드 김단비를 FA 보상선수로 하나은행에 내준 것도 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영입은 결론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됐다. 공격에서는 돌파는 물론 외곽슛까지 우리은행의 공격 옵션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상대 센터를 막았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상대 포스트를 페인트 존 밖으로 밀어내고는 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 그의 활약이 빛났다. 힘을 사용해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박지수를 페인트 존 밖으로 밀어냈다. 결국 김정은은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양지희의 공백을 깔끔하게 채운 셈이었다. 

■ 2018-19 POINT 

① 크리스탈 토마스를 둘러싼 의문, 위성우 매직은 올해도 가능할까?

우리은행의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선수다. 박혜진과 임영희,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수 3인방은 리그 최고 수준. 다만 외국인선수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에 열린 2018-2019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크리스탈 토마스를 지명했다. 올해 WNBA에서 보여준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2018 WNBA에서 워싱턴 미스틱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소화한 토마스는 평균 9.9분 동안 1.8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선발 당시 위성우 감독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힐 정도. 게다가 토마스는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서야 입국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토마스는 일단 리바운드 능력과 수비력이 준수하다는 평가다. 골밑슛 능력과 게임 체력은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얼마나 빨리 팀에 녹아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이 팀에서 뛰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고, 과소평가한다는 것도 안다”며 “많은 사람들의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위성우 감독 역시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일단은 토마스가 게임 감각과 체력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② 엷어진 백업 선수진, 주전 과부하 가능성은?

우리은행의 걱정은 따로 있다. 지난 시즌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을 받쳐주던 백업 선수층이 얇아졌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홍보람과 이은혜가 은퇴를 선언했고, 박태은 역시 비시즌 훈련 도중 팀을 이탈했다. 특히 홍보람의 경우 그동안 수비에서 기여하는 몫이 상당히 컸다.

결국 영건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주어야 한다. 위성우 감독 역시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기대를 건다. 박혜진과 임영희, 최은실, 김정은 등이 대표팀에 소집됐을 당시 위 감독은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레이업 할 때의 손의 위치부터 슛 폼까지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이중 그의 눈에 띄었던 선수는 김진희와 이선영, 박다정이다. 일단 위 감독은 김진희를 백업 포인트가드로 활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김진희는 비시즌 연습 경기에서 주로 백업 포인트가드로 출장하며 많은 시간을 부여받았다. 이선영의 경우에는 주로 2번 자리에서 경기를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대의 전략과 라인업에 따라 두 선수를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생명에서 이적한 박다정 역시 백업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박다정은 지난 2018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16.4점 7.2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8.2%(13/34)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주전급 선수와 백업의 실력 차가 커 고민이 많았다. 만약 세 선수가 위 감독의 기대대로 성장해준다면, 성적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③ 막강한 주전 3인방, 어깨 무거워진 최은실과 김소니아

무엇보다 우리은행의 가장 큰 무기는 박혜진과 임영희, 김정은 등 주전 3인방이다. 모두 농구를 알고 플레이하는 베테랑들이다. 이번 시즌에도 세 선수의 활약은 믿고 보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은행은 주전 3인방과 외국인선수인 토마스의 자리는 어느 정도 고정된 상황이다.

문제는 남은 한 자리다. 일단은 최은실이 마지막 자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수가 있다. 최은실이 올해 처음으로 대표팀 소집됐기 때문이다. 그는 소속팀인 우리은행으로 돌아온 뒤 팀 적응에 다소 애를 먹었다. 게다가 최은실은 잔 부상이 있는 편에 속해 관리도 필요하다.  

포스트진에서 힘을 보탤 김소니아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은행에 현재 국내 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김정은과 최은실 등 포워드진이 골밑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과부하에 걸릴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결국 이들의 체력을 안배해줄 백업 자원인 김소니아의 활약이 절실하다. 김소니아가 골밑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쉬운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 Comments

위성우 감독 : 일단 크리스탈 토마스는 정통 센터로 힘과 페인트 존에서 자리를 잡는 능력이 좋다. 올해 WNBA에서 많은 시간을 나서지 못해 경기 감각과 체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또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현재 리그 구조상 토마스가 30분 이상을 뛰어야 한다. 선수의 의지가 좋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토마스가 리바운드로 팀에 기여해야 한다. 

이번 비시즌은 백업 선수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혜진과 임영희, 최은실이 대표팀에 오랜 기간 소집됐던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름대로 수확도 있었다. 어린 선수들의 장단점을 더욱 자세하게 파악하게 됐고, 비시즌 동안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우승’에 목표를 두고 시즌을 준비한 적이 없다. 올해도 첫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그 이외의 목표는 선수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자연스레 주어질 부분이다. 매 순간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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