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전자랜드는 특유의 끈기 있는 수비와 조직력으로 매해 6강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진출하는 팀이다. 하지만 언제나 외국선수 선발 미스와 2% 부족한 뒷심 때문에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지난 시즌 역시 6강에서 KCC에게 2승 3패로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런 전자랜드가 올 시즌 목표를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잡았다. 외국선수가 바뀌고 이대헌이 상무에서 제대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지만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전자랜드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 2017-18 REVIEW 
① 또다시 발목을 잡은 외국선수
기량 미달의 외국선수는 언제나 전자랜드의 발목을 잡는 변수였다. 그리고 지난 시즌 역시 전자랜드는 외국선수 때문에 속을 썩여야 했다. 시작은 아넷 몰트리였다. 206cm의 신장으로 골밑에서 듬직한 플레이를 기대했던 몰트리는 밖으로만 겉돌며 유도훈 감독을 속을 태웠고 팀은 초반 5경기에서 단 1승만을 챙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러자 전자랜드는 리그 초반 몰트리 대신 브랜든 브라운을 데려오는 강수를 두게 된다. 그나마 몰트리 대신 가세한 브랜든 브라운이 복덩이였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전자랜드는 브라운의 가세로 한때 파죽의 7연승을 질주하며 순위도 9위에서 3위로 단숨에 치솟기도 했다. 이렇듯 브라운이 잘해주자 이번에는 조쉬 셀비가 문제였다. 사실상 외국선수 1순위로 영입한 셀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만큼의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볼을 지나치게 오래 소유하면서 국내 가드인 박찬희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악영향도 나왔다. 결국 유도훈 감독은 셀비마저 네이트 밀러로 바꾸며 안정화를 꾀했지만 시기적으로 늦은 정규리그 막판이어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력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약 시즌 전부터 브라운을 데려왔다면 그리고 셀비가 여의치 않을 때 곧바로 밀러로 바꿨더라면 전자랜드의 지난 시즌 최종 순위는 조금은 더 위에 있었을 것이고 리그를 끝내는 시점도 조금 더 늦춰졌을지 모른다. 

② 또다시 발목 잡은 마지막 뒷심
외국선수와 함께 항상 전자랜드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는 막판 뒷심이다. 전자랜드의 수비 조직력은 KBL 10개 구단 중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수비를 할 때마다 코트 위 5명의 선수가 바닥을 탁 치면서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전자랜드의 수비는 상대팀 입장에서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력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승부처에서 국내선수들의 득점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자랜드에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차바위와 김상규, 정효근, 강상재 등의 포워드가 있고 득점력이 있는 김낙현과 정영삼, 정병국과 박성진 같은 가드진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나 한 방이 필요한 승부처에서 약속이나 한 듯 제 몫을 못하고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지난 시즌 전주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다. 전주에서 열린 마지막 5차전, 전자랜드는 4쿼터 초반까지 8점 정도를 앞서고 있었다. 브라운이 KCC의 하승진과 찰스 로드 등을 상대로 눈물겨운 골밑 플레이를 해줬기에 가능했던 것. 여기서 외곽의 3점슛 한두개만 터져주면 승리를 굳힐 수 있었으나 전자랜드의 외곽포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차바위와 정효근, 강상재, 김상규 등 포워드들은 림 자체를 보지 않았고 슈팅 시도조차 나오지 않으면서 팀플레이는 점점 꼬여갔다.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은 KCC는 적극적으로 전자랜드를 몰아붙인 끝에 역전에 성공하며 4강 PO에 진출했다. 전자랜드로서는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을 법한 경기였다. 

■ 2018-19 POINT 
① 기디 팟츠와 머리 할러웨이, 전자랜드의 구세주 될 수 있을까?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함께 할 외국선수에 단신으로는 가드 기디 팟츠(182.5cm)를 장신 선수로는 포워드 머피 할러웨이(196.2cm)를 선발했다. 기디 팟츠는 신장은 다소 작지만 탄탄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3점슛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미들 테네시 대학 4학년 시절인 2017-2018시즌에 3점슛 성공률 40.5%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경기당 평균 13.3점으로 팀 득점 2위에 올랐을 정도이며 실제로 비시즌 중 국내에서 가진 연습경기와 일본 전지훈련에서도 팀 득점을 주도했다. 특히 지난 9월 7일 인천에서 가진 일본남자농구 대표팀과의 비공식 연습경기에서는 일본의 아이라 브라운과 히에지마 마코토 등이 번갈아가며 막았으나 포츠는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위치와 방향에 상관없이 자신 있게 슛을 던졌고 이 볼이 던지는 족족 림에 빨려 들어갔다. 유도훈 감독은 “포츠에게 볼 없는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라고 하고 있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4번 역할도 해야 하는데 아직은 적응하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선수인 머피 할러웨이는 기대한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일본인 센터를 상대로도 힘 있는 포스트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밀려나며 슛을 던지곤 했다. 

유 감독은 할로웨이에 대해 "아직 체력이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포스트업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은 내가 2대2 플레이에 대한 주문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파워가 생기고 국내 선수들과 손발만 맞추면 잘해줄 것이라 보고 있다. 아직은 팀에 합류한 지 1주일 정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좀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② 국내선수들의 잠재력, 이제는 터져야 한다
전자랜드를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유망주가 많은 가능성의 팀이라는 표현이다. 구단 사정상 대형 FA를 데려오지는 못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준척급의 젊은 유망주들을 많이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터트려준다면 전자랜드의 성적은 급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의 잠재력은 아직까지도 터지지 않고 있다. 최근 2년 연속 6강 PO에서 마지막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승 3패로 무너지는 것이 좋은 예다. 유도훈 감독은 이에 대해 “매년 나도 지겹다"고 말한 뒤 "나부터 외국선수 선발 등 본분을 다해야한다. 그리고 우리 팀에도 과거 양동근(현대모비스), 최근 김선형(SK)과 두경민(상무) 같이 승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있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알을 깨고 나와서 팀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기디 팟츠와 머피 할러웨이 등 외국선수들이 기본적인 것을 해준다고 했을 때 승부를 가르는 것은 국내선수의 몫이다. 팀의 주포를 맡고 있는 슈터 차바위를 비롯해 국가대표인 강상재와 정효근, 포워드 김상규, 2년차 가드 김낙현 등 국내선수 쪽에서 일정 이상의 득점이 나와줘야 한다. 

③ 국가대표 가드 박찬희 활용법은 여전히 숙제
국가대표 가드인 박찬희는 명실상부한 전자랜드의 에이스이자 중심선수로 2016-2017시즌부터 전자랜드에 합류해 팀을 이끌고 있다. 첫 시즌만 해도 팀 내 유일한 국가대표 가드로 팀원들의 입맛에 맞는 패스를 적절히 뿌리며 시너지효과가 났으나 시즌을 거듭하면서 한계점도 명확히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점은 처절하리만치 저조한 외곽슛이었다. 좋은 가드의 조건이 정확한 어시스트, 날카로운 돌파, 그리고 확률 높은 3점슛인데 이중 3점슛이 저조한 게 문제였다. 인사이드의 동료들에게 수비가 집중될 때 외곽에 있는 그에게 패스가 가면 이를 깨끗한 3점슛으로 연결하는 것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슈팅에 돌파를 시도하다보면 안쪽에 몰려 있는 상대팀 수비수들 때문에 팀플레이가 뻑뻑해지면서 오히려 속공을 얻어맞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러면서 박찬희의 활용에 대해 많은 이견과 의문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은 선수를 믿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 시즌에 박찬희의 경기력을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단점을 커버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Comments

유도훈 감독 : 박찬희와 정효근, 강상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동안 팀에 합류하지 못해서 같이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또 대표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으면 모르겠는데 (박)찬희 정도를 제외하면 그러지도 않았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좀 걱정이긴 하다. 그래서 일본 전지훈련에서 많이 손발을 맞춰봐야 할 것 같다. 단신 외국선수인 기디 팟츠는 득점력이 있고 장신인 머피 할러웨이는 인사이드형 빅맨으로서 국내 선수들을 살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둘 다 아직 체력이 안 올라오고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팀에 적응하는 과정이지만 제 몫은 충분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선수 라인업은 올해는 좀 다르게 가져가려 한다. 박찬희의 경기력을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기용 역시 상대팀에 따라 맞춰가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만의 기용도 하려고 한다. 때로는 장신 라인업으로 갈 수도 있고 때로는 슈터들을 중심으로 단신 라인업으로 갈 수도 있다. 전자랜드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 우승은커녕 챔프전 진출도 못해봤다. 구단과 회사에 매우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에는 정말 잘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