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고양 오리온은 여러 난관을 눈앞에 둔 채 시즌을 시작했다. 두 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와 재계약을 포기했고 이승현과 장재석은 각각 상무와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가드진은 여전히 불안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한 단신 외국인 선수 호그가 계약을 거부하며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것과 달리 오리온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해냈다. 무엇보다 장신 외국인 선수 버논 맥클린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결국 오리온은 6라운드에서 6승 3패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여러 난관 속에서 리빌딩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시즌 오리온은 다시 플레이오프권 복귀를 꿈꾼다. 지난 시즌 주전 가드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한호빈, 후반기에 상무에서 복귀할 국가대표 빅맨 이승현, 여전히 포워드진의 쌍두마차로 활약하고 있는 최진수, 허일영을 앞세워 강팀의 면모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심산이다.

■ 2017-18 REVIEW 
① 버논 맥클린이 이끄는 공격 농구

지난 시즌 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오리온은 인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시즌 평균 83.3득점을 기록하며 평균 득점 6위에 올랐고 경기당 3점슛 성공 리그 5위(6.67개), 3점슛 성공률 리그 2위(34.6%)에 랭크되며 강력한 화력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오리온 공격의 중심에는 장신 외국인 선수 버논 맥클린이 있었다. 시즌 초반 맥클린은 포스트업 공격을 앞세운 평범한 로우포스트 득점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추일승 감독의 조율 속에서 팀 전체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 빅맨으로 거듭났다. 추일승 감독은 맥클린의 활동 반경을 페인트존 근처로 제한하지 않았다. 맥클린이 3점슛 라인 바깥으로 나가서 핸드오프 패스를 통해 한호빈, 허일영, 최진수 등과 2대2 게임을 하도록 유도했으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맥클린은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림 근처로 날카로운 돌파를 시도하며 파울을 얻어냈다.

실제로 지난 시즌 맥클린은 15경기에서 5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3.7개의 평균 어시스트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맥클린의 평균 어시스트 기록은 리그 전체 13위였으며, 외국인 선수로서는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맥클린이 오리온 공격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여기에는 허일영, 최진수라는 좋은 국내 포워드 자원들이 도움을 준 것도 컸다. 하지만 맥클린이 페인트존과 3점슛 라인 부근을 오가며 팀 전체의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결코 오리온은 인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시즌 맥클린이 리그에서 손꼽히는 기량의 장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던 이유다.

② 붕괴 직전 가드진, 한호빈이 살렸다
오리온은 우승후보로 군림할 때도 가드진은 약점으로 꼽혔던 팀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앞두고 구성된 가드진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진유가 주전 가드로 뛰는 가운데 김강선이 때로는 포인트가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추일승 감독은 188cm의 큰 신장에 풍부한 활동량을 가진 김진유에게 시즌 초반부터 많은 기회를 줬으나, 김진유는 시즌 내내 아쉬운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위기에 처한 오리온 가드진을 구해내지 못했다. 애초에 포인트가드가 주 포지션이 아니었던 김강선 역시 포인트가드 역할을 수행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기대했던 단신 외국인 선수도 호그(계약 거부), 도론 퍼킨스(부상)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에서 이탈하고 급히 영입한 드워릭 스펜서가 점프슛 위주의 기복 심한 플레이를 보이며 사실상 농사에 실패한 상황. 이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1월 중순 상무에서 제대해 합류한 한호빈이었다.

상무 입대 이전부터 추일승 감독에게 꾸준히 기회를 받았던 한호빈은 전역 이후 곧바로 포인트가드로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오리온 가드진을 바꿔 놓았다. 한호빈은 특유의 패싱 게임을 보여주면서도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날카로운 돌파로 오리온 공격을 이끌었다. 덕분에 오리온은 6라운드에서 6승 3패를 기록했고 한호빈은 21경기에서 평균 8.6점 2.0리바운드 5.0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 2018-19 POINT 
① 압박과 스피드, 오리온의 달라질 농구

올시즌 오리온은 팀 컬러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시즌 오리온은 경기당 평균 실점이 86.6점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시즌 초반부터 선수단에 부상이 잦고 변화가 많다 보니 수비 조직력이 크게 흔들렸다. 황당하게 페인트존에서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리온이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음에도 결과적으로 리그 전체 8위에 머문 것은 결국 수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올시즌 오리온은 이 부분에서 적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추일승 감독은 올시즌 오리온의 농구 색깔에 대해 ‘압박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 상대의 공격이 시작되는 엔드라인부터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디나이 수비를 넓게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왔을 때 가능한 한 적은 시간 동안 세트 오펜스를 전개하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실책을 유발해 빠른 역습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추일승 감독의 의중이다.

오리온은 비시즌 연습경기에서도 이 같은 농구를 계속 테스트하며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강한 압박을 추구하는 만큼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선수들끼리의 호흡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중이다. 올시즌 오리온은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가리지 않고 압박과 스피드 중심의 농구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② 먼로-루이스, 강력한 외국인 콤비가 6강 이끈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오리온 역시 올시즌 외국인 선수 계약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뀐 상황에서 심사숙고 끝에 대릴 먼로(197cm)와 제쿠안 루이스(181cm)로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이스라엘, 터키 등 다양한 리그에서 뛴 장신 외국인 선수 대릴 먼로는 올시즌 10개 구단 장신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영리한 선수로 통한다. 기본적으로 페인트존에서 매우 민첩하고 감각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득점을 올리면서도 상대 도움 수비에 대응해 동료들의 득점을 살려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2미터 신장 제한으로 오리온을 떠났던 버논 맥클린이 직접 오리온에 먼로를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다양한 리그 경험을 가진 베테랑 먼로와 달리 단신 외국인 제쿠안 루이스는 대학을 졸업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젊은 가드다. 지난 시즌 G-리그의 위스콘신 허드에서 뛰었고 오리온과 계약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뛰어난 스피드를 앞세워 양손 돌파가 매우 자유로우며 슈팅 레인지도 긴 편이다. 내외곽을 오가며 돌파, 점프슛으로 안정적으로 득점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추일승 감독이 바라는 속공 득점 역시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③ 국가대표 트리오 최진수-허일영-이승현이 완성될 때까지

오리온은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렀고 특별한 FA 영입도 없었다. 그럼에도 오리온은 올시즌부터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시즌 중반에 이승현이 상무에서 전역해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빅맨 이승현이 돌아올 때까지 또 다른 국가대표 포워드인 최진수와 허일영이 안정적으로 국내선수진을 이끌어준다면 6강 도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오리온의 판단이다. 지난 여름 FA 시장에서 보수 총액 6억 5천에 오리온에 잔류하며 화제를 모았던 최진수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어깨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허일영은 문태종이 떠난 오리온 슈터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줄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반 이승현까지 복귀한다면 오리온은 최진수-허일영-이승현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트리오를 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플레이가 최대 장점인 이승현은 복귀와 함께 곧바로 팀에 녹아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결국 최진수와 허일영이 시즌 중반까지 얼마나 잘 이끌어주며 버텨내느냐가 올시즌 오리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Comments

추일승 감독 : 올시즌 우리 팀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부분은 압박과 수비다. 선수 전원이 상대를 코트 모든 구역에서 압박하며 지치게 만드는 농구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 시즌 약점이었던 수비 문제와 리바운드 역시 보강하기 위해 신경쓰는 중이다. 보다 피지컬한 수비를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있고, 선수들도 그에 맞춰서 노력하고 있다. 허일영이 여름 동안 아시안게임 대표팀 일정 때문에 팀 훈련에서 빠져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 팀에 합류했고 손발을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대표팀에서 어깨 부상 소식이 있었던 최진수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대릴 먼로와 제콴 루이스는 만족스럽다. 둘 모두 팀 색깔에 맞춰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부분이 매우 고무적이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선수가 자기 역할에 집중하면 되지만, KBL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먼로와 루이스는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훈련 중이다. 먼로는 좋은 패스 능력도 갖춘 선수이지만 사실 수비에서의 역할을 더 기대하고 있고 스피드가 장점인 루이스는 시즌이 시작했을 때 자신의 득점을 더 적극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올시즌 우리가 추구하는 압박 농구가 잘 되려면 코트에 서 있는 선수들의 밸런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선수는 압박을 하려고 달려 들어가는데 다른 선수는 뒤로 빠져 있는 상황이 나와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피지컬하게 경기를 풀어갈 계획이며 디나이 수비도 과감하게 넓게 펼칠 생각이다.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리빌딩 시즌이었다고는 해도 아쉬운 결과였다. 언론에서 이미 언급했다시피 시즌 중반에 이승현이 돌아올 때까지만 잘 버티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그 후에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올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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