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SK에게 지난 시즌은 최고의 시즌이었다. 2년 연속 6강 탈락의 고배를 마신 SK는 고심 끝에 애런 헤인즈를 다시 데려오는 초강수를 두었고 그 결과는 정규리그 2위와 플레이오프 우승이라는 달콤한 끝맺음으로 이어졌다. 8년 만에 팀에 우승을 안긴 문경은 감독은 명장 반열에 올랐고 최준용과 안영준, 최원혁 등은 부상으로 오랜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김선형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이렇게 화려한 한 시즌을 보낸 SK는 비시즌 동안 큰 변화 없이 시즌을 준비했다. 국가대표 차출과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기존의 강점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문경은 감독의 복안. 조용하고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한 SK의 올 시즌 목표는 역시 우승이다.  

 

 

■ 2017-18 REVIEW 

① 정규리그를 책임진 헤인즈, PO에서 깜짝 활약 보인 메이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문경은 감독은 고심 끝에 애런 헤인즈를 다시 데려왔다. 특별한 작전 없이 오직 애런 헤인즈에게만 의존해 ‘문애런’이라는 좋지 않은 별명이 붙긴 했지만 코트 위에서 플레이로 선수들을 이끌 구심점에 그만한 선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결정은 결과론적으로 최고의 판단이었다. 2년 만에 SK에 복귀한 헤인즈의 가세로 SK의 지역 방어는 예전의 강함을 되찾았다. 또 팀이 원할 때 득점이면 득점, 리바운드면 리바운드, 수비면 수비 등 모든 면에서 팔방미인이었던 헤인즈의 존재는 최준용과 안영준, 최부경과 김민수 등 코트 위 나머지 선수들이 안정감을 갖고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헤인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2분 25초를 뛰며 23.98점 10.6리바운드 6.0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기록만으로도 그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정규리그 때 헤인즈가 팀을 이끌었다면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교체 외국선수인 제임스 메이스가 빛을 발했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SK는 주포 헤인즈를 부상으로 잃어 자칫 위기를 맞는가 싶었다. 그러나 긴급수혈한 200.6cm의 메이스가 오히려 복덩이가 됐다. 메이스는 2m의 신장을 앞세워 SK의 높이를 더욱 높이면서 외곽에서 상대가 예상치 못한 3점슛까지 성공시키며 팀 득점에도 일조했다. 메이스는 4강 PO 4경기에서 평균 23.75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챔프전 6경기에서는 20.17점 6.0리바운드를 올리며 SK의 우승에 기여했다. 

 

② 김선형의 부상 공백을 이겨낸 탄탄한 국내 선수진

SK는 지난 시즌 초반 큰 위기를 맞았다. 에이스 가드 김선형이 시즌 초반 현대모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심하게 꺾이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부상 정도가 상당히 심각해 시즌 아웃은 당연하고 선수 생명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문경은 감독 역시 지난 시즌 가장 큰 고비처로 김선형의 부상을 꼽았을 정도다. 

그러나 김선형의 부상은 다른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최준용은 김선형을 대신해 가드로 나서며 앞선의 높이를 높였고, 최부경과 김민수도 달라진 각오로 상대 외국선수들과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며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루키 안영준도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며 김선형의 공백을 메웠다. 백업가드 최원혁은 챔프전에서 DB의 에이스였던 디온테 버튼을 상대로 터프한 몸싸움으로 철벽 수비를 하며 대히트를 쳤다. 헤인즈가 있다고는 하지만 또다른 구심점인 김선형이 없는 가운데 SK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 2018-19 POINT 

① 올 시즌도 헤인즈와 함께…새로운 파트너는 오데리언 바셋 

지난 시즌 헤인즈와 함께 우승을 일군 SK는 올 시즌도 헤인즈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장신 외국선수의 신장이 2m로 제한된 현 시스템에서 199cm에 국내 경험이 풍부하고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는 헤인즈와의 재계약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문경은 감독과 SK의 팀 전술과 시스템을 잘 아는 외국선수이기에 올 시즌 역시 활약을 기대하기에 좋은 카드다. 

헤인즈와 호흡을 맞출 파트너에는 과거 고양 오리온에서 뛰었던 오데리언 바셋(185.3cm)이 낙점됐다. 문경은 감독은 이에 대해 “(김)선형이와 앞선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속공 플레이, 그리고 게임이 안 풀릴 때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KBL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국내농구나 새로운 외국선수라면 복잡할 수 있는 우리 팀의 전술에 대한 설명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금방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인즈 역시 바셋을 추천해서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② 최준용의 부상 공백 메울 카드 안영준

미국 전지훈련을 다녀오고 나름의 계획대로 시즌을 준비하던 SK는 시즌 직전 예상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팀의 주축선수 중 한 명인 최준용이 9월 20일 오른 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결국 수술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거의 풀타임에 가깝게 뛴 뒤 비시즌에도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아시안게임과 농구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 나가느라 충분한 휴식을 취지 못한 것이 컸다. 이유야 어찌됐든 SK로서는 비상이 걸린 셈. 

문경은 감독은 “일단 (최)준용이 대신 (안)영준이를 기용할 생각이다. 영준이가 지난 시즌부터 올라왔고 최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원래 준용이가 시즌 중에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영준이를 30분 정도 뛰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그것이 예상 못하게 빨리 온 셈이다. 대표팀에서 했던 것처럼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③ 비시즌 SK의 모토, 체력 회복과 휴식

사실 지난 시즌을 가장 늦게 끝낸 SK는 주축 선수들의 피로도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가 아니다. 대표팀에 차출된 것도 있고 김민수나 최부경 같은 경우는 부상 후유증으로 치료와 재활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선수단 전원이 모여 훈련을 한 적이 없어 새로운 전술을 입히는 것도 이뤄지지 못했다. 한 마디로 비시즌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도 못했고 차분하게 훈련을 하며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SK는 지난 시즌 잘 됐던 것을 최대한 유지하며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경은 감독은 “엄살이 아니라 비시즌 동안 된 게 하나도 없다. 팀원들이 모여 연습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주전들이 대표팀 차출과 부상 때문에 없었기 때문에 비시즌 동안에는 바셋 같이 새로운 선수들이나 식스맨과 세븐맨들의 기량 향상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팀 전체적으로는 체력 회복과 휴식에 큰 목표를 두고 움직였다. 지금 우리는 연습경기를 하기보다는 주전 선수들이 하루라도 빨리 제 컨디션을 회복해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했다. 

 

■ Comments

문경은 감독 : 비시즌 동안 변화를 가져가지는 않았다. 변화를 주기에는 쉽지 않은 선수 구성이고 어쨌든 우승을 할 정도로 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누구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단신 외국선수는 어쩔 수 없이 교체를 해야 해서 오데리언 바셋으로 바꿨는데 헤인즈의 파트너로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셋으로 결정한 이유는 헤인즈의 추천도 있었지만 한국 농구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비시즌 목표를 선수들 체력과 컨디션 회복으로 잡을 정도로 변화없이 기존의 전력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새로운 외국선수가 온다면 KBL은 물론이고 우리 팀에 대한 설명도 일일이 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의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선수단 전원이 모여 훈련할 시간이 적은데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바셋의 팀 적응과 안영준을 비롯한 최원혁, 류영환 등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본다. 

올 시즌에도 우리는 달리는 농구를 할 생각이다. 대신 지난 시즌보다는 좀 더 빨라질 것이다. 우리의 스피드는 높이되 상대방의 스피드는 줄여야 한다. 외곽 선수들이 밖에서부터 흔드는 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헬프 사이드 수비를 강조해서 속공을 하려고 한다. 김민수와 최부경, 안영준 같은 포워드 라인이 올 시즌에도 제 몫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8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는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년 연속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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