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더럽게 잘한다!
이 달의 추잡한 선수들
이 달의 추잡한 선수들
열정이 지나친 것일까? 가끔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선수들이 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추악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더러워도 너무 더러운, 이른바 추잡한 선수들을 만나보자.
글ㆍ오언석 사진ㆍNBA 미디어 센트럴

너 양아치니? 메타 월드피스
LA 레이커스의 메타 월드피스가 다시 한 번 사고를 쳤다. 아니 사람을 쳤다. 사건은 2월 초,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일어났다.
2쿼터 막판, 월드피스는 피스톤스의 유망주 브랜든 나이트와 몸싸움을 벌였다. 그런데 갑자기 월드피스가 나이트를 끌어안는 더티 플레이를 행했다. 그리고는 헤드록(Headlock,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었다. 나이트가 반항(?)하자 부아가 치밀었는지 월드피스는 왼쪽 손등으로 나이트의 얼굴을 가격했다. 심판과 동료들이 두 선수의 몸싸움을 말리지 않았더라면 큰 불상사가 일어날 뻔했다.
악명 높은 월드피스의 만행을 직접 체험한 나이트는 더 없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월드피스는 플래그런트 파울1을 선언 받았다. 하지만 NBA 사무국의 날카로운 눈마저 피할 순 없는 노릇. 사무국은 경기 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월드피스에게 한 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월드피스는 많은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자신보다 큰 선수 앞에서는 얌전한 반면, 상대적으로 어리거나 작은 선수들을 유난히 못살게 구는 경향이 있기 때문. 팬들은 이를 두고 “양아치 근성”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World Piss 혹은 World Fist
디트로이트랑 원수라도 진 것일까. 지난 2004년 관중 폭행 사건 역시 디트로이트의 홈 경기장에서 일어났다. 피스톤스의 명수비수, 벤 월라스와 월드피스의 충돌로 발발한 이 사건은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장면으로 꼽힌다.
4쿼터 막판, 인디애나는 디트로이트에게 97-82로 크게 앞섰다. 경기 종료까지는 50여초만이 남아 있었다. 월드피스는 득점을 시도하는 월라스에게 과격한 반칙을 범했다. 월라스는 사실상 승패가 결정 난 상황에서 심한 반칙을 당하자 격노했다.
월라스는 월드피스를 세게 밀쳤다. 이후 모든 동료들과 심판진이 한데 엉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 와중에 월드피스는 광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더니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화가 난 디트로이트의 홈 관중들은 물컵을 집어 던졌다. 월드피스는 결국 이성을 잃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관중석에 뛰어올라가더니 마구잡이 ‘묻지 마 폭행’을 일삼았다.
한 성깔 하던 스티븐 잭슨이 난입하며 일이 점점 커졌고 저메인 오닐마저 흥분하고 말았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급기야 남은 시간과 관계없이 경기가 취소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이후 ‘메타 월드피스’로 개명했지만 성품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제임스 하든의 관자놀이를 팔꿈치로 가격해 7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트러블을 숱하게 일으켜왔다. 그의 이름은 ‘World Peace’가 아니라 ‘World Piss(소변)’ 혹은 ‘World Fist(주먹)’가 더 적절해 보인다.

낭심 자객, 서지 이바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블록 머신, 서지 이바카가 반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지난 3월 초, 국내외 농구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이바카를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LA 클리퍼스와의 경기 막판 일어난 이바카의 비신사적인 반칙이 원인이었다.
4쿼터 종료까지 2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골밑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던 이바카는 그리핀의 낭심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리핀은 급소를 부여잡고 코트를 나뒹굴었다. 하지만 이바카의 얼굴에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나 몰라라 하며 혀를 날름거릴 뿐이었다.
관중들은 이 엽기적인 반칙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왜 그리핀의 낭심을 공격했을까? 아마도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바카는 시합 내내 블레이크 그리핀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그리핀을 당해낼 수 없었다. 힘이 장사인 그리핀은 손쉽게 이바카를 제압하며 포지션 우위를 점했다. 이바카의 표정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심판진은 이바카에게 플래그런트 파울 1을 선언했다. 플래그런트 파울 1을 두 번 지적 받으면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 플래그런트 파울 2는 즉시 퇴장이다. 플래그런트 파울 1을 선언 받은 이바카는 계속 경기에 뛸 수 있었다.
그리핀은 이를 두고 “이바카는 퇴장 당했어야 했다. 우리 모두가 그의 반칙을 똑똑히 봤지 않은가”라며 “나는 이바카를 자극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이건 농구 경기다. 가끔 이 사실을 잊고 지나치게 행동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말로 이바카의 행동을 비난했다.
이에 대한 이바카의 응수도 만만치 않았다. 이바카는 “의도적인 행동은 절대 아니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합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일이다. 그저 좋은 위치를 잡아 리바운드를 따내려고 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했다.
설전은 트위터를 타고
NBA 사무국은 이바카에게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반칙의 강도를 봤을 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몇몇 NBA 선수들은 이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물론, 노골적으로 이바카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건의 당사자 그리핀은 이바카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자 다음과 같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꼬마 블레이크 : 누구세요? 미래의 블레이크 : 미래에서 온 너다. 다른 사람들 말은 듣지 말고 내 말만 들어. 낭심 보호대 꼭 착용하고 다녀라.”
그리핀 본인이 출연한 자동차 광고를 패러디 해 이바카의 반칙을 비꼰 것이었다. 클리퍼스의 베테랑, 맷 반스 역시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의도적으로 누군가의 고환을 움켜쥐거나 때려도 징계를 받지 않는구나. 다른 선수를 밀었을 때는 징계를 내리더니 말이지.”
반스는 다른 선수들과의 충돌로 여러 번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NBA 사무국의 애매한 기준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 히트의 슈퍼스타 듀오, 드웨인 웨이드와 르브론 제임스 역시 불만을 내비쳤다. 웨이드는 “와우! 고의성 없는 펀치라. 나는 20만 달러를 날렸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제임스 역시 “차이점을 설명해볼까? 웨이드는 한 경기 징계와 더불어 15만 달러가 넘는 돈을 빼앗겼다”며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웨이드는 시즌 초 샬럿 밥캐츠와의 경기에서 라몬 세션스의 낭심을 걷어찼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바카는 이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나는 다른 선수들의 트위터를 안 본다.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어제도 말했듯이 그저 경기 도중에 일어난 일이다. 농구는 격렬한 운동이지 않은가. 나는 나쁜 놈이 아니다.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게 좋을 뿐이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려는 생각은 절대 없다. 단, 그 경기를 봤던 모든 팬들에겐 사과하고 싶다.”

보웬의 재림? 단테이 존스
갈 길 바쁜 레이커스의 앞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간판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부상을 입으며 향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 코비는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경기 마지막 순간, 동점을 노리는 슛을 던졌다. 이때 코비를 막던 단테이 존스가 착지 지점에 발을 집어넣었다. 존스와 부딪힌 코비는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그대로 떨어졌다. 결국, 왼쪽 발목이 뒤틀리는 부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승패가 바뀔 수 있는 클러치 타임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심판들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코비는 경기 후 “분명히 반칙 콜이 불렸어야 했다”며 반발했다. “공격수가 슛을 던지는 순간, 수비수가 발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며 화난 감정을 표출했다.
존스 역시 이에 화답(?)했다. “비디오테이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코비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발목이 돌아갔다. 그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본인의 플레이를 변호했다. 며칠 후 NBA 사무국은 “존스의 마지막 플레이는 반칙이 맞다”고 인정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슈터, 다니엘 깁슨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 더티 플레이였다”며 존스를 맹비난했다. “존스는 원래 그런 선수로 유명하다”며 말을 이어간 그는 “코비가 슛을 던진 이후 장면을 잘 보라. 존스는 계속해서 코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슛의 성공 여부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코비의 손에서 공이 떠났는데도 몸을 골대 쪽으로 돌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계속 코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스는 과거에도 두 차례나 코비를 부상 입힐 뻔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레이커스는 2009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덴버 너게츠와 맞닥뜨렸다. 당시 존스는 너게츠의 에이스 스토퍼로 나서 코비를 전담 수비했다.
시리즈가 한창 진행되던 3차전. 돌파를 허용하자 존스는 레이업을 시도하는 코비의 등을 그대로 떠밀어 버렸다.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플레이였다. 존스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차전에서는 발을 걸어 코비를 넘어뜨리기도 했다. 코비와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SIDE PLAYER | 공공의 적, 브루스 보웬
이 분야의 전문가는 단연 브루스 보웬이다. 보웬은 현역 시절, 악명 높은 수비수로 팬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동료들을 제외하면 선수들과의 사이도 대단히 좋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빈스 카터와의 앙숙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보웬은 2000년, 2004년, 2005년 총 세 차례나 카터와 마찰을 빚었다. 주로 슛을 하고 내려오는 카터의 착지 지점에 발을 집어넣어 논란을 낳았다. 이 때문에 카터는 2004년, 발목 부상으로 6경기를 쉬어야 했다.
레이 알렌을 광분하게 만든 사건이나 월리 저비악의 얼굴을 발로 찬 더티 파울도 유명하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역시 “보웬이 슛을 던질 때마다 발을 넣는다”며 치를 떤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