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단순히 산악 전지훈련을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지난달 강원도 태백에서 너무나도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평지에서 훈련하고 싶었다. 조금 더 쉬울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지훈련보다 더 전지훈련 같은 코트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친절했던’ 신한은행의 코칭스태프와 함께...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그토록 두렵던 ‘태백’은 피했지만...
처음부터 신한은행 훈련 체험을 계획됐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3번째 목적지는 지난 KB 고지대 전지훈련에 이어 하나은행의 태백 훈련 체험이었다. 전자랜드 정영삼에게 “(이)환우 형이 빡센(?) 걸 엄청나게 좋아한다. 크게 고생할 거다. 단단히 마음먹고 가라”는 조언도 들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의 어느 날. 짐 가방을 둘러매고 집을 나섰다. 새벽에 회사 근처에서 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과 함께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남들은 하하 호호 웃으면서 즐겁게 열차를 타는 데 왜 난 또 태백인가’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나 신은 가련한 영혼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하나은행 코칭스태프로부터 다음날 오전 훈련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가 내리쬐던 태백에 마침내 비가 내렸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훈련 취소와 함께 태백행도 무산이 됐다. 기쁨에 겨워 이날 저녁은 치맥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후 다시 훈련 구단을 섭외해야 했다. 회사는 친절하게 “신한은행도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하러 간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다시 산악 전지훈련을 체험하는 것은 그림이 살지 않는다”는 핑계로 코트 훈련을 하는 날로 체험 날짜를 잡았다. 신한은행이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약 사흘 전이었다. 

그러나 코트 훈련이 산악 훈련보다 쉬울 것이라는 예상은 큰 착각이었다. 운동 종류만 다를 뿐이지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친절한 선민 씨와 형수 씨, 그리고 구타 체험?!
신한은행 측은 정말 친절했다. ‘일일 체험’이었지만, 실제 선수처럼 체험하길 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문제는 사이즈였다. 여자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 대부분은 성인 남자가 입기에는 다소 작다.

이 소식을 들은 정선민 코치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그는 급하게 센터 김연희를 불렀다. 김연희는 최근 정 코치로부터 일일 과외를 받고 있다. 정선민 코치는 “야! 김연희! 너 지난 시즌 유니폼 있지? 옷 가져다드려”라고 말했다. 결국 김연희의 유니폼을 입게 됐고, 이날 나는 또 다른 김연희가 되고 말았다. 물론 하루 내내 정 코치에게 김연희 취급(?)을 당했다.

정선민 코치 이외에도 신한은행에는 친절한 사람이 참 많았다. 전형수 코치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전 코치는 분명히 본격적인 훈련 전 “하다가 힘들면, 쉬었다가 하라”는 조언을 했다. 그러나 막상 훈련에 들어가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체험하러 왔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쉬면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고통스러웠지만, 그에게 자비란 없었다. 아무래도 김연희 유니폼을 입었기에 선수로 착각한 모양이다. 

최윤아 코치도 정말 친절했다. 처음에는 “알아서 잘할 수 있으시죠”라며 외면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도 ‘신한은행 친절 DNA’를 유감없이 뽐냈다. “자세를 똑바로 해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거나 “몇 번만 더 해보라”고 권유했다. 신한은행 코치의 첫 번째 자격은 아무래도 ‘친절’인 듯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친절했던 사람은 신한은행 프런트였다. 오전 훈련으로 사이클을 타고 있을 때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정희 사무국장은 “제대로 해야 한다. 열심히 하라”며 주변에 있는 나무 막대를 잡은 뒤 힘껏 휘둘렀다. 중학교 2학년 때 이후 학교에서도 맞아본 적이 없었지만, 무려 약 16년 만에 ‘사랑의 매’를 신한은행에서 체험했다.

이 국장의 친절함은 오후 스트레칭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며 스트레칭을 직접 돕겠다고 나섰다. “오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와 어깨를 눌렀다. 입에서는 당연히 “악!” 소리가 났다. 이후 이 국장은 “재밌다”며 웃음을 한껏 머금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평소 신한은행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런트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잘못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지옥의 서막, 웨이트 서킷
체육관에 도착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스트레칭. 3번째 체험이지만, 몸을 푸는 작업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이날 스트레칭 일일 선생님은 유망주 이혜미였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팀에서 막내급에 속하는 그를 곁눈질하며 따라 했다. 유연하게 다양한 동작을 소화하던 그와 달리 여전히 나무젓가락처럼 뻣뻣했다. 관절에서 나는 ‘똑’ 소리는 덤이었다. 더운 날씨 탓에 체육관의 모든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땀은 비처럼 쏟아졌다.

이후 곧바로 체육관 안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이동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웨이트 트레이닝과 코트 서킷 훈련을 동시에 진행했다. 신한은행 측은 “다양한 운동을 한꺼번에 진행함으로써 농구에 필요한 모든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이번 비시즌을 맞아 훈련 프로그램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진행한 서킷트레이닝을 비롯해 셔틀런 등으로 체력과 근력을 동시에 키우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선수들의 회복과 밸런스 향상을 위해 체육관 근처 도원실내수영장을 활용해 수중 훈련도 진행했다. 

재활을 진행 중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날 훈련에 참여한 선수는 총 9명. 친절한 정선민 코치는 “한 자리가 남는다”며 “웨이트 서킷에서는 유승희 다음 순번을 따라 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사실 지난 두 번의 체험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체험하지 않았다. 기구를 사용하는 탓에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 일반인이 체험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러나 친절한 신한은행 코칭스태프는 “당연히 웨이트도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사이클로 끌려갔다. 

사이클은 익숙한 기구다. 지난 6월 삼성생명 훈련에서 체험했기 때문. 그러나 방법이 약간 달랐다. 심박 수 기계를 활용해 3분 동안 꾸준히 밟아야 했던 삼성생명 훈련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선민 코치는 “처음 페달을 굴릴 때 무거울 것”이라며 “첫발은 힘차게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생명 훈련 이후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자주 탔던 것이 크게 도움 됐다. 그의 조언대로 힘 있게 페달을 밟았다. 사실 순간 우쭐했다. 

그러자 정 코치가 “왜 이렇게 쉽게 돌아가지?”라며 기계를 슬쩍 만졌다. 사이클 페달이 엄청 무거워졌고, 이내 속도도 늦어졌다. 곧바로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저항할 수 없었다. 30초라는 시간 동안 힘겹게 페달을 굴렸다.

곧바로 다른 기계로 이동했다. 허벅지 뒤쪽 근육을 자극하는 ‘레그 컬’이라는 기계였다. 몇 번 다녀본 헬스장에서 해본 경험이 있던 기구였다. 다행히 능숙하게 해냈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곧바로 암초를 만났다. 등 운동의 꽃이라고 불리는 ‘랫 풀다운(Lat Pulldown)’이었다. 랫 풀다운은 등 근육 전체를 자극하는 기계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기구였다. 오직 곁눈질로 구경만 해봤다. 

30초 동안 열심히 바를 잡아당겼다. 역시 사용하지 않았던 탓에 어깨가 뻐근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윤아 코치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는 “방향을 반대로 해서 앉았다. 이쪽이 아니라 저쪽을 보고 해야 한다”고 했다. 순간 너무 민망했다. 그 뒤로 최 코치는 무언가 결심한 듯했다. 선수들에게 온 신경을 쏟았던 그는 이 사건 이후로 기구 사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아마 이렇게 심각한 ‘운동치’인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랫 풀다운 이후에도 다양한 기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친절한 전형수 코치의 지도로 복근 운동도 해봤다. “배에는 털 이외에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전 코치는 어딘가에 분명히 근육이 있을 것“이라며 운동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무려 15개. 온 힘을 다해 운동했다.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바벨을 활용한 벤치 프레스도 체험했다. 지난 KB 전지훈련 때 실패했던 운동이다. 당연히 혼자서는 할 수 없어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마치고 나니 어깨가 아주 조금 넓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또 상·하체 모두 자극을 주는 케틀 벨 스윙도 해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 하나. 이날 훈련을 모두 마칠 때쯤이었다. 김단비가 슬쩍 다가왔다. 그는 “복근 운동할 때 표정이 정말 웃겼다. (이)경은 언니랑 껴안으면서 웃었다.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얼굴 하나만으로도 누군가를 웃길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만족스러웠다. 

지옥 같았던 코트 서킷, 다시 찾아온 구토의 시간
웨이트 서킷을 마치자 선수들은 코트로 이동했다. 코트에서 진행하는 서킷 트레이닝이 남았기 때문이다. KB 훈련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텝 박스를 활용하거나 낮은 허들, 공, 스프린트 등 다양한 훈련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당연히 ‘스프린트 위드 레지스턴스’였다. 지난달 태백에서 두 차례 구토를 유발했던 바로 그 운동이다. 선수들은 ‘스프린트’로 줄여 말한다.

이 운동은 먼저 몸을 줄에 고정한다. 이후 저항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가는 운동이다. 순간 차고 나가는 힘, 전력 질주 능력, 코어 근육 발달에 도움을 준다. 신한은행은 몸을 묶은 줄을 골대에 고정해 놓았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전력 질주를 했다. 앞에서는 정선민 코치가 지켜보고 있었다. “자유투 라인까지 나와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정 코치의 가르침대로 최대한 힘을 쏟았다. 종료 소리가 들리자 온몸에 있는 힘이 모두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이내 곧 뱃속에서 이상 신호가 왔다. 바로 구토를 부르는 소리였다. 속이 메스꺼워졌고,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가야 했다. 체육관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난번 KB 전지훈련 때 이미 두 차례 구토를 경험했다. 이제는 익숙했다. 빠르게 정리한 뒤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다. 허들을 옆으로 뛰다가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허들과 버피 테스트를 함께 진행 운동도 있었다. 모든 운동을 다 마쳤다. 정말 뿌듯했다. 그러자 최윤아 코치가 웃으면서 다시 다가왔다.

“이제 한 세트 끝났어요. 우리 원래 세 번 해요. 두 번 더 하셔야 해요!”

다시 웨이트장으로 끌려갔다. 또 사이클을 탔고, 하체 운동을 했다. 복근운동도 다시 했다. 이후 체육관으로 돌아와 달리기를 했고, 허들을 넘었다. 결국 두 번째 구토를 하고 말았다. 결국 세 번째 구토를 한 뒤에야 오전 운동을 마칠 수 있었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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