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게 코트를 지배한다
        NBA의 마이너스 선수들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팀 던컨. 팀을 승리로 이끄는 위대한 선수들이다. 팬들은 이러한 슈퍼스타들의 멋진 플레이 하나하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찬사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오장육부를 자극하는 플레이로 손가락질을 받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대뇌 전두엽까지 고통을 전해주는 마이너스(Minus) 선수들을 만나보자.
 
글ㆍ염용근 사진ㆍNBA 미디어 센트럴
 

난 누군가? 여기는 어디인가?
“A 선수 패스했습니다!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관중석으로 배달되었네요!”
“이번 경기는 B팀이 우승으로 가는 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전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C선수는 멋진 맵시를 뽐내는 정장을 입고 벤치에서 미소를 짓고 있군요.”
“4쿼터 남은 시간은 2초, 마지막 역전 찬스. D선수에게 3점 오픈 기회가 났습니다. 클러치에 매우 강한 선수죠! 그러나 오늘 경기는 E선수의 용감한 돌파에 이은 2점 슛으로 종료되었습니다. 팀은 3점 차이로 지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들을 접했을 때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당신의 심장은 강하게 단련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팀을 패배로 인도하는 복장 터지는 플레이를 매 경기 감상했을 테니 말이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로, 어쩔 땐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으로 당신의 스트레스 지수는 한계치를 향해 거침없이 상승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농구경기를 보면서 왜 이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당신이 아무리 고통 받는다 하더라도 그 선수는 다음 날 경기에서 똑같은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저 이런 선수와 팀을 응원하는 자신을 탓할 뿐!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인 NBA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인내심과 관용의 미덕을 일깨워주는 선수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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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바르냐니ㆍ토론토 랩터스
35경기 평균 12.7점, 3.5리바운드, 1.5실책, FG 40.0%, P 31.1%

2006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이자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BQ 높은 유럽 출신 빅맨. 토론토 랩터스 팬들의 안드레아 바르냐니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모든 유럽산 빅맨이 덕 노비츠키, 파우 가솔이 될 수 없는 법. 바르냐니의 밑천이 드러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빅맨으로서 어이없는 야투 성공률(커리어 43.7%), 말이 안 나올 정도의 리바운드(커리어 4.8개). 두 가지 부문만 살펴봐도 그가 얼마나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팀에서 가장 큰 선수가 포스트-업 대신 페이스-업과 점프슛을 즐긴다. 여기에 수비와 박스-아웃은 포기한지 오래. 오죽했으면 ‘바보야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생겼을까?

이번 시즌 들어 바르냐니의 해악(害惡)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토론토는 그와 함께 한 경기에서 10승 19패, 그가 없는 경기에서 14승 14패를 기록하며 확연히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트레이드를 통해 루디 게이를 영입하면서 팀에는 바르냐니를 대신해 점프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더마 데로잔, 카일 라우리까지 3명에 이르게 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으레 몸싸움과 리바운드 경합에 힘을 써야할 터. 하지만 역시나 바르냐니에게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바르냐니의 남은 계약은 2014-15시즌까지(2,300만 달러)다. 게이 트레이드 이후 브라리언 콜란젤로 단장이 바르냐니 처분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다른 팀 단장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내년 시즌에는 좀 달라진 면을 보일 수 있을까? 그저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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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레 스타더마이어ㆍ뉴욕 닉스
29경기 평균 14.2점, 5.0리바운드, 1.7실책, FG 57.7%, FT 80.8%

팀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이 고집하던 스타일을 바꾼 노력은 잘 알고 있다. 본인 잘못보다는 여러 가지 외부요인 때문에 팀 성적이 하락한 것도 인정한다. 사실상 시즌을 접었지만 뛰고 싶지 않아 하는 선수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바로 2014-15시즌까지 보장되어 있는 맥시멈 계약이다. 돈 많은 뉴욕 닉스 구단에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쳔시 빌럽스를 사면한 이후 닉스는 어떻게든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를 안고 가야 하는 입장이다. 이미 주전으로서 경쟁력을 잃은 선수와 2년을 더 함께 해야 하는 현실이 썩 내키지 않을 터.
또 다른 문제는 부상 복귀 후 아마레가 20분 내외의 식스맨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2천만 달러 이상의 고액연봉자를 식스맨으로 활용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여! 그 탓에 팀 연봉 유동성이 꽉 막히고 말았다.

그나마 전성기 기량을 찾는다 하더라도 팀의 주축인 카멜로 앤쏘니, 타이슨 챈들러와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앤쏘니의 비중을 줄여 스타더마이어에게 볼을 안길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스타더마이어가 수비형 빅맨으로 변신해 챈들러를 도울 수 있을까? 차라리 마커스 캠비가 회춘해 올해의 수비 팀에 선정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피닉스 선즈를 떠나 뉴욕에 합류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세월의 무상함을 알 수 있다. 어느새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만 스타더마이어의 쓸쓸함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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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보거트ㆍ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17경기 평균 6.0점 7.4리바운드 1.0실책 FG 46.4% FT 55%

올 시즌 현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마크 잭슨 감독의 지휘 하에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 중심에 핵심 인물들의 꾸준한 활약이 있다. 스테픈 커리, 데이비드 리, 재럿 잭, 칼 랜드리 등은 이름만 들어도 흐뭇해지는 선수들. 시즌 중반부에 앤드류 보거트의 복귀까지 예정되어 있어 더욱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정통센터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그의 합류는 팀 전력의 완성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1월 후반, 선전을 거듭하던 골든스테이트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당시 보거트가 복귀했지만 워리어스는 이후 10승 13패로 부진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하락세였던 팀을 구하기는커녕 추락 속도에 더욱 가속을 붙였으니 팀 내 최고연봉자 입장에서 보거트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러자 보거트와 팀의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템포 농구에 화끈한 몰아치기가 워리어스의 매력이지만 기동력이 부족한 보거트는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예전의 보드 장악력까지 사라졌다. 특히 수비 범위가 크게 좁아지면서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말았다.

컨트롤 타워 역할은 리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득점력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최근 8경기 평균 득점은 고작 4.5점에 불과하다. 차원이 다른 수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기댈 부분은 보거트가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인저리 프론’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하루 빨리 예전의 위력을 찾아야만 마이너스 플레이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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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피셔ㆍ오클라호마시티 썬더
7경기 평균 4.3점, 1.0어시스트, FG 38.5%, 3P 40.0%

우승 청부업자, 클러치 타임의 지배자, NBA 선수 노조 회장. 데릭 피셔의 선수 커리어는 분명 성공적이었다. 1996 드래프트에서 LA 레이커스의 지명을 받은 이후 5차례나 우승을 맛봤고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클러치 슛도 다수 성공시켰다.

2011년에는 선수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일선에 나서 구단주들과의 협상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이쯤에서 은퇴했으면 뒷모습이 아름다운 베테랑 선수로 영원히 팬들의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내보인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퇴물 이미지만 적립하는 슬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자동문 수비는 넘어가자. 어차피 전성기에도 소속팀 감독들은 이를 감수했다.

문제는 더 이상 팀을 조율할 수 없을 정도로 기량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클러치 빅샷도 몸 상태가 따라줘야 나올 수 있다. 팀 승리 기여도를 측정하는 WS에서 바닥을 치는 선수가 어쩌다 한 경기에서 빅샷을 성공시켰다 한들 나머지 경기를 말아먹는다면 결코 호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최근의 경기력은 더욱 악화일로다. 대체 왜 피셔가 코트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느려터진 수비로 상대 가드들의 기록 적립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가 하면 형편없는 슛 셀렉션으로 공격 리듬을 무너뜨린다.

베테랑의 경험이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 모를까, 이미 지난 시즌 파이널 무대까지 밟은 썬더에서 공격, 수비 모두 마이너스인 피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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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스 콜ㆍ마이애미 히트
60경기 평균 4.7점 1.8어시스트 1.1실책  FG 39.9% 3P 26.2%

지난 시즌, 마이애미 히트 팬들은 주전 포인트가드 마리오 챌머스가 부진할 때마다 노리스 콜의 존재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곤 했다. 비록 드래프트 순번은 낮았지만 과감한 돌파와 튼튼한 내구성, 쏠쏠한 수비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샐러리 사정이 썩 좋지 못한 팀 입장에서 연봉이 100만 달러에 불과한 콜은 장기적으로 봐도 충분히 키워 볼 가치가 있는 유망주였다. 더구나 몸값은 챌머스의 1/4 수준이었다.

2012-13시즌, 챌머스는 여전히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문제는 콜의 기량 퇴보다. 아무리 마이애미의 ‘빅 3’가 북 치고 장구 치는 팀이라 할지라도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

콜은 볼을 운반할 뿐만 아니라 1선 수비 로테이션을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중이다. 수비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것은 애교. 팬들의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지나친 대담함(?)이다. 매번 무리한 속공 전개로 손쉬운 기회를 허공에 날린다. 여기에 이해할 수 없는 슛 시도까지 더하며 상대 수비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속이고 있다.

히트의 경기를 보며 “이봐 콜! 여기서 이런 플레이는 위험해”라고 주문을 외운 후 눈을 떠보자. 당신의 눈앞에는 위험한 플레이를 강행하는 콜의 용맹무쌍한 모습이 이내 펼쳐질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콜마저 없었다면 히트의 플레이에 ‘인간미’라고는 바늘구멍만큼이나 찾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감독이 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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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스마트ㆍ새크라멘토 킹스
124경기 42승 81패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새크라멘토를 떠나 시애틀로 연고지를 이전할 것으로 보이는 킹스. 시즌 종료 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키스 스마트 감독의 해임일 것이다.

당신이 여가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손목 때리기 내기 화투를 즐긴다고 치자. 손에는 광 3장과 쌍피 2장이 들려 있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이제 이 패들을 슬기롭게 꺼내 들어 화투판을 정리한 다음, 친구들의 손목을 접수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속된 표현으로 ‘싸고’ 쌍피를 내었더니 맞는 패가 없다. 승리를 조공한 당신의 손목은 붉게 물들 수밖에 없다.

스마트 감독의 경기 운영이 딱 그 수준이다. 새크라멘토 로스터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로 차고 넘친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이 자원들을 영리하게 활용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도출했을 터.

그러나 스마트 감독은 이름과는 달리 중구난방으로 로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 경기 주력선수가 바뀔 정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드마커스 커즌스는 그렇다고 치자. 대체 아이재아 토마스, 지머 프레뎃, 타이릭 에반스, 마커스 쏜튼, 존 샐먼스 중 팀의 주축 가드는 누구란 말인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북유럽으로 가서 교육자로 나설 것이지 왜 NBA 감독을 하고 있는 건가? 새크라멘토에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감독이지, 요한 페스탈로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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