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나폴레옹은 누구?
네이트 로빈슨 vs 아이재아 토마스

단신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장신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기자기한 농구를 펼치기 때문이다. 네이트 로빈슨과 아이재아 토마스는 그리 특출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특별하다. 이들은 이미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며 NBA 경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글ㆍ오언석 사진ㆍNBA 미디어 센트럴

 
네이트.jpg
네이트 로빈슨ㆍNATE ROBINSON

생년월일 1984년 5월 31일
신체조건 175cm, 82kg
출신대학 워싱턴
드래프트 2005년 1라운드 21위
평균기록 11.3점, 2.5리바운드, 3.0어시스트
 
 
제2의 전성기

‘슬램덩크 챔피언’ 네이트 로빈슨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덩크가 아니다. 당당히 실력을 앞세워 자신의 가치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 시카고 불스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나서고 있는 로빈슨은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탐 티보도 시카고 감독의 신뢰를 샀다.

시즌 개막 전, 불스는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데릭 로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구단은 커크 하인릭과 로빈슨을 차례로 영입하며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보강했다. 당초 로빈슨은 하인릭의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경기력은 여전히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하인릭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반면, 티보도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로빈슨을 선발로 내보냈다. 수비를 중시하는 티보도로서는 썩 내키지는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득점력만큼은 기대를 걸었다. 이전 네 경기에서 로빈슨은 22점, 19점, 15점, 24점을 퍼부으며 팀의 빈약한 공격에 큰 보탬이 되었기 때문이다.

선발로 출전하기 시작한 로빈슨은 펄펄 날았다. 포인트가드 본연의 임무도 소홀하지 않았다. 로빈슨은 붙박이 선발로 출전한 첫 6경기 평균 17.2점, 3.0리바운드, 8.3어시스트, 1.7스틸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 실책은 1.7개 밖에 되지 않았다.

3점슛 능력도 돋보였다. 평균 2.5개의 3점을 48.4%의 높은 성공률로 림에 꽂았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로빈슨은 ‘동부 컨퍼런스 이 주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제 2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잠시 벤치로 내려갔으나 하인릭의 부상이 재발하며 다시 주전으로 올라섰다. 3월 중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경기에서는 27분간 20점, 7어시스트, 3점슛 3방을 기록하며 팀의 18점차 대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물론, 팀의 주역은 아니다. 하지만 감초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소 정적인 불스의 공격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존재이자 통통 튀는 에너자이저. 그 이름은 바로 로빈슨이다.
 
 
쇼맨십 넘치는 개구쟁이

로빈슨은 어려서부터 밝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유년기 사진을 봐도 유쾌함이 가득함을 알 수 잇다. 이러한 성격은 프로에서도 큰 이점이 되고 있다. 로빈슨은 동료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쳤을 때 누구보다 크게 환호하는 선수 가운데 하나다.

보스턴 셀틱스 시절, 로빈슨이 만들어 낸 여러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파이널에서 폴 피어스가 멋진 클러치 샷을 성공시키자 로빈슨은 지나치게 흥에 겨운 나머지 제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때 사건(?)이 터졌다. 피어스에게 달라붙어 연속해서 점프를 했는데 너무 높이 뛰고 만 것. 앞으로 뛰어가는 피어스를 뒤로 한 채 로빈슨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샤킬 오닐과의 일화도 웃음을 자아낸다. 로빈슨은 평소 오닐의 열성 팬이었다. 로빈슨은 오닐에게 항상 장난을 걸곤 했는데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로빈슨은 오닐 앞에서 깐죽대다 붙잡혀 엉덩이를 얻어맞고 있었다. 표정연기도 일품.

로빈슨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항공모함과도 같은 오닐의 신발을 신더니 갑자기 델론테 웨스트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케빈 가넷을 비롯한 동료들은 로빈슨의 익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보스턴의 가족 같은 팀 분위기에는 이러한 로빈슨의 깐죽거림이 있었다.

뉴욕 닉스 시절에는 이러한 쇼맨십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래리 브라운 감독과의 트러블 때문이었다. 신인이던 로빈슨은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마음만 앞섰다. 화려한 플레이와 세리머니를 즐긴 이유다. 브라운 감독은 이러한 로빈슨을 못마땅해 했다. 틈만 나면 D-리그 강등 혹은 트레이드를 고려했다. 서로에게 물과 기름인 셈이었다.
 
 
네이트 올마이티

로빈슨의 운동능력은 경악스럽다. 점프력이 무려 43.5인치(약 110.5cm)에 육박한다. 172.1cm에 불과한 실제 신장으로 유일무이 세 차례 슬램덩크 챔피언에 등극한 비결이다. 스피드 또한 놀랍다. 드래프트 신체능력측정 당시 ‘3/4 코트 달리기’ 항목에서 2.96초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빠른 수치였다. 로빈슨보다 좋은 기록을 냈던 두 선수는 기량미달로 NBA 무대를 밟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로빈슨은 팀을 주 챔피언으로 이끌며 평균 17.9점, 7.0리바운드, 7.0어시스트, 3.0스틸을 기록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맥도날드가 선정한 전미 최고의 고교생 100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초인적인 운동능력 덕분일까. 다른 종목에도 능했다. 워싱턴 대학 시절에는 110m 허들을 3.85초에 주파, 워싱턴 주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주 멀리뛰기 대회에서 2등으로 입상한 적도 있다.

풋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로빈슨은 어린 시절부터 풋볼과 농구를 병행했는데 대학 시절에는 도리어 풋볼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직장폐쇄 기간 동안 NFL 시애틀 시호크스와 입단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jpg

아이재아 토마스ㆍISAIAH THOMAS
생년월일 1989년 2월 7일
신체조건 175cm, 84kg
출신대학 워싱턴
드래프트 2011년 2라운드 60위
평균기록 12.4점, 2.3리바운드, 3.9어시스트
 
 
이름값 한 토마스

지난 12월 중순 열린 새크라멘토 킹스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맞대결. 경기 승부처였던 4쿼터를 지배한 선수는 누구였을까?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 아니다. 다름 아닌 새크라멘토의 단신 가드 아이재아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4쿼터에만 홀로 23점을 폭격하며 오클라호마시티 홈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4쿼터 초반, 썬더는 20여점차로 넉넉히 앞서고 있었다. 스캇 브룩스 오클라호마시티 감독은 벤치 선수들로 남은 경기를 운영하려 했다. 덕분에 선발 선수들은 일찌감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토마스의 득점력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순식간에 16점을 몰아쳤다.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리드 폭은 10점까지 줄어들었다. 듀란트는 수건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짜증을 부렸다. 경기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 브룩스 감독은 결국 듀란트, 웨스트브룩 등 선발 선수들을 다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비록 패했지만 킹스 팬들은 토마스가 어떤 위력을 지닌 선수인지 제대로 느꼈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 폭발적인 스피드, 뛰어난 슛 터치, 주눅 들지 않는 배짱까지 모두 말이다. 실제로 토마스는 이 경기에서 캐치-앤-슛, 스텝-백 점프슛, 돌파 모두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공 없는 움직임만으로 슛 기회를 만드는 장면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토마스의 또 다른 장점으로 안정된 볼 핸들링 능력을 꼽을 수 있다. 드리블 기술이 좋은 데다 워낙 중심자세도 낮다 보니 실책이 매우 적은 편이다. 볼 처리 능력, 움직임 모두 흠 잡을 데 없다. 무리한 패스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번 시즌, 토마스는 평균 1.66개의 실책만을 범하고 있다.
 
 
2라운더의 신화

토마스는 여러모로 로빈슨을 연상시킨다. 우선 신장이 같다. 토마스의 실제 키는 175.3cm. 하지만 프로필 신장은 로빈슨과 같은 175cm다. 또, 워싱턴 대학 출신이라는 공통점에 빼어난 운동능력의 소유자라는 것도 흡사하다. 토마스는 98cm에 달하는 높은 점프력을 자랑한다.

토마스의 득점력은 일찌감치 그 싹을 보였다. 그 작은 키로 고교 3학년 때 이미 평균 31.2점을 올렸으니 말이다. 대학 무대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2년 연속 PAC 10 컨퍼런스 퍼스트-팀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지나치게 작은 신장이 문제였다. 이에 NBA 구단들은 토마스의 지명을 꺼렸다. 토마스는 2011년 드래프트 2라운드 60순위가 되어서야 간신히 킹스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맨 마지막 순번이었다.

토마스 지명은 신의 한 수였다. 1라운드 10순위로 뽑은 지머 프레뎃이 프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큰 실망감을 안긴 반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60순위 토마스가 펄펄 날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2012년 들어 프로 무대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2월과 3월, ‘서부 컨퍼런스 이 달의 신인’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올-루키 세컨드 팀에도 뽑힐 수 있었다. 올해 열린 2013 라이징 스타 챌린지 게임에 나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리그에서 가장 신장이 작은 ‘땅꼬마’ 토마스. 2라운드 60위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의 활약을 지켜보자.
 

[단신의 계보를 잇는 선수들]

대부분의 단신 선수들은 본인만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 스피드는 단신 선수들의 생명줄과 같으니 지면을 통해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NBA를 호령했던 단신 선수들을 살펴보자. 캘빈 머피(175cm)의 경우 정확한 자유투, 스퍼드 웹(168cm)은 폭발적인 덩크슛 능력이 돋보였다. 먹시 보그스는 NBA 역대 최단신 선수. 그는 고작 160cm에 불과했다. 일반인 기준으로도 작은 신장이었지만 NBA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보그스는 뛰어난 어시스트와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1990년대 샬럿 호네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주목할 만한 180cm 미만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얼 보이킨스(165cm)는 대학 시절부터 득점 기계로 주가를 높였다. 체구 대비 엄청난 힘에다 두둑한 배짱도 일품이었다. 로빈슨, 토마스가 이들의 뒤를 계승하며 NBA 거인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