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2012-13시즌 NBA MVP 열전
 
2012-13 NBA 정규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각종 개인상 수상자도 궁금해질 법하다. 그 가운데 MVP는 늘 초미의 관심사다. 아마 NBA에 죽고 못 사는 열혈 루키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각종 기록에서 나타난 최고의 MVP 후보 5명의 이야기다.
 
글ㆍ황재훈 사진ㆍ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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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 | 마이애미 히트
만약 오늘(3월 20일) 시즌이 끝난다면 정규시즌 MVP의 주인공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르브론 제임스의 몫이 될 것이다. 2009년과 2010년에 이미 2년 연속 MVP로 선정됐던 그는 2011-12시즌에도 정규시즌과 파이널 MVP를 독식했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아니 더 나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마이애미 히트를 선두로 이끌고 있다.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르브론은 커리어-하이급 시즌을 맞았다. 평균 득점은 줄었으나 리바운드 8.1개와 56.8%의 야투 성공률은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31차례의 더블-더블 기록 역시 최다. 놀랍게도 시즌은 한 달이나 더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기록을 대더라도 지난 2월부터 한 달 넘도록 히트가 기록해온 이 성과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다. 23연승이 그것이다. 이는 NBA 역사상 단 한 팀, 바로 1971-72시즌의 LA 레이커스가 기록했던 33연승 이후 최다연승 기록이다.

연승을 달리는 동안 제임스는 26.6점, 7.8리바운드, 7.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미국의 스포츠 통계 전문 업체인 엘리어스 뷰로(Elias Bureau)에 따르면 NBA 역사상 최소 15연승 이상 동안 25-5-5를 기록했던 에이스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조력자인 드웨인 웨이드도 충분히 MVP 후보에 거론될 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제임스를 뛰어 넘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그만큼 르브론의 활약은 경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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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듀란트 | OKC 썬더
제임스 하든이 팀을 옮길 때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OKC 썬더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시즌 초반 썬더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정규리그 폐막 한 달만을 남겨놓은 3월 20일 현재, 이 팀은 50승 17패, 승률 74.6%로 NBA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2010년 NBA 역대 최연소 득점왕에 등극했던 듀란트는 4년 연속 득점왕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득점왕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의 이러한 성과는 마이클 조던 이후 처음 있는 경사가 될 것이다.

루키 시즌 이후 가장 적은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듀란트는 여러 항목에서 고루 힘을 보태고 있다. 심지어 어시스트(4.5개)는 데뷔 후 최고 기록을 내고 있으며 블록슛과 리바운드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덕분에 OKC는 상대에게 겨우 42.8%의 야투 성공률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NBA 30개 팀 중 전체 2위에 해당한다. 듀란트가 득점에만 신경 쓰는 선수였다면 이러한 성과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었을 터. 자유투 성공률(90.8%) 역시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이렇듯 듀란트는 공수 양면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NBA 역사상 28득점-8리바운드-4어시스트를 해낸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듀란트는 야투 50%, 자유투 90%, 3점슛 40%의 성공률도 함께 작성 중이다. 이는 오로지 래리 버드만이 해냈던 업적이다.

물론, 주전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의 활약상도 인정해야 한다. 웨스트브룩 역시 평균 21점-7어시스트-5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NBA 역사에 몇 안 되는 대물이다. 그러나 안정성 측면에 있어서는 듀란트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어시스트 기록에서 볼 수 있듯, 듀란트는 올 시즌 패싱 게임에도 많이 관여하며 팀을 정상권에 올려두고 있다. 이러니 어찌 MVP 후보에 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르브론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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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폴 | LA 클리퍼스
MVP는 그 해 가장 가치 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다. 정규리그 우승팀 에이스가 MVP에 뽑힐 확률이 거의 80%에 가까운 KBL과 달리, NBA는 꼭 승률 1위 팀이 아니더라도 MVP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LA 클리퍼스를 탈바꿈시킨 ‘올스타 MVP’ 크리스 폴도 엄연한 후보다. 어시스트 2위, 스틸 1위를 달리고 있는 폴은 클리퍼스를 46승 21패로 이끌고 있다. 승률은 68.7%. 12월 한 달간은 아예 퍼펙트(perfect)였다. 이는 66경기로 열린 지난 시즌(40승 26패)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다. 비단 성적뿐만 아니라 경기력에 있어서도 내용과 재미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

폴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클리퍼스의 이 같은 성장세는 힘들었을 터. 그만큼 팀 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냉철한 게임조율, 기가 막힌 패스 타이밍, 팀이 어려울 때 도맡는 에이스 역할까지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다.

실수도 적다. 어시스트/실책 지표인 ATR 부문에서 4.5를 기록하며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호세 칼데론, 커크 하인릭, AJ 프라이스 등이 뒤를 따르고 있지만 팀 성적이나 비중 등을 비교해 보면 아예 무게감이 다르다. 상대의 집중마크 속에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 특히 지난 3월 1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전에서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단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폴의 이러한 존재감은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폴이 빠졌을 때 팀은 6승 6패에 그쳤다. 처음 3경기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그 뒤로 과부하가 걸리면서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다른 선수가 다쳤을 때는 한 번도 5할 아래로 떨어져본 적이 없었던 클리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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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파커 | 샌안토니오 스퍼스
서부 1위를 달리는 샌안토니오 선수들은 약간 억울할 것 같다. 늙었다는(?) 이유로 시즌 전에는 과소평가되다 정작 1위를 달리면 ‘그럴 줄 알았다’며 또 다시 큰 관심을 쏟지 않으니 말이다.

팀 던컨-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가 생산하는 기록들은 여타 팀 올스타와 비교했을 때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퍼스는 ‘팀 농구’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명이 끝날 때가 대다수다.

그러나 주전 포인트가드 토니 파커의 가치만큼은 높은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는 명실상부한 스퍼스의 ‘고-투-가이(Go-to-Guy)’다. 그 어떤 상대를 만나든 제 몫을 해냈다. 심지어 크리스 폴조차도 파커를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었다.

파커는 올 시즌 20점-7어시스트-야투 50%-자유투 80%를 기록 중인 유일한 선수다. 또 2008-09시즌 이후 가장 많은 15번의 더블-더블을 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VP를 논할 때 파커의 이름이 종종 빠지거나 후순위에 밀리는 이유는?

팀 던컨의 그림자가 너무 큰 데다 ‘팀 농구’라는 이미지가 팀에 확실히 박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파커가 코트 밖에서 보여준 크고 작은 범실(?)과 여러 좋지 않은 이미지도 MVP의 상징성과 다소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지금 이 기사에서 소개하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보면 말이다.

스퍼스 입장에서는 건강한 파커의 복귀가 절실하다. 비록 부상 이후에도 팀 승률은 여전히 5할을 넘기고 있지만 강팀과의 대결에서는 파커의 존재가 필수다. 부상을 털고 돌아올 그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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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로 앤쏘니 | 뉴욕 닉스
 
한풀 꺾이긴 했지만 뉴욕 닉스의 대약진은 2012-13시즌을 언급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될 것이다. 닉스는 주변의 비관적인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동부 컨퍼런스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워낙 부상자가 많아 한풀 꺾이긴 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달라진 면을 보이며 오랜만에 뉴욕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 중심에 멜로가 있다. 올 시즌 카멜로 앤쏘니는 31경기 연속 20+득점을 올리는 등 불붙은 득점력을 발휘해왔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외곽슛과 한 번 밀리면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승부근성도 팬들을 감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냉정히 봤을 때 MVP 레이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좋지 않은 팀 상황. 멜로 역시 부상 탓에 장기결장하고 있지만 팀 승률의 하락 폭이 너무 크다. 현재 뉴욕은 동부 지구 3위 자리조차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한 달 가까이 남았다. 부상자가 하나둘 돌아오고 닉스 특유의 조직력을 되찾는다면 MVP 후보로 재평가 받을 날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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