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최기창 기자]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입단한 해는 같았지만, 나이는 이민지가 두 살 더 많다. 또 윤예빈은 전체 1순위로 화려하게 주목을 받으며 프로선수가 됐다. 반면, 이민지는 다소 늦은 순번인 2라운드(전체 8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다. 

재활로 다져진 전우애, 혹은 상담가와 재활치료사?

이민지(이하 '민지') : 처음에는 서로 친하지 않았어요. 같은 해 프로 선수가 됐지만, 서로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거든요. 서로 부딪힐 일도 없었고요. 이후 제가 삼성생명으로 이적한 뒤에 갑자기 친해졌어요. 물론 그 전에 서로 밖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은 있어요. 치과에서요. 교정을 하던 치과가 같더라고요. 
윤예빈(이하 '예빈') : 저희가 친해진 계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재활하던 시기가 비슷하거든요. 언니가 삼성생명으로 와서 재활할 때, 저도 재활하고 있었거든요. 
민지 : 그냥 어느 순간부터 서로 친하게 지냈어요.
예빈 :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내다 보니까 서로 친해진 것 같아요. 
민지 : 재활할 때 계속 붙어있었거든요. 그러면서 힘든 얘기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됐어요. 
예빈 : 지금도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주로 먹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요. 뉴스 보면서 얘기도 많이 해고요. 저희 영어공부도 해요. 

같은 방을 쓴 이후로는 함께 노래를 듣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한다. 둘은 장르 구분 없이 듣는다고 했다. 다만 노래 가사에 유독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민지 : 저희가 연예인 얘기는 잘 하지 않아요. 그런데 노래는 함께 자주 들어요. 장르 구분이 없어요.
예빈 : 발라드를 주로 많이 듣고요. 요새는 랩을 많이 들어요. 제가 좀 감성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옛날 노래를 듣게 돼요.
민지 : (윤)예빈이가 요새 윤하 노래를 많이 듣더라고요. 요새 (웃음) 특히 <비밀번호 486>을 열심히 듣더라고요. 또 윤하의 <오늘 헤어졌어요> 이런 노래도 잘 들어요. (웃음)
예빈 : (당황해하며) 이상한 거 아니고요. 그냥 우연히 듣게 된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언니는 ‘오늘도 그대만’ 이런 노래 들으면서 감성에 빠지잖아요! 

이후 이민지는 “예빈이와 함께 있으면, 그냥 모든 것이 재밌다”고 말했다. 운동선수가 가장 힘들어한다는 재활. 그 시기를 함께 보낸 사이라면 제법 끈끈한 사이가 분명하다. 둘은 룸메이트이기 이전에 ‘전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키 더 바스켓 : 둘은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전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민지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예빈 : 맞아요! 딱 그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다만 이민지는 아직 부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팔을 다쳐 한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했던 이민지는 지난 2월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현재 STC에서 부지런히 재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예빈이 이미 받은 수술이었다. 재활을 거친 윤예빈은 현재는 팀 훈련을 소화 중이다. 이민지는 “아무래도 십자인대는 예빈이가 먼저 다쳤던 부위다.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민지 : 이번에 수술을 한 뒤 6주 동안 깁스하고 목발을 했어요. 그 옆에 항상 예빈이가 있었죠. 밥도 퍼다 주고요, 수발도 들어줬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예빈 : 저도 십자인대를 다쳐봤잖아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재활은 과정이 정말 힘들어요.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안쓰러워요. 
민지 : 요즘에는 각도 운동을 해요. 그런데 계획한 대로 잘 안 나와요. 그래서 혼자 방에서 해야 하거든요. 그때마다 예빈이가 옆에서 잔소리하죠. 빨리 운동하라고요. 그런 식으로 옆에서 조언도 해주고, 운동도 도와줘요. 예빈이는 그 과정을 다 아니까요.
예빈 : 사실 그 재활이 정말 아파요. 언니가 노력을 많이 하긴 하는데… 그래서 제가 강의를 해요. 또 바로 옆에 있으니까. 지금은 언니를 강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웃음)
민지 : 결국 서로가 서로를 키우고 있는 거죠. 저는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고, 예빈이는 재활로 도움을 주고요. 

“함께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둘은 TV도 함께 자주 본다고 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랑’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다. 사랑에 설레고 싶은 20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지 : 저희 <하트시그널>, <선다방> 같은 프로그램 좋아해요.
예빈 : 이번에 처음 봤어요. 그런데 재밌더라고요. 언니가 설명도 다 해줬어요. 러브라인 이런 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민지 :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렇게 사람들 구경하는 게 재밌어요. 어떻게 말하면 대리만족이죠. 그런데 괜찮은 사람 정말 많더라고요. 
예빈 : 저도 대리만족해요. 
민지 : 뭔가 보면 흐뭇하고 좋아요. 드라마보다 더 리얼하잖아요. 그런데 요새 언니가 가수 싸이의 <기댈 곳>이라는 노래를 자주 들어요. 자꾸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가 봐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상형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으로 흘러갔다.

민지 : 예빈이는 무조건 연상을 만나야 해요. 예빈이를 챙겨줄 수 있는 오빠를요. 또 예빈이가 애교가 많아요. 그런 걸 귀여워해 주고, 잘 받아주는 자상한 오빠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예빈 : 언니도 일단 연상을 만나야 해요. 일단 키가 커야 하고요. 무엇보다. 어깨가 넓어야 해요. 
민지 : 제가 어깨가 넓어요. 하하하~
예빈 : 또 언니가 되게 감성적이거든요. 차분하고, 노래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민지 : 어깨를 얘기했단 말이지? 그럼 저도 다시 말할게요. 일단 예빈이는 랩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해요. 
예빈 : 언니!!! 이제 하지 마요. 미안해요. (웃음)

애틋하게 서로를 아끼는 둘. 이민지와 윤예빈은 서로에게 당부하는 말도 남겼다. 

민지 : 예빈이는 비시즌에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처음일 거예요. 다치지 않고, 시즌 잘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거든요. 더는 다치지 않았으면 해요. 또 예빈이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티가 나거든요. 힘든 일 있을 때 언제든지 받아줄 테니까 부담 없이 말해주면 좋겠어요. 마음에 담아 두면 안 되니까요. 

예빈 : 저는 언니가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어요. 재활 열심히 해서 예전처럼 1대1도 많이 하고 싶어요. 또 앞으로도 언니가 저한테 좋은 말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언니의 빈자리가 커요. 그렇다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니! 재활은 천천히 해요!!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이민지, 윤예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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