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사실 여자농구 선수 중 숙소에서 또래가 방을 쓰는 일은 흔치 않다. 그동안 룸메이트에서는 주로 ‘방장’과 ‘방졸’의 관계가 잘 드러났다. 이번 룸메이트도 엄밀히 말하면, ‘방장’과 ‘방졸’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민지와 윤예빈은 다르다. 룸메이트가 아니라 재활로 다져진 끈끈한 전우였다. 시간 대부분을 함께 보낸다는 두 선수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삼성생명 이민지와 윤예빈은 두 살 차이다. 그러나 입단 시기는 같다. 둘은 모두 2016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프로팀의 부름을 받았다. 평소에도 친한 사이였음을 강조하던 둘은 이번 비시즌부터 방을 같이 쓰게 됐다.

루키 더 바스켓(이하 ‘루더바') : 둘이 방을 같이 쓰게 됐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윤예빈(이하 ‘예빈’) : 저는 정말 좋았죠.  
이민지(이하 ‘민지’) : 저희 원래 친해요. 그런데 같이 쓰게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
예빈 : 사실 언니가 방장이 되길 원했었거든요. 방졸이 들어오길 바랐는데, 딱 그렇게 된 거죠.
민지 : (웃음) 아직 제가 방장이 될 나이는 아닌데 어떻게 하다가 보면 이렇게 됐네요.
예빈 : 방 같이 쓴다고 얘기 들었을 때 진짜 빨리 방을 같이 쓰고 싶었어요. (웃음)

 

삼성생명의 F4, 혹은 ‘음식 메이트’

실제로 둘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함께 대구로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둘만 다녀온 것은 아니다. 이민지와 윤예빈을 비롯해 양인영과 한여름(이상 삼성생명), 양지영(신한은행) 등 친한 선수들과 함께였다.

민지 : 이번에는 대구를 1박 2일로 다녀왔어요. 야구도 봤고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요.
예빈 : 언니랑 단둘이서 한 것도 엄청 많아요. 숙소 근처 카페 거리도 자주 갔고요. 밥도 자주 먹었어요. 영화도 봤고, 대학로도 다녀온 적 있어요. 근데 주로 먹는 걸 위주로 해요.
민지 : 용인에서 서울로 나가는 것은 정말 큰 일이에요. 사실 이번에 대만을 함께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아쉽게도 못 갔어요. 그런데 대구에서는 정말 계속 먹기만 했어요. 물론 ‘방 탈출 카페’에 가기도 했어요. 
예빈 : 이 근처 ‘방 탈출 카페’는 저희가 다 정복했거든요. 
민지 : 대구에서도 완벽하게 탈출하고 왔어요. (뿌듯)
예빈 : 사실 저 빼고 그걸 다 잘해요. 탈출했을 때 쾌감이 있어요. 
민지 : 혼자는 가지 않아요. 
루더바 : 아, 그럼 삼성생명 안에 패거리가 있군요?
민지 : 하하하. 패거리라뇨. F4라고 해주세요.
루더바 : F가 무슨 뜻이에요?
민지 : 보면 모르시겠어요? 당연히 Flower죠. (웃음)

둘을 강하게 이어주는 것은 음식이었다. 이민지와 윤예빈은 외박을 받으면, 대부분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했다.

예빈 : 저희 한강도 같이 갔었어요. 
민지 : 도깨비 야시장에서도 같이 먹었어요. 맥주도 한 잔 했고요. 
예빈 : 우리 홍대도 갔었네? 강남도 가고! 근데 다 먹는 기억밖에 없어요.
루더바 : 제일 자주 먹는 음식은 뭐죠?
예빈 : 주로 고기죠! (웃음) 삼겹살, 곱창…
민지 : 이번에 대구에서는 막창을 먹었어요.
예빈 : (양)인영 언니가 맛집을 많이 알더라고요. 덕분에 맛있게 먹고 왔죠.
민지 : 근데 둘이 만나면 4~5인분 정도 먹어요. 
루더바 : 그럼 돈은 누가 더 많이 내나요?
예빈 : 당연히 언니가 많이 내죠.
민지 : 아니에요. 같이 내요. 제가 내려고 할 때 예빈이가 먼저 내는 경우도 있고요.
예빈 : 사실 돈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서로를 생각한다는 게 중요하죠. 

그러나 윤예빈은 이민지 때문에 혼자 고기를 먹게 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예빈 : 제가 이번에 언니 때문에 고기를 혼자 먹은 적이 있어요.
민지 : 아! (웃음) 그때 예빈이랑 약속했는데, 제가 늦게 왔어요. 
예빈 : 제가 사실 혼자서 먹는 것을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고기까지는 먹어보지 않았거든요. 언니가 하도 오지 않아서 그냥 혼자 구워 먹었어요. 1인분 정도 먹으니까 그때야 언니가 오더라고요. 언니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요. (웃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수다

둘은 인터뷰 내내 ‘서로와 함께 살면서 좋은 점’을 무수히 언급했다. 쏟아지는 칭찬 속에 재미가 없어질 무렵이었다. 윤예빈이 어렵사리 단점을 하나 찾아냈다.  

민지 : 예빈이는 눈치가 빨라요. 방에 수건이나 물이 떨어질 것 같으면 알아서 착착 갖다놔요. 또 깔끔하고요. 
예빈 : 저는 언니가 사실 너무 편해요. 제가 언니한테 고민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부분에서 대화가 잘 통해요.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이렇게 조언도 잘 해주고요.
민지 : 인터넷 쇼핑할 때도 서로에게 물어보고 옷을 사요. 예빈이는 머리카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머리카락을 자를까요?’라고 물어보면, 항상 제가 말려요. 
예빈 : 서로 정말 많은 얘기를 해요.
민지 : 저희가 이번에 처음 룸메이트 되고 나서 새벽 2시에 잤어요. 얘기하다가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예빈 : 아! 맞다. 언니랑 살면서 좋지 않은 점이 딱 하나 있네요. 정말 다 좋은데,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늦게 자요. 지금은 되게 자제하고 있어요. 
민지 : 지금은 무조건 12시에 잡니다. (웃음) 

같이 살면서 느낀 단점이 딱 하나일 만큼 친밀한 둘은 최근에도 함께 시간을 같이 보냈다고 했다. 

민지 : 저번에도 같이 시간을 보냈어요. 같은 방 됐으니까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살림을 샀죠. 물론 밥도 같이 먹었고요. 저기에 있는 접이식 상도 샀다. 야식 먹을 때 쓰려고요. 저기 카펫도 보이시죠? 저것도 샀어요. 
예빈 : 저희가 야식을 자주 먹어서요. 그런데 아직 신상이에요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루더바 : 꽤 무겁지 않아요?
예빈 : 네, 맞아요. 언니가 다리를 다쳤으니까 당연히 제가 들었죠. 그래서 목에 담이 왔어요. 사실 언니가 대형마트는 무조건 배달이 된다고 해서 간 건데…
민지 : 그런데 배송이 된다고 들었어요. 캔 음료도 많이 샀는데… 예빈이가 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나 둘은 조만간 재산분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즌이 시작되면, 룸메이트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루더바 : 만약, 시즌 때 찢어지면 어떻게 해요?
민지 : 아! 그러네.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어요.
예빈 : 뭐 근데 야식은 같이 만나서 먹으면 되니까요
민지 : 그런데 되게 재밌는 건 저 상을 산 이후 2주 동안 야식을 같이 먹은 적이 없어요. (웃음)

②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이민지, 윤예빈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