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석의 오쇼
멍청이 탑10
 
시답잖은 랭크쇼, 『오언석의 오쇼』에서는 매달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선정, 순결한 랭킹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네 번째 시간으로 NBA를 대표하는 멍청이 10명을 선정해보았다.
글ㆍ오언석 사진ㆍNBA 미디어 센트럴
 

 
크기변환_러셀 웨스트브룩.jpg

10위
폭주기관차, 러셀 웨스트브룩

191cm, 84.8kg, 포인트가드
통산 평균 19.8점, 4.8리바운드, 6.9어시스트, 1.6스틸
 
올스타이자 미국 국가대표 선수에게 ‘멍청이’라는 표현은 다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듀얼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은 분명 허점이 많은 선수다. 전술 이해도가 딱히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종종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해 팬들을 미치게 만든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웨스트브룩은 질주본능이 강한 선수다. 본인의 운동능력을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주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운동능력을 지닌 데릭 로즈가 완급 조절에 능한 반면, 웨스트브룩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도통 멈출 줄 모른다. 조금 더 여유를 갖는다면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지나치게 스틸을 노리는 도박성 수비 또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시즌 개막전에서는 멍하니 서 있다 매치업이었던 토니 파커에게 위닝샷을 내주기도 했다. 사소한 몇 가지만 고쳐도 웨스트브룩의 경기력은 더 향상될 것이다. 이미 2년 연속 세컨드-팀에 뽑힌 슈퍼스타지만 아직 성장의 여지가 남았다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크기변환_조쉬 스미스.jpg
 
9위
장거리 2점은 그만, 조쉬 스미스

206cm, 102.1kg, 포워드
통산 평균 15.3점, 8.0리바운드, 3.2리바운드, 1.3스틸, 2.2블록
 
리그에서 조쉬 스미스만큼 다재다능한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전 분야에 걸쳐 팀에 공헌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때도 많아 애틀랜타 호크스 팬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데뷔 당시 스미스는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플레이했다. 다재다능함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형편없는 슈팅 능력 탓. 팀의 생각과 달리, 스미스는 골밑에서 플레이할 때 진가가 발휘되는 타입이었다. 이에 애틀랜타는 스미스의 포지션을 파워포워드로 옮겼다. 스미스는 인사이드에서 높은 효율을 보여주며 호크스를 강팀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쓸데없는 외곽슛 시도에 맛을 들인 것이 문제였다. 아직까지도 이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덕 노비츠키나 다닐로 갈리나리처럼 성공률이 좋다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스미스의 외곽슛은 처참한 수준이다.

스미스는 이번 시즌 4.8m 지점~3점슛 라인 안쪽 거리에서 고작 29.8%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골밑슛 시도 다음으로 이 지점에서 시도하는 슛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본인의 장점을 스스로 죽이고 있다. 더 안쪽에서 놀아야 한다.
 
마버리.jpg
 
8위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스테판 마버리

188cm, 93.0kg, 포인트가드
통산 평균 19.3점, 3.0리바운드, 7.6어시스트, 1.2스틸
 
가진 능력에 비해 초라한 커리어를 보낸 선수. 시작은 알렌 아이버슨과 비슷했다. 데뷔 첫 9시즌 동안 20.6점, 8.3어시스트를 올리며 오스카 로버트슨과 함께 커리어 평균 20점-8어시스트 이상인 유이한 선수로 남을 ‘뻔’ 했다.
하지만 2005-06시즌을 기점으로 급격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어깨와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22경기를 결장했고 감독 래리 브라운과도 잦은 마찰을 빚었다. 이후 젊은 유망주들에게 서서히 출전시간을 내줬다. 또, 부상 악령을 떨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무렵이었다. 마버리는 바셀린을 먹는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왼쪽 머리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말투는 마치 약에 취한 사람 같았다.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버리가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것이 똑똑히 보였기 때문이다.
마버리는 이후 중국프로농구로 떠났다. 2011-12시즌, 베이징 덕스를 우승시키며 마침내 생애 첫 챔피언십을 차지했다. 마버리는 펑펑 울며 그간의 설움을 날려 보냈다. 조금이나마 명예를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7위
리바운드 머신, 대니 폿슨

201cm, 118.0kg, 파워포워드
통산 평균 20.1분, 8.2점, 7.2리바운드
 
멍청함 때문에 천부적인 재능을 낭비한 대표적인 선수다. 리바운드 능력만 놓고 본다면 전설적인 리바운더 데니스 로드맨과 견줄만하다. 하지만 턱없이 모자란 BQ(Basketball IQ)와 잦은 부상으로 소리 소문 없이 NBA에서 사라졌다.
단축시즌이었던 1998-99시즌, 대니 폿슨은 50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8.3분간 11.0점, 11.6리바운드를 올렸다. 2000-01시즌에는 단 6경기 만에 시즌-아웃 되기 전까지 평균 33.8분 동안 16.7점, 16.3리바운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1-02시즌에는 선발로 출전하며 더블-더블 시즌을 보냈다(28.8분 11.2점, 11.7리바운드).
하지만 전술 이해도가 너무 낮았다. 관계자들은 리그 최악의 BQ를 지닌 선수로 폿슨의 이름을 지목하곤 했다. 게다가 반칙 관리가 전혀 안 됐다. 통산 20.1분을 뛰면서 무려 3.5개의 파울을 범했다. 낮은 출장시간의 원인은 본인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 끝내 단점을 고치지 못한 폿슨은 그렇게 자신의 전성기를 접고 말았다.
 

6위
아까운 재능, 제이 윌리엄스

188cm, 87.8kg, 포인트가드
통산 평균 9.5점, 2.6리바운드, 4.7어시스트
 
대학무대를 평정했던 예고된 슈퍼스타. 데릭 로즈, 존 월 이전에 이렇게까지 많은 기대를 받았던 포인트가드도 별로 없었다.
제이 윌리엄스는 NCAA가 낳은 최고의 스타였다. 듀크 대학을 챔피언으로 이끌며 온갖 개인상을 휩쓸었다. 득점력, 경기운영, 슛, 볼 핸들링, 운동능력과 승부사 기질 등 모든 것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2 드래프트 전체 2순위 내 지명이 확실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시카고에 전체 2순위로 뽑혔다. 하지만 팀을 잘못 만났다. 당시 빌 카트라이트 불스 감독은 어설픈 트라이-앵글 오펜스 전술을 사용했다. 최대 피해자는 윌리엄스였다. 윌리엄스의 역할은 LA 레이커스의 데릭 피셔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만큼 팀 내 비중이 적었다.
그 와중에 제이슨 키드를 상대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내보이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실망스러운 한 해였다.
데뷔 시즌이 끝나고 얼마 뒤, 윌리엄스가 모터사이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NBA 계약조항에는 모터사이클 운전이 금지되어 있지만 윌리엄스가 이를 어기면서 참사를 당한 것이었다. 
대가는 그의 커리어 엔딩이었다. 사고 이후 윌리엄스는 수차례 NBA 복귀를 노렸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로즈 이전의 데릭 로즈’가 될 수 있었던 남자는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졌다.
 
크기변환_콰미 브라운.jpg
 
5위
조던 공포증, 콰미 브라운
211cm, 131.5kg, 센터
통산 평균 6.6점, 5.5리바운드, 0.9어시스트, 0.5스틸, 0.6블록
 
케빈 가넷의 재능에 비견되던 사나이. 콰미 브라운은 2001 드래프트에서 고졸 신인 최초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워싱턴 위저즈의 구단주였던 마이클 조던은 “최고의 재능”이라는 극찬과 함께 브라운을 지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브라운 자신에게 평생 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브라운은 분명 고교 최고의 선수였다. 졸업반 시절 평균 20.1점, 13.3리바운드, 3.0어시스트, 2.2스틸, 5.8블록을 올렸다. 하지만 NBA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고교 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던 것과 달리, 빅리그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조던은 브라운을 혹독하게 다그쳤다. 이 때문에 당시 10대에 불과했던 브라운은 조던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훗날 멤피스 그리즐리스로 이적한 뒤 “선수들이 다 착해서 편하게 농구할 수 있다”며 그간 마음고생이 매우 심했음을 간접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샬럿 밥캐츠의 구단주가 된 조던은 다시 한 번 브라운을 데려가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올 시즌 현재, 브라운은 필라델피아 76ers의 벤치를 뜨겁게 데우고 있다.
 
크기변환_앤드류 바이넘.jpg
4위
아마추어 마인드, 앤드류 바이넘
213cm, 129.3kg, 센터
통산 평균 13.2점, 6.9리바운드, 1.3블록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몸이 곧 재산인 프로선수라면 더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앤드류 바이넘은 아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미숙한 듯 보인다. 어느새 리그 9년 차 베테랑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바이넘은 지난 시즌 평균 18.7점, 11.8리바운드, 1.9블록을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 센터로 거듭났다. 올스타전에 선발 출전했으며 샤킬 오닐로부터 “리그 최고 센터는 하워드가 아니라 바이넘”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필라델피아는 4각 트레이드를 통해 바이넘을 영입,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런데 2012-13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부상 소식이 들려왔다. 원래 바이넘은 무릎 치료 중이었다. 그런데 볼링을 치다가 무릎 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복귀 시점은 계속 늦춰졌다.
선발 센터가 없는 필라델피아의 성적은 계속 곤두박질 쳤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복귀한다던 바이넘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도리어 시즌-아웃 소식이 들려왔다.
필라델피아 이적 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바이넘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과연 그가 필라델피아에 남게 될까? 바이넘의 양심적인 선택을 지켜보자.

 
3위
레인맨, 숀 켐프

208cm, 103.5kg, 파워포워드
통산 평균 14.6점, 8.4리바운드, 1.6어시스트, 1.1스틸, 1.2블록
 
NBA 역대 최고의 운동능력을 지녔던 선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紙는 ‘역대 최고의 덩커’ 랭킹에서 숀 켐프를 6위로 꼽았다. 켐프는 1990년대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계속된 자기관리 실패로 조기은퇴하고 말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몰락이었다.
1998-99시즌, 켐프가 충격적인 모습과 함께 경기장에 나타났다. 체중이 144kg까지 불어난 채 말이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무려 27kg이 찐 것. 실의에 빠진 켐프는 술과 코카인에 의존했다. 몸무게는 무려 153kg까지 늘어났다.
몸과 마음은 점점 망가져갔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살을 빼려 노력했으나 예전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3년 은퇴 당시 켐프의 몸무게는 127kg이었다. 2005년에는 마리화나 소지죄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뉴욕 포스트』의 보도에 의하면 켐프는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할 때도 지독한 알코올 중독 상태였다.
 
크기변환_디안드레 조던.jpg
 
2위
리액션의 황제, 디안드레 조던

211cm, 120.2kg, 센터
통산 평균 6.6점, 7.0리바운드, 1.4블록
 
본능으로만 농구하는 남자. 전술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다부진 체격과 출중한 운동능력을 십분 활용, 4년간 4천만 달러의 연봉을 따낸 진정한 승자다.
디안드레 조던은 사실 공격에서 큰 보탬이 되지 않는 선수다. 크리스 폴과 같은 훌륭한 포인트가드 없이는 득점하기조차 어렵다. 주 득점 루트가 앨리-웁 덩크일 정도로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 훌륭한 리바운드, 블록 능력을 갖췄음에도 출장시간을 제한 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반면, 수비 재능은 뛰어난 편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타이슨 챈들러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에 가깝다.
조던은 리액션의 달인이기도 하다. 팀 동료 블레이크 그리핀이 환상적인 덩크슛을 성공시키는 날이면 제일 먼저 달려들어 흥분을 더한다. 셀프 리액션도 강하다. 스스로 멋진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 뒤,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행동을 취한다. 인터뷰에서도 재치 넘치는 멘트로 좌중을 즐겁게 한다. 아무리 봐도 천성이 유쾌한 선수다.
 
 

 
크기변환_자베일 맥기.jpg

1위
샤킬 오닐의 남자, 자베일 맥기

213cm, 114.3kg, 센터
통산 평균 8.8점, 5.7리바운드, 1.9블록
 
디안드레 조던의 연관 검색어. 자베일 맥기가 워싱턴 위저즈에서 뛰던 시절, 유명한 일화가 있다. LA 클리퍼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NBA.com』은 ‘맥기 vs 조던’이라는 홍보 문구를 달았다. 팀 내 간판스타 존 월과 블레이크 그리핀을 제쳐둔 채 말이다. 그만큼 두 선수의 라이벌리(?)는 팬들에게 확실한 임팩트를 전달했다.
맥기는 온갖 기행의 종합선물세트다. 블록슛 하나를 성공하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골텐딩으로 가볍게 돌려준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본인의 트리플-더블을 위해 볼 소유를 독점한 적도 있다. 팀이 한창 지고 있는데 혼자 신나게 백보드 앨리-웁 덩크를 하다 감독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혼자만 반대편 골대로 내달리는 일도 있었다.
인기 해설가로 자리 잡은 샤킬 오닐은 선수들의 실수 장면을 모은 ‘Shaqtin’ A Fool‘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는 맥기만 나오면 “Ma Boy~!!”를 외치며 격하게 반긴다. 맥기 또한 매주 새로운 기행으로 오닐의 기대에 부응한다. 맥기는 그렇게 ‘샤킬 오닐의 남자’가 되었다.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