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It's been a fabulous journey(정말 멋진 여행이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가 16년 동안 이어졌던 행복한 여행을 끝마쳤다. 은퇴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그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편지를 게재하며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지노빌리의 은퇴 선언은 곧 샌안토니오의 자랑거리였던 BIG 3(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한다. 지난 2002-03시즌 지노빌리의 합류와 함께 결성된 이들 트리오는 이제 각각 은퇴(던컨, 지노빌리)와 이적(파커)을 택하며 모두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벗었다. 이들과 함께 긴 영광의 시대를 누렸던 샌안토니오에게도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역대 최고의 트리오
샌안토니오 BIG 3 중 가장 먼저 팀에 합류한 선수는 팀 던컨이었다.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출신의 던컨은 1997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되며 샌안토니오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어 2001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28순위로 토니 파커가 합류했다. 사실 드래프트 자체만 보면 199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57순위로 지명됐던 마누 지노빌리가 더 빨랐지만 지노빌리는 드래프트 지명 후 이탈리아 리그에서 3시즌을 더 뛴 후에야 본격적으로 NBA 무대에 입성했다. 이에 따라 이들 트리오는 지노빌리가 합류한 2002-03시즌부터 결성됐다. 

결성 첫 해, 이들은 평균 46.5점을 합작했다. 이미 리그 정상급 빅맨으로 발돋움해있었던 던컨이 평균 23.3점으로 이들을 이끌었고 파커가 평균 15.5점, 지노빌리가 평균 7.7점을 기록했다. 이들이 함께 뛴 샌안토니오는 결성 첫 시즌부터 60승 22패, 승률 73.2%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이어 샌안토니오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피닉스, 레이커스, 댈러스, 뉴저지를 물리치며 NBA 우승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결성 첫 해 차지한 우승. 이들 트리오의 전설은 이때부터 그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이후 이들은 던컨이 은퇴를 선언한 2015-16시즌까지 무려 14년을 동고동락하며 무수히 많은 기록들을 쏟아냈다. 이들 트리오와 함께 매 시즌 50승 이상을 수확한 샌안토니오는 14년 동안 단 한 번도 승률이 6할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7할 이상 승률을 거둔 시즌도 무려 9차례. 던컨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16시즌에는 정규시즌 67승을 따내며 팀 역대 최고인 81.7%의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 꾸준히 높은 승률을 기록한 만큼, 승리와 관련된 누적 기록 역시 이들 트리오가 보유하고 있다. 던컨, 파커, 지노빌리가 정규시즌에서 합작한 총 승리는 575승. 2015년 11월 2일 보스턴 원정경기에서 거둔 승리로(95-87) 541번째 승리를 합작하며 역대 가장 많은 승리를 합작한 트리오가 된 이들은 이후 34승을 더 추가하며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또한 이들은 플레이오프에서도 126승을 합작해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역대 최고의 트리오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이들과 함께 매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샌안토니오는 해당 기간 4차례 우승(2003년, 2005년, 2007년, 2014년)을 따내며 영광의 시대를 누렸다. 마지막 우승 시즌이었던 2013-14시즌에는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가 건재한 마이애미를 5경기 만에 제압하며 직전 시즌 파이널에서의 아쉬운 패배(3-4)를 되갚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들 트리오도 서서히 그 영광의 시대를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5-16시즌을 끝으로는 던컨이 은퇴를 선언하며 먼저 코트를 떠났고, 이번 비시즌 기간 중에는 파커가 샬럿으로 이적을 택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지노빌리마저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며 이들 트리오 모두 샌안토니오와 함께한 영광의 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샌안토니오가 맞이할 다음 시대
시대를 풍미한 이들 트리오와 모두 이별하게 된 샌안토니오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비록 던컨과 파커, 지노빌리는 없지만 샌안토니오는 여전히 21년째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치지 않고 있는 강팀이며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지도하에서 그들만의 끈끈한 팀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팀이다. 

오는 2018-19시즌에는 라마커스 알드리지, 더마 드로잔 등이 주축이 되어 팀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지난 시즌 23.1점 8.5리바운드의 기록으로 샌안토니오 이적 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알드리지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 또한 불협화음 끝에 팀을 떠난 카와이 레너드 대신 새롭게 합류한 드로잔 역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다. 

언제나 그랬듯 오는 시즌의 서부 컨퍼런스는 플레이오프를 노리는 팀들의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65승을 따냈던 휴스턴과 기존의 전력에 드마커스 커즌스까지 추가한 골든스테이트 뿐만 아니라 데뷔 후 동부 컨퍼런스에서던 르브론 제임스를 서부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한 레이커스, 지난 시즌 한 끗 차이로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덴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으며 디안드레 에이튼을 지명한 피닉스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 틈바구니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샌안토니오의 전력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부호가 붙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샌안토니오 걱정’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그동안 그들에게 붙은 무수히 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온 팀. 21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역사는 아무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에 샌안토니오가 새롭게 맞이할 시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1997-98시즌 이후 이들 트리오가 모두 없는 첫 시즌을 치르게 된 샌안토니오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샌안토니오의 2018-19시즌은 오는 10월 18일 미네소타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그 닻을 올린다. 

사진 = 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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