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최기창 기자] 시작은 단순 호기심이었다. 농구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를 하기 전 다양한 동작으로 몸을 푼다. 단순히 그것을 체험하고 싶었다. 나무젓가락보다 뻣뻣한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나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단순 체험’은 회의를 거쳐 ‘일일 체험’으로 바뀌었다. 비시즌 훈련 중인 선수들의 하루 훈련을 모두 따라 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치료실에서도 계속된 굴욕

점심 식사 이후 샤워를 한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선수들은 낮잠을 자러 숙소로 돌아갔다. 피곤함이 하늘을 찔렀다. 왜 선수들이 오전 훈련을 마치고 잠을 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뒤 체육관에서 휴식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또 그렇다고 휴식 시간을 마냥 보낼 수도 없었다. 체육관과 붙어 있는 치료실을 찾아갔다. 물리치료 기계를 비롯한 다양한 기구들이 즐비했다. 이 중 하나를 체험할 수 있었다. 다리 근육의 피로감을 풀어준다는 기계였다. 김민규 트레이너의 안내를 받아 직접 착용해봤다. 

그러나 여기서도 웃음거리가 됐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사이즈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 아쉽게도 선수들이 착용하는 것은 허리까지 올라왔다. 크게 웃은 김 트레이너는 곧바로 가장 작은 것을 추천했다. 이후 그는 “일반인들은 원래 가장 작은 사이즈를 이용한다”고 위로를 건넸다.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다리가 짧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착용 후 잠시 시간이 흘렀다. 기계에 공기가 주입되며 근육을 압박했다. 마치 누군가가 마사지를 해주는 듯 시원했다. 발바닥부터 종아리를 거쳐 허벅지까지 시원해졌다.

김 트레이너는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계 중 하나다. 다리의 피로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기구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계를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로 훈련과 경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 뛰기 전, 스텝 운동을?!

선수들이 다시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트랙을 뛰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달라”고 말하는 선수도 있었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운동하는지 더 느껴야 한다”며 더 많은 운동을 강요하는 선수도 있었다.

모든 선수가 제시간에 모였고, 다시 스트레칭이 시작됐다. 오전과 동일한 자리에서 몸을 풀었다. 오전 스트레칭과는 달리 몇몇 동작이 생략됐지만, 여전히 아픈 건 마찬가지. 각목보다 뻣뻣한 짧은 다리로 선수들의 동작을 따라했다.  

선수들이 매트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트랙을 뛰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선수들이 고무 밴드를 집어 들더니 무릎에 끼웠다. 이후 두 줄로 나란히 섰다. 스텝 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익겸 트레이너는 “농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텝을 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윽고 두 번째 줄에 서서 따라 하라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있었다. 무릎에 밴드를 끼운 채로 정신없이 따라 했다. 두 명씩 조를 이뤄 하는 이번 훈련의 파트너는 배혜윤. 옆자리에 있던 배혜윤의 동작을 주로 보고 따라 했다.

당연히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발동작이었지만, 몸은 전혀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밴드를 묶어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기 민망할 정도였다. 김도완, 전병준 코치가 세심하게 스텝을 하나씩 지도해줬지만, 매번 달라지는 동작에 실수를 남발했다. 민망함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 했다. 이 순간 나는 분명히 일류였다. 

스텝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이 무릎에 끼웠던 밴드를 뺐다. 그러더니 갑자기 신발을 벗었다. ‘트랙을 뛰니까 운동화와 깔창을 정리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상이 어긋났다. 선수들은 커다란 기구를 들고 왔다. ‘짐 스틱’이라는 운동기구였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짐스틱 밴드에 발목을 집어넣었다. 

이후 두 명씩 짝을 지어 다시 또 다른 스텝 훈련을 진행했다. 한 선수가 순발력 향상을 위한 스텝 동작을 하면, 다른 선수는 짐 스틱을 발로 고정한다. 결국 평소 그냥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이 필요해진다. 또 무거운 공을 활용한 피벗 동작까지 해야 한다.

이번 훈련 파트너는 김한별이었다. 김한별은 1~5번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가까이서 본 김한별의 피벗은 상상 이상이었다.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김한별에게 가장 많이 쓴 표현은 “Sorry”였다.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끝에 체육관 훈련이 끝났다. 수많은 스텝을 다 소화하고 나서야 한동안 발목을 붙잡았던 ‘짐 스틱’과도 마침내 이별할 수 있었다. 짐 스틱에서는 벗어났지만, 누군가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통증은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트랙을 돌다

드디어 아침 일찍 예고됐던 트랙훈련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선수들이 보였다. 이후 선수들을 따라 체육관을 벗어났고, STC에 안에 있는 트랙으로 향했다. 아직 6월 중순이었지만, 벌써 더운 날씨였다.

트랙 훈련도 그냥 진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수들은 손목에 심박 수 측정기를 찼다. 오전에 탔던 사이클처럼 심박 수를 유지하며 트랙을 돌아야 한다. 또 시간과 거리를 조절하면서 뛴다. 8분씩 3번을 먼저 달린 뒤 100m와 80m 50m 달리기를 각각 3번씩 시행한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심박 수 측정기를 찼다. 코칭스태프는 사이클을 탈 때처럼 선수들의 심박 수를 알려줬다. “84!”, “77!” 등 숫자들이 들려왔다. 이때 가장 마지막으로 불린 숫자는 ‘110’이었다. 그렇다. 치사량을 넘은 운동량과 긴장감이 혼합돼 심박 수가 벌써 크게 올라간 것이다. “벌써 그렇게 올라갔느냐”는 선수들의 핀잔을 들었다.

이후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맞춰 함께 뛰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을 추월하는 여유도 부렸다. 그런데 이내 곧 스피드가 떨어졌다. 뒤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앞으로 갔다. 그러나 따라갈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트랙 달리기는 걷기로 바뀌었다. 두 번째 트랙을 뛰는 도중에는 허벅지에 쥐가 났다. 아침에 통증이 왔던 바로 그 부위였다. 최희진이 추월하며 어깨를 두드려줬지만, 쫓아갈 수 없었다. 

이후 100m 달리기도 도전해 봤다. 그러나 출발 순간 다시 쥐가 올라왔다. 이후 “쥐가 나는데도 운동을 계속하면, 일반인은 허벅지 근육이 찢어진다”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들었고, 훈련 체험은 그대로 종료됐다. “체험하러 왔다더니 쉬고 있다” 혹은 “포기가 너무 빠르다”는 선수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대꾸할 힘도 없었다.

다만 “삼성생명 훈련이 정말 힘들었다”는 소감을 선수들에게 말하자 “다른 곳에 가서 우리가 얼마나 운동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훈련을 모두 마친 뒤 삼성생명 선수들과 다시 약속했다. 1년 뒤 훈련 중인 STC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이다. 선수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년에는 반드시 모든 훈련을 끝까지 마칠 것이다. 내년을 목표로 두고 앞으로 운동을 꾸준하게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당장 다음 달에 다른 구단의 전지훈련을 체험한다는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이 좋은 것을 혼자 경험하는 것은 욕심이다. 만약 다음 달에도 훈련 체험을 진행한다면, 더 건강한 다른 사람이 한 번 체험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비시즌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삼성생명 선수들이 힘들게 운동을 한 만큼 시즌 때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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