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시작은 단순 호기심이었다. 농구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를 하기 전 다양한 동작으로 몸을 푼다. 단순히 그것을 체험하고 싶었다. 나무젓가락보다 뻣뻣한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나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단순 체험’은 회의를 거쳐 ‘일일 체험’으로 바뀌었다. 비시즌 훈련 중인 선수들의 하루 훈련을 모두 따라 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용인에 위치한 삼성생명 휴먼센터(이하 STC)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아침 8시 30분.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무려 1시간 50분이나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환승도 3번이나 해야 했다.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첫 번째 환승역이었던 충무로역에서 무리하게 뛰어가다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났다. 체력과 몸 상태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후 단 한 번도 의자에 앉지 못한 채 용인까지 지옥철을 타고 이동했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온종일 고생길이 열려있었다는 것을.

도착 후 삼성생명 구단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상하게도 이날 유독 친절했다. 특히 김도완, 전병준 코치가 다른 날보다 더 밝은 미소로 맞이했다. 김 코치는 “오늘 (선수들 훈련) 체험한다고 들었다. 많이 힘들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후 전 코치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려줬다. 

“기자님! 오후에 트랙 뛰는 거 아시죠?”

시작부터 지치다!

선수단에 합류(?)해 처음으로 소화한 훈련은 스트레칭이었다. 삼성생명은 김익겸 트레이너를 초빙해 약 석 달 정도 기초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구선수들이 잘 쓰지 않는 근육들을 발달시켜 몸의 밸런스를 잡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일일 체험’인 만큼 선수들과 똑같은 기구를 가지고 동일한 스트레칭을 했다. 시작하자마자 “무릎을 이렇게 굽힌 상태로 다리를 뻗으면 안 된다”는 코칭스태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무릎을 펴주겠다”는 과도한 친절과 함께였다.

전 코치가 무릎을 잡아주자 순간 입에서 “악!”소리가 저절로 났다. 골반과 허벅지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도 함께 들렸다. 지나가던 이미선 코치는 “어머! 너무 뻣뻣하다”며 웃고 지나갔다. 너무 얄미웠다.

돌이켜보면, 단 한 사람만 빼고 즐거운 스트레칭 시간이었다. 이날 삼성생명 선수들은 신나는 노래와 함께 몸을 풀었다. 이날 주된 선곡은 걸그룹 마마무였다. 마마무는 노래와 퍼포먼스에서 흥이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결코 아니었다. 마마무의 ‘별이 빛나는 밤’이 흘러나왔다.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돼 즐겨 듣는 노래다. 이날은 달랐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가사가 나올 때마다 정말 하늘에 별이 보였다. 마마무가 즐거운 노래로 놀리는 것 같았다. 이날 이후 플레이리스트에서 마마무의 노래를 모두 지웠다.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 마마무 노래를 들으면, 근육 이곳저곳이 쑤시는 느낌이다.

신기한 경험도 했다. 오른쪽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왼쪽 다리가 아팠다. 또 한 번도 써보지 않은 팔뚝 안쪽 근육이 아프기도 했다. 

김익겸 트레이너는 “사실 겨드랑이와 가까운 팔 안쪽 근육은 일반인들의 경우 거의 쓰지 않다. 그러나 농구선수한테는 되게 중요하다. 이 부분이 슛을 쏠 때 공을 힘차게 밀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며 밸런스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사실 일반인들은 식사할 때 아니면 잘 쓰지 않는 근육”이라고 설명하며 크게 웃었다. 

웨이트 훈련의 백미, 사이클

힘에 부치는 스트레칭을 끝내고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겨우 이동했다. 기구를 이용한 운동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사용법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근육량을 정확히 파악해 무게를 들어야 한다.

김 트레이너는 “현재 삼성생명 선수들은 근육량의 90%에 해당하는 힘을 쏟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 무거운 무게로 동작을 5회 반복했다. 일반적으로 헬스장에서는 같은 무게를 12~20회 정도 반복해 근육을 키운다. 분명히 큰 차이였다.

그는 “시기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생리적 적응 단계에서는 가벼운 무게로 20회 정도 반복하는 것이 맞다. 그 뒤에는 근 비례 단계, 최대 근력, 스피드 파워 전환, 스피드 파워 유지 등 각 시기에 맞춰 훈련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생리적 적응 단계’를 강조했다. 김 트레이너는 “몸도 당연히 적응이 필요하다. 특히 관절을 강화하는 이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도자 대부분이 이 단계를 건너뛴 채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데만 몰두한다. 그러다 보면 근육을 키우고도 부상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한 바퀴 돌았다. 헬스장에서 이미 사용해 본 기구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선수들이 두 명씩 조를 짜 근력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대부분 의자에 앉아 선수들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다만 몇 개의 기구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에서 가장 추천하는 운동은 사이클이었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사이클로 웨이트 훈련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그냥 타는 것이 아니었다. 심박 수 측정 기계를 이용한 훈련이다. 삼성생명 측은 “최근 선수들의 훈련 효과 향상을 위해 심박 수 측정 기계를 샀다”고 밝혔다. 

일단 선수들은 사이클을 타면서 심박 수를 1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만약 160까지 끌어올렸다고 하더라도 심박수를 꾸준히 160 이상으로 유지한 채 4분 정도 사이클을 탄다. 결국 전속력으로 모든 힘을 쏟은 채 오랜 시간 사이클을 타야 한다.

요령도 절대 통하지 않는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심박 수가 올라오지 않거나 160 이하로 떨어지면, 코칭스태프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게다가 오전 웨이트 트레이닝의 마지막 훈련이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선수 대부분이 훈련을 마친 뒤 사이클에 올랐다. 먼저 사이클을 마친 강계리가 직접 심박 수 측정 기계를 가슴에 채워줬다. 그러자 실시간 심박수가 코칭스태프에 전달됐다. 

이후 페달을 돌리자 코칭스태프가 “130!”이라며 실시간 심박 수를 알려줬다. 그때였다. 최희진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더 힘들어야 한다”며 사이클의 강도를 확 올렸다. 페달을 돌리는 속도가 순식간에 느려졌다. 그러자 “RPM을 더 올리라”는 코칭스태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심박 수가 140과 150을 넘어 160까지 겨우 도달했다. 그때부터 코칭스태프가 3분이라는 시간을 외쳤다. 다행히 훈련을 체험하는 일반인(?)이라고 1분 줄여줬다. 그러나 별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심박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사이클을 타야 했기 때문이다. 별수 있나. 고개 박고 페달만 열심히 돌렸다.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3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얼마 남았는지 물었지만, 아직 2분이나 남았다는 답변만 들었다. 다시 고개를 박고 페달을 돌렸다. 이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162!” 혹은 “163!”을 외치며 친절하게 심박 수를 알려주는 트레이너의 외침만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3분이 다 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선수들은 “힘들어도 걸으면서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부축해줬다. 그런데 일어날 수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였다. 김익겸 트레이너가 “생리적 적응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언급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이날 두 달 이상 몸이 만들어진 선수들과 똑같이 사이클을 탔을까... 모든 후회가 물밀 듯이 쏟아졌다.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기도 쉽지 않았다. 손잡이를 잡고 겨우 계단을 내려갔다. 밥을 먹을 힘도 없었다. 그러자 삼성생명 프런트에서 놀리듯 말했다. 

“오후에 땀 많이 흘릴 텐데 수박이라도 많이 드세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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