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5월, 모비스의 박구영 선수가 은퇴를 한다는 기사가 스포츠, 농구 면을 도배했다. 2007년 2라운드 1순위로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박구영. 이후 올해까지 쭉 모비스에서만 활약하면서 그 힘들다는 자타공인 모비스의 ‘원클럽 맨’ 으로 자리 잡았다. 정규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모비스의 3연속 챔피언 결정전을 우승을 함께하며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활약했던 그가 정든 코트를 떠난다니 아쉽기만 하다. 

모비스도, 모비스의 팬들도 아직 그를 보낼 준비는 되지 않았다. 아니, 아직 박구영은 떠나지 않았다. 전력분석관으로 제2의 인생 역시 농구와 함께 시작하는 박구영의 또다른 출발 역시 모비스와 함께다.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박구영은 현재 어떤 마음일까?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은퇴 발표 3일 후, 박구영 선수의 진짜 속마음을 들어보기 위해 수원으로 향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선수’ 박구영의 은퇴
박지영(이하 ‘지영’): 팬들에겐 참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이었어요. 저 역시 그렇고요!
박구영(이하 ‘구영’): 저 역시 처음에 감독님에게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유재학 감독님이 10년 동안 함께 했지만 아직도 어려우신 분이기도 하고요. 

지영: 10년이나 함께 했는 데도요?
구영: 그럼요.. 아마 감독님과 팀에서 대화하는 선수는 (양)동근이형 밖에 없을 거예요. 일방적인 대답 말고 소통이 왔다갔다 될 정도의 대화요. 하하. 감독님은 여전히 저한테 어려운 분이세요. 

지영: 시즌 마치고의 은퇴를 미리 계획 했던 건가요?
구영: 네. 지난 비시즌에 운동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체력적으로도 많이 모자라다는 게 느껴졌어요. 아쉬움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잘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은퇴를 결심했어요. 

지영: 유재학 감독님께는 처음 어떻게 말씀을 드렸나요?
구영: 회식 자리에서 먼저 계약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1년 남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당시 (이)대성이나 (박)경상이나 (박)형철이가 돌아오면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이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면 1년 더 해보겠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사실 안 될 것 같았어요. 솔직하게 그만 뛰어도 미련 없고, 지금까지 정말 행복하게 농구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이런 자리(전력분석)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지영: 전력분석관이라는 게 정확히 이떤 일을 하게 되는 건가요?
구영: 음... 저도 처음이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웃음) 

지영: 공식적으로 은퇴기사가 난지 며칠 되지 않았어요.
구영: 맞아요! 3일?

지영: 기분이 어떠세요? 실감 나나요?
구영: 아... 처음에 전화가 많이 오더라고요. 주변에서 기사를 보고 그날 하루 종일 연락이 정말 많이 왔어요. ‘수고했다.’ ‘축하한다.’ 정신없이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네요. 그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 본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지영: 연락이 정말 많이 왔나 보네요?
구영: 네. 좀 뿌듯했어요.(웃음)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폐 안 끼치고, 사고 안치고, 그래도 잘 했나보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하하.

지영: 불과 며칠 전 일이지만, 그럼 지금은요?
구영: 많이 덤덤해 졌죠. 미리 계획했던 은퇴였기 때문에 이제는 후회도 없고요. 제가 실력이 좋은데, 다치거나 해서 못 뛰는 게 아니라, 더 좋은 후배들을 위해 비켜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욕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양동근, 김주성이었으면 더 했죠.(웃음)

지영: 양동근 선수와 각별하다고 알고 있어요.
구영: 친해요.

지영: 은퇴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요?
구영: (양)동근이 형도 저를 비롯해서 워낙 친했던 (김)도수형도 은퇴하니까 생각이 많으신가봐요. “나도 곧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솔직히 동근이 형 정도면 아직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워낙 말이 많아서 전화 통화 하면 30분은 기본이에요.(웃음) 말을 또 잘해서 끊을 만 하면 다른 얘기하고, 또 끊을 만 하면 다른 얘기하고요!! 농구계의 박찬호랄까?

지영: 투 머치 토커?
구영: 하하. 사실 제가 체력도 떨어지고 면역력도 떨어지다 보니 독감도 오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시즌 중에 은퇴에 대한 생각을 감독님께 말씀을 드릴지에 대해 동근이 형한테 상담을 했었거든요. 그때 동근이형이 ‘지금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해줬어요. 제가 먼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감독님께서 이끄는 대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분명 제가 힘든 상황을 감독님 코치님도 인지하고 계실 거라고요. 조목조목 잘 상담을 해줬죠.(웃음) 조금 힘들더라도 이번시즌까지는 버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얘기도 해주고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말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하하. 

‘모비스 맨’ 박구영
지영: 한 팀에서 한 감독님과 오랫동안 함께 했다는 것도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네요.
구영: 그럼요. 아직까지 저에게 감독님은 어려우신 분이기는 하지만요.(웃음)

지영: 선수생활을 되돌아볼 때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구영: 음... 생각해보면 저는 우승도 해봤고, 통합우승도 해봤고, 조그마한 상도 받아봤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한 게 있다면 54경기 전 경기 출전이요. 전 경기를 뛰어보고 은퇴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그건 정말 안되겠더라고요. 실력도 안되고...

지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구영: 아무래도 동근이형 군대 갔을 때? 저희가 약체라고 꼴찌할거라고 평가 받았을 때요. 그때가 아니었으면 저는 벌써 은퇴 했을 거예요. 그 시즌 시작하기 전에 연습하다가 제가 크게 다쳤었거든요. 그 부상 때문에 미국 전지훈련도 못 따라 갔죠.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힘줄이 다 터져서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시즌이 시작됐는데 형들이 부상을 당하게 되고, 가드가 저 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지영: 잘 했나요?
구영: 아뇨. 한두 경기 들어갔는데 못했어요. 감독님께 긴장이 많이 된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긴장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나 하는 거다. 너는 여태 아무것도 보여준 것도, 해 놓은 것도 없는데 왜 긴장을 하냐. 너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요.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그 다음 경기가 케이티 전이 었는데 3점슛을 7개나 넣었어요.(웃음) 그 이후로 그 시즌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영: 좋은 말씀이긴 하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자존심 상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넌 그 정도 선수가 아니다’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잖아요.
구영: 그런가요? 아... 생각해보니 또 그러네요.(웃음) 그런데 그때는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우선 너무 어렸고요. 제가 처음 주전으로 나왔는데 너무 못하니까 상대팀에서도 저를 버렸어요. 그래서 찬스가 정말 많이 났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고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지영: 그게 유재학 감독님의 스타일인가요?
구영: 사실... 저도 아직까지 감독님의 스타일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어쩔 때는 한없이 다정하시고, 어쩔 땐 말도 못 걸 정도로 무서우시고요. 

지영: 자 그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혹시 뛰어보고 싶었던 팀이나 선수가 있었나요?
구영: 음... 함께 뛰어보고 싶었던 선수는 제 초등학교 동창인 (양)희종이. FA때였나? 그때 KGC에 이상범 감독님 계셨을 때였는데 희종이가 “우리 감독님은 무섭지 않으셔. 같이와서 재밌게 농구해보자”고 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같이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라고요.(웃음) ‘희종이랑 같이 은퇴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KCC (하)승진이랑도 뛰어보고 싶었고요. 하지만 어쨌든 제 선택은 모비스였어요.

지영: 저는 ‘박구영’하면 아직도 지난 시즌 버저비터도 잊히지 않아요.
구영: 아 그게 사실... 빗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들어갔어요. 저도 제 선수 생활에 정말 기억에 남을 장면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세리머니는 별로였죠? 동근이형이 그게 뭐냐면서 뭐라고 했어요. 형이었으면 벤치에서 애들 뛰어나올 때 기관총 쏘는 세리머니 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