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문을 연 NBA의 FA 시장. 어느덧 일주일여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지난 2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사뭇 감지되고 있다. 과연 올해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5년 1억 5,2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도장을 찍은 마이크 콘리를 필두로 더마 드로잔(5년 1억 3,900만 달러), 브래들리 빌(5년 1억 2,700만 달러), 안드레 드루먼드(5년 1억 2,700만 달러). 니콜라스 바툼(5년 1억 2,000만 달러), 알 호포드(4년 1억 1,300만 달러) 등 무려 6명의 선수가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거기다 챈들러 파슨스(4년 9,400만 달러), 라이언 앤더슨(4년 8,000만 달러), 조아킴 노아(4년 7,200만 달러), 루올 뎅(4년 7,200만 달러), 티모페이 모즈고프(4년 6,400만 달러) 등 특A급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선수들조차 시장 평가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여기에는 2014년 당시 NBA가 ESPN, TNT와 맺었던 새로운 중계권 계약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당시 맺었던 9년 간 24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은 2016-17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됐고, 덕분에 BRI(Basketball Related Income, 농구관련수입)의 약 51%로 책정되는 샐러리캡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14-15시즌 약 6,300만 달러 수준이던 NBA의 샐러리캡은 2016-17시즌에는 무려 9,400만 달러까지 증가됐다. 

그러나 이처럼 폭발적이던 샐러리캡의 증가폭이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줄어들면서 문제는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초 1억 8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던 지난 시즌의 샐러리캡은 그보다 한참 밑인 9,900만 달러에 그치고 말았고, 차기 시즌의 샐러리캡 역시 최근 1억 100만 달러 수준으로 확정됐다. 

이로 인해 지난 2년 간 돈을 물 쓰듯 쓰며 선수들을 장기계약으로 묶어뒀던 구단들은 대부분 초대형 FA 계약을 맺을만한 샐러리 여유분이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덕분에 르브론 제임스(4년, 1억 5,400만 달러) 폴 조지(4년 1억 3,700만 달러), 크리스 폴(4년 1억 6,000만 달러) 등 특급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FA들에게는 그야말로 역대급 한파가 불어 닥쳤다. 

최근 골든스테이트로의 이적을 발표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드마커스 커즌스를 예로 들어보자. 당시 골든스테이트에 그가 합류한다는 것 또한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골든스테이트와 맺었던 계약 내용이다. 

 

 

커즌스는 골든스테이트로의 이적을 택하면서 1년 530만 달러라는 믿기지 않는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아무리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어도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올스타 센터다. 그런 그가 불과 2년 전 모즈고프가 따냈던 연간 약 1,600만 달러 계약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게 된 셈. 심지어 FA 시장 개장 후 아무런 오퍼를 받지 못한 커즌스가 직접 골든스테이트에 연락해 계약을 맺었다는 현지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번 FA 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맥시멈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되던 클린트 카펠라를 포함해 여전히 13명의 RFA(제한적 FA) 선수들이 시장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잭 라빈, 마커스 스마트, 유수프 너키치, 자바리 파커 등 NBA의 팀들이 얼마든지 군침을 흘릴만한 준척급 자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2년 전이었다면 이들도 얼마든지 대형 계약을 품에 안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카펠라의 경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FA 재수’를 택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완전히 얼어붙은 시장으로 인해 몇몇 초특급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FA들에게는 너무나도 ‘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진 제공 = 펜타프레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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