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는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샐러리캡 제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규정이 까다롭다. 일반 팬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일명 ‘샐캡 사전’. 이 코너를 통해 NBA 팬들이 샐러리캡 규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한다.

르브론 제임스의 선택은 LA 레이커스였다. ESPN은 2일(이하 한국시간) 르브론 제임스가 LA 레이커스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기간 4년, 총액 1억 5,400만 달러의 맥시멈 계약이었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온 이후 적지 않은 NBA 팬들이 의문에 휩싸였다. 전날 휴스턴과 4년 맥시멈 계약을 맺은 크리스 폴의 계약 총액은 1억 6,000만 달러였기 때문이다.

크리스 폴이 르브론 제임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둘 다 계약 기간이 동일한 맥시멈 계약이라는데, 이상하게도 폴이 르브론보다 600만 달러의 돈을 더 받는다. 심지어 2003년에 데뷔한 르브론은 2005년에 데뷔한 크리스 폴보다 더 베테랑이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 래리 버드 익셉션 그리고 소프트캡 제도

크리스 폴과 르브론의 연봉 총액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래리 버드 익셉션(Larry Bird Exception)’이라는 조항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조항은 1980년대에 보스턴이 래리 버드와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 사용됐고, 이로 인해 ‘래리 버드’의 이름이 앞에 붙어서 불리기 시작했다. 래리 버드 익셉션의 내용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다.

'선수가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맺는 경우, 그 팀은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기는 것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래리 버드 익셉션에 ‘예외’라는 의미를 가진 ‘익셉션(Excepti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내용 그대로 이 조항이 샐러리캡을 무시하는 '예외 조항'이기 때문이다.

래리 버드 익셉션이 생긴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각 팀이 샐러리캡 상한선 때문에 원래 보유하고 있던 스타 플레이어를 FA 시장에서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샐러리캡 제도의 종류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샐러리캡 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는 것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하드캡(hard cap) 제도’와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는 것이 허용되는 ‘소프트캡(soft cap) 제도’다.

NFL, KBL은 하드캡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선수단 총 연봉이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서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넘어설 경우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을 비롯한 중징계가 내려진다. 말 그대로 매우 엄격하고 단단한(hard) 샐러리캡 제도다.

하지만 소프트캡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NBA는 다르다. 샐러리캡 상한선이 존재하지만, 그 상한선을 넘는 것이 허용된다. NBA에서 샐러리캡 상한선은 외부 FA 영입이 가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점에 불과하다.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서지 않은 팀은 샐러리캡 여유분(=샐러리캡 상한선-현재 선수단 총 연봉) 안에서는 어떠한 FA 영입도 가능하다. 반대로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선 팀은 ‘일반적인’ FA 영입이 불가능하다. 이것 외에는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은 팀이 갖는 불이익은 없다. 아주 융퉁성 있고 부드러운(soft) 샐러리캡 제도다.

(사실 NBA에는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선 팀도 외부 FA를 영입할 수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들이 존재한다. 사인 앤 트레이드, 미드-레벨 익셉션, 바이-애뉴얼 익셉션, 미니멈 익셉션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알아가도록 하자.)

NBA가 소프트캡 제도를 채택한 이유는 래리 버드 익셉션이 생긴 이유와 동일하다. NBA 사무국은 기본적으로 각 팀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온전히 지키길 바란다. 그런데 하드캡 제도 아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각 팀이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만족스러운 연봉을 안기며 그들을 잔류시키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NBA는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한 소프트캡 제도를 채택했고, 같은 맥락에서 래리 버드 익셉션이라는 조항을 만들었다. 덕분에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아주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원소속 팀에 잔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최근에 슈퍼팀 결성이 잦아지면서 소프트캡 제도와 래리 버드 익셉션이 가진 의미가 완전히 퇴색됐지만 말이다.

 

# 래리 버드 권한과 연봉 상승률

글을 읽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 폴과 르브론 제임스의 연봉에 차이가 생긴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뜬금없이 래리 버드 익셉션과 소프트캡에 대해 길게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 우리는 래리 버드 익셉션이 어떤 조항인지, NBA가 왜 이 조항을 만들었는지 이해했다. 진짜 설명은 여기서부터다.

그렇다면 원소속팀과 계약하는 선수는 모두 래리 버드 익셉션을 이용해 재계약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래리 버드 익셉션을 사용해 원소속 팀과 재계약하는 선수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최소 3시즌 이상 그 팀에서 뛴 선수이어야 하며, ②도중에 다른 NBA 팀에 소속된 적이 없어야 한다.

 

최근 댈러스와 계약한 디안드레 조던을 예로 살펴보자.

디안드레 조던은 2008년부터 10년 동안 LA 클리퍼스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클리퍼스에서 3시즌 이상 뛰었으며, 당연히 도중에 다른 NBA 팀에 소속된 적이 없다.(물론 2015년에 댈러스와 구두계약에 합의했다가 말을 바꾼 적은 있다.)

때문에 올여름 FA 자격을 얻은 디안드레 조던에 대해 클리퍼스는 래리 버드 익셉션을 사용해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기며 재계약을 맺는 것이 가능했다. 비록 조던이 댈러스행을 선택하면서 래리 버드 익셉션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반면 최근 샌안토니오와 재계약한 루디 게이는 상황이 달랐다. 게이는 지난해 여름 FA 자격을 얻었고 샌안토니오와 총액 1,720만 달러에 1+1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여름 게이는 플레이어 옵션을 거부하고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이때 샌안토니오는 게이의 원소속 팀이다. 하지만 게이는 샌안토니오에서 3시즌 이상 뛰지 않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①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때문에 올여름 샌안토니오는 래리 버드 익셉션을 사용해 게이와 재계약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샌안토니오는 다른 방법으로 게이와 1년 1,008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어야 했다. (샌안토니오가 루디 게이와 재계약한 방법은 논-버드 익셉션 계약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추후에 알아보도록 하자.)

위에서 언급한 클리퍼스처럼, 특정 선수를 래리 버드 익셉션을 사용해 계약할 수 있는 팀에 대해 NBA에서는 ‘래리 버드 권한(Larry Bird Right)을 가졌다’라고 부른다. 반대 케이스인 샌안토니오는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이 된다.

(한편 클리퍼스는 3년 미만 보유한 다른 선수에 대해서는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이 된다. 반대로 샌안토니오는 3년 이상 보유한 다른 선수에 대해서는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이 된다.

래리 버드 권한은 각 선수에 대해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권한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예를 들어 클리퍼스는 디안드레 조던에 대해서는 래리 버드 권한을 가졌었지만, 클리퍼스에서 한 시즌밖에 뛰지 않은 밀로스 테오도시치에 대해서는 아직 래리 버드 권한이 없다.)

 

결국 래리 버드 권한이란, 래리 버드 익셉션을 이용해 특정 선수를 잔류시킬 수 있는 권한인 셈이다.

그리고 선수가 자신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과 계약할 때와,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과 계약할 때는 크게 2가지 차이가 발생한다.

①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과는 최대 5년 계약이 가능하지만,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과는 최대 4년 계약만 가능하다.

②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과 계약할 때는 각 시즌의 연봉상승률을 최대 8%까지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과 계약할 때는 각 시즌의 연봉상승률을 최대 5%까지만 설정할 수 있다.

 

크리스 폴과 르브론의 연봉 총액에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②의 내용였다.

휴스턴은 폴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이었다. 반면 르브론과 계약한 LA 레이커스는 르브론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이었다.

여기서 잠깐. 휴스턴이 크리스 폴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이라고? 뭔가 이상하다. 분명 폴은 휴스턴에서 1시즌 밖에 뛰지 않았다. 앞서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려면 그 선수가 팀에서 3시즌 이상 뛰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사실 그렇지 않다. 폴이 휴스턴으로 이적한 과정을 돌이켜보자. 폴은 2017년 여름에 플레이어 옵션을 포기하고 옵트인하면서 클리퍼스와 남은 1년 계약을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실제로는 휴스턴과 클리퍼스가 트레이드에 합의한 후에, 폴은 트레이드되기 위해 옵트인을 한 것이 정확한 과정이긴 하다.)

이때 폴이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되면서 클리퍼스가 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래리 버드 권한도 함께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즉 휴스턴이 폴에 대한 래리 버드 권한을 클리퍼스로부터 이양받은 것이다.

여기에서 래리 버드 권한의 특징을 하나 알 수 있다. 바로 선수가 트레이드될 때 그 선수에 대한 래리 버드 권한도 함께 트레이드된다는 것이다.(래리 버드 권한만 따로 트레이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래리 버드 권한은 반드시 해당 선수와 함께 따라다닌다.)

때문에 폴은 서로 합의만 한다면 올여름 휴스턴과 계약 기간 최대 5년에 매년 8%씩 연봉이 상승하는 맥시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폴과 휴스턴은 일단 4년 계약만 맺기로 했다. 다만 연봉상승률은 최대치인 8%로 설정했다. 계약 첫 시즌 연봉이 다음 시즌 샐러리캡의 35%인 약 3,565만 달러이고, 매년 첫 시즌 연봉의 8%(약 285만 달러)씩 연봉이 상승하는 4년 맥시멈 계약이었다.

 

반면 자신에 대한 래리 버드 권한이 없는 레이커스로 이적한 르브론은 최대 계약기간은 4년, 최대 연봉상승률은 5%인 맥시멈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르브론의 첫 시즌 연봉은 폴과 마찬가지로 다음 시즌 샐러리캡의 35%인 약 3,565만 달러였다. 하지만 각 해의 연봉상승액은 첫 시즌 연봉의 5%인 약 178만 달러로 설정됐다. 폴보다 100만 달러가량 적다. 이것이 누적되면 4년 동안 약 600만 달러의 차이가 생긴다.

 

결국 크리스 폴과 르브론은 무늬만 같고 내용은 다소 다른 맥시멈 계약을 맺었던 셈이다. 폴이 르브론보다 역량이 뛰어나거나, 폴이 선수노조 회장이어서 르브론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폴은 자신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과 재계약한 반면, 르브론은 자신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과 계약하면서 둘의 연봉 총액에 격차가 발생한 것이었다.

한편 폴과 르브론의 첫 시즌 연봉이 다음 시즌 샐러리캡의 35%로 동일한 이유는 둘 모두 10년 차 이상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궁금한 독자는 필자가 지난해에 작성한 맥시멈 계약에 대한 칼럼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길 바란다.

[이동환의 앤드원] 용어 탐방 : ‘맥시멈 계약’이란 무엇일까?
https://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398&aid=0000010594

지금까지 크리스 폴과 르브론 제임스의 연봉 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다. 설명이 다소 길어진 감이 있지만,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NBA에는 래리 버드 권한이라는 것이 있다.
2) 자신에 대해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진 팀과 계약한 선수는 연봉상승률을 최대 8%까지, 래리 버드 권한을 가지지 못한 팀과 계약한 선수는 연봉상승률을 최대 5%까지 설정할 수 있다.
3) 크리스 폴은 전자였으며, 르브론 제임스는 후자였다.
4) 결국 폴과 르브론의 연봉 총액 격차는 래리 버드 권한에서 비롯됐다.

NBA가 계속되는 한 샐러리캡 제도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샐러리캡 규정을 제대로 아는 것은 각 구단과 선수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근간이 된다. [이동환의 NBA노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샐러리캡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이다.

사진 = 펜타프레스,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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