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의 왕조(Dynasty)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많아지는 나이다. 흐르는 세월은 왕조도 무너뜨린다. 리그를 제패한 수많은 강팀들이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 혹은 은퇴로 붕괴하고 해체됐다. 특히 농구는 에너지 레벨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다. 선수들의 발이 무뎌지고 활동량이 줄어들면 경기력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많은 NBA 팀들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지켜내고 젊은 선수를 수급하는 일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다.

두 번째는 사치세로 대표되는 재정 문제다. 일반적으로 강팀에는 좋은 선수가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슈퍼팀들의 전쟁’의 심화되고 있는 요즘의 NBA는 더더욱 그렇다. 올스타 레벨의 기량 혹은 이름값을 가진 선수가 한 팀에 3명 이상 몰려 있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좋은 선수가 많으면 당연히 연봉 지출은 늘어나고, 이에 비례해 사무국에 내야 할 사치세도 함께 늘어난다. 이를 견디지 못한 구단은 재정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핵심 선수를 떠나보내고 비교적 연봉이 저렴한 선수로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 과정에서 전력은 약해지며 왕조는 서서히 쇠락한다.

 

2년 연속 우승, 최근 4년 간 3회 우승을 달성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NBA의 신(新)왕조다. 그렇다면 골든스테이트는 위에서 거론한 두 가지 위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일단 첫 번째 위협 요소인 나이는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 로스터의 평균 나이는 28.4세. 리그에서 4번째로 높은 숫자였다.(1위 휴스턴, 2위 샌안토니오, 3위 클리블랜드)

하지만 이는 주로 벤치에 포진한 베테랑 선수들의 나이가 반영된 결과다. 데이비드 웨스트(38세), 안드레 이궈달라(34세), 자자 파출리아(34세), 닉 영(33세), 숀 리빙스턴(33세) 모두 30대 중반에 들어선 선수들이다.

핵심 4인방의 나이는 여전히 젊다. 스테픈 커리(30세), 케빈 듀란트(30세)는 이제 막 30줄이 됐다. 농구선수로서 최전성기에 속하는 나이다. 클레이 탐슨(28세), 드레이먼드 그린(28세)은 아직도 20대다. 이들이 모두 30대에 진입하는 2-3년 후까지는 골든스테이트가 핵심 선수들의 노쇠화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골든스테이트는 이 같은 나이 변수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팀이다. 당장의 우승을 위해 드래프트 지명권을 트레이드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꾸준한 젊은 피 수혈이 왕조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 38순위 지명권을 현금을 주고 밀워키에게서 사왔다. 그 지명권은 패트릭 맥카우가 됐다. 2017년 드래프트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시카고에 350만 달러를 주고 2라운드 38순위 지명권을 사왔고, 그 지명권으로 조던 벨을 뽑았다. 최근 열린 2018년 드래프트에서도 골든스테이트는 2라운드 지명권 구매를 노렸다는 후문이다. 드래프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팀이 바로 골든스테이트다.)

 

그러나 두 번째 위협 요소인 재정 문제는 골든스테이트에게도 굉장히 큰 고민거리다.

지난해 여름 골든스테이트는 기적적으로 우승 멤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2년 간 5,125만 달러(1+1계약)라는 충격적인 ‘헐값’에 잔류한 케빈 듀란트의 희생이 있었다.

페이컷의 비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골든스테이트는 안드레 이궈달라(3년 4,800만 달러), 숀 리빙스턴(3년 2,369만 달러)을 비롯한 대부분의 내부 FA를 잔류시켰다. 4년 동안 낮은 연봉을 받고 뛰어온 스테픈 커리에게는 5년 2억 1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전력누수 없이 2017년 여름을 넘긴 골든스테이트는 결국 2018년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골든스테이트는 다시 재정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일단 올여름 옵트아웃을 통해 다시 FA가 되는 케빈 듀란트는 지난 시즌(2,500만 달러)보다는 많은 연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FA가 되는 닉 영, 자자 파출리아, 케빈 루니, 자베일 맥기를 모두 포기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로스터를 최종적으로 구성하고 나면 팀 연봉은 지난 시즌(1억 3,600만 달러)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NBA는 2011년부터 징벌적 사치세 규정을 도입해 2년 연속 사치세를 납부하는 팀은 더 많은 사치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납부한 사치세는 약 3,447만 달러. 듀란트가 또 다시 페이컷을 시도해 3000만 달러 안팎의 연봉을 받고 잔류하더라도 사치세 납부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의 팀 연봉을 유지하고(물론 힘들 것이다), 사치세 라인이 조금 더 올라갈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골든스테이트가 2018-19시즌에 사무국에 납부할 사치세 금액은 약 5,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2016-17시즌에 클리블랜드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사치세 납부액(5,358만 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앞으로는 더 험난한 길이 예정돼 있다. 시세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클레이 탐슨(잔여 계약 1년 1,898만 달러), 드레이먼드 그린(잔여계약 2년 3,600만 달러)의 연봉을 높여줘야 한다.

클레이 탐슨은 시즌 중 인터뷰에서 골든스테이트에 남고 싶다는 뜻을 계속 드러내왔다. 디스카운트(discount)의 여지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맥시멈 계약을 포기하고 골든스테이트에 잔류하더라도, 탐슨은 적어도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안팎의 연봉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아예 슈퍼 맥스(Super-max) 계약을 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슈퍼 맥스는 2017년에 도입된 계약 규정으로,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 한 시즌 샐러리캡의 35%를 계약 첫 해 연봉으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예상되는 그린의 계약 규모는 5년 2억 2700만 달러다. 슈퍼 맥스가 아닌 일반 맥시멈 계약을 맺더라도 그 규모는 5년 1억 94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린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가와 별개로, 이미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골든스테이트로서는 도저히 안겨줄 수 없는 규모의 계약이다. 설사 슈퍼 맥스를 원한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린 역시 연간 25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은 원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탐슨과 그린이 듀란트처럼 페이컷을 하면 골든스테이트가 현재의 로스터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이야기다. 탐슨과 그린을 합쳐서 약 5000만 달러의 연봉에 잔류시키더라도(사실 이것도 가장 낮게 잡은 것이다) 커리, 듀란트, 탐슨, 그린, 이궈달라 5명의 연봉 합계가 1억 4000만 달러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11명을 모두 미니멈 계약으로 채우더라도 팀 연봉은 1억 6000만 달러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엄청난 규모의 사치세도 따로 내야 한다.

과거 브루클린 네츠 프런트에서 일했으며 현재 ESPN에서 샐러리캡 관련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바비 막스는 2017년 기사를 통해 ‘골든스테이트가 현재의 로스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20년에는 사치세만 2억 2200만 달러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연봉 지출까지 고려하면 약 4억 달러를 로스터에만 쏟아 부어야 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제아무리 골든스테이트라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돈이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이대로 ‘왕조 해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골든스테이트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있다. 이른바 ‘햄튼5 지키기 대작전’이다.

‘햄튼5(The Hamptons Five)’는 현재 골든스테이트 전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 5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2016년 여름에 커리, 탐슨, 그린, 이궈달라 4인이 당시 케빈 듀란트가 머물고 있던 뉴욕 롱아일랜드의 햄튼이라는 지역에 직접 가서 그의 골든스테이트행을 설득했던 에피소드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그렇다면 골든스테이트의 ‘햄튼 5 지키기 대작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골든스테이트는 2019년에 매우 큰 변화를 하나 맞이한다. 샌프란시스코 광역 도시권인 베이 에어리아(Bay Area)에 짓고 있는 신축 구장 체이스 센터(Chase Center)의 개장이다.

2017년 여름, 골든스테이트는 구단은 체이스 센터 운영과 관련한 아주 흥미로운 계획을 하나 발표했다. 바로 ‘체이스 센터 30년 시즌권’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체이스 센터의 30년 시즌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30년치에 해당하는 시즌권 금액을 골든스테이트 구단에 한 번에 납부해야한다. 그런데 30년이 지나면 그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형태로 시즌권을 판매하면 골든스테이트는 단숨에 매우 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30년이 지난 뒤 시즌권 금액을 그대로 돌려주더라도 향후 있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금전적으로 손해가 되지 않는다. 눈앞에 다가온 엄청난 규모의 사치세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골든스테이트가 내놓은 방안이다.

2019-20시즌에 체이스 센터에 배정된 시즌 티켓 좌석 개수는 1만 2,000개. 이 중 절반은 연간 1만 5,000달러 이하의 가격에, 나머지 절반은 그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심지어 한 경기에 600달러의 돈을 내야 하는 좌석도 있다. 정규시즌 41경기와 프리시즌 3경기를 합해 총 44경기를 한 시즌에 관람한다고 했을 때 이 좌석의 시즌 티켓 가격은 2만 6,400달러가 된다. 30년 시즌권으로 구매했을 경우 그 가격은 79만 2,000달러다.)

물론 모든 시즌 티켓 좌석을 ‘30년 시즌권’ 형태로 팔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각 좌석의 시즌 티켓 가격을 1만 5,000달러로 보고 30년 금액인 45만 달러에 판매한다고 가정해도 골든스테이트가 얻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지난 6일 샌프란스시코 지역지 「SF게이트」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체이스 센터의 시즌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등록된 대기 인원만 4만 3,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3월 기준이라고 하니 골든스테이트가 리그 2연패에 성공한 6월 이후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일부 현지 골든스테이트 팬들 사이에서는 체이스 센터의 높은 시즌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의 경기력이 워낙 뛰어나고 재미까지 보장하는 탓에 높은 가격에도 시즌 티켓을 구매하려고 기다리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현재 리그 최강팀이자 최고 인기 팀인 골든스테이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현상이다.

만약 ‘체이스 센터 30년 시즌권’ 계획이 성공한다면, 골든스테이트는 향후 다가올 엄청난 사치세 재앙도 어느 정도 견뎌낼 가능성이 높다. ‘햄튼5’ 유지도 가능해진다. 탐슨과 그린이 모두 잔류할 수 있으며, 2년 뒤 FA가 되는 노장 안드레 이궈달라를 대체할 다른 선수를 트레이드를 통해 미리 영입하는 그림도 꿈꿀 수 있다.

과연 골든스테이트의 ‘햄튼5 지키기 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19년 개장하는 체이스 센터의 시즌 티켓 판매 결과가 리그 판도를 바꾸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 펜타프레스 제공, 체이스 센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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