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동영 기자] ①편에 이어..

‘첫사랑’ 농구장에서의 추억, 그리고 미안함
농구장은 박신영에게 첫사랑 같은 존재다. MBC스포츠플러스에 입사해 처음 했던 일이 농구였고 박신영 본인이 가장 애정을 보였던 스포츠도 농구였다. 퇴사한 MBC스포츠플러스가 독점 중계권을 가진 만큼 다시 농구 코트에서 리포팅을 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농구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어제도 농구를 봤어요. 정새미나 아나운서가 하더라고요. 신입인데도 잘하던데요? 하하. 제가 신입일 때는 욕을 많이 먹었어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리포팅을 나갔거든요. 방송 경험이 전무 했어요. 그래도 농구장에 있으면 항상 좋았어요. 친정 같은 느낌이었죠. 농구 리포팅을 통해 비로소 팬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점도 있고요.”

다만 이제 밖에서 농구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은 그에게 아쉬움이었다. 농구를 일이 아닌 스포츠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경기장을 다시 찾기는 어려워졌다. 때문에 정규리그 동안 KBL이 진행했던 스탬프 투어도 참여했던 그는 삼성과 전자랜드라는 비교적 가까운 장소를 남긴 채 이를 마쳐야 했다.

“스탬프 투어도 2장을 남기고 아쉽게 실패했어요. 일을 그만둬도 농구장은 자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팬들을 만나고 농구도 즐기면 좋지만 가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으니까요. 혹시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요.”

농구장에 나가지 않으면서 농구 팬이자 박신영의 팬이었던 이들을 볼 기회도 없어졌다. 갑작스러운 퇴사 발표에 이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건네지 못했던 것은 그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이자 미안함 점이었다.

“정말 미안해요. 농구장에서 유독 제 팬이라고 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한 분은 제가 어딜 가던 따라와 주셨어요. 언제나 딱 인사하고 선물만 주시고 가시는 그런 분이었죠. ‘회사를 쉬는 날’이라면서 전날 전주를 갔다 다음날 원주를 갔던 저를 따라오신 날이 있었을 만큼 절 좋아해 주셨어요. 참 고마운 분이였죠.”

유독 부산, 울산, 창원 경기 리포팅을 많이 했던 만큼 지방에도 팬들이 많았다. 박신영이 잊지 못하는 가족 팬도 현대모비스의 연고지인 울산에 사는 팬이었다.

“울산에도 가족 팬이 있어요. 늘 중계석 뒷자리 같은 자리에 앉는 팬인데 늘 부모님께서 딸 2명을 데리고 오셨죠. 자주 보니까 꼬맹이들이 저한테 간식도 주고 저도 그에 보답하며 가방에서 몇 가지를 꺼내줬어요. 그런 것들이 이어지며 친해졌는데 인사도 못 하고 떠난 게 됐어요. 아버지께서 장문의 SNS 메시지를 보내주셨더라고요. 큰딸이 저를 보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가졌는데 다시 못 본다고 하니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한다고요. 인사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혹시나 원정 응원 오시면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만나지 못했어요. 그래도 늘 SNS 메시지로 응원 보내주시더라고요. 나중에 꼬마 친구들이 아나운서가 되면 정말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농구 여신’ 박신영, ‘여자 전현무’가 될 때까지
추억과 아쉬움을 한가득 쌓아 두고 농구장을 떠났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결정에 후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박신영은 오히려 지금의 모든 것들이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한 기운이 전해져서일까. 걱정을 안고 시작한 프리랜서 일도 좋은 기회를 얻어가는 중이다.

“1년 정도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하는 일들이 생겼어요. 스포츠 관련해선 야구 프로그램과 골프 리포팅을 맡게 됐어요. ‘먹신영’ 이미지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 MC로도 발탁됐고요. 제작하는 쪽에 부산 케이티 소닉붐 팬이 계셨대요. 제가 먹방을 하고 하프타임 때 이벤트 참여를 하시는 것을 다 보셨나 봐요. 그런 밝고 재밌는 이미지가 필요해 캐스팅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농구 덕분이죠. 나와서 하는 일들은 다 행복해요. 다들 밝아지고 예뻐졌대요. 예상했던 것보다 일도 잘 들어와서 그런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사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박신영의 활동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단연 남성 잡지 맥심의 화보 촬영이었다. 퇴사 이후 첫 행보이기도 했고 그 동안 아나운서 박신영의 이미지와는 다른 파격적인 선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민이 많았어요. 나오자마자 처음 남성 잡지를 찍으면 ‘쟤 나가더니….’하는 이미지가 될까 하는 걱정이 컸죠. 그래도 표지 주인공이 되는 기회는 아무한테나 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감사했고 그 기회를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어요. 당시에 퇴사하면서 못 만난 사람들을 만난다고 살이 불어있던 상황이었거든요. 운동 열심히 해서 5일 동안 4kg을 뺏어요. 다만 전월 표지 주인공이었던 안지현 치어리더는 매진이 됐다는데 전 그렇진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반응이 뜨거워서 감사했어요.”

항상 새로운 모습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프리랜서 박신영이 원하는 모습이다. 지금껏 아나운서로서 보여준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픈 마음이 크다.

“노래하는 박신영, 연기하는 박신영, 예능에서 망가지는 박신영 같이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신영이 저런 면이 있었어?’ 할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에요. 차근차근 준비도 하고 있고요. 농담 삼아 ‘여자 전현무가 되겠다’고도 말했는데 그렇게까진 못되더라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 29살이라는 말에 만 27살임을 부득부득 강조한 박신영. 사실 29살이나 27살이나 충분히 젊다. 많은 어른들이 말씀하시듯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그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직 한창인 나이에요. 제가 나와서 열심히 한다면 잘 될 거란 확신이 있어요. 그 믿음대로 지금 일도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의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요. 나중에 더 잘 돼서 감사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간 잘 되겠죠? 하하. 많이 응원해주세요!”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