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동영 기자] KBL 팬들의 ‘농구 여신’이자 ‘먹방 요정’이었던 그가 지난해 MBC스포츠플러스를 갑작스럽게 떠났을 때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하프타임 동안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맛있게 음식을 흡입하던(?) ‘먹신영’도, 선수들과 함께 게임을 해내며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흥부자’ 박신영의 모습도 더는 볼 수 없었기 때문. 

2016년, <더 바스켓>에서 첫 인터뷰를 한 후, 다양한 코너를 맡으며 농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던 박신영 아나운서를 그래서 이번에 ‘월간 여신’으로 소환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는 더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도도해 보이는 그녀, 알고 보니 흥부자?
3시간이 넘는 화보 촬영 시간. 지켜보고만 있어도 지루해지는 시간이지만 박신영 아나운서(이하 호칭 생략)는 내내 밝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 오랜 시간 표정 한 번 찡그리는 것을 못 봤다. 덕분에 촬영을 진행하는 사람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도 덩달아 미소가 번진다.

물론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하프타임 쇼’를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흥이 있는 사람이란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껏 월간 여신을 진행하면서 이 정도의 흥을 끌어올린 사람은 김선신 아나운서 정도 밖에 없다는 증언을 들었을 때 박신영이 얼마나 흥이 많은지, 한편으론 김선신 아나운서는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이 함께 스쳐지나갔다.

박신영은 “에이~ 하프타임 쇼를 진행할 때는 제 성격의 반도 못 보여 드렸어요”라는 한마디로 자신을 표현했다. 아나운서 생활을 하며 오히려 흥을 감춰야 할 때가 많았다고.

“그나마 하프타임 쇼였으니까 그 정도라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다른 방송에서는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처음 입사하고는 밝은 리포팅을 하다 혼났어요. ‘우리 회사에 이미 김선신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너까지 그러면 안 된다’고요. 그러면서 정통 아나운서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고 말해주셨죠. 예를 들어 인사를 할 때도 ‘안녕하세요~ 박신영입니다~!’가 아닌 ‘안녕하십니까. 박신영입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 했어요. 그것 때문에 이런 밝은 이미지가 더 거리감 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 박신영의 ‘본 모습’을 어느 정도 엿 볼 수 있었던 코너가 MBC스포츠플러스 농구 중계 속 코너 ‘하프타임 쇼’였다. 다른 아나운서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박신영의 하프타임 쇼는 기억에 남는 것이 많았다. 

지방팀 연고지의 특산품이나 맛집의 음식을 직접 준비해 맛깔스러운 ‘먹방’을 펼친 것도, 선수들에게 허벅지 싸움을 시키는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게임을 코트에서 하게 한 것도 다 박신영 작품이었다.

“하프타임 쇼는 정말 연구를 많이 했어요. 다른 무엇보다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농구 시청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선수들을 알아야 하고 재밌어야 할 것 같았어요. 옛날 예능 프로를 많이 찾아보고 그런 것들을 어떻게 선수들에게 접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 소품을 사비를 들여 사기도 했다. 그만큼 농구와 하프타임 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았던 그였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데 제 돈으로 산 소품으로 어떻게든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샀죠. 회사에서도 무작정 다 지원해줄 수 는 없잖아요. 그때 썼던 소품들은 아직도 제 차에 싣고 다녀요.”

농구 여신의 마지막 하프타임
농구 코너를 위해 사비까지 쓸 정도의 열정을 보인 아나운서. 언제나 밝게 웃던 박신영이 하프타임 쇼를 진행하며 딱 한 번 웃음을 지키지 못한 날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30일. 그의 마지막 하프타임 쇼이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농구 코트와의 작별의 날에서였다.

박신영은 지난해를 끝으로 MBC스포츠플러스를 떠나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모두가 놀란 깜짝 발표였다. 박신영은 김선신 아나운서와 더불어 MBC스포츠플러스 단 2명밖에 없는 정규직 여자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안정된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다들 배가 불렀다고 했어요. 저로서도 큰 결단이었죠. 2년 넘게 고민했고요. 방송일이 싫어서 떠나는 것은 아니에요. 서른을 앞두고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서른살이 넘었으면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퇴사가 결정되고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서 그런지 다들 너무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셨어요. 농구 팬들도 많이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결혼하는 것 아니냐’면서 연관검색어에 결혼도 뜨고 그날 실시간 검색 순위에도 오르기도 했더라고요.”

박신영의 마지막 경기 하프타임 쇼에서는 농구장에서 흥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그의 모든 모습을 돌아보는 영상과 함께 동료 아나운서들의 영상 편지를 지켜보는 것으로 진행됐다. 만감이 교차한 박신영은 눈물을 흘리며 동료들과 농구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장 감사한 사람이 김선신 선배에요. 처음 퇴사를 결심하고 선신 선배한테 말하니까 선신 선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유일한 여자 후배였으니 충격이 컸을 거예요.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선신 선배가 씁쓸해하면서도 ‘잡고 싶지만 잡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안다. 너의 행복을 위해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응원해주셨어요. 영상도 선신 선배가 주도해서 준비를 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날 경기장에는 정새미나 아나운서를 비롯해 후배들이 박신영의 마지막 리포팅을 함께 했다. 눈치 빠른 그는 뭔가 있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방송 중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사실 며칠 전에 어떤 선배가 ‘영상 봤어?’라며 물어보셔서 영상 편지 같은 것을 준비한다는 사실은 알았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날 아나운서 선배들이 아닌 스태프 선배들이 만든 영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 그때 말한 게 이건가’ 했거든요. 방송에서 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날 신입 아나운서들이 다 왔더라고요. 거기서 눈치를 챘어요. 뭔가를 하려나 보다... 그래도 하프타임 때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제야 밝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날 박신영은 영상 편지를 보면서 헤드셋을 끼고 있었는데 고별 영상을 지켜볼 때까지만 해도 잘 나오던 소리가 동료들이 보낸 영상 편지 부분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그 자리에서 동료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듣지 못했다.

“어쩌면 다행이었을지 몰라요. 집에 가서 영상을 돌려 보며 그때야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만약 그 자리에서 소리까지 들렸다면 정말 대성통곡 해서 방송을 마무리하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