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18 NBA 드래프트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6월 22일 뉴욕에서 열린다. 그때까지 올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망주들을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 한 명씩 살펴보도록 하자. 두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역대 최고의 윙스팬을 가진 빅맨 유망주, 모하메드 밤바다.

 

▲ 모하메드 밤바 프로필
- 출신: 텍사스 대학
- 포지션: 센터
- 생년월일: 1998년 5월 12일
- 신장: 216cm (7피트 1인치)
- 체중: 103kg (226파운드)
- 윙스팬: 239cm (7피트 10인치)
- 스탠딩 리치: 293cm (9피트 7.5인치)
- 비교 대상: 루디 고베어, 저메인 오닐, 타이슨 챈들러

2017-18시즌 평균 기록: 12.9점 10.5리바운드 3.6블록슛

 

▲ 장점: 3점슛과 돌파력을 갖춘 루디 고베어

매년 이맘때만 되면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드래프트에 나온 유망주들에 대해 ‘정말 잘 크면 이런 선수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매일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농구로 거짓말을 하는 허풍쟁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능한 한 냉철해지려고 노력한다. ‘실패할 수 없는 유망주’란 말은 NBA의 세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동안 현장을 누빈 스카우터들도 실수를 거듭하는 곳이 NBA라는 무대다. 태평양 건너 한국의 평범한 농구 기자라고 별 수 있겠는가. 유망주의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아서도, 비관적으로도 보아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다 보면 냉철함을 자꾸 잃게 된다. 루디 고베어(유타)를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신체 ‘스펙’을 가졌는데, 종종 포워드처럼 움직인다. 누군가는 그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 부르지만, 누군가는 그를 최종 단계까지 진화한 궁극의 ‘현대농구형 센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모하메드 밤바(Mohamed Bamba)다.

지난 5월 18일 열린 NBA 드래프트 컴바인. 모하메드 밤바의 신체 측정 결과가 전세계 농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216cm의 착화 신장? 센터로서는 특별하지 않다. 103kg의 체중? 너무 마른 것 같아 조금 걱정이다.

그런데 진짜는 그 다음에 있었다. 239cm의 윙스팬과 293cm의 스탠딩 리치. 둘 모두 드래프트 컴바인이 실시된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현역 최고의 수비형 센터 루디 고베어였다.(2013년, 윙스팬 235cm/스탠딩 리치 292cm)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밤바는 이렇게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가지고 상당히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코트를 질주해 속공에 가담하는 능력은 빅맨으로서 최상급이다. 스위치 수비 시에 자신보다 20cm 이상 작은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슛을 방해하고 블록까지 해낼 정도로 사이드 스텝이 빠르고 반응 속도가 뛰어나다.

림 근처로 달려오는 공격수는 밤바의 먹잇감이다. 압도적인 팔 길이로 슛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높은 타점에서 리바운드를 걷어낸다. 동료의 랍 패스(lob pass)를 받아 멋진 앨리웁 덩크를 터트리기도 한다. 비교 대상 루디 고베어와 꼭 닮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밤바가 공격에서 가진 잠재력은 고베어를 훨씬 능가한다는 점이다.

밤바는 대학 시절부터 픽앤팝을 통해 3점슛을 던지던 선수였다. 슛 터치가 깔끔하고 캐치앤슛(catch and shoot)에도 능했다. 페이스업 공격(수비수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시도하는 공격)을 통해 1대1로 수비를 요리할 줄도 안다.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펌프페이크로 수비수를 속인 뒤 돌파를 시도해 덩크슛을 터트리며, 때로는 3점슛 라인 바깥에서 왼손 돌파를 시도해 레이업슛을 올려놓는다.

역사상 가장 긴 팔을 가진 센터가 3점슛을 던지고 돌파도 한다고? 머리가 약간 복잡해진다. 케빈 듀란트, 야니스 아데토쿤보, 루디 고베어가 묘하게 뒤섞인 느낌이다.(오해하지 말자. 체형과 특징이 그렇다는 것이다.) ‘공격형 루디 고베어’가 밤바에 대한 기대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NBA 전문 사이트 「더 링어(The Ringer)」가 밤바에 대해 내린 평가다.

‘밤바는 사이즈뿐만 아니라 신체 밸런스까지 갖췄다. 덕분에 코트 모든 곳에서 양손을 이용해 상대의 슛을 방해할 수 있는 선수다. 수비 기본기를 완벽히 마스터한다면 5개 포지션을 모두 막아내는 수비수가 될 수 있다’

‘밤바의 수비 잠재력은 그의 윙스팬 길이에 비례한다. 게다가 밤바는 외곽 공격수로서의 잠재력 때문에 어쩌면 3점슛을 던지는 루디 고베어가 될 수도 있는 선수다’

밤바 본인이 꿈꾸는 것은 ‘진화형 센터’다. 최근 ESPN 토크쇼 ‘ 더 점프(The Jump)’에 출연한 밤바는 특정 NBA 선수를 롤 모델로 삼고 있지는 않다면서 “여러 선수들의 장점을 모두 모방하고 흡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요즘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최근에 샬럿에서 감독을 했었던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이 나온 방송을 들었다. 그 방송에서 클리포드 감독은 지금 NBA는 3점슛을 던지며 코트를 넓혀주면서도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모두 막을 수 있는 엘리트 림 프로텍터(elite rim protector)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 그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밤바의 말이다.

현재 밤바는 유명 스킬 트레이너 드류 한렌(Drew Hanlen)과 함께 훈련을 하며 드래프트를 기다리고 있다. 드류 한렌은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브래들리 빌(워싱턴) 등 많은 NBA 스타들의 스킬 트레이너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밤바는 최근 점프슛 메커니즘을 바꿨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밤바는 “슛을 던질 때 볼이 2개의 가이드 손가락(two guide fingers, 검지와 중지)에서 확실히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슛 메커니즘이 확실히 부드러워진 기분이다”라고 했다. 실제 공개된 훈련 영상에서도 밤바는 굉장히 부드럽고 깔끔한 슈팅 능력에 파워 넘치는 페이스업 공격 기술을 함께 보여주며 큰 화제를 모았다.

◈ 모하메드 밤바 워크아웃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rFZ_CkG0E78&t=6s

이미 밤바를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재능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드래프트 익스프레스」의 운영자이자 현재 ESPN에서 드래프트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나단 기보니는 ‘모하메드 밤바는 1순위로 뽑히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라고 했다.

기보니와 함께 「드래프트 익스프레스」에서 일했으며 마찬가지로 ESPN 드래프트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크 슈미츠 역시 동의했다. 슈미츠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밤바보다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는 없다. 나에게도 밤바는 탑3 유망주다’라고 했다.

속공에 가담하고, 3점슛을 던지고, 돌파도 하는 루디 고베어. 모하메드 밤바가 NBA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모습이다.

 

▲ 단점: 마른 체형과 불안한 수비 센스, 좁은 시야와 많은 턴오버

장점만 읽고 나니 빌 러셀, 카림 압둘자바의 뒤를 잇는 역대급 괴물 유망주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금씩 실망을 하며 기대치가 낮아질 것이다. 단점까지 읽고 나면 모하메드 밤바가 왜 탁월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1순위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는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수비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앞서 밤바가 루디 고베어의 뒤를 잇는 엄청난 장신 수비수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39cm의 윙스팬에 293cm의 스탠딩 리치라니. 골밑에서 팔만 뻗고 있어도 너무 위협적일 것 같다. 운동능력과 신체 밸런스도 좋아서 코트 위의 움직임도 재빠르다. 속된 말로 이건 사기다.

하지만 어쩌면 밤바는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뉴욕) 같은 수비수가 될 수도 있다. 큰 사이즈를 앞세워 탁월한 블록슛 능력을 자랑하지만, 너무 마른 체형으로 인해 몸싸움에서 고전하고 수비 집중력에서 기복을 보이며 팀 수비력은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는 ‘기록형’ 빅맨 수비수 말이다.

포르징기스를 너무 평가절하한 걸까? 글을 읽다가 불쾌감을 느낀 뉴욕 팬들이 있었다면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포르징기스는 그런 수비수다. 221cm의 사이즈와 신장 대비 탁월한 민첩성과 점프력을 앞세운 블록슛 능력 정도를 제외하면 수비에서 장점이 많지 않다. 골밑에 미리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는 압도적인 높이를 활용해 상대의 슛을 효과적으로 방해한다. 하지만 도움 수비 타이밍은 느리고 2대2 게임에서는 대처 능력이 다소 불안한 편이다. 수비에서 포르징기스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이다.

지난 시즌 포르징기스는 경기당 2.5 블록슛을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지만(48경기 출전), 정작 그가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기 직전까지 뉴욕은 페인트존 실점이 리그에서 11번째로 많고(경기당 46.6점), 공격 리바운드 허용에 이은 실점은 리그에서 8번째로 많은 팀이었다.(13.6점) 물론 뉴욕의 팀 수비를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르징기스가 블록슛 수치만큼 뛰어난 빅맨 수비수였다면 뉴욕의 페인트존 수비가 리그 평균 정도는 됐을 것이다.

모하메드 밤바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밤바는 고베어가 될 수도, 포르징기스가 될 수도 있는 수비수다. 일단 신체 조건은 완벽하다. 그런데 수비 시의 센스와 집중력은 미덥지 못하다. 대학 시절 밤바는 뒤늦게 도움 수비를 가거나,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보다가 마크맨을 놓쳐 허무하게 실점을 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한 선수였다. ‘넥스트 고베어’라기엔 꽤 아쉽다.

부족한 웨이트도 문제다. 페인트존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상대 빅맨에게 좋은 포지션을 손쉽게 내주곤 한다. 「더 링어」는 이 같은 밤바의 단점을 언급하며 ‘팀 수비를 아우르는 앵커(anchor)가 되기에는 강렬함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밤바의 마른 체형은 공격에서도 문제가 된다.

무게감이 부족하다 보니 픽앤롤 이후 림으로 재빠르게 돌진해 랍 패스(lob pass)를 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림 바로 밑까지 진입하기 힘들어 한다. 특히 상대 빅맨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수비하는 상황에서는 포스트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림 근처까지 밀고 들어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밤바는 턴어라운드 동작 이후 양손 훅슛을 던지거나, 페이스업 상태로 전환해 풋워크로 수비수의 무게 중심을 흔든 이후 기습적으로 점프슛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슛 터치가 탁월한 편은 아니었기에 대학 시절에는 이런 공격의 효율이 그리 좋지 못했다. 결국 밤바가 NBA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웨이트를 늘리고 상체와 하체 근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몸싸움이 약한 빅맨은 어쨌든 공수에서 약점을 계속 노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격 시에 섬세함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도움 수비에 맞닥뜨렸을 때 동료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미리 계산하고 대처하는 능력, 볼을 가지고 공격을 할 때 볼을 간수하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시야가 좁아 외곽의 와이드 오픈 상태에 있는 동료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가 하면, 캐치한 볼을 너무 낮게 내렸다가 상대팀 가드에게 허무하게 가로채기를 당하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3점슛, 돌파, 포스트업 등 할 줄 아는 게 많지만 어느 것 하나 완벽하고 세련된 무기는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할 수 있는’ 것과 ‘잘 하는’ 것은 엄밀히 다르다. 적어도 대학 시절까지 밤바의 공격 기술은 ‘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은 압도적인 높이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해 왔다. 하지만 훨씬 크고 강한 빅맨들이 즐비한 NBA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밤바가 드류 한렌과 진행하고 있는 스킬 트레이닝의 결과물이 중요한 이유다.

과연 모하메드 밤바는 NBA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적지 않은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밤바는 정말 공격형 루디 고베어가 될 수 있을까? 밤바의 ‘불안한 잠재력’에 많은 NBA 팀들이 고민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모하메드 밤바 인스타그램,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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