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18 NBA 드래프트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6월 22일 뉴욕에서 열린다. 모두의 시선이 NBA 파이널로 향해 있을 때, 「이동환의 NBA노트」는 조금 빨리 드래프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다. 드래프트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주일. 그때까지 올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망주들을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 한 명씩 살펴보도록 하자. 첫 시간의 주인공은 가장 강력한 1순위 후보, 디안드레 에이튼이다.

 

▲ 디안드레 에이튼 프로필
- 출신: 애리조나 대학
- 포지션: 센터
- 생년월일: 1998년 7월 23일
- 신장: 216cm (7피트 1인치)
- 체중: 118kg (261파운드)
- 윙스팬: 226cm (7피트 5인치)
- 스탠딩 리치: 281cm (8피트 11인치)
- 비교 대상: 패트릭 유잉, 데이비드 로빈슨, 칼 앤써니 타운스

▲ 장점: 신체조건, 운동능력, 기술의 삼위일체

신은 불공평하다. 디안드레 에이튼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에이튼은 너무 많은 걸 가진 남자다. 216cm, 118kg의 프로필에 조각을 빚은 듯한 탄탄한 근육질 몸매까지. 양쪽 코트를 빠르게 왕복하는 기동력과 동작의 민첩성도 빅맨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러닝 점프의 높이는 최대 44인치(약 1미터 12cm)에 육박한다. 한 마디로 농구를 위해 태어난 ‘괴물’이다.

하지만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만 갖춘 ‘그저 그런’ 유망주였다면 에이튼은 1순위 후보로 꼽히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NBA 드래프트에는 괴물 같은 체격 조건을 가진 빅맨 유망주가 매년 한 명씩은 등장한다. 하지만 모두가 에이튼처럼 1순위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에이튼이 진가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다채로운 공격 기술이다

공격 시에 에이튼이 보여주는 피벗 기술과 풋워크는 당장 NBA에 와도 장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탁월하다. 여기에 신장에 어울리지 않는 슛 터치까지 갖추고 있다. 로우포스트에서 볼을 받아 페이스업(face up, 수비수와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 상태로 전환한 후, 잽 스탭을 활용해 수비수를 교란하다가 기습적으로 던지는 점프슛은 마치 패트릭 유잉을 연상케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스트업으로 림 근처까지 수비수를 밀고 들어간 후, 왼쪽 어깨로 수비수와의 공간을 확보한 뒤 던지는 높은 타점의 오른손 훅슛은 수비수로서는 막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 위력적인 1대1 공격수가 바로 에이튼이다.

2대2 게임에서도 에이튼은 위력적이다. 림 마무리 능력과 점프슛 능력을 함께 갖춘 에이튼은 픽앤롤과 픽앤팝이 모두 가능한 빅맨이다. 대학 시절 에이튼은 경기당 1.0개의 3점슛을 던져 34.3%의 성공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점프슛 감각이 탁월했다. 물론 NBA의 3점슛 거리에는 적응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슛 터치가 좋아 언젠가는 NBA에서도 3점슛을 자유자재로 던지게 될 것이라고 스카우터들은 내다보고 있다. 공격에서 어떤 주문이든 소화할 수 있는 빅맨. 에이튼이 칼 앤써니 타운스(미네소타)와 자주 비교되는 이유다.

 

에이튼의 또 다른 장점은 리바운드 능력이다. 큰 신장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리바운드 경합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 이후 터트리는 강력한 풋백 덩크는 NBA에서 에이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감각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착지 후 곧바로 수직 점프를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림 근처에서 에이튼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한다면? 2점은 그냥 준다고 생각하고 수비를 포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수비에서도 에이튼은 인상적인 재능을 갖췄다. 공격수의 동작에 대한 반응이 워낙 빠르고 사이드 스텝까지 민첩하다 보니, 스위치 상황에서 가드 혹은 포워드를 1대1로 막아내는 능력이 훌륭하다. 상대 가드의 돌파를 끝까지 따라가 슛을 견제하거나 아예 블록해내는 장면을 자주 연출해낸다. 스위치 수비가 ‘대세’가 된 근래의 NBA에서 에이튼은 아주 훌륭한 스위치 수비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더블 팀에 대한 대처 능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했듯 에이튼은 1대1 공격력이 좋은 빅맨이다. 때문에 대학 시절에 상대 수비의 기습적인 더블 팀을 상대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에이튼은 턴오버를 범하거나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기 보다 안정적으로 킥아웃 패스를 해내며 동료들에게 질 좋은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곤 했다. NBA에서 에이튼이 더블 팀에 당황해 빠져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은 아마 자주 보기 힘들 것이다.

 

▲ 단점: 평균 이하의 수비 이해도, 점프슛에 대한 집착

농구는 수준 높은 두뇌 활동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공격 시에는 수비수의 움직임을 읽고 반응하는 ‘리드 앤 리액트(read and react)’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수비 시에는 동료들의 위치와 약속된 움직임까지 계산하며 움직여야 한다. 영리함과 판단력은 농구 선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이 부분에서 에이튼은 약점이 뚜렷하다. 일단 수비 시에 공간 인지 능력과 타이밍 포착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픽앤롤을 수비할 때 드리블러(드리블을 하는 선수)를 압박했다가 스크리너(스크린을 하는 선수)였던 자신의 마크맨을 찾아 되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느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곤 한다. 골밑에 멍하니 서 있다가 돌파하는 상대 공격수에게 손쉽게 골밑 득점을 허용하기도 한다. 뒤늦게 쫓아가지만 이미 공격수는 레이업슛을 올려놓은 뒤다. 도움 수비의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는 것이다.

현역 최고의 NBA 빅맨 수비수로 꼽히는 루디 고베어(유타)와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은 모두 도움 수비의 도사들이다. 고베어는 긴 팔과 블록슛 타이밍 포착 능력으로, 그린은 상대 공격수의 돌파 길목을 미리 읽고 차단하는 탁월한 공간 인지 능력으로 팀 수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하지만 적어도 대학 시절의 에이튼은 고베어, 그린과는 거리가 먼 수비수였다. 2대2 수비는 늘 불안했으며, 도움 수비도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에 비해 힘이 약한 것도 단점이었다. 포스트업을 수비할 때 몸싸움에서 밀려 좋은 포지션을 빼앗기고 림 바로 밑에서 쉬운 득점을 허용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때문에 많은 NBA 스카우터들은 에이튼의 수비력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왔다. NBA의 2대2 게임은 대학 무대에 비해 훨씬 더 영리하고 집요하다. 가드들은 더 빠르며, 빅맨들은 더 크고 힘이 세다. 대학 시절부터 수비가 불안했던 에이튼이다. NBA에서 좋은 코칭을 받더라도 훌륭한 수비수가 될 거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어쩌면 에이튼은 팀 수비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빅맨이 아닐지도 모른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피닉스의 팬들은 이 가능성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공격에서 에이튼은 완벽한 유망주일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에이튼의 중거리슛 능력은 양날의 검이다. 점프슛이 빅맨으로서 괜찮은 수준인 것은 맞다. 슛 터치는 부드럽고 성공률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뉴욕), 로리 마캐넌(시카고)처럼 점프슛을 주무기로 삼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를 보면 에이튼은 필요 이상으로 점프슛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좋은 사이즈를 가졌음에도 몸싸움은 피하고 중거리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유망주 분석 사이트 「The Stepien」은 이 같은 에이튼의 성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기도 했다. ‘에이튼은 미드레인지 점프슛과 사랑에 빠졌다.(Falls in love with his mid range jumper.)’

그 다음에는 이렇게 덧붙였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이용해 보다 쉬운 슛 기회를 만들기 보다는, 페이스업 상태에서 수비수의 손 위로 점프슛을 던지는 시도가 너무 잦은 편이다'

왼손 마무리와 스크린 세팅도 약점으로 꼽힌다. 에이튼은 림 근처에서 왼손으로 득점을 마무리해야 할 상황에서도 오른손을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선수다. 이유가 있다. 왼손으로 시도하는 훅슛과 레이업슛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동료를 위해 걸어주는 스크린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대학 시절 에이튼은 2대2 게임의 상당수를 픽앤슬립(pick and slip,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빠져나가는 것) 동작으로 전개했다. 어설프게 스크린을 거는 데 시간을 쓰기 보다는, 스크린 동작을 취하는 척 하면서 신장 대비 뛰어난 민첩성을 활용해 기습적으로 림으로 돌진하거나 3점슛 라인 근처로 빠져나가는 것이 차라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에이튼은 분명 뛰어난 유망주다. 자렌 잭슨 주니어(미시간 주립대), 마빈 베글리(듀크대), 모하메드 밤바(텍사스대)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고의 빅맨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로터리 추첨식 이후 에이튼의 주가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으며, 드래프트를 2주 남긴 지금 에이튼은 1순위 지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에이튼은 장점만큼 약점도 꽤 뚜렷한 선수다. 정말 매력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불안요소도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너무 쾌활한 성격 때문에 경쟁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까지 나왔었다. 1순위 후보 에이튼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연 디안드레 에이튼은 NBA에서 어떤 선수로 성장해갈까. 많은 팬들이 그의 데뷔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 = 디안드레 에이튼 인스타그램,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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