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필라델피아의 2017-18시즌 여정이 종료되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TD가든에서 열린 보스턴 셀틱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5차전에서 112-114로 패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4패가 된 그들은 2017-18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4년 간 필라델피아는 이른바 ‘무제한 탱킹’이라는 명목 하에 기나 긴 암흑기를 보냈다. 지난 4시즌 그들이 기록한 누적 승률은 고작 22.9%. 30개 구단을 통틀어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2015-16시즌에는 역대 3번째로 낮은 12.2%라는 기록적인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4시즌 필라델피아의 성적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성적을 포기한 필라델피아의 목표는 명확했다. 드래프트를 통한 정상급 유망주 다수 수집. 그 결과 그들은 조엘 엠비드(2014년 3순위), 다리오 사리치(2014년 12순위), 벤 시몬스(2016년 1순위), 마켈 펄츠(2017년 1순위) 등 현재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어린 유망주들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물론 자릴 오카포(2015년 3순위) 등 실패 사례도 있었으나 어쨌든 필라델피아의 유망주 수집은 착실히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이처럼 엄청난 인내력으로 유망주들을 끌어 모은 필라델피아의 노력은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개막 3연패에 빠지는 등 첫 32경기에서는 14승 18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조금씩 반등에 성공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필라델피아는 후반기 들어 엄청난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전반기를 30승 25패로 마감했던 그들의 후반기 성적은 무려 22승 5패. 후반기 기준 81.5%의 승률은 휴스턴(84.0%)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거기다 그들은 3월 16일 뉴욕전 승리(118-110)을 시작으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1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상대 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52승 30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동부 3위에 안착했다. 2011-12시즌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 지난 4시즌 압도적인 꼴찌 팀이 순식간에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상위 시드까지 확보해 버린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매서운 기세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그들이 1라운드 무대에서 조우한 상대는 마이애미. 1차전을 130-103으로 가져온 필라델피아는 2차전에서 103-113의 패배를 당하기도 했으나 이후 3경기를 내리 잡아내며 5차전 만에 시리즈를 끝냈다. 

2라운드 무대에서 만난 보스턴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카이리 어빙, 고든 헤이워드를 부상으로 잃었으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의 유연한 대처능력을 앞세운 보스턴은 필라델피아가 보유한 재능을 무력화시키며 5차전 만에 시리즈를 가져갔다. 첫 3경기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필라델피아는 4차전을 승리(103-92)하며 반격을 꿈꿨지만 아쉽게도 짐을 싸야 했다. 

그러나 기나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필라델피아의 2017-18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부상으로 자신의 첫 2시즌을 날려버렸던 엠비드는 이번 시즌 63경기를 소화하며 22.9점 11.0리바운드를 기록, 건강과 실력 모두를 증명해냈다. 역시 부상으로 데뷔 시즌을 날려버렸던 시몬스 역시 81경기에서 15.8점 8.1리바운드 8.2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기며 신인왕 자리를 예약해뒀다. 지난 시즌 1순위로 지명했던 마켈 펄츠가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그 역시도 어깨 부상으로 인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라델피아는 젊은 팀이다. 엠비드가 94년생, 시몬스가 96년생이다. 펄츠의 경우 무려 98년생. 보스턴과의 시리즈 4,5차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던 다리오 사리치도 94년생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의 성공으로 경험치까지 쌓은 필라델피아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거기다 필라델피아의 차기 시즌 확정 샐러리는 약 7,000만 달러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엠비드의 대형 계약이 시작되기는 하지만 시몬스와 펄츠, 사리치 등이 여전히 루키 스케일 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 비어있는 샐러리를 활용해 슈퍼스타급 FA 영입에 성공한다면 당장 대권을 노려봐도 좋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현재의 필라델피아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시즌을 마친 필라델피아. 그들의 황금기는 이제 막 그 닻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필라델피아의 앞날에는 어떤 미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사진 제공 = 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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