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동영 기자] ①편에 이어.. 

서른 즈음에, 새로운 꿈을 꾸다
동갑내기 치어리더 강윤이, 이미래는 올해로 스물아홉을 맞았다. 흔히들 아홉수로 부르는 나이. “아홉수에 하는 건강관리는 어떻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신들에게 몰매를 맞을 뻔했다. “몸 상태 안 좋아요. 아홉수라서요”라는 강윤이의 퉁명스러운 대답도 이어진다. 그래도 이내 걱정은 되는 듯했다.

“예전 같지 않아요. 체력이 많이 줄었다는 걸 느껴요. 벌써 야구 시즌이 걱정이에요.”

선수만큼이나 격하게 몸을 쓰는 직업인만큼 두 치어리더 모두 부상을 겪은 바 있다. 그만큼 몸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래는 “사실 시즌을 치르면서 건강은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그만큼 관리를 하니까요. 남은 시즌도 있고요. 재활 훈련도 많이 하고 있고요”라며 몸 관리법을 말했다. 사실 여기까진 정석적인 대답. 다만 이후 강윤이가 말한 이유가 아홉수에 접어든 이들의 진짜 몸 관리 같았다.

“술을 줄였어요. 끊은 것은 아니고요. 줄였어요. 하하. 주량은 2병 정도로 약한데 많이 먹어요. 짧고 굵게 먹는 걸 좋아하죠. 저보다 래미(이미래의 애칭)는 훨씬 더 마셔요. 잘 안 멈추죠.”

이미래도 자신이 “한 번 마셨다 하면 폭주기관차”라고 말하며 주당임을 인정했다. 건강 안부를 묻다 본의 아니게 두 여신의 주량까지 알아버렸다. 이번 인터뷰...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다.

장난스럽게 건강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강윤이와 이미래는 이제 연차가 꽤 쌓인 치어리더다. 사회에서는 스물아홉의 나이면 이제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앞가림을 하는 나이로도 보지만 치어리더의 세계에서는 아니다. 강윤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치어리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이 그랬듯 최근에도 어린 치어리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안지현 치어리더(SK/하나은행)가 그랬고, 같은 팀 막내 김나영 치어리더도 그렇다. 특히 김나영은 2000년생으로 아직 19살 학생이다.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윤이, 이미래와는 10살 차이가 난다. 이들의 소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나영이는 에너지가 달라요. 함께 하는 마음은 같은데 내보내는 에너지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미래의 증언에 옆에 있던 강윤이도 “젊은 애가 하니까 난 좀 쉬어도 되겠구나 싶어요”라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며 웃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나영은 상대가 자유투를 쏘는 순간에도 목청 높여서 상대를 방해하는 응원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그 소리가 경기장에 모두 울려 퍼질 정도. 언제나 우렁찬(?) 발성 응원을 보면서 ‘젊은 게 좋구나’라고 함께 느끼던 터였다.

그래도 풋내기는 풋내기일 뿐. 월간 여신에 선정되는 우월한 미모와 출중한 경험을 가진 두 치어리더를 따라오긴 힘들다.(협박당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한 잡지 표지를 장식한 안지현에 대해 “예쁘지만 성숙미가 떨어진다”는 ‘디스’를 펼친 그들. 김나영보다 나은 점을 말해달라고 하니 자신감 있는 대답들이 쏟아진다. 이미래는 “난 다 나은 거 같은데(웃음)”라며 자신 있게 운을 뗐다. 이에 질세라 강윤이도 “나이, 키 빼곤 다 제가 낫죠(웃음). 나영이 몸으로 바꾸라고 해도 안 바꿀래요”라며 자신감을 뿜어낸다. 다만 이유는 진지했다.

“나영이가 싫다기보단 10년을 되돌려서 간다고 해도 치어리더의 힘든 점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아요. 어려져도 1, 2년만 어려지고 싶어요. 아예 어려질 거면 훨씬 더 어려지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오랜 치어리더 생활의 고충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장난스럽던 분위기도 진지해졌다. 말이 나온 김에 궁금해졌다. 두 치어리더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지.

“제 인생의 마지막은 호프집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전에 공부도 하고 싶어요. 디자인 쪽이든 MD든. 유학도 알아보고 있어요. 유학 겸 여행 겸 뭐 떠돌아다닐 수 있는 거로요.”

“서른쯤에는 은퇴를 하고 싶다”는 강윤이는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그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었다. 이미래도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시기”라며 강윤이의 마음을 이해했다. 다만 강윤이는 이전에 했던 한 번의 은퇴 번복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나이도 나이니까요. 나영이처럼 창창한 나이도 아니고요. 내년에 계란 한판인데… 다만 한번 은퇴 번복을 했었으니까 좀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만약 이제 정말 끝이 돼서 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스포츠 쪽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그 자리에 없어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싫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10년을 그렇게 해왔으니까...”

강윤이보다 데뷔가 늦었던 이미래는 아직 코트에 대한 욕심이 남아있었다.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이전에도 꿈이라고 말했던 NBA 치어리더 이야기를 꺼냈다.

“윤이는 오래 뛰었잖아요. 전 아직은 에너지가 남아있어요. 최근에 SNS를 보다가 NBA 치어리더팀 공고가 난 것을 봤어요. 오디션 현장도 보고 그랬는데 너무 해보고 싶더라고요. 무반주 응원도 하고 안무 자체도 힘 있는 안무를 하는 곳이 NBA니까요. 다만 언어적인 부분이 가장 문제인거 같아요.”

너무 해보고 싶다는 말을 연발하는 이미래를 강윤이가 도전해보라면서 부추긴다. 다만 “나는 어차피 미국 놀러갈 거니까…”라고 말하는 그를 보니 딴 속셈도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친구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은 확실했다.

이미래의 이전 인터뷰에서 <루키 더 바스켓>은 이미래가 NBA에 진출하는 날 해외 취재를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NBA 코트에 선 이미래와 그 코트에 놀러온(?) 강윤이를 함께 취재할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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