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정은 칼럼니스트] 결국 KB가 무너졌다.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에 1승만을 남기게 됐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가 19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63-50으로 청주 KB스타즈를 눌렀다. 2연승을 거둔 우리은행은 챔피언 트로피에 한 손을 먼저 얹었다.

우리은행의 강력한 수비가 효과를 발휘했지만, 반대로 KB 입장에서는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 고비를 넘기는 힘에서 한 수 위인 우리은행은 벤치 싸움에서도 우위를 보이며 2차전도 가져갔다.

단타스 부진의 나비효과, 수싸움에서 밀린 KB
KB에게는 잦은 교체가 오히려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KB는 활발하게 교체를 이어가며 우리은행에 대응했지만 오히려 이런 교체 속에 어린 선수들이 경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교체의 원인은 다미리스 단타스로 보인다.

단타스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바깥에 머무는 모습이 많았다. 인-아웃을 유려하게 이용하던 단타스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벤치에서는 다양한 선수 조합으로 활로를 찾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경기 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심성영, 김민정 등 KB의 어린 선수들도 그랬다. 단타스가 중심을 잡지 못하며 벤치가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지자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이 흔들렸다.

KB는 2쿼터 중반 이후, 역전을 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박지수가 잠깐 교체 아웃된 사이 연속으로 득점을 내주며 순식간에 10점차로 끌려갔다. 

우리은행의 ‘빅3’ 박혜진-김정은-임영희는 리그를 대표하는 ‘타짜’다. 상대의 약점이 보일 때는 이를 이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수비가 강한 박지수가 나간 사이, 미스매치로 확실한 약점을 보이는 심성영과 김민정이 함께 코트에 들어왔고, 외국인 선수도 수비가 약한 모니크 커리다 보니 우리은행은 자신 있게 자신들의 공격을 이어갔고 순식간에 점수차가 벌어졌다.

KB는 이 때 벌어진 점수를 마지막까지 따라잡지 못했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 간의 수 싸움에서는 우리은행이 KB보다 확실히 앞선다. 때문에 KB는 더욱 벤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대의 노련함을 극복할 수 있는 전술적 구성과 조합에 확신을 갖고 꾸준하게 가져가야 하며, 다양한 전술을 펼쳐 상대를 흔들어야 한다.

우리은행은 4쿼터, KB가 다시 6점차까지 따라잡자 작전타임 후 맨투맨 수비를 갑자기 존 디펜스로 바꿔 상대를 당황시켰고 결국 턴오버를 유도했다. KB에게 필요한 모습이 우리은행에서 나왔다.

체력에서 약점이 있는 KB는 경기가 뜻대로 안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생각이 많아지면서 잘 하던 플레이도 못하는 느낌이다. 이럴 때는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필요한데 강아정 역시 혼자서 ‘빅3’를 다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에 공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윈타워의 지배력이 사라진 KB
KB는 인사이드의 지배력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두 경기에서 오히려 리바운드 싸음에서 우위를 잡지 못했다. 어떻게든 골밑에서의 우위를 찾아야 한다. 안이 막힌다고 밖에서 활로를 찾고자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이미 체력적인 문제로 야투율이 떨어졌다. 확률 높은 공격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KB가 좋았을 때는 인사이드의 우위 속에 상대의 수비를 좁혀 놓고 외곽까지 초토화시키는 흐름이 이어졌다. 인사이드에서의 우위를 잃은 상황에서 밖에서 터지기 만을 기다리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현재는 공격 옵션이 단순한 KB다. 외곽을 살리는 공격을 모색하다가 파생되는 과정에서 인사이드를 노린다. 박지수가 포스트업을 하다가 더블팀이 오면 빼주는 작전만으로는 우리은행을 넘기 어렵다. 박지수가 움직이면서 하는 플레이나 단타스와 연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KB는 박지수에게 볼 투입을 원활하기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플레이가 필요한 이유다.

제 타이밍에 넣어 주는 것도 힘들지만, 타이밍이 맞아도 볼을 정확하게 넣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박지수가 중심이 무너진 채 볼을 잡던가 밀려나와서 잡는 경우가 생긴다. 어렵게 공을 잡은 박지수가 중심을 잡은 후에는 상대의 핼프도 와 있다. 박지수가 상대 수비에 잡히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KB는 인사이드 공격 전술에 대한 다변화가 필요하다. 박지수가 로우에 서있는 것 보다는 움직임을 이용한 약속된 플레이가 있어야 한다.

체력적으로 열세가 확실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전술로 승부할 때는 KB에게 승산이 거의 없다. 우리은행을 당황시킬 수 있는 변칙이 필요하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 쓸데없는 로테이션이 많아 보였다. 기본적인 일대일은 해주면서 로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따라갈 수 있는 것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 자신감이 부쩍 떨어진 모습이다.

박지수와 단타스가 있으면 상대 공격을 안으로 몰아야 하는 데 3점슛을 계속 허용했고, 결과적으로 빅맨들이 외곽까지 따라 나가게 됐다. 레이업을 주더라도 높이가 좋은 선수들을 믿고 안으로 몰아야 한다. 

'절대우세' 우리은행, 3차전 내주면 흐름은 미궁 속으로
3차전은 당연히 앞선 2경기를 먼저 챙긴 우리은행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물론 팀 분위기도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지면 모든 게 끝나는 KB만큼이나 우리은행에게도 3차전이 중요하다. 만약 3차전에서 KB가 이기게 되면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KB가 우리은행보다 많은 경기를 치러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은행도 높이가 좋은 KB와 꾸준히 몸을 부딪치며 적지 않은 체력 소모를 했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는 피로도가 높지 않지만, 졌을 때는 누적된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3차전을 잃을 경우, 우리은행도 뜻하지 않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단기전은 결국 흐름이다. 이를 지켜야 하는 우리은행과 뺏어 와야 하는 KB다. KB의 안방인 청주에서 경기가 열리는 것도 변수다. 홈경기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상당하다. 

게다가 청주는 여자농구에서 특별한 곳이다. 제대로 된 홈 어드벤티지를 만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곳이다. 현역 시절, 큰 경기를 청주 원정으로 치르면 며칠 간 눈앞이 노란색으로 아른거릴 정도였다.

2승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잡은 우리은행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높이에서 강점을 회복하는 게 필요한 KB는 반드시 단타스의 부활이 필요하다. 2차전을 내주면서도 단타스가 자신의 리듬을 찾는 모습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기미가 없었던 것은 KB에게 큰 아쉬움이다.

마지막으로 몸싸움과 관련해 선수들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날 벌어진 2차전은 몸싸움과 신경전이 대단했다. 하지만 몸싸움은 말 그대로 몸싸움에서 끝나야 한다.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순간 경기는 농구가 아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은행과 KB의 2차전은 훨씬 더 좋은 경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물론 챔프전에 부합하지 못하는 아쉬운 판정도 큰 원인이다. 휘슬이 선수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장 집중도가 높은 챔프전에서도 그런 판정이 계속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결국은 선수가 이겨내야 한다. 선수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심판’은 결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30년 정도의 선수 생활 동안 판정이 만족스러웠던 경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판정에 민감해지는 순간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잘못된 판정이라도 먼저 인정하고 휩쓸리지 않는 쪽이 이긴다. 판정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선수들의 마음과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본인 스스로 무너지고 팀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양 팀 선수들이 명심해야 한다. 두 팀 모두 냉정함이 필요한 3차전이 될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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