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승기 기자] 전 세계 모든 팀 스포츠를 막론하고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승리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타들이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한다면 당연히 팀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서는 곤란하지 않을까.(모든 기록은 2월 24일 기준)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갑자기 경질된 제이슨 키드

한국시간 1월 23일. 갑자기 날아든 소식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했다. 밀워키 벅스가 제이슨 키드 감독을 경질했다. 농구 팬들은 의아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니, 대체 왜?”

키드가 처음 밀워키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4-15시즌이었다. 그는 부임과 동시에 벅스의 체질을 개선시켰다. 경기 페이스를 직전 시즌에 비해 끌어올렸고, 무엇보다 수비 조직력을 다잡았다. 덕분에 2013-14시즌 15승 67패로 리그 최하위 성적을 냈던 밀워키는 2014-15시즌 41승 41패로 수직 상승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동부의 강호였던 시카고 불스를 상대로 6차전까지 끌고 가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다.

제이슨 키드는 첫 시즌을 치르면서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가능성을 대단히 높이 샀다. 그래서 2015-16시즌에는 아데토쿤보를 포인트가드로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동네 친한 형’ 게리 페이튼과 함께 아데토쿤보에게 여러 조언을 건네는 등 포인트가드 수업을 했다. 덕분에 아데토쿤보는 농구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다.

2016-17시즌 밀워키는 어느덧 올스타로 성장한 아데토쿤보, ‘신인왕’ 말콤 브록던과 함께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결과는 이번에도 1라운드 탈락이었다. 팀은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2017-18시즌을 맞이했다. 시즌 초반 아데토쿤보가 신들린 퍼포먼스를 펼치며 팀을 이끌었으나, 밀워키의 경기력은 널을 뛰었다. 에릭 블렛소 영입 이후에도 계속 5할 승률 언저리를 맴도는 상황이 반복될 뿐이었다.

밀워키 구단 수뇌부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존 호스트 단장은 “다음 단계이자 목표인 우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키드 감독의 경질 소식을 알렸다. 이에 아데토쿤보는 “내 성공에는 키드 감독의 역할이 컸다”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후 벅스는 조 프런티 어시스턴트 코치를 임시감독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올시즌 키드 감독은 현지 팬들로부터 ‘선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아데토쿤보와 크리스 미들턴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아데토쿤보는 시즌 평균 출전시간 2위(37.0분)에, 크리스 미들턴은 4위(36.8분)에 랭크되어 있다.

아데토쿤보는 첫 두 달 동안 평균 37분 이상 뛰었고, 12월에는 무려 39.3분이나 소화하기도 했다. 이는 미들턴도 마찬가지다. 11월 37.4분에 이어 12월 38.4분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출전시간 40분 이상을 기록하는 일은 예사였다.

그런데 키드 감독이 나가고 프런티 코치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들의 출전시간이 안정됐다. 아데토쿤보는 2월 이후 35분대, 미들턴은 34분대까지 평균 출전시간이 내려왔다. 이렇게 두 선수가 출전시간을 관리 받으면서도 밀워키는 얼마든지 승리하고 있다. 키드 감독 경질 이후 12경기에서 9승 3패를 기록, 전반기를 동부 컨퍼런스 6위로 마무리했다.

 

선수를 갈아 넣어 팀 성적을 낸다! 마이크 댄토니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휴스턴 로케츠를 전반기 전체 승률 1위(77.2%, 44승 13패)로 이끌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지만, 댄토니 감독 또한 주요 선수들을 혹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감독 생활 내내 따라다니는 비판이기도 하다.

물론 올시즌 출전시간 순위를 보면 휴스턴 선수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지 않아 의아할 것이다. 휴스턴 팀내 최다 출전시간을 기록 중인 선수는 제임스 하든인데, 평균 35.8분으로 전체 14위에 올라 있다. 또, 트레버 아리자(35.0분)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32분 미만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냐고? ‘쓰는 선수만 쓴다’는 것이 문제다. 댄토니 감독은 고집이 굉장히 강하다. 언제나 ‘8인 로테이션’을 고수해왔다. 해당 로테이션에 들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잘 기회를 주지 않는 성향이 있다. 2017 플레이오프 2라운드 4차전 도중 네네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핵심 ‘8인 로테이션’이 붕괴됐다. 그러자 댄토니 감독은 ‘7인 로테이션’을 들고 나왔다. 5차전에서 다른 선수 한 명을 추가해 8명을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존의 로테이션 멤버들만 그대로 썼던 것이다. 해당경기에서 7명만 뛰다 패한 휴스턴 선수들은 체력적 방전을 겪었고, 6차전에서 39점차로 처참하게 무너지며 탈락했다.

올시즌 역시 이러한 성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룩 음바 아무테, 크리스 폴, 트레버 아리자, 클린트 카펠라, 제임스 하든, 에릭 고든, 라이언 앤더슨 등 주요 로테이션 멤버들이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후 댄토니 감독은 PJ 터커와 제랄드 그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위기 탈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댄토니 감독의 농구는 언제나 주전 의존도가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항상 정규리그 성적은 잘 나오지만 플레이오프만 가면 약해지곤 했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거나, 피로누적으로 인해 부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피닉스 선즈 시절에도 그랬다. 2004-05시즌 정규리그 1위(62승 20패)을 거뒀으나 결국 플레이오프 도중 조 존슨에게 탈이 났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1승 4패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2012-13시즌 LA 레이커스의 감독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레이커스는 파우 가솔과 스티브 내쉬 등 선발 선수들의 부상 탓에 힘겹게 플레이오프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댄토니 감독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활약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해당시즌 이미 만34세가 넘었던 코비는 평균 38.6분을 소화하며 전체 2위에 올랐다. 레이커스는 코비의 신들린 퍼포먼스 덕분에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코비는 정규리그 막판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며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나고 말았다.

댄토니 감독은 과거의 경험들을 되돌아보며 올시즌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정말 진지하게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핵심선수들의 부상 및 체력 관리가 필수다.

 

가비지타임, 그게 뭔데? 탐 티보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탐 티보도 감독은 과거 시카고 불스 시절부터 주전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자신이 믿는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상당히 강한 유형이다. 또, 수비를 잘하는 선수에게는 아낌없이 출전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2010-11시즌 시카고 불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티보도는 수비 잘하고 활동량이 많은 루올 뎅에게 무려 39.1분이라는 어마어마한 플레잉타임을 부여했다. 데릭 로즈에게도 평균 37.4분을 맡기면서 그를 역대 최연소 정규리그 MVP로 키워냈다.

이후에는 ‘영혼의 단짝(?)’ 지미 버틀러를 만난다. 빼어난 수비력을 지닌 버틀러는 금방 티보도의 신임을 얻는다. 버틀러는 2013-14시즌과 2014-15시즌 모두 평균 38.7분을 소화하며 ‘티보도의 남자’가 됐다. 특히 2014-15시즌에는 평균 출장시간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티보도는 2016-17시즌 미네소타의 감독이 됐다. 그러나 특정 선수들을 총애(?)하는 그의 성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주전 5인방에게 모두 32.4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줬고, ‘빅 3’인 칼-앤써니 타운스(37.0분)와 앤드류 위긴스(37.2분), 잭 라빈(37.2분)은 특별히 더 사랑해줬다. 결국 라빈은 시즌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끔찍한 부상을 입고 시즌아웃됐다.

2017-18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는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섰다. 지미 버틀러와 타지 깁슨을 데려왔는데, 두 선수 모두 시카고에서 탐 티보도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또, 제프 티그와 자말 크로포드를 영입하며 이에 그치지 않고 로스터를 살찌웠다. 덕분에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그나마(?) 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버틀러만큼은 예외다. 버틀러는 37.3분의 출전시간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앤드류 위긴스(36.1분, 12위)와 칼-앤써니 타운스(35.1분, 15위) 역시 여전히 높은 출전시간을 기록 중이다. 다른 두 명의 주전인 타지 깁슨(33.6분, 33위)과 제프 티그(33.1분, 35위)도 33분 이상 뛴다. 30개 구단의 선발 선수는 총 150명인데, 미네소타의 선발 5인이 모두 평균 출전시간 35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미네소타는 전반기 막판 5경기에서 2승 3패에 그쳤다. 선수단이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특히 버틀러와 위긴스의 부진이 심각했는데, 두 선수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올스타 휴식기가 이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탐 티보도 감독은 기본적으로 벤치 선수들을 잘 믿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가비지타임이 발생해도 선발 선수들이 끝까지 코트 위에 나와 있는 경우가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규리그는 몰라도, 플레이오프에서는 벤치 경쟁력이 필수다. 벤치가 버텨주지 못하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다. 벤치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선발 선수들의 출장시간을 줄여갈 필요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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