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정은 칼럼니스트] 기선 제압으로 승부가 결정됐다. 

1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은 KB의 완승으로 끝났다. 1쿼터에 이미 더블스코어의 리드를 잡은 KB가 75-57로 이겼다.

경기 내내 큰 위기도 없었다. 초반에 잡은 리드가 끝까지 이어졌다. 1쿼터도 아니고 경기 시작 1분 만에 승패가 갈렸다고 할 정도로 처음의 기세가 모든 걸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두 외국인 선수가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게 확실히 티가 났다. 초반에 연속 득점을 올리며 청주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등에 업은 KB가 제공권에서 압도하자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경기 분위기에서 승리한 KB
KB는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예상대로 신한은행을 압도했고, 강아정의 역할이 특히 돋보였다. 플레이는 물론 플레이 외적으로도 강아정의 역할이 컸다. 적극적으로 토킹을 하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상황이 중단됐을 때마다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을 챙겼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진중하게 팀을 이끌어갔고, 중심을 잘 잡으며 주장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경험 많은 김보미도 있으니 돌발적인 상황에도 KB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강아정으로 인해 KB는 정규리그 때보다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경기력은 물론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KB가 우위를 보였다. 전력에서 열세인 신한은행이 해야 하는 경기를 KB가 했다. 승리에 대한 절실함도 KB가 더 커보였고, 집중력도 KB가 나았다.

사실 모니크 커리의 돌발적인 행동도 KB에게 이득이었다. 

커리는 어쨌든 노련하고 경험이 많다. 충돌이 있든 거친 플레이를 하든 어느 시점에는 스스로 자기가 컨트롤을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흥분한 커리가 제어되지 않도록 괴롭혀야 했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흔들렸다.

김단비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온전히 커리 때문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커리와의 충돌은 충분히 경기 중에 나올 수 있는 범위였다.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스스로도 답답하다 보니 상대와의 충돌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 김단비 뿐 아니라 곽주영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팀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들이 흥분하니 신한은행으로서는 더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신한은행이 KB를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전력에서 열세인만큼 정신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려야 하는데 반대로 됐다.

시즌 중에도 신한은행은 유승희와 김아름이 저돌적이면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를 괴롭히고 외국인 선수가 폭발하거나 승부처에서 김단비가 결정을 지어주며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김단비-곽주영이라는 중심이 확실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했던 것은 KB보다 신한은행이었다.

빠른 순위 결정의 이점은 없어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3위가 결정되며 KB보다 먼저 플레이오프 준비에 들어갔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했고, 플레이오프 맞대결 가능성이 높았던 KB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그런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대에 대한 맞춤 준비가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승부수를 던지거나 모험적인 대응이 나오지 않으니 오히려 KB는 수월하게 경기를 펼쳤다.

신한은행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오히려 떨어진 느낌이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선수들의 리듬이 떨어지다보니 준비한 것들을 이행할 여건이 안 된 것 같다.

반면 KB는 정규리그 막판까지 순위 결정전을 벌이며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전력 이상으로 차이 난 경기력
신한은행은 높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는 바디체크만 열심히 한다고 강한 수비가 아니다. 몸은 열심히 부딪쳤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부족했다.

KB는 많은 턴오버로 높이의 강점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는 데 1차전에서는 오히려 신한은행이 KB보다 2개 더 많은 턴오버를 했다. KB는 10개의 턴오버로 리그 때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신한은행의 압박이 약했다.

체력 안배를 충분히 했다면 오히려 체력전으로 상대를 괴롭혔어야 하는 신한은행이다. 

프레스 수비를 통해 상대의 힘을 소진시키고, 최대한 볼을 잡고 넘어오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야 한다. 높이의 약점이 있을 때는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수비다. 우리 대표팀도 국제대회에서 높이가 장점인 팀과 경기할 때는 상대가 볼을 갖고 쉽게 넘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압박이 강하지 않자 KB는 편하게 넘어와서 높이의 강점을 활용하며 충분히 여유 있게 공격 작업을 펼쳤다.

박지수에 대한 수비도 마찬가지다.

너무 쉽게 볼을 잡게 뒀다. 박지수가 볼을 잡은 후에는 아무리 강한 수비를 펼쳐도 효과가 떨어진다. 높이도 월등하고 드리블과 발을 빼는 능력도 있다. 대부분 파울을 범할 수 밖에 없다.

박지수가 볼을 잡기 전부터 강한 수비를 펼치고, 쉽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했지만 그런 모습이 부족했다.

수비에서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자 빠른 트렌지션을 통한 공격도 나오지 않았다. 높이의 열세가 있는 만큼 세트오펜스 상황만 반복되서는 성공률이 높을 수가 없다. 

신한은행은 이날 2점 야투율 32%, 3점 야투율 26%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2점 야투율이 KB의 3점 야투율(35%)보다 낮다. 그만큼 공격에서의 움직임이 효과적이지 못했다.

KB는 안팎으로 볼이 이동하고, 트라이앵글 패스가 나오면서 공격 기회를 만든 반면, 신한은행은 외곽에서는 옆으로만 패스가 연결됐고, 안으로 볼을 투입하면 다시 나오지는 않고 그냥 안에서 승부를 보려고만 했다.

2차전, 신한은행의 승부처는 초반
KB가 유리한 고지에 섰음은 분명하다. 특히 KB는 1차전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전력의 80%도 쓰지 않은 느낌이다. 2차전도 이렇게 끝내면 KB는 체력적인 소진 없이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챔피언 결정전에 나설 수 있다. 우리은행이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신한은행은 2차전에 생각하고 나와야 할 것들이 많다. 혼자 팀을 이끌고 플레이오프까지 온 김단비도 마찬가지.

경험이 많고 우승도 해봤기 때문에 김단비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알 것이다. 카일라 쏜튼은 위축된 모습이고, 르샨다 그레이는 열심히는 하지만 영리하지 못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김단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신한은행에게는 특히 2차전 초반이 중요하다. 전력에서 우위인 KB가 분위기도 가져갔다. 우선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초반에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힘들다.

신한은행은 2차전에서 4쿼터까지 생각할 것도 없이 갖고 있는 체력을 모두 소진한다는 생각으로 맞서야 한다. 꾸준히 치고받는 농구로는 높이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 우리은행처럼 선수들의 상황 대처 능력이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신한은행은 정규리그 때 꾸준히 상대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 경기에서도 쉽게 경기를 놓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1차전은 그러지 못했다. 자신들의 팀 컬러를 빨리 회복하는 것이 신한은행에게는 급선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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