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정은 칼럼니스트] 설 연휴로 2월 셋째 주에 경기가 많지 않아 지난주를 거르고 특별히 두 주간의 경기력을 토대로 뽑은 ‘주간 그뤠잇’. 이번 주의 선택은 KB의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다.

박지수와 단타스는 이미 지난 2월 첫 주에도 ‘주간 그뤠잇’으로 선정한 바 있다. 가급적이면 같은 선수가 중복되지 않고 꾸준히 다른 선수들을 거론하기를 바랐는데 지난 두 주는 박지수와 단타스를 제외하면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특히 지난 번 선정 당시에는 개인의 가치보다는 두 선수가 함께 어우러지는 ‘더블 포스트’의 위력을 감안해 선정했다면, 이번에는 두 선수 모두 개인으로도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리그 최고 센터로 우뚝 선 스무살, 박지수
vs 우리은행(2/14) | 37:57 14점 15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2블록 
vs 신한은행(2/21) | 28:10 19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
vs 우리은행(2/25) | 37:54 16점 8리바운드 

최강의 인사이드를 구축한 ‘브라질 특급’, 단타스
vs 우리은행(2/14) | 32:04 19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
vs 신한은행(2/21) | 35:16 25점 11리바운드 2스틸
vs 우리은행(2/25) | 34:27 21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는 물론 각 팀의 순위가 거의 결정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시즌 막판이지만 우리은행과 KB의 정규리그 우승 경쟁으로 리그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두 팀의 맞대결이 지난 두 주간 두 번 펼쳐졌고, 이 승부를 모두 KB가 이기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해졌다.

올 시즌 최고의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두 팀이 치른 두 번의 맞대결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던 가장 큰 역할은 KB의 ‘더블 포스트’ 박지수와 단타스가 담당했다. 

최근 박지수를 보면 학습효과가 느껴진다. 

나머지 팀들이 ‘박지수 봉쇄법’으로 준비한 집중 견제와 각종 수비 전술에 대해 적응을 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을 마련한 느낌이다. 시즌 도중, 특별히 기술이 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기력은 훨씬 더 좋아진 모습이다.

이제 2년차, 스무 살 밖에 안됐지만 박지수는 확실히 리그 최고의 센터다. 

높이의 위력이 점점 크게 와 닿는다.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라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고, 농구 센스도 뛰어나다. 농구 지능도 좋아서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일부에서는 박지수에 대해 심판 콜이 관대하다는 말도 하지만 그 부분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덩치가 큰 선수이기 때문에 동작도 크고, 보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간극도 존재한다.

하지만 박지수가 공을 잡기 전, 자리를 잡을 때부터 상대 수비수들이 하는 플레이까지 놓고 모든 범위에서 판단하자면 박지수에게 특별히 관대한 휘슬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심판이 종종 놓치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지만 꾸준히 그런 콜이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현역 시절 하은주를 수비할 때 그렇게 느꼈다. 박지수의 플레이에 그런 느낌을 받는 선수나 팀들의 경우, 박지수가 자신의 팀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

박지수는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승부욕과 적극성을 갖고 있다. 박지수가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승부욕을 적정선에서 제어하는 방법이다. 소위 ‘도 닦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할까?

체격 조건과 현재 갖춘 기술만 놓고 봐도 현재 WKBL에서 박지수를 정상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상대는 박지수의 평정심을 무너뜨리는데 집중할 것이다. 

거친 몸싸움도 불사할 것이고 보이지 않는 파울과 신경전 등 정상적으로 박지수가 경기를 할 수 없도록 흐름을 만들 것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노련한 선수들은 이러한 것들로 전력적인 약점을 종종 커버한다.

박지수는 그러한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평정심과 정확한 판단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상대가 자신을 막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는 내가 극복하고 해결 하겠다’는 승부욕과 ‘너희가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다른 동료를 살리겠다’는 영리한 응용력을 적절히 혼합하며 맞서야 한다. 

WKBL에서는 앞으로 수없이 겪어야 할 일이고, 당장 이번 플레이오프나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때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한편 단타스는 부상 복귀 후 컨디션을 회복하며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아웃의 밸런스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드리블이나 3점슛을 던질 때의 리듬도 좋고, 양 손을 모두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안다.

체력 조절도 정말 잘 되고 있는 모습인데 이는 박지수, 모니크 커리와 함께 뛰면서 거둔 효과로 보인다. 특히 박지수와 함께 뛰면서 얻는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지난번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단타스는 ‘더블 포스트’를 서 본 경험이 있는 것 같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요령도 알고 있다.

특히 6-7라운드 우리은행 전에서는 어천와와의 맞대결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어천와로서는 답답했을 것이다. 

머리가 좋은 어천와가 단타스의 플레이를 읽지 못했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어천와의 몸 상태가 시즌 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가 생각한 것을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알고도 계속 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꾸준히 안정감을 가져가며 상대 매치업에서도 우위를 보이는 단타스는 플레이오프 이후 KB에게 더욱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의 더블포스트와 우리은행의 대응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KB를 만난다면, 대적하기 위한 포인트를 존 디펜스로 잡은 것 같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수비 변화를 줬을 때 상대가 그에 동요하지 않고 이를 쉽게 깨버리면 그 수비를 고집하지 않는다. 대응과 변화가 빠르다. 그런데 6라운드 맞대결 때는 조금 달랐다.

당시 존 디펜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음에도 이 수비를 한동안 유지했고 그러다가 실점을 했다. KB를 상대로 존 디펜스를 연구하는 느낌이었다.

우리은행이 존 디펜스를 선 이유는 결국 높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비가 쉽게 깨진 이유는 박지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센터에게 중요한 기본 능력 중 하나가 피딩이다. 존 디펜스를 깨려면 미들 포스트를 공략해야 하는 데 여기를 박지수가 장악했다. 단타스에게 좋은 연결을 했고, 코너의 빈 곳으로 좋은 패스를 나눠줬다. 의미 없이 하이포스트를 지키면서 경기를 답답하게 만드는 다른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은행도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팀이지만 KB는 박지수 뿐 아니라 단타스도 상당히 영리하게 이런 움직임을 가져갔다. 높이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코너의 찬스를 만들고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7라운드 맞대결에서 우리은행은 6라운드 때 잘 안됐던 부분을 보완해서 수비에 나섰다. 기존의 존 디펜스에 드롭존을 섞어서 상황에 맞춰 대응했고, 이에 KB는 6라운드보다 공격이 부드럽지 못했다. 하지만 더블포스트의 움직임은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이를 통해 외곽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결국 KB의 우리은행 전 2연승은 확실한 무게감을 보여준 ‘트윈 타워’ 박지수와 단타스에게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박지수와 단타스의 조합은 경기를 치를수록 완성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높이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운동량과 체력인데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마지막에는 높이의 위력이 극대화된다.

당해 본 사람들은 잊지 못하는 경험이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 센터의 강점을 갖고 있는 팀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은행은 반드시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고 챔프전에 먼저 올라서 상대를 기다려야만 한다.

더욱 중요해진 정규리그 우승
여전히 우승에 더 근접해 있는 팀은 우리은행이다. 

하지만 최종 우승을 위해 정규리그 우승이 더 절실한 팀도 KB보다는 우리은행이다. 리그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이 체력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내내 4명이 하는 농구로 선두를 유지했다. 

박혜진-임영희-김정은에 나탈리 어천와까지 4명의 선수는 제 역할을 했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끝내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 자리의 약점을 채우기 위해 다른 4명의 선수가 한 발씩을 더 움직였고 조금씩 쌓인 피로도가 현재 선수들의 체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리가 좋은 어천와의 경우, 체력이 있을 때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지만 최근에는 몸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막히거나 무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박지수 한 명으로도 쉽지 않은데 단타스까지 있으니 골밑에서의 열세가 확연하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몸이 따라가지 못하니 거친 파울도 나오게 된다.

단지 어천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체력적인 부분에서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은행 선수들은 다른 팀보다 체력에서 우위에 있고 극한 상황을 극복해내는 정신력도 최고다. 그래서 고비가 있어도 이를 극복하며 선두를 양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각 포지션이 꽉 조여진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일찌감치 3위가 확정된 신한은행은 가장 먼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 운영을 보면 마치 신한은행이 정규리그 우승팀 같다. 3위가 여유를 갖고 준비하고 있는 반면 상위 두 팀은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을 해야 한다.

전력면에서는 우리은행과 KB가 분명 신한은행보다 앞선다. 따라서 누가 2위가 되든, 챔프전에서는 우리은행과 KB가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위해 집중적인 관리를 펼친 신한은행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3위의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고, 반대로 2경기 만에 쉽게 승부가 갈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은행이나 KB 모두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힘을 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은행은 높이의 약점이 있는 만큼 KB를 상대로 체력적인 우위를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챔프전 6연패를 위해서는 정규리그 6연패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KB의 더블 포스트 VS 우리은행의 수비 전술
우리은행은 챔프전에서 만날 수 있는 팀을 상대로 정규리그 때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설령 버리는 경기라고 해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KB와의 6-7라운드 승부는 달랐던 것 같다. 이전 시즌의 우리은행이 보이던 모습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이 KB를 상대하기 위한 우리은행의 모든 작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착각일 것이다. 

분명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때 쓰지 않았던 다른 카드를 준비할 것이고, 어쩌면 이미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보여주지 않은 수비 전술은 분명 남아있는 느낌이다.

7라운드 맞대결 막판, 우리은행은 박지수에 대한 수비를 김정은이 아닌 임영희에게 맡겼다. 높이와 힘에서의 차이가 확실한데도 트랩을 가지 않았다. 트랩을 가는 방법도 분명 준비했을 것이다. 드롭존으로 박혜진이 들어가는 방법인 것 같은데, 뜻밖에 터졌던 김민정의 3점슛을 의식해 안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지난 5년간 리그를 확실하게 지배한 팀이고 상황에 맞는 준비와 전술 이해도가 높은 팀이다.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6-7라운드에서 안됐던 부분을 분명히 보완하고 준비해서 나올 것이다.

어쨌든 KB의 열쇠를 박지수가 쥐고 있는 만큼, 박지수에 대한 수비를 정직하게 펼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김정은이 힘으로 버티는 것 외에도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막거나 전술적인 수비 변화를 통해 최대한 박지수를 괴롭힐 것이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고 챔프전에 먼저 올라 체력적인 우위를 확보한다면, 상대가 가드에서 약하다는 점을 활용해 초반부터 적극적인 압박으로 나서, 정상적인 흐름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박지수로 인해 KB가 예전처럼 우리은행의 프레스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지수가 일찌감치 포스트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올라와서 볼을 잡아주도록 하는 것과 공격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25일 펼쳐진 7라운드 맞대결에서 올 시즌 최고의 승부를 펼쳤던 우리은행과 KB가 다시 맞붙는다면, KB가 더블 포스트의 위력을 어떻게 살릴 지와 이에 맞설 우리은행의 다양하고 치밀하면서도 집요한 수비 전술이 어떻게 펼쳐질 지가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물론, 그런 승부를 위해서는 충분히 힘을 비축하며 호시탐탐 반란을 구상하고 있는 신한은행을 먼저 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