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들이 결정됐다. 큰 긴장감은 없었다. 확실한 2강이 시즌 초반부터 건재했고 마지막 남은 3위 싸움은 6라운드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확정’만 기다리고 있던 신한은행은 7라운드 첫 경기를 잃었지만, 전승을 해야 했던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을 넘지 못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사실 지난 두 주간 가장 눈길을 끌었던 팀은 단연 하나은행이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되면 동기 부여의 어려움으로 선수들이 남은 시즌을 치르는 데 한계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4위와 5위는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막상 경기를 뛰는 입장에서 그런 모습을 유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 스스로 개인적인 동기 부여의 조건을 찾았을 수도 있고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이 좋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백지은과 염윤아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두 명 모두 농구인생에 굴곡이 있었던 선수들인 만큼 코트에서 뛰는 시간 자체에 감사하며 절실함을 갖고 있음이 느껴진다. 팀에서 가장 궂은일을 맡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최고참 선수 둘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팀 전체가 마지막까지 순위와 상관없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가져가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하나은행의 분전과 투지가 돋보였지만 그래도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1위 싸움이다.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우리은행이 6라운드 KB와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레이스가 더 뜨거워졌다. 여전히 경쟁에서 우리은행이 앞서 있지만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승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KB의 반격, 6라운드 맞대결 리뷰
설 연휴를 앞두고 벌어진 우리은행과 KB의 6라운드 경기는 가장 큰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맞대결에서 3승 2패로 우리은행이 우위에 있었지만 두 팀이 정상적인 전력으로 맞대결을 펼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여러 상황을 볼 때 챔피언 결정전과 가장 비슷한 조건에서 치른 경기였다.

웃은 팀은 KB였다. 72-64로 이겼다. 1-2라운드 연승 후, 3연패를 당했던 KB는 상대 전적을 동률로 가져갔다.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하게 됐고, 두 팀의 다음 맞대결인 오는 25일은 되어야 정규리그 우승의 윤곽이 드러난다. 자칫하면 다음달 4일 혹은 5일이 되어야 결정이 날 수도 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3쿼터였다. 우리은행과 KB의 경기는 3쿼터가 항상 가장 분기점 역할을 한다. 

박지수로 인해 ‘외국인 선수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내는 KB는 3쿼터에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오하려 3쿼터에 답답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놓친 경우도 종종 있고, 기복도 나타났지만 외국인 선수 2명이 함께 뛰는 시너지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팀은 KB다.

그런데 이런 KB보다 3쿼터의 안정감에서 더 앞선 팀이 우리은행이다. 

3쿼터부터 4쿼터 초반은 우리은행이 승부를 결정짓는 시간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집중력이 높아짐과 동시에 확실한 자기 역할이 이루어지면서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대부분 3쿼터 중반에서 4쿼터 초반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리은행과 KB의 대결도 결국 3쿼터에 우세를 보인 팀이 승리를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경기도 3쿼터의 우위가 결과로 연결됐다.

결론적으로 우리은행이 ‘우리은행답지 않은 3쿼터’ 모습을 보였다. KB가 3쿼터 시작 후 2-3분 만에 팀파울에 걸렸는데 자유투를 계속 놓치면서 분위기를 끌어오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중심을 잡고 있는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이 경기를 지금까지 잘 풀어왔지만 조금씩 지친 모습이 나타났다. 건실한 플레이를 보여줬던 나탈리 어천와도 이날 경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수비를 무척 강조하는 지도자다. 항상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말을 한다. 투카운트, 쓰리카운트 상황에서도 자기 마크맨과 함께 볼을 시야에 두도록 강조한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어천와가 자기 앞으로 심성영이나 다미리스 단타스가 지나가는 것을 체크하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반복됐다.

공격리바운드 때 너무 많은 선수들이 안쪽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우리은행은 모든 선수들이 달려 들어가며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으로 세컨드 찬스를 만들어 내는 움직임이 좋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뛰어 들어가기보다 페인트 존에서 미리 자리를 잡고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많았다.

리바운드를 잡아내더라도 안쪽이 너무 좁아졌다. 골밑에 많은 선수가 있다 보니 공격을 해야 할 타이밍에 오히려 뻑뻑한 흐름이 나타났다. KB의 높이에 대한 부담이 이런 모습을 만든 것 같다.

우리은행 선두 질주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선수 3명과 어천와가 조금씩 흔들린 가운데, 항상 고민인 나머지 한 자리에서의 역할도 이날은 부족했다.

지난 5라운드 KB전에서 이 부분을 최은실이 훌륭하게 채워줬는데, 이 경기에서는 분주하게 열심히는 움직였지만 집중력이 떨어졌다.

KB와의 경기에서 심성영과의 미스매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재미를 본 우리은행이었지만 최은실과 홍보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은혜를 투입했고, 이 부분에서 미스매치를 만드는 데 한계를 보였다.

반면 KB는 우리은행에 대한 준비를 잘 한 느낌이었다. 5-6라운드때 우리은행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부분에 대한 수비 준비를 하고 나온 것 같았다. 

심성영에 대해 미스매치가 됐을 때 박지수가 노 차징 세미 서클까지 내려와서 핼프를 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은행은 박지수의 높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안쪽으로 들어와서도 제대로 된 공격 전개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KB는 상대에게 미들슛은 주더라도 이 부분의 약점을 지우려 했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전반 내내 어천와의 미들슛이 페인트 존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수비 면에서 KB가 효과를 봤고, 공격에서는 단타스와 박지수가 골밑에서 워낙 위력을 발휘해 앞설 수 있었다.

4쿼터에 우리은행이 다시 한 번 추격을 하고자 했지만 3쿼터까지 15점의 리드를 잡았던 KB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며 결국 승리를 챙겼다.

우리은행과 KB의 체력 싸움, 더 중요해진 정규리그 1위
팀당 30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이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팀도 지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체력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우리은행이라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다.

또한 현재의 상황도 25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했던 지난해와는 다르다. 임영희도 나이가 있고, 김정은도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국내 선수 3명과 어천와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없을 수 없다.

KB 역시 체력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은행보다는 가용 인원이 많고, 전체적인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어리지만 박지수가 있고 없는 것에 따른 전력 차가 확연한 만큼 집중되는 체력적인 부담은 우리은행보다 덜 하지 않다.

동등한 상황에서 두 팀이 만난다고 하면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그래도 우리은행이 다소 앞설 것 같다. 높이가 있는 팀을 상대로 할 때 체력적인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KB가 빠른 팀은 아니다. 세트 오펜스를 상황에서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 

19일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삼성생명은 속공이 많은 팀이다. 빠른 트랜지션으로 힘든 것과 바디 체크가 많아서 힘든 것에는 차이가 있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결국 체력적으로 다져진 면에서는 우리은행이 좀 더 낫다고 본다.

하지만 두 팀 중 한 팀이 먼저 올라가는 상황인 만큼 기다리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챔피언 결정전은 휴식의 여유가 없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를 3차전까지 치르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다고 가정하면 최소 6경기를 꾸준하게 하루걸러 치러야한다. 경기가 거듭 될 수록 무뎌지는 움직임을 감추기가 힘들다. 정규리그 1위 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일정이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오랜만에 높이의 강점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높이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한 발 씩을 더 뛰어야 한다. 만약 KB에게 정규리그 1위를 내주게 되면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이기더라도 높이와 체력의 열세를 안고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게 된다.

통합 5연패를 통해 이기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우리은행이지만 높이와 체력의 우위를 모두 가져본 적은 있어도 모두 잃은 채로 챔피언 결정전을 치른 적은 없다. 어려운 승부를 피할 수 없다.

KB 역시 마찬가지. 몸싸움에 대한 체력 소모는 KB가 더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가장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거는 팀이다. 범핑을 할 때도 우리은행은 계속 스크린을 거니까 몸을 자주 부딪쳐야하고 체력 소모가 생기며, 이 때문에 슛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한다. 

게다가 일찌감치 3위로 플레이오프를 확정한 신한은행도 달릴 줄 아는 선수들이 있고 몸싸움이 특기인 선수도 있다. 2위를 하는 팀은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한다 해도 상당한 체력적인 손실은 극복하기 힘들다. 

쉴 틈 없는 플레이오프-챔피언전의 일정을 감안할 때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차지하는 팀이 어디가 되던, 시리즈를 2경기 안에 끝내지 못한다면 챔피언 결정전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일러스트 =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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