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6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지친 기색이 느껴졌던 두 주였다. 순위 경쟁에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몸이 초반과는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플레이오프 진출에 중요한 승부처였던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 그리고 강아정의 버저비터로 기억되는 KB와 하나은행의 경기는 팬들에게 농구의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경기력과 결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두 경기 모두 이긴 팀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승부처에서 웃었다. 경기력이 그대로 결과와 직결되지 않았다.

우선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는 플레이오프를 앞둔 토너먼트라고 할 정도로 무게감이 크다는 게 선수들의 표정으로도 느껴졌다. 특히 5라운드 맞대결에서 아깝게 졌던 삼성생명은 그런 분위기가 더 짙었다. 

결연함과 비장함이 평소와 달랐다. 그렇게 3쿼터까지는 잘 했던 것 같다. 하지만 4쿼터에 뒤집혔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김단비였다. 

삼성생명과 반대로 3쿼터까지 그렇게 경기가 안 풀리던 김단비가 4쿼터에 해결을 해줬다. 신한은행도 3쿼터까지 삼성생명에게 점수는 물론 경기력이나 분위기에서 끌려가는 모습이었는데 4쿼터에 김단비가 모든 걸 바꿔줬다. 김단비는 확실히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아는 선수인 것 같다.

KB도 마찬가지. 하나은행 전에서 정말 경기력이 안 좋았다. 

하나은행은 KB가 공을 가운데로 투입하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트랩을 시도했다. 1라운드에서 KB를 잡았을 때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KB는 여기에 여러 차례 당하기도 했고, 이와 별개로도 너무 당황스런 턴오버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위력적인 더블 포스트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나타났다.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15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이를 통해 세컨슛 찬스를 계속 살리면서 따라갔고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던 하나은행을 마지막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마지막 위닝샷을 성공시켰지만 강아정의 이날 모습은 조금 안타까웠다. 살아났던 득점력이 다시 떨어졌는데, 단순히 득점이 적은 것 보다 기회에서 슛을 아끼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강아정을 보면 슛을 던질 때 너무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정성스럽다. 편안하게 던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넣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걸 고민하고 재서 던진다는 느낌이다. 나는 선수 시절 때 그러면 정말 슛이 안 들어갔다. 

슈팅 밸런스가 안 잡히면서 극복하려는 노력인 것 같은데 더 편하게 던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강아정은 슈터다. 타고난 슛감이 있는 선수다. 본인도 잘 알겠지만 슛은 생각이 많을수록 잘 듣지 않는다. 지금은 마치 ‘하나, 둘, 셋’을 스스로 맞추면서 천천히 올라가는 느낌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인만큼 잘 극복하겠지만 오히려 생각 없이 던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정규리그 우승? 우리은행 쪽으로 기울어진 무게 추
우승을 말하는 1위.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 가장 피하고 싶은 6위. 모든 순위에 의미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각 팀들이 가장 신경쓰는 순위는 이 3개일 것이다.

이중 3위와 6위는 윤곽이 거의 드러난 가운데 아직까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1위 싸움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이제는 어느 정도 결정이 됐다고 본다. KB가 정말 어려운 승리를 따냈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우리은행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생각이다.

KB가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과 치러야 할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이기고 그 외에 1경기 차를 더 줄여야 한다. 설령 KB가 우리은행에게 두 번 다 이긴다 해도, 남은 8경기에서 우리은행이 3패를 당한다는 걸 상상하기가 어렵다.

우리은행의 우승 변수는 KB의 경기력보다 자신들의 전력 유지에 있다고 본다. 특히 김정은의 몸 상태가 중요하다. 

김정은은 무릎이 좋지 않아 1일 KDB생명 전에 7분 정도밖에 뒤지 않았고, 4일 신한은행 전은 선발에서 빠졌다. 그런데 4일 경기에서 우리은행의 출발이 좋지 않았다. 나탈리 어천와의 컨디션이 워낙 나빴던 부분도 있지만 김정은의 비중이 분명 느껴진 경기였다. 

결국 김정은은 교체로 투입 되서 36분 정도를 뛰었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의 몸 상태 유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KB를 상대로는 더 그렇다. 이 부분이 전부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은행은 KB와의 경기에서 김정은이 안 좋았던 2경기는 졌고, 김정은이 잘했던 3경기는 이겼다. KB와의 경기에서는 김정은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은행은 비교적 일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예년 같으면 지금이 우리은행에게는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을 어느 정도 안배하면서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던 시기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런 여유가 없다. 김정은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하면 고민이 커질 것이다.

데스티니 윌리엄스가 몸 놀림은 물론 플레이 자체에서 우리은행에 맞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김정은의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복잡한 상황들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조건들을 따져 봐도 일단 정규리그는 우리은행의 우승이 유력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규리그든 챔피언결정전이든 우리은행과 KB가 만나게 되면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우리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상대 선수들의 기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난 5년간 우승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끈질긴 수비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포기를 모르는 수비다.

많은 선수들이 본능적으로 상대가 슛을 던지는 시점까지를 수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은행 선수들은 리바운드가 돼서 그 공을 자신들이 소유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수비한다. 리바운드와 루즈볼에 가장 몸을 많이 던지고 상대와 치열하게 부딪치는 팀도 우리은행이다. 이런 적극성이 상대를 질리게 한다. 

다른 팀 선수들이 우리은행과 경기를 하면 파울이 아니냐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국내 경기 뿐 아니라 일본팀과 경기를 해도 우리은행을 상대로는 같은 항의가 많다. 적극적인 수비가 당하는 입장에서는 거친 플레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현역 시절 내가 신한은행과 경기를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지금의 선수들이 우리은행과 경기를 하며 느끼는 것 같다. 수비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며, 모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한다. 지금의 우리은행이 그렇고 그때의 신한은행도 그랬다.

우리은행과 경기에서는 상대가 림도 맞추지 못하는 슛이 나오고 골밑에서 쉬운 슛을 놓치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밖에서 볼 때 그냥 난사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나도 신한은행과 경기를 할 때 진미정이라는 선수와 매치업이 되면 도저히 슛을 던질 수가 없었다. 지금 거의 모든 선수들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그런데 박지수는 조금 다르다. 우리은행을 상대하는 다른 선수들과 눈빛이 다르다. 최강팀 우리은행과의 경기라고 소위 꼬리를 내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사실 KB에서는 모니크 커리도 박지수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우리은행의 기에 눌리는 모습이 가장 없는 팀이 KB다. 따라서 이들 두 팀의 경기는 항상 재미있는 승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다만 박지수는 그런 의지를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반면 커리의 경우는 그런 부분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커리가 1년간 우리은행에 몸담았던 만큼 심리적으로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 우리은행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가장 잘 공략하는 팀이 우리은행이다.

플레이오프가 사실상 좌절된 삼성생명
아직 기회는 있다. 하지만 정말 희박한 가능성이다.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좌절된 상황이다. 지난 주 패배들이 치명적이었다.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다면 결국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엘리사 토마스라고 생각한다.

국내 선수들이 예년만 못했고, 배혜윤과 김한별이 제 역할을 못한 것도 맞다. 하지만 근원의 문제는 ‘양날의 검’이 된 토마스였다고 본다. 좋은 선수지만 삼성생명과는 맞지 않았다.

사실 지난 시즌에도 삼성생명이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것은 자신들이 잘한 것보다 우리은행이 압도한 가운데 다른 팀들의 전력이 워낙 불안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완성도 있는 농구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생명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규리그는 우리은행 외에는 보여준 게 없는 5개 팀이었다.

일단 토마스가 좋은 선수인 것은 인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개인 기록 면에서 최고였다. 작년보다도 모든 수치가 올라갔다. 하지만 개인 기록 부분만 그렇다. '삼성생명의 토마스'는 대단했지만 '토마스의 삼성생명'은 그렇지 않았다. 

차라리 작년에는 나타샤 하워드가 어느 정도 출전시간을 가져가면서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냥 토마스만 바라보는 농구였다.

배혜윤의 부진과 슬럼프에 대한 지적이 많다. 동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배혜윤 탓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배혜윤은 토마스로 인해 갈 길을 잃은 모습이었다. 비중이 높아진 토마스는 하이포스트에 자리를 잡은 채 공을 소유하고 돌파하는 형태로 일관했다. 토마스의 움직임과 플레이는 누가 봐도 뻔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능력으로 성공을 시켰지만 다른 선수들과 함께 연동하지는 못했다.

우선 슛이 없는 약점이 확실하니 토마스가 하이포스트에 자리를 잡아도 상대 수비수들이 올라가지를 않는다. 골밑에 배혜윤의 마크맨과 함께 토마스를 막을 선수도 내려와 있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좁아지고, 배혜윤이 비집고 들어가도 자연스럽게 수비 사이에 갖히게 된다. 

배혜윤이 다른 플레이를 가져갈 필요도 있지만 이는 토마스도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토마스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배혜윤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모든 게 배혜윤 탓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토마스처럼 좋은 선수가 저조한 슛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도 안타깝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슛의 정확성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삼성생명에서야 모든 게 자기중심이지만 WNBA 코네티컷 선즈에서는 3번 자리를 뛰어야 하는 토마스다. 슛이 없으면 더 발전하기가 힘들다. 

존쿠엘 존스가 급성장 했고, 모건 턱이 4번을 보면서 토마스가 설 자리는 3번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쉐키나 스트릭렌이 갈 자리가 애매했다. 

토마스는 스트릭렌이나 쟈스민 토마스처럼 슛이 좋은 선수와 함께 뛰다보니 3번 자리에서 슛이 없어도 버틸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슈팅 능력을 끌어 올리지 않으면 확실한 한계와 마주할 것 같다.

슛과 함께 토마스에게 없는 또 한 가지가 스크린이다. 

위크사이드에서 백 스크린이나 다운 스크린을 걸어 주면서 동료의 찬스를 만들어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올 시즌 세트 오펜스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와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이는 토마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이포스트에 서있기만 했다. 자리 잡는 위치도 중앙 하이다. 존 디펜스를 깰 때 외에는 사실 있을 필요가 없는 자리다. 

차라리 엘보우 쪽에 자리를 잡아 45도 쪽으로 스크린을 걸어주고, 그 자리에 있는 선수가 가운데 쪽으로 컷인을 하게 해주던가, 혹은 윙쪽으로 더 나가 베이스라인 쪽으로 컷인을 열어줘야 할 것 같은데 토마스는 스크린을 받는 선수지 하는 선수는 아닌 것으로 역할이 고정된 것 같았다.

오히려 페인트 존 안에서 다른 선수들이 토마스를 위해 스크린을 가는 게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서 그걸 비집고 득점을 올리는 토마스도 신기했다. 현역 시절은 물론 미국에서 WNBA를 볼 때도 그런 플레이는 본 적이 없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토마스를 최대한 활용한 것은 알겠지만 결국 토마스로 인해 다른 국내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한 느낌도 있다. 

슈터 입장에서는 지금의 토마스와 같은 스타일의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은 정말 힘들다. 어쩌면 삼성생명이 출전 선수의 폭이 한정되는 것도 토마스 때문일 수도 있다.

공격에서 토마스에 대한 의존도와 세트오펜스의 약점이 드러났다면 수비에서도 단조롭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삼성생명은 임근배 감독 부임 초기, 수비에서 많은 효과를 봤다. 키아 스톡스라는 수비가 좋은 선수가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수비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공격에 더 무게를 둔다고 했지만 지난 시즌에도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수비에 많은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수비 전술을 보여줬다.

그런데 올 시즌은 그렇지 않았다. 앞선 부터 적극적으로 달려 나오는 수비를 펼치며 한일챔피언십때 우리은행을 잡았지만 결국 그런 수비는 상대에게 읽히기도 쉽다. 상대가 어떤 부분이 강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충분히 파악을 하고 있을 텐데, 상대에 맞춰 수비적인 변화를 가져가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없었다.

지난 5일까지 삼성생명의 평균 실점은 73.1점. 삼성생명을 상대로 다른 5개팀의 3점슛 성공률은 32.4%, 2점슛 성공률은 48.2%다. 6개 구단 중 최다 실점. 야투 허용률은 가장 높았다. 

KDB생명과 하나은행의 남은 시즌
KDB생명은 지금 14연패 중이다. 단일리그 최다 연패인 16연패가 눈 앞에 와있다. 연패를 깰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던 5일 하나은행 전에서 완패를 당했다. 냉정하게 말해 최다 연패의 수모를 모면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 출신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가장 말하기 힘든 것, 아니 정확히는 말하기 싫은 것이 ‘정신력’이라는 추상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KDB생명에게는 이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 스스로가 자기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어떤 선수의 어떤 부분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코트에서는 직접적인 플레이 외에도 적극성과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KDB생명의 일부 젊은 선수들은 이런 모습이 답답할 정도로 부족하다. 팀 사기를 떨어뜨린다. 이길 수 없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경기를 중계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벤치에서 감독이 느끼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도 그런 부분이 천지차이였다.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부상을 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력 면에서 열세인 것은 어쩔수 없다. 그런데 그런 팀이 정신력에서도 상대에게 압도당한다는 것은 이길 마음이 없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김영주 전 감독이 사임하면서 자극을 받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반짝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불과 몇 경기 만에 그조차도 사라졌다.

박영진 KDB생명 감독 대행이 좋은 분위기를 유도하고 격려를 통해 선수들의 적극성과 의지를 돋우고자 하는 것 같은데, 선수들이 여기에 호응하지 못하면 결국 강압적이고 윽박지르는 시스템 아래서 발전 없이 정체되는 모습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

반면 하나은행은 KDB생명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성적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사실 올 시즌 내내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결국 농구도 결과로 말하는 종목이기에 이러한 분전이 빛을 발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선수들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성장이 있었다.

최근에도 하나은행은 플레이오프가 어려워졌음에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있다. 적어도 하나은행의 경기는 시즌 내내 그랬고, 지금도 ‘재미없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가비지 시즌을 뛰는 건 선수들에게 참 힘든 일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런 상황에서는 ‘남은 시즌에 어떤 것을 이루겠다’는 생각 보다 ‘이번 시즌은 일단 마치고 다음 시즌에 잘하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동기부여가 힘든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하나은행 선수들은 최소한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졌지만 잘 싸운’ 경기들이 많아 팀원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지금과 같은 경기 자세를 꾸준히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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