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정은 칼럼니스트] 지난 한 주는 특별히 선수 한 명이 돋보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띄었지만 ‘주간 그뤠잇’으로 선정하기에는 2%씩 아쉬운 감이 있었다.

결론은 ‘패키지’.

올 시즌 내내 위력을 자랑하는 이들. 함께이기에 그 힘이 더 크게 느껴지는 KB의 ‘트윈 타워’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를 이번 주 ‘주간 그뤠잇’으로 선택했다.

박지수와 단타스는 각각을 떼어놓고 봐도 참 좋은 선수들이다. 한 명일 때도 훌륭하지만 두 명이어서 위력이 배가 되는 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더블포스트인 것 같다. 

이들은 시즌 초반부터 확실한 높이의 강점을 보여주면서 KB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단타스가 부상으로 몇 경기를 결장했지만 여전히 공수에서 가장 압도적인 높이와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이들이 선사한 높이의 위력이 KB에게 2승을 선물했다.

에이스 강아정이 부상 등으로 슈팅 밸런스를 찾지 못해 기복을 보이는 가운데, KB가 꾸준히 우리은행을 위협하며 2강 자리를 지키는 힘은 박지수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박지수와 조화를 잘 이루고, 서로가 서로를 잘 이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는 것이 단타스다.

vs 삼성생명(1/31) | 30점 34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 7블록슛
   박지수 37:48 17점 19리바운드 4어시스트 7블록슛 
   단타스 33:00 13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vs 하나은행(2/3) | 51점 30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
   박지수 38:14 27점 17리바운드 3어시스트
   단타스 42:07 24점 13리바운드 3어시스트  

지난 3일 부천에서는 KB가 연장 승부 끝에 하나은행을 눌렀다. 강아정의 버저비터 3점슛이 극적으로 승부를 뒤바꿨다. KB선수들 모두가 기뻤겠지만 박지수의 감회는 더 특별했을 것 같다. 강아정이 승부를 끝내기 불과 5초전, 결정적인 파울로 상대에게 바스켓카운트를 내줬기 때문이다.

절망의 극단에 이른 것 같은 표정이었던 박지수는 강아정의 3점슛이 성공된 후 세상에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기뻐했다.

사실 경기를 잃었다 해도 박지수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경기 내내 어려움을 겪던 KB가 주장의 한 방으로 승부를 바꿨지만 그 드라마는 평소보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고공 폭격을 이어갔던 박지수의 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리그를 장악한 '스무살의 센터' 박지수
박지수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가장 압도적인 높이다. 

하지만 신장(193cm)이라는 절대적인 무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강점이 농구 센스인 것 같다.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감각이 뛰어나고 농구 지능이 상당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박지수는 자신의 높이를 활용할 줄 알고 블록슛 타이밍도 훌륭하다. 상대가 도움 수비를 오는 타이밍에 맞춰 멋진 패스를 동료에게 찔러준다.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도 좋다. 다른 선수들보다 반응이 빠르다.

단순히 센터 치고 낫다는 게 아니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센스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좋은 선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박지수가 뛰는 것을 실제로 처음 본건 2년 전, 아직 고등학생이었을 때였다. 

‘여자농구의 미래’라는 소리를 이미 오랫동안 들었던 선수였고, 고교 무대를 완전히 평정한 절대자였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다.

박지수는 학창시절 내내 자신의 높이를 위협하는 선수와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국제대회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했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몸싸움을 싫어했다.

프로는 기본적으로 웨이트가 다르다.

많은 경기를 치르며, 상대 선수의 약점이 보이면 집요하게 괴롭힌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박지수를 흔들기 가장 좋은 것은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평정심을 잃게 하는 것이다. 

또한 프로에는 190cm대의 외국인 선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의 탄력과 힘은 국내 선수와는 또 다르다.

박지수는 학창 시절에도 몸싸움이 빈번한 인사이드 대신 아웃사이드에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을 보였다.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는 180cm 정도의 선수가 막아도 자기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

따라서 좋은 재목이지만 다듬을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그때 내가 느꼈던 것보다 훨씬 큰 선수였다. 지난 2년간의 성장이 확실하다. 이렇게 빨리 리그에 적응할 줄은 몰랐다. 

고교 시절과는 분명히 다른 프로 첫 시즌을 보냈고,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체격조건과 기량 등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도 좋지만 발전 속도와 가능성도 대단하다.

지금 박지수의 모습은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센터가 해야 하는 역할을 정확히 가져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민첩성이 부족하고 외국인 선수들보다 탄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키만 큰 게 아니라 국내 센터 중 가장 부지런한 모습을 보인다. 

박지수가 리바운드에 강한 이유는 단순히 키가 커서만은 아니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센스가 있고, 그 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부지런함도 있다. 그냥 한 자리에 서서 큰 키를 이용해 손만 뻗어 잡는 게 아니다. 리바운드 지점을 찾아 지속적으로 움직인다.

센터로서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다른 센터들의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빠르게 대조가 될 것이다. 자리싸움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빅맨들도 많다.

리바운드 스팟으로 몇 번 정도 가담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경기 내내 그런 모습을 가져가는 것은 쉽지 않다. 박지수는 그런 면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부지런하다.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센터의 부지런함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즐기지 않던 몸싸움도 이제는 피하지 않는다. 최근 체력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전의 박지수와 비교를 해 보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라고 생각된다.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과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하는 부분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의지도 프로 선수 답다. 자유투가 좋지 않자 백보드를 맞추는 방법으로 바꿔 성공률을 끌어올린 것도 약점을 보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1998년 12월생인 박지수는 이제 스무살이다. 신체적으로나 경험으로나 물이 오르는 전성기가 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벌써 이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그리고 그 후에는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KB의 높이를 완성한 다미리스 단타스
단타스는 정말 리듬감이 좋고 몸놀림이 부드럽다. 볼 때마다 ‘역시 브라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구에서 리듬감은 정말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스킬 트레이닝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익힐 때도 리듬감을 갖고 해야 볼이 선수와 함께 움직이게 된다. 리듬감 없이 볼만 치려고 하면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단타스는 리듬감을 타고난 선수 같다.

게다가 193cm라는 큰 신장에 외곽슛 능력도 있다. 외국 선수들에게서는 종종 있는 모습이지만 WKBL에서 이 정도 높이의 선수가 외곽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다. 안팎의 밸런스도 좋고 볼 컨트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농구에 대한 이해력도 좋은 느낌이다. 박지수 못지않게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성격은 어느 정도 다혈질인 것 같은데 박지수와는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한다는 느낌도 든다. 박지수를 이용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도 하지만 박지수가 잘 안 되는 부분을 본인이 도와주고 책임져주며 상호 보완해주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단타스가 올 시즌 WKB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에 가장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 기록면에서는 삼성생명의 엘리사 토마스가 가장 압도적이다. 하지만 토마스는 동료 선수들을 살리는 플레이가 없다. 만들어 줘도 국내 선수들이 이를 받아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타스는 그런 면에서 토마스와 다르다.

개인이 갖고 있는 기능만 놓고 보면 토마스가 가장 좋을지 몰라도 종합적인 선수로서의 능력은 단타스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하는 농구가 되지 않으면 같이 뛰는 선수들은 상당히 답답한 면을 느끼게 된다. 

올 시즌 삼성생명이 세트 오펜스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에 토마스도 어느 정도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팀에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많다면 토마스가 지금처럼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과거 삼성생명이 리그 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했던 시기에 토마스가 뛰었다면 적어도 하이 포스트에서 볼을 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내 선수들이 토마스가 거기서 볼을 잡도록 하지 않는다.

토마스가 하이 포스트에서 볼을 잡고 있으니 양쪽 윙이 다 죽어버린다. 공을 오래 소유하고, 혼자서 치고 들어가다가 막힐 때만 빼주니, 감각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볼 한 번 잡아보고 바로 슛을 던져서 어떤 결과를 만들기가 어렵다.

하이포스트와 로우포스트는 물론 윙까지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함께 움직여줘야 하는데, 하이포스트에만 박혀있으니 공격적인 움직임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답답함만 더해준다. 코트의 4분의 1밖에 못 쓰는 느낌이다.

그러나 단타스는 다르다. 혼자 해결하는 능력도 있고, 선수들과 함께 하는 농구도 된다.

볼을 가졌을 때와 갖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을 할 줄 알고, 기본적으로 더블 포스트가 가져가야 하는 하이-로우 플레이에 대해 상당히 이해력이 좋다.

박지수가 로우포스트에서 넓게 잡았을 때는 백도어 컷을 하거나 뛰어 들어가면서 볼을 받아 공격을 하고, 박지수가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잡으면 바로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다. 스크린에서 롤을 빼줬을 때 볼을 주고받는 움직임도 좋다. 

박지수도 단타스를 만나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을 것 같다.

WNBA에서 단타스의 플레이를 보면 현재 KB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원활하게 많이 보여주지는 않았었다. 머리가 좋다보니 한국 농구에 빠르게 적응하고 녹아든 것 같다.

같은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 오래 있으면 팀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상대에게 많이 읽힌다는 단점도 있다. 단타스의 경우는 내년에도 KB에서 박지수와 함께 뛴다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을 것 같다.

다만 KB는 박지수와 단타스가 너무 영리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정규리그 잔여 일정에서 좋은 경기력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KB의 성적은 참 애매하다. 플레이오프야 어렵지 않게 가겠지만 우리은행을 추월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3위 신한은행을 견제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

영리한 선수들은 이러한 상황 파악도 빠르다. 그러다보니 경기 때 스스로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고의적으로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본인의 위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뜻하지 않은 모습도 나온다. 지난 3일 하나은행과의 경기도 그런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KB는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엄밀히 말해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는 팀의 경기력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정규리그 우승 도전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자신들의 능력의 최고조를 발휘하게 되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시즌 내내 준비했던 플레이의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박지수와 단타스의 조합은 어쩌면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사진 = 이현수, 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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