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그야말로 눈이 호강한 경기였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ABC를 통해 전미에 생중계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은 ‘슈퍼 포인트가드’ 스테픈 커리와 카이리 어빙의 신들린 퍼포먼스를 앞세워 흥행에 대성공했다. 

이날 3점슛 8개 포함 49점을 쏟아 부은 커리는 “보스턴이 동부지구 우승을 다툴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파이널에서의 맞대결을 기다리는 듯한 말을 남겼다.

커리는 “카이이 어빙은 놀라운 선수다. 오늘 우리 팀이 어빙을 못 막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빙이 어려운 슛들을 정말 많이 집어넣었다. 다음번에는 어빙을 꼭 막아내고 싶다. 정말 재밌는 경기였다”라며 어빙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37득점을 기록한 어빙 역시 커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어빙은 “오늘 우리 팀은 당초의 게임 플랜대로 수비를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잘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커리가 그런 (대단한) 슛들을 성공시키면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서는 점수 차를 벌리기 한결 쉬워진다. 커리는 위대한 선수가 될 징조를 가진 선수다”라고 했다.

현재 커리와 어빙이 이끄는 골든스테이트와 보스턴은 양대지구에서 나란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둘 모두 최근 발표된 양대지구 올스타 주전 선수에 선발됐으며, 올-NBA 팀 입성이 기대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여러분이 만약 감독이라면 스테픈 커리와 카이리 어빙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하기 전에, 같은 듯 다른 커리와 어빙의 플레이스타일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오프스크린의 귀재’ 스테픈 커리

골든스테이트의 스플래시 브라더스는 NBA 오프스크린(off screen, 볼 없이 스크린을 활용하는 것)을 통한 공격이 가장 뛰어난 콤비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클레이 탐슨의 오프스크린 공격이 커리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크린을 타면서 탐슨이 보여주는 움직임과 스텝은 누구보다 간결하고 효율적이다. 골든스테이트가 탐슨의 오프스크린 공격을 집중적으로 활용해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시간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은 탐슨과는 다른 방향으로 굉장히 특별하다. 커리는 탐슨 같은 ‘효율파’는 아니다. 하지만 스크린을 이용한 동작이 굉장히 능구렁이 같고 유려하다. 수비수 입장에서 스크린을 타는 길목을 읽기 가장 어려운 선수다.

수비수가 조금만 방심해도 커리는 재빨리 동료의 스크린을 타고 넘어가 슛 기회를 만든다. 설사 수비수가 스크린을 뚫어내고 자신을 잘 쫓아오더라도, 볼을 받은 이후 슛을 던지는 리듬이 변칙적이기 때문에 슈팅이 블록 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탐슨보다 더 막기 어려운 것이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수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NBA.com에 따르면 올시즌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 빈도는 18.0%다. 동료 클레이 탐슨(32.1%, 리그 2위)에 비하면 높지 않은 수치. 리그 전체를 봐도 커리보다 오프스크린 공격 빈도가 높은 선수가 탐슨을 포함해 14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커리가 오프스크린 공격으로 만들어내는 경기당 평균 득점은 5.1점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다.(1위는 6.2점의 탐슨이다) 또한 오프스크린 공격의 PPP 수치(Points Per Possession, 공격 시도 1회당 득점 생산을 나타내는 기록)는 1.22점으로 리그 전체 5위다. 커리보다 오프스크린 PPP 수치가 높은 4명의 선수들(팻 코너튼, 웨인 앨링턴, 오토 포터, 카일 코버)은 모두 커리보다 역할이 제한적인 전문 슈터이거나 3&D 자원들이다

또한 커리는 오프스크린 공격을 통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빈도가 15.7%로 켄트 베이즈모어(애틀랜타), 제레미 램(샬럿) 다음으로 높기도 하다. 이만하면 오프스크린 공격의 귀재라고 부를 만하다.

 

물론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은 골든스테이트의 매우 잘 짜여져 있는 공격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커리는 분명 그 덕을 보고 있다.

커리를 위해 단단하게 스크린을 걸어주고(자자 파출리아, 드레이먼드 그린) 커리가 스크린을 빠져 나오는 순간 완벽한 타이밍에 패스를 뿌려주는 동료들(드레이먼드 그린, 데이비드 웨스트, 안드레 이궈달라, 션 리빙스턴, 케빈 듀란트)이 없다면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은 지금만큼 위력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함께 스플릿 액션(split action, 두 명의 선수가 한쪽 사이드에서 교차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수비수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실수를 유발하는 부분 전술)을 전개하는 클레이 탐슨의 존재도 커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이 이렇게 커리를 위해 스크린을 걸고, 패스를 하고, 커리와 함께 볼 없이 움직이는 것은 커리가 그만큼 위력적인 오프스크린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이 위력적이지 못하다면 골든스테이트의 공격 시스템 전체가 커리를 위해 움직일 이유가 없다. 한 마디로 ‘잘 하니까 동료들이 희생해준다’라고 말할 수 있다.

28일 보스턴전에서도 커리의 오프스크린 공격은 빛을 발했다. 이날 3점슛 8개 포함 49점을 쏟아 부은 커리는 적지 않은 득점을 오프스크린 공격을 통해 만들어냈다. 마커스 스마트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 보스턴은 경기 내내 커리의 움직임을 막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다만 커리는 오프스크린 공격에만 의존하는 선수는 아니다. 오프스크린은 커리가 가진 여러 가지 무기 중 하나다. 지난해 스티브 커 감독은 커리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커리는 역대 최고의 슈팅력을 가진 선수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뛰어난 볼 핸들링 기술을 갖췄다는 건 정말 놀랍고 믿지 못할 일이다”

커리가 2년 연속 MVP, 역대 최고의 만장일치 MVP를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가 된 것은, 알고도 막기 힘든 오프스크린 공격에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볼 핸들링 기술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돌파력 역시 훌륭하다. 커리는 돌파를 시도할 때의 순간 속도가 러셀 웨스트브룩처럼 빠른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수비수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으며 림으로 돌진해 득점을 마무리하는 감각이 매우 탁월하다. 슈팅력이 좋은 자신에게 헷지 수비(2명의 수비수가 픽앤롤 공격을 전개하는 드리블러를 함께 압박하는 수비)가 오면 동료에게 깔끔하게 패스를 연결해주는 감각도 갖췄다.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다.

공격수 스테픈 커리의 바탕은 분명 슈터에 있다. 하지만 볼을 다루고 돌파로 수비를 찢어내는 능력도 웬만한 일류 가드에 밀리지 않는다. 패스 능력도 뛰어나다. 커리가 최고의 슈터이자 포인트가드로 동시에 군림하고 있는 이유다.

 

‘역대 최고의 드리블러’ 카이리 어빙

카이리 어빙의 드리블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어빙의 드리블은 굉장히 낮고 빠르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이다. 레그스루 드리블(다리 사이로 하는 드리블)과 비하인더 백 드리블(허리 뒤로 하는 드리블)에 턴 동작까지 섞어가며 수비수를 정신없게 만드는 어빙의 볼 핸들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 같은 볼 핸들링 능력을 앞세워 어빙은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군림하고 있다. 올시즌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 중 야투율 48%, 3점슛 성공률 40% 이상을 동시에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총 5명. 케빈 듀란트, 스테픈 커리, 칼 앤써니 타운스, 클레이 탐슨, 그리고 카이리 어빙이다.(그렇다. 골든스테이트만 무려 3명이다.)

어빙의 진가는 탁월한 볼 핸들링 기술이 요구되는 픽앤롤 공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올시즌 어빙은 30.2%의 픽앤롤 공격 빈도를 기록 중인데, 픽앤롤 공격시 야투율이 52.0%, 득점 빈도가 48.6%로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NBA.com에 따르면 어빙의 픽앤롤 공격 PPP 수치는 1.10점으로 픽앤롤 공격 득점에서 10위 안에 랭크된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높다. 올시즌 어빙의 픽앤롤 공격 효율은 리그 상위 5%에 속해 있다.

또한 올시즌 어빙은 핸드오프 패스(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건네주듯이 하는 패스)를 받아 시도하는 공격을 통해 경기당 3.1득점을 올리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4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핸드오프 패스를 받은 뒤 던지는 슈팅의 성공률이 52.6%로 루 윌리엄스(LA 클리퍼스)와 더불어 가장 압도적다.

사실 픽앤롤 공격과 핸드오프 패스를 받은 뒤 시도하는 공격은 자신을 위해 벽을 세워주는 동료(스크리너)를 활용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볼 스크린(볼을 가진 선수에게 걸어주는 스크린)을 이용해야 하는 픽앤롤 공격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고, 동료가 자신에게 볼을 건네주는 동시에 스크린을 서주는 핸드오프 패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막고 있는 수비수가 동료의 스크린의 앞과 뒤 중 어느 곳으로 지나가는지, 혹은 스위치 수비가 이뤄지지는 않는지, 스크린을 걸어주는 동료의 수비수가 밖으로 달려나와 자신을 강력하게 압박하는지 혹은 페인트존 가까이 처져서 돌파를 우선적으로 저지하려는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게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동작을 포착하고 그 의도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영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어빙은 천재에 가까운 공격수다. 자신을 막고 있는 수비수가 스크리너(스크린을 걸어주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순간 절묘한 스탭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고 순간적으로 오픈 기회를 만드는가 하면, 스크린의 반대 방향으로 볼을 몰고 들어가 돌파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상대가 스위치 수비를 하면 화려한 볼 핸들링으로 느린 빅맨 수비수를 농락한다.

지금 NBA는 픽앤롤 공격, 핸드오프 패스를 받은 이후의 공격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를 맞이했다. 때문에 볼 핸들러의 역량이 팀 전체의 수준을 결정짓는 경우도 많다. (그 와중에 포스트업 공격, 미드레인지 구역의 1대1 공격은 점점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올시즌 인디애나가 시즌 전 평가에 비해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은 빅터 올라디포, 대런 콜리슨 등 좋은 볼 핸들러들의 활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올시즌 사실상 유일한 골든스테이트의 적수로 꼽히는 휴스턴의 경우 리그 최고 수준의 볼 핸들러 2명(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을 함께 보유한 팀이기도 하다.

대니 에인지 단장이 ‘상도를 어겼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아이재아 토마스와 브루클린의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주며 어빙을 영입한 것도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볼 핸들러의 역량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에, 카이리 어빙은 결코 놓치기 힘든 매물이었을 것이다. 설령 동부지구 우승 경쟁자인 클리블랜드가 조금 더 이득을 보는 트레이드가 되더라도, 어떻게든 어빙만큼은 데려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시즌 개막전에서 보스턴은 ‘이보다 나쁠 수 없는’ 일을 경험했다. 어빙과 함께 팀의 원투 펀치를 이뤄줄 고든 헤이워드가 끔찍한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생각보다 훨씬 악재를 극복해내고 동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아무래도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부터 보스턴의 시스템에 적응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어빙의 활약 역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 카리이 어빙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다.

 

스테픈 커리 vs 카이리 어빙, 당신의 선택은?

그렇다면 스테픈 커리와 카이리 어빙 중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가지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여러분이 선호하는 공격 시스템이다.

당신이 골든스테이트처럼 볼 없는 움직임을 활용한 다양한 컷인 공격, 오프스크린 공격을 선호하는 감독이라면 스테픈 커리가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더 알맞은 공격수일 것이다. 커리는 동료의 모든 스크린을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해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최고의 슈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가드의 볼핸들링을 통해 파생되는 공격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라면, 카이리 어빙 쪽으로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 물론 커리는 볼 핸들링 능력도 매우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그 날카로움과 수비수에 주는 압박감이 어빙에는 미치지 못한다. 특히 어빙의 볼 핸들링과 돌파 능력은 스위치 수비가 잦아지고 1대1 공격으로 이를 공략해야 하는 빈도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클러치 타임에 위력이 배가 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커리가 여전히 어빙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가드라고 말한다. 데뷔 이래 쌓아온 커리어를 봐도 커리가 어빙보다 더 나은 선수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실제로 커리는 2014년부터 빠짐없이 올-NBA 팀에 선정되고 있는 반면, 어빙은 2015년에 올-NBA 써드 팀에 한 번 선정된 것을 제외하면 올-NBA 팀과는 인연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올시즌만 놓고 보면 격차가 크지 않다. 또한 각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에서 어빙도 충분히 대단한 포인트가드다. 게다가 어빙은 올시즌 보스턴에 합류하면서 약점으로 꼽혔던 플레이메이킹과 수비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의 승리기여도를 평가하는 48분당 윈셰어(Win Shares) 기록에서도 데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28일 경기가 끝난 후 보스턴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스테픈 커리와 카이리 어빙은) 두 개의 보석이다. 커리와 어빙이 다가오는 올스타전에서 맞대결을 펼쳤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정말 재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스타전 말고도 커리와 어빙이 다시 맞붙을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바로 6월에 있을 NBA 파이널이다.

최근 몇 년간 클리블랜드의 독주 체제가 이어졌던 동부지구의 경쟁 구도는 올시즌으로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두에 보스턴이 서 있다.

만약 보스턴이 파이널에 진출한다면, 우리는 아주 재밌는 맞대결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어빙은 지난 3년 동안 클리블랜드에서 파이널 무대를 이미 경험했으며, 2016년 파이널 7차전에서는 커리를 앞에 두고 역사에 남을 클러치 3점슛을 꽂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어빙이 1인자로서 골든스테이트와 커리를 상대한 적은 아직 없었다.

과연 우리는 6월에도 스테픈 커리와 카이리 어빙의 ‘쇼다운’을 목격할 수 있을까? 정규시즌 두 번의 맞대결을 통해 흥행 가능성은 이미 증명이 됐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언더아머, 아디다스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