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연승을 달리며 치열했던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1위 자리를 놓고 맞서던 KB를 잡았고, 신한은행도 3위 싸움을 펼치고 있던 삼성생명과 하나은행을 이겼다. 

일찌감치 KDB생명이 순위 경쟁에서 밀려난 가운데 플레이오프의 중요한 위치를 결정하는 1위와 3위를 놓고 펼치던 싸움의 주인이 조금씩 가려지는 느낌이다.

아직 5라운드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시즌은 더 남았다. 하지만 한 발 뒤쳐진 팀들의 분발이 절실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지난 두 주간 벌어졌던 순위 경쟁의 구도를 정리해봤다. 

KB 잡은 우리은행, 이제는 선두 독주?
지난 두 주 동안 벌어진 경기 중 최고의 빅 매치는 역시 우리은행과 KB의 20일 경기였다. ‘미리 보는 챔프전’이라고 했던 이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이기면서 1-2위 간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속단은 이르지만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남은 두 번의 맞대결에서 KB가 모두 이기면 혼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은 그 중 1번만 이겨도 사실상 우승을 확정짓는 것과 같다. 

20일의 맞대결을 보면 기본적으로 우리은행의 움직임이 초반보다 좋아졌다. 

1-2라운드 맞대결 때는 김정은과 최은실의 움직임이 무뎌서 우리은행의 농구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고, KB의 움직임은 상당히 활발했다. 그러나 3라운드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최은실의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3-4번에 김정은-최은실을 두고도 원활한 농구가 된다. 

우리은행은 WKBL에서 가장 빠른 팀이다. 스피드를 살리는 팀들 대부분이 가장 빠른 선수 한 두 명으로 속공에 치중하는 반면 우리은행은 달릴 때 센터까지 함께 뛴다. 그리고 스피드에서 앞서도 속공보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우선으로 한다.

이 스피드에 적응 못하던 김정은과 몸이 올라오지 않았던 최은실이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자신들의 강점도 살렸고,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파고드는 약점 공략도 효과를 보고 있다.

20일 맞대결에서 우리은행은 심성영이 나올 경우, 상대가 되는 선수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상대 수비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KB가 지역 방어로 나서자 전형적인 존 어택보다는 2대2 형태의 플레이로 외곽을 노렸다. 박혜진이 최은실을 하이에 두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3점슛을 성공했다. 

코너와 45도 지역을 커버하는 것은 (다미리스) 단타스인데 45도 지점까지 바짝 올라오지는 않는다. 외곽에서 슛 기회를 잡을 때도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훨씬 높은 확률을 보여주는 박혜진이 이를 이용해 두 번이나 중요한 3점슛을 넣었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확실히 되어 있었고, 그 약점을 노린 것 같다.

반면 KB는 흐름을 잡지 못했다. 

단타스가 없는 동안 모니크 커리가 분전 했지만 커리가 종종 보여주는 소위 ‘1대5 농구’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통하지 않았다. 이전 몇 경기에서는 커리의 그런 농구가 어느 정도 먹혔지만 우리은행은 달랐다.

초반에 두 번 정도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팀을 살리지 못했고, 정작 힘을 내야했던 4쿼터에는 아무것도 못했다. 커리 혼자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다른 선수들은 볼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공격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강아정에 대한 활용도 아쉽다. 

부상 복귀 후 강아정은 기본적으로 볼을 잡는 시간이 길지 않다. 코트에 있는 시간은 길지만 볼을 오래 만지지 못하다 보니 본인의 슛 감각을 찾을 시간은 부족하다. 

이날도 강아정은 경기 시작 후 3분 30초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패스를 받았다. 그 직전에 수비리바운드를 따낸 게 처음으로 공을 잡은 순간이었다. 

노련미의 차이도 있다. 

우리은행의 주축 선수들은 경기 경험이 많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도 리그에서 가장 뛰어나다. 올 시즌처럼 판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우리은행이 더 유리하다. 다른 팀 선수들이 대부분 당황하는데서 그치지만, 우리은행은 그 날의 휘슬 성향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를 이용할 줄 안다.

이날도 초반 심판 판정에 양 팀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지만 이 때문에 발생한 신경전에서도 우리은행이 이겼다. 평정심을 잃은 커리는 짜증을 내는 모습이 많았고, 김정은과의 맞대결에서도 밀렸다.

결과적으로 경기 운영 면에서 우리은행이 한 수 위인데 선수들의 움직임도 우리은행 우위에 있다 보니 KB가 맞대결에서 시즌 초반만큼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전력적인 손실이 생기거나 KB의 외곽이 엄청나게 폭발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대결 구도에서도 우리은행이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6연승 신한은행, 3위 싸움 굳히기 들어갈까?
사실 올스타전 무렵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은 도통 종잡을 수 가 없었다. 그래서 ‘도깨비 팀’이라고 했는데 새해 들어 안정된 느낌이다. 

예전에는 볼을 치고나가는 과정에 카일라 쏜튼만 뛰는 모습이었는데, 김단비로부터 시작되는 플레이가 나오면서 교통정리가 된 것 같다. 사실 가드가 해줘야 하는 역할인데 김단비가 이 역할을 해주면서 팀이 좋아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에 식스맨들도 자기 역할을 해준다. 시즌 개막하기 전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이 주요 선수들 외에 다른 선수들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조금씩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유승희와 김아름 등이 돌아가며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자신감이 올라간 것 같다.

올 시즌 신한은행은 김단비, 쏜튼, 르샨다 그레이 외에 득점을 해줄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7연패 기간에는 이들 세 명마저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레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고, 김단비와 쏜튼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3명 외에 누군가가 힘을 보태며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다.

일단 신한은행은 24일 열리는 삼성생명과의 경기가 1차적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3경기차로 달아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에 불안감 없이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스피드를 바탕으로 득점을 주도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팀 컬러가 비슷하지만 지금은 김단비의 조율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라운드 맞대결에도 드러났듯이 삼성생명은 현재 김단비를 막을 선수가 없다. 

따라서 이 대결에서는 신한은행이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만약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잡고 7연승을 하게 되면 그 다음 상대가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우리은행 전 패배로 7연패를 당했고, 당시의 판정과 관련해 심판설명회를 요청하고 제소도 했다. 

아무것도 인정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상실감이 컸는데, 오히려 이후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신기성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판정에 대한 억울함이 선수단을 더 단합하게 했고 집중하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만큼 이번 우리은행과의 경기는 신한은행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우리은행을 상대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은행도 이러한 신한은행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주에 우리은행은 그 한 경기밖에 일정이 없다. 또 한 번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의 경기 이후 선수단 전체가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좋은 분위기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우리은행과의 승부를 마치고 나면 하나의 목표가 지나간 것처럼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위 희망 남은 삼성생명, 힘든 싸움 필요한 하나은행
신한은행의 상승세로 인해 삼성생명과 하나은행은 주춤하고 있다. 3위 싸움에서 한 발 앞서있던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의 기세에 밀려 4위가 됐고, 하나은행도 좀처럼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후에도 확실하게 탄력을 받지 못하는 삼성생명의 가장 아쉬운 점은 김한별에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경기에 나설 때마다 공격과 수비에서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줬던 김한별이 올 시즌에는 몸이 좋지 않기 때문인지 작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삼성생명은 김한별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더 속공에 더 집중을 했고 지난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적극적으로 달리는 농구를 선보이며 22개의 속공 속에 승리를 가져갔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분명 속공이라는 무기는 올 시즌 삼성생명이 보여주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트 오펜스는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하나은행 전에서 배혜윤이 백지은이나 김단비를 상대로 로우 포스트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180cm가 넘는 빅맨을 상대로도 꾸준히 그런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는 리바운드 싸움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삼성생명은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상대가 슛을 던지면 외곽에 있던 박하나와 고아라가 수비 리바운드를 믿고 미리 상대 코트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많은 속공으로 연결됐다.

만약 상대에게 공격리바운드를 내주면 이런 공격이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삼성생명은 신한은행과의 지난 4번의 대결에서 평균 3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더 잡았다. 하나은행 전과 같은 농구를 펼친다고 가정하면 수비 리바운드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5위인 하나은행은 솔직히 올 시즌 플레이오프 도전이 쉽지 않아진 것 같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술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3위와 4.5경기 차다. 1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를 극복한다면 대단한 역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올 시즌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고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줬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소위 ‘졌지만 잘 싸운’ 경기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결국은 고비와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작년보다 좋아졌지만 중요한 순간, 한 발 더 차고 나가는 모습이 살짝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 모두 나쁘지는 않았지만 확실하게 상대보다 우위에 서는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사벨 해리슨이나 자즈몬 과트미 모두 이환우 감독의 지시사항에는 충실하려 했지만 그 이상의 응용력은 없었다.

국내 선수가 자신을 도와주지 못하면 스스로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은 나오지는 않았다. 해리슨이 전체 1순위 선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있었다.

KDB생명, 스스로의 동기부여 필요
KDB생명은 참 힘든 상황이다. 이미 순위 경쟁에서는 소외됐고 남은 경기에서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쉽지 않다. 팀 순위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배제되면 목표가 사라진 것 같다는 느낌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선수 시절을 돌이켜 보면 팀 상황이 이렇게 될 때는 특별한 의지를 갖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시즌 초에는 항상 ‘4강’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그 목표가 도중에 사라지니 경기에 나서도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기가 힘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보다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느낌이었다.

KDB생명 선수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는 많이 남아있다. 10경기 이상을 그렇게 허비할 수는 없다.

한채진을 제외한 선수들은 모두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두려움을 떨쳐내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이제 KDB생명과 경기를 하는 팀들은 비주전급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투입한다. KDB생명 선수들은 상대의 주전급과 비주전급이 나왔을 때 경기를 하는 모습 자체가 다르다.

비주전급 선수들을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하지만 주전급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는 투지가 줄어든다. 안혜지나 진안은 득점을 성공하지는 못해도 강한 투지를 보여줬는데 안혜지의 부상으로 그런 파이팅마저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지금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 중 그나마 경기 경험이 있는 편인 김소담, 노현지, 김시온 같은 선수들이 최소한 상대 팀 주전급 선수들을 상대로 갖고 있는 두려움만이라도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남은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쓰러지며 성적이 추락한 것을 선수 개개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6-7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즌을 끝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팀으로서 가져갈 수 있는 목표와 동기부여가 힘든 상황이면 선수 각 개인이라도 얻는 수확이 있어야 한다. KDB생명의 젊은 선수들에게 남은 시즌이 그런 부분에서 큰 의미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일러스트 =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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