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시카고가 달라졌다. 개막 첫 23경기 구간 3승 20패로 처참한 모습을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12월 9일(이하 한국시간) 샬럿과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119-111)를 거둔 이후 10경기에서 무려 8승 2패. 최근 10경기로만 따진다면 골든스테이트(9승 1패)에 이어 승률 2위에 올라있는 시카고다. 과연 시카고는 어떤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일까?

 

▲버틀러 트레이드와 함께 누른 리셋버튼
시카고는 2008-09시즌 이후 2015-16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플레이오프 나들이를 경험했다. 2010-11시즌에는 최연소 MVP를 수상한 데릭 로즈를 앞세워 62승 20패의 성적으로 동부 컨퍼런스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는 라존 론도와 드웨인 웨이드를 동시에 영입하며 팀의 3점슛 생산력을 엉망으로 만드는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41승 41패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시카고가 보유한 로스터로는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시카고 프런트는 비시즌 동안 팀의 에이스인 지미 버틀러를 트레이드하며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미네소타로 버틀러를 떠나보내는 대신 시카고가 받아온 것은 잭 라빈, 크리스 던, 2017 신인 드래프트 7순위 지명권(로리 마케넌 지명). 심지어 시카고는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자신들의 1라운드 16순위 지명권(저스틴 패턴 지명)을 버틀러와 함께 떠나보냈다. 

당시 시카고의 선택은 많은 이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년 연속 올스타와 ALL-NBA 디펜시브 퍼스트 팀 수상에 빛나는 버틀러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더군다나 버틀러는 2019-20시즌까지 3년 간 평균 1,980만 달러만을 받는 저렴한 금액에 묶여 있는 선수. 

시카고는 이런 버틀러를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할 것이 확실시되던 라빈과 실패한 유망주 취급받던 크리스 던, 성공여부를 알 수 없던 루키 로리 마케넌으로 바꿨다. 버틀러의 엄청났던 트레이드 가치를 생각해 봤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팀의 에이스를 헐값에 팔아넘기며 전한 시카고의 메시지는 확실했다. ‘우리는 다음 시즌 승리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시카고의 의도였다. 조아킴 노아(2007년), 데릭 로즈(2008년) 등을 지명하며 훌륭한 리빌딩에 성공했던 2010년대 초반의 영광을 재현해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이런 시카고에게 이번 2017-18시즌은 사실상 버리는 시즌에 불과했다. 

 

▲훈련 중 폭행사태&10연패..끝을 모르던 추락
시즌 초반 시카고의 분위기는 프런트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시즌 첫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시카고의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니콜라 미로티치와 바비 포티스가 팀 훈련 도중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난투극을 벌인 것. 

포티스의 펀치를 맞은 미로티치는 턱 골절상과 뇌진탕 진단을 받아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포티스의 경우 다치지는 않았으나 팀 자체적으로 8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그야말로 안되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던 시카고였다. 

이처럼 어수선하게 시즌을 시작한 시카고였기에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올리 만무했다. 시즌 첫 경기였던 토론토전에서 100-117로 패한 그들은 내리 3연패 늪에 빠졌다. 토론토-샌안토니오-클리블랜드 등 강팀들을 줄줄이 만나는 험난한 일정도 시카고의 편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시카고의 끝 모를 추락은 계속되었다. 2연패, 5연패를 거듭한 시카고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승리를 챙겼다. 연승은 꿈도 꾸지 못했다. 11월 20일 피닉스전(105-113) 패배 이후에는 내리 10경기를 지며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개막 첫 23경기 구간 시카고의 성적은 3승 20패. 승률 13.0%의 처참한 수치는 리그 최하위에 해당했다.

무엇보다 시카고는 공/수 밸런스가 엉망인 팀이었다. 개막 첫 23경기 구간 95.7점의 평균 득점은 리그 29위. 100번의 공격 기회 당 득점 기대치를 의미하는 오펜시브 레이팅(OffRtg) 수치는 96.1로 리그 꼴찌였다. 이외에도 디펜시브 레이팅(DefRtg) 수치 109.1로 28위, 득/실점 마진 –11.2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시카고의 경기력은 바닥을 찍고 지하로 파고 들어갔다. 공격과 수비 모두 리그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시카고에게 희망은 없어 보였다.  

 

▲최근 10G 8승 2패, 시카고의 놀라운 반전
그러나 최악의 행보를 보이던 시카고는 12월 9일 샬럿전(119-111 승)을 시점으로 놀라운 반전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미로티치의 복귀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긴 시카고는 이후 거침없는 폭주를 이어갔다. 6일 간 4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4경기를 모두 잡아내는 예상 못한 행보를 보였다. 샬럿을 시작으로 뉴욕, 보스턴, 유타가 시카고의 광풍에 휩쓸려 나갔다. 

한번 분위기를 잡은 시카고는 계속해서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밀워키, 필라델피아, 올랜도 역시 시카고 연승의 희생양이 됐다. 개막 23경기 구간에서 한번도 연승을 달성하지 못했던 시카고는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리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7연승의 시카고에게는 클리블랜드-보스턴-밀워키로 이어지는 원정 3연전이라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첫 경기였던 클리블랜드전은 백투백 일정. 예상대로 시카고는 클리블랜드에게 112-115로 패하며 연승 행진을 중단했다. 그러나 어려운 일정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등 시카고가 보여준 저력만큼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보스턴전에서 시카고는 92-117의 대패를 당했다. 7연승 뒤 2연패 행진. 이대로 시카고의 광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카고는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던 밀워키전을 115-106으로 승리하며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결국 시카고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직전 10경기를 모두 패했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시카고의 상승세를 이끄는 선수는 시즌 초 주먹을 주고받았던 미로티치와 포티스다. 그 중에서도 미로티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팀의 연승이 시작되던 시점에 코트로 돌아온 미로티치는 10경기 평균 18.5점 7.6리바운드 야투율 50.4% 3점슛 48.3%를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10.6점 5.5리바운드 야투율 41.3% 3점슛 34.2%에 머무르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던 미로티치였지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지난 시즌 6.8점을 기록했던 포티스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13.6점 6.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로티치&포티스, 시카고의 NEW 원투펀치
*최근 10경기 성적
미로티치: 18.5점 7.6리바운드 FG%: 50.4%, 3P%: 48.3%(경기 당 2.8개)
포티스: 13.6점 6.5리바운드 FG%: 54.0%, 3P%: 41.7%(경기 당 1.0개)

이외에도 실망스러운 루키 시즌을 보내며 가치가 폭락했던 크리스 던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14.8점 8.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각성이야말로 시카고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러한 모습을 바탕으로 시카고는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던 공격과 수비를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아래 표를 살펴보면 시카고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표>시카고의 시즌 첫 23경기와 직전 10경기 비교(괄호 안은 리그 순위)

 

이와 같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시카고는 여전히 동부 컨퍼런스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전의 기록이 워낙 처참했던 탓이다. 그러나 시즌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시카고는 충분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지난 시즌 미네소타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던 라빈이 곧 팀에 합류하는 것도 시카고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다. 

물론 탱킹 레이스에 방해를 받은 시카고의 프런트가 이를 그대로 관망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카고의 프런트가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미로티치와 골밑에서 굳건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로빈 로페즈를 트레이드 시장에 올려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프런트의 방해(?)만 이겨낸다면 시카고의 남은 시즌에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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