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한국시간으로 27일 미국 현지에서는 흥미로운 트레이드 루머가 하나 나왔다. 내용인즉슨 골든스테이트가 자베일 맥기 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맥기는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우승 트로피 탈환에 기여한 선수다.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코트에 나올 때마다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골든스테이트 골밑을 지켰다. 탁월한 높이와 기동성을 가진 맥기가 자자 파출리아의 부족한 활동량과 기동성을 채워주면서 골든스테이트는 앤드류 보것의 공백을 어렵지 않게 메울 수 있었다.

이런 맥기가 시즌 개막 2달 만에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린 이유가 있다. 바로 루키 빅맨 조던 벨과의 경쟁에서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조던 벨은 지난 6월 열린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8순위로 골든스테이트에 입단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조금씩 기회를 받던 벨은 12월 들어 평균 20.4분의 출전 시간을 기록하며 스티브 커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은 상태다. 최근 9경기 중 8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하며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자자 파출리아의 공백을 직접 메우고 있다. 이제 조던 벨은 골든스테이트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자원이다.

2라운드 루키에 불과했던 조던 벨은 어떻게 자베일 맥기를 밀어내고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의 핵심 자원이 된 것일까? 지금부터 조던 벨에 대해 알아가보도록 하자.

 

▶ 골든스테이트가 38순위 지명권을 사들인 이유

“너무 흥분된다. 조던 벨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우리 팀이 노리던 몇 안 되던 선수였다. 사실 조던 벨을 데려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결국 해냈다”

지난 6월 23일에 열린 2017 NBA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38순위로 조던 벨을 지명하는 데 성공한 뒤 골든스테이트의 밥 마이어스 단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이 드래프트에서 골든스테이트는 지명권이 단 한 장도 없었다. 1라운드 지명권은 유타에, 2라운드 지명권은 애틀랜타에 넘어가 있었다. 즉 다른 팀들의 드래프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드래프트 데이를 조용하게 흘러보내지 않았다. 2라운드 38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시카고 불스와 접촉했고, 결국 350만 달러를 주고 그 지명권을 사들였다. 38순위 지명권으로 골든스테이트가 노렸던 선수는 단 한 명. 바로 조던 벨이었다.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향후 있을 막대한 재정 지출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7월이 되면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자베일 맥기, 자자 파출리아, 이안 클락이 모두 FA가 될 예정이었고, 이들 중 몇 명을 잔류시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골든스테이트는 굳이 안 써도 될 돈을 써가며 2라운드 지명권을 사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던 벨의 재능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 코칭 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은 드래프트 전부터 조던 벨의 재능에 반해 있었다고 한다. 골든스테이트가 조던 벨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이후 밥 마이어스 단장이 한 인터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조던 벨이 농구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 벨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밥 마이어스 단장은 특히 조던 벨의 수비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조던 벨의 수비 재능을 정말 좋아한다. 벨은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수비할 수 있는 선수다. 이건 NBA에서는 정말 중요한 재능이다. 픽앤롤을 수비할 때 스위치 수비를 해내고 리바운드를 잡고 블록슛을 해낼 수 있다. 공격에서는 마무리도 할 수 있다. 조던 벨이 해낼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조던 벨이 골든스테이트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벨은 프리시즌 경기부터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활동량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정규시즌이 개막한 뒤에는 조금씩 출전 기회를 받더니, 12월에 자자 파출리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선배들을 밀어내고 선발 자리까지 꿰찼다. 이제 조던 벨은 골든스테이트 동료들과 팬들의 인정을 받는 확실한 ‘라이징 스타’다. 골든스테이트 프런트의 안목이 적중한 것이다.

 

▶ 조던 벨은 강백호+드레이먼드 그린?

올시즌 조던 벨은 아직 30분 이상 출전한 경기가 없다. 골든스테이트는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게다가 스몰라인업의 활용 빈도가 높다 보니 센터의 출전 시간이 많을 수가 없다. 벨의 출전 시간이 20분대에 머무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벨은 올시즌에 이미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두 번이나 기록했다. 지난 23일 레이커스전에서는 2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든스테이트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수직 점프가 높고 민첩한 벨은 림 근처에서 볼을 잡았을 때의 마무리가 위력적이다. 다른 수비수들이 그를 막으려 미처 달려오기도 전에 가볍게 덩크로 득점을 마무리한다. 덕분에 올시즌 벨의 야투율은 70.4%에 육박한다. 밥 마이어스 단장이 벨에 대해 “공격에서는 마무리도 할 수 있다”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코트에서 조던 벨의 모습은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와 꽤나 닮아 있다. 다소 투박하고 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코트에서 보여주는 활동량과 에너지는 매우 뛰어나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특유의 허슬과 수비로 분위기를 바꾸는 일도 많다. 기동성과 높이를 모두 가지고 있어 세로 수비와 가로 수비 모두 수준급이다. 아주 매력적인 원석이다.

이런 조던 벨에 대해 스티브 커 감독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경기 중에 스티브 커 감독이 벨을 따로 불러 칭찬을 하거나 혼을 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됐던 바 있다. ‘싹수’가 보이는 벨에게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주고 가르치겠다는 것이 스티브 커 감독의 생각이다.

“경기의 중요한 순간에 조던 벨을 최대한 많이 코트에 내보낼 계획이다. 벨이 코트에 있는 상황에 다들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조던 벨은 대단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동시에 루키들이 으레 하는 실수(rookie mistakes)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다들 그러면서 배워가는 것이다”

커 감독의 말이다.

사실 골든스테이트에서 조던 벨을 아끼는 사람은 스티브 커 감독만이 아니다. 드레이먼드 그린 역시 코트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조던 벨을 돕고 있다. 그린이 이러는 이유가 있다. 조던 벨이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던 벨은 데뷔 당시 드레이먼드 그린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같은 2라운드 출신이며 공격 기술이 투박하지만 수비에서 집중력과 에너지 레벨이 뛰어나다. 어떤 포지션이든 수비할 수 있는 발 빠르기(lateral quickness)를 가지고 있어 스위치 수비를 할 때 상대 드리블러들을 괴롭히고 당황하게 만든다. 몸싸움과 신체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는 터프한 수비수라는 점도 비슷하다.

이런 조던 벨에 대해 드레이먼드 그린은 멘토 역할을 자청한 상황이다.

“조던 벨이 2라운드에 뽑힌 이유는 내가 2라운드에 뽑힌 이유와 같다. 그래서 나는 조던 벨을 좋아한다. 조던 벨이 자신이 가진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돕고 싶다. 조던 벨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팀이 이곳(골든스테이트)이든 아니든, 벨은 자신이 뛰는 팀에 많은 승리를 안기게 될 것이다” 그린의 말이다.

 

▶ 조던 벨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실 골든스테이트는 운동능력이 좋은 빅맨 유망주를 꾸준히 드래프트에서 지명해왔다. 케본 루니(2015년 30순위), 데미안 존스(2016년 30순위) 모두 조던 벨처럼 기동성과 높이를 갖춘 빅맨들이었다.

하지만 루니와 존스는 모두 드래프트 후 수술을 받으며 별다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FA 시장에서 자자 파출리아, 자베일 맥기, 데이비드 웨스트를 영입하며 부족한 빅맨 자원을 수급해왔다. 다행히 올시즌 조던 벨이 잠재력을 드러내면서 골든스테이트는 한 시름을 덜어낸 상황이다.

그렇다면 조던 벨이 앞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진정한 핵심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첫 번째는 공격에서 림 피니셔(rim finisher)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이다. 벨은 탁월한 림 마무리 능력을 가졌지만, 림과 거리가 있는 곳에서 볼을 잡았을 때는 수비수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다.

지난 7월 서머리그에서는 달랐다. 당시 벨은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3점슛 라인 밖으로의 킥-아웃 패스, 림 근처의 동료를 위한 앨리웁 패스를 안정적으로 뿌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던 바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NBA에서는 패서로서 별다른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팀 상황상 그럴 필요가 없긴 하다. 골든스테이트는 좋은 패스 능력을 가진 프런트코트 자원이 많은 팀이다. 드레이먼드 그린, 케빈 듀란트, 데이비드 웨스트, 자자 파출리아까지 조던 벨보다 노련하고 패스 능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이 이미 존재한다. 벨이 벌써부터 선배들의 영역까지 넘볼 필요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조던 벨이 장기적으로 공격에서 더 위협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림 근처에서 덩크만 꽂는 선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뿌리는 연결고리(linker) 역할을 수행하는 등 본인이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장면도 꾸준히 연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벨 역시 자베일 맥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수로 머물 수 있다.

코트에서의 감정 조절 역시 조던 벨에게 주어진 과제다. 벨은 활동량이 풍부하고 공수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는 선수다. 그렇다 보니 종종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과하게 흥분해 상대를 도발하거나 필요 이상의 말과 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한다.

지난 10월 23일 골든스테이트와 댈러스의 경기에서 있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는 댈러스를 압도하며 4쿼터 3분여를 남긴 시점에 25점 차까지 앞섰다. 승부가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때 조던 벨이 이상한(?) 플레이를 했다. 자신에게 원맨 속공 상황이 찾아오자 마치 승리를 자축하기라도 하듯 혼자 백보드에 볼을 던진 뒤 앨리웁 덩크슛을 해버린 것이다.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은 벨의 플레이에 환호했지만 스티브 커 감독은 웃을 수 없었다. 상대 팀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플레이였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스티브 커 감독은 댈러스의 릭 칼라일 감독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릭 칼라일 감독은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것이 기자들에게 알려졌다. 결국 스티브 커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조던 벨의 비신사적인 원맨 앨리웁 덩크에 대해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조던 벨이 해서는 안 될 플레이를 하면서 스티브 커 감독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코트에서 상당히 감정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벨의 성격은 종종 위험해보일 때가 있다. 공격수의 슛을 저지한 뒤에 굳이 안 해도 될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에서도 조던 벨은 드레이먼드 그린과 상당히 닮은 꼴이다. 하지만 우리는 드레이먼드 그린이 코트 안팎에서 과한 행동과 말로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었는지 잘 알고 있다. 벨이 굳이 그린의 그런 모습까지 닮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올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새로운 히트 상품 조던 벨. 루키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던 벨이 2라운드 신화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향후 벨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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