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보통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리그를 뒤흔드는 신인에게 ‘괴물’이라는 별명을 붙이곤 한다. 그리고 예외 없이 그런 ‘괴물’ 신인들은 데뷔 전부터 모든 언론과 팀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입단하는 게 정석! 그러나 2007년 ‘함지훈’이라는 선수는 신인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하면서 큰 집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데뷔 후 첫 시즌이 시작하자 함지훈은 당시 전체 1순위로 주목받았던 김태술과 신인왕 경쟁까지 벌일 만큼 프로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함지훈을 데려간 모비스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뜻밖의 우승, 그리고 예상치 못한 플레이를 보여준 신인 함지훈! 그는 모든 것이 운이라고 얘기한다. 자신과 꼭 맞는 모비스라는 팀에 온 것, 그리고 유재학 감독을 만난 것까지 모두가 운이 좋았단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모든 게 단순하게 ‘운’이라고 말 하기엔 그는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해왔고,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너무나 성실했다. 모비스가 사랑하는 그리고 모비스를 사랑하는 함지훈 선수를 만나러 용인으로 향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OFF SEASON!! 꿀 같은 2개월...
박지영(이하 지영): 비시즌은 잘 쉬셨나요?
함지훈(이하 지훈): 네! 두 달 동안 푹~ 쉬었습니다. 가족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아들도 원 없이 보고요!
지영: 승후(아들)가 더 예뻐진 것 같아요!
지훈: 더 예뻐졌는데, 말은 더 안 들어요.(웃음) 미운 네 살이죠.
지영: 휴가는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지훈: 와이프랑 단 둘이 홍콩여행 다녀왔어요. 마침 (양)동근이 형이 가족들이랑 와 있어서 같이 여행 했어요. 또 우리 팀 주긴완 선수가 홍콩에 있어서 가이드도 해주고, 편하게 쉬다왔습니다. 
지영: 저도 지지난주에 홍콩 다녀왔는데 습하던데요?
지훈: 엄청 습하고, 공사장도 많고... 사실 조~금 별로였습니다.
지영: 맞아요.(웃음) 승후 빼고 단둘이 가신 여행이라 그래도 좋으셨을 것 같은데.
지훈: 별로였어요.(웃음) 편하긴 했죠. 아들이랑 같이 가면 여행인지 애 보러 가는 건지 모를 정도로 힘들어요.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써야 되니까 여행분위기가 안 나곤 하는데, 단둘이 가서 마음이 편했죠.

지영: 두 달이면 정말 많이 쉰 거죠?
지훈: 네! 제가 프로에 입단한 이후로 제일 많이 쉰 것 같아요. 
지영: 그 두 달 벌써 다 지나갔는데, 아쉽진 않으신가요?
지훈: 쉬면 쉴수록 더 쉬고 싶어지는데 그래도 휴가 막바지에는 ‘너무 많이 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으로 휴가 때 운동도 했어요. 원래 휴가 한 달 받으면 농구공은 접어두고 휴가만 즐기는데, 이번엔 한 달 지날 무렵이었나? ‘안 되겠다, 너무 많이 쉬었다’ 싶더라고요. 웨이트 장도 다니고 운동도 좀 하고 그랬어요.
지영: 팀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몸 상태는 어떠세요?
지훈: 정말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엊그제 발을 약간 삐끗해서 지금은 쉬고 있어요. 3-4일 정도 더 쉬면 낫는다고 해서 지금은 푹~ 쉬고 있는 상탭니다. 

지영: 보통 비시즌 동안 다들 살이 찌던데 함지훈 선수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지훈: 제가요? 아니에요! 시즌 때보다 4Kg 정도 쪘어요. 이것도 조금 찐 편이에요. 원래 비시즌 되면 8-9kg정도 찌는데 트레이너가 ‘너도 나이가 있으니까 비시즌이라고 너무 먹지 말고, 몸 관리도 좀 해야 한다’며 ‘먹는 거 조금만 줄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니까 그나마 이번에는 덜 찐 거죠. 지금 다이어트하면서 살을 빼는 중입니다. 
지영: 사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고 들었는데 큰 변화가 없는 거 같아서...
지훈: 네, 잘 쪄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요. 하하.
지영: 뭐 좋아하세요?
지훈: 저는 한 음식에 꽂히면 3일 정도 그것만 먹는 스타일이에요. 맛 집 발견하면 며칠 동안 그 곳만 갈 때도 있고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맛 집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요.

PO탈락! 봄 농구에 대한 아쉬움
지영: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안타깝게 탈락을 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준비를 시작하면서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네요.
지훈: 지난 시즌에는 팀에 우여곡절이 많았죠. 부상 선수도 많았고, 용병문제도 그렇고... 어수선했던 시즌이었어요. 올 시즌은 크게 다친 선수도 없고, 외국인선수도 잘 뽑아주신다고 했고,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기대 되네요.

지영: 매년 후배가 늘고 있네요. 양동근 선수와 함께 팀 내 주축으로써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지훈: (양)동근이 형이 워낙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 잘하니까요. 저는 중간에서 끌어주는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코트에서 쉬지 않고, 또 다치지 않고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야 후배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까 싶어요. 
지영: 이종현이 합류했습니다. 공존하는 부분에서 서로 어떻게 맞춰 나갔나요?
지훈: (이)종현이는 워낙 영리하고,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을 가진 선수에요. 저도 보면서 배우는 게 있어요. 같이 뛰면 편한 부분도 많죠. 잘 맞는 것 같아요. 모비스 색깔에 잘 맞는 선수인 것 같아요. 비시즌에 좀 더 같이 게임도 뛰고 호흡을 맞춰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지영: 말을 잘 듣나요? 갑자기 안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지훈: 아니에요. 말 잘 들어요. 워낙 넉살도 좋고, 처음엔 그런 성격이 아닌 줄 알았는데, 말도 많고 농담도 잘하고요. 사람이 유쾌해요. 저는 말이 없어서 처음에 친해지기까지가 쉽지 않은데, 종현인 그렇지 않아서 좋아요.
지영: 선배 입장에서는 그런 후배가 더 예쁘지 않나요?
지훈: 그럼요! 저 같은 후배보단 훨씬 낫죠!(웃음)
지영: 함지훈 선수는 선배들이랑 친해지는데 엄청 오래 걸렸겠네요?
지훈: 아 그런데! 제가 눈치는 또 빨라서 형들이 뭘 원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파악했기 때문에 꼭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하. 저 그렇게 미움 받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지영: 평소 성격은 어떤데요?
지훈: 남들이랑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은데 낯을 많이 가려요. 안 친한 사람들이랑 있을때는 표정이나 말투에 변화가 없는데 그래도 친한 사람들은 잘 알아요.

지영: 지난 시즌 우승팀인 KGC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처음으로 만났잖아요. 그 맞대결,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지훈: 솔직히 말해 전체적으로 외국인 싸움에서 많이 밀렸던 것이 패인이지 않나 싶어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KGC가 잘 했고, 또 우승팀이긴 하지만 외국인 선수 차이가 조금만 덜 났어도 더 해볼 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지영: 모비스가 최다 우승팀인데 바로 탈락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 같아요. 
지훈: 우승 후에 지지난 시즌에는 4강에서 오리온에게 지고, 지난 시즌 KGC에게도 지고... 처음에는 플레이오프 떨어지고 나서, 다른 팀들이 게임하는 걸 TV로 보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 열 받더라고요.(웃음) 적응도 안 되고요. 항상 마지막까지 남아있었으니까요. 올해는 아마 다르지 않을까요?
지영: 올 시즌을 준비하며 스킬트레이닝도 받았다고 들었어요.
지훈: 네. 거기 대표로 있는 형이 모비스에 있었던 선수(김현중)에요. 저와 동근이 형과 친분도 있어서 시작했죠. 운동을 많이 쉰 상태여서 도움도 많이 되고 괜찮은 경험인 것 같아요.

현대모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지영: 2007년 입단 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감회가 어때요?
지훈: 동근이 형이랑 그런 얘기를 자주 해요. ‘벌써 10년이나 됐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 이런 이야기요. 힘들다고 소문난 모비스의 운동을 비시즌까지 다 겪어가면서요.
지영: 듣기만 해도 대단한데요?
지훈: 동근이 형한테 항상 그래요. ‘형은 대표팀 때문에 많이 빠져있지 않았냐. 나는 매년 감독님이랑 운동을 했다. 형보다는 내가 더 대단한 것 같다’ 했더니 후배들도 한마디씩 하더라고요. 정말 대단하다고요. 우리 팀 운동이 특히 힘들기로 유명하잖아요.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운동을 해보고 나서 저한테 10년간 이걸 어떻게 했냐며 대단하다고 해요. 하하.
지영: 몇 년 정도 하니까 적응이 되던가요?
지훈: 적응이요? 아직도 못했는데요?(웃음) 매년 안돼요. 매년 할 때 마다 엄청 힘들고요. 그 힘든 것에 적응이 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영: 양동근 선수보다 ‘비시즌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훈: 음... 정신적 지주는 아니고요. 확실한 건 동근이 형보다 저의 비시즌이 훨씬 더 힘들었어요!
지영: 힘들어도 모비스라는 팀에 대한 애정은 매년 더 커졌을 것 같아요. 
지훈: 그럼요. 여기서 쭉 함께했고, 우승도 많이 하면서 우승했을 때 함께 시합을 뛴 주축선수로서의 자부심도 있어요. ‘정말 팀은 잘 왔구나’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운이 좋았죠
지영: ‘운’ 이라고 하기에는 오자마자 활약이 대단했어요. 본인의 능력치를 끌어내준 분이 바로 유재학 감독님 아니었나요?
지훈: 이런 연봉을 받으면서 프로생활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를 키워주신 분이 감독님이시죠. 잘 맞는 팀에 잘 온 것 같아요.
지영: ‘잘 맞는 팀’이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요?
지훈: 모비스가 아닌 다른 팀에 갔으면 어떻게 됐을 지를 생각 해봤는데, 만약 그랬다면 지금 여기까지는 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중간에 그만뒀을 수도 있고요. 그 정도로 감독님이나 코치님, 트레이너 분들이 혹독하게 선수로 만들어 준거죠.
지영: 가족 이상이네요?
지훈: 그럼요!
지영: 그렇다면 함지훈에게 모비스, 그리고 유재학 감독이란?
지훈: 부모님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저를 키워준 곳이고, 키워주신 분이니까요.

지영: 양동근 선수 역시 함지훈 선수에게 큰 존재일 것 같아요.
지훈: 그럼요. 동근이 형에게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어요. 워낙 성실해요. 농구도 그렇고 농구 외적으로도요. 가족들에게 하는 모습까지도 제가 배워야 할 점이 많아요.
지영: 양동근 선수는 참 많은 선수들의 롤모델이더라고요!
지훈: 네. 형이 말도 많이 하지만 (웃음)... 뭐든지 솔선수범해요. 운동을 해도 저 나이 먹고서도 제일 열심히 하고요. 하하. 그런 부분에서 후배들이 말을 안들을 수가 없죠! 직접 몸소 보여주는 선배니까요. 이런 게 말은 쉬워도 동근이 형 같은 위치의 사람이라면 힘들 때 좀 쉬고, 하기 싫을 때 대충 할 법도 하거든요. 그런데 항상 열심히 해요. 그런 부분을 저도, 후배들도 배우니까 모비스의 끈끈한 팀 컬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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